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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은 배워 오는 게 남는 장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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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연수를 시작하면서 아이가 맘껏 뛰어놀았으면 하는 바람이 컸습니다. 한적한 시골 마을 같은 곳에 집을 구한 것에는 그런 이유가 한몫하기도 했고요. 이곳에서 틈나는 대로 공원이며 산책로든 함께 걷고 뛰고 하는데 시간이 지나면 좀 한계에 부닥칩니다. 10대를 바라보는 아이에게 이제 부모보다 친구가 더 끌리는 건 어쩔 수 없나 봅니다. 그래서 이런저런 운동을 좀 시켜보기로 했습니다. 어렸을 때 배워두고 평생 취미로 삼길 기대하면서요.

이런 널찍널찍한 공원에서 아이와 놀아주는 것도 곧 한계가 오더군요. 이제는 아빠보다 친구가 더 좋을 나이이기는 합니다.

먼저 수영을 시작했습니다. 실은 수영만큼은 자유형이라도 가르쳐서 미국행 비행기에 오르고 싶었는데 뜻대로 되지 않았습니다. 따듯한 지역이니 물에서 놀 기회가 많을 거로 생각했고, 실제 그러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한국에서 어린이 수영은 대기만 거의 반년을 기다려야 하더군요. 결국 국내에서도 배우지 못한 걸 미국에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게 됐습니다.

아이들 놀이터처럼 사용되는 아파트 수영장. 수영을 할 줄 아느냐 못하느냐에 따라 그들 사이 눈치 작전이 치열합니다.

미국도 레슨 시스템은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아서  개인레슨과 세미 프라이빗 레슨, 그룹 레슨 등으로 분류됩니다. 세미 프라이빗은 2대 1, 그룹 레슨은 3대 1 수업입니다. 레슨 1회에 30분, 주 1회, 한 달 가격 기준으로 비용을 보면요. 개인 레슨이 260달러, 세미 프라이빗이 130달러, 그룹레슨이 104달러입니다. 비용으로 치면 그룹 레슨이 가장 저렴한데 속사정은 그리 간단치가 않습니다.

미국 LA 토런스, 어린이 수영장의 레슨비. 미국은 일단 사람 손이 타면 꽤 많은 비용을 치러야 합니다.

그룹레슨의 경우 아이 세 명이 한번 씩 지도를 받기 때문에 사실 멍 때리고 쉬는 시간이 더 많습니다. 30분을 세명이 나눠 쓴다고 생각하면 10분 정도 레슨을 받게 되는 것이죠. 저희는 결국 주 2회 그룹레슨에서 주 1회 개인 레슨으로 방향을 틀었습니다.  사는 곳이 시내(?)와는 꽤 떨어져 있어서 왕복 1시간에, 준비하고 씻는 것까지 너무 시간 낭비가 컸습니다.

아이에게 맞는 선생님을 찾는 것도 꽤나 신경이 쓰이는 일인데요. 곧장 개인 레슨을 받는 것보다는 먼저 그룹 레슨을 통해 여러 선생님을 경험해 보는 것도 방법입니다. 강사마다 지도 스타일이 다른 데다 지켜보면 은근 아이와 호흡이 잘 맞는 선생님이 있더군요. 물론 저희는 스파르타식, 30분 내내 안 쉬고 계속 뺑뺑이 돌리는 책임감 강한 선생님을 택했습니다. 교육은 한국식!! 어느 정도 기본기만 가르치려 하고 있습니다.

15미터 정도 되는 레인 3개짜리 풀이 여러 개 있는데 꽤 규모가 큽니다. 어떤 강사를 만나느냐 따라 수업의 질에 큰 차이가 납니다.

이곳에서는 수영과 함께 테니스를 배우는 친구들도 무척 많습니다. 테니스는 피클볼과 함께 미국에서 꽤 대중적인 운동입니다. 학교 친구들도 여럿 함께 다니는데 첫 몇 달은 노는 건지 뭘 배우는 건지 헷갈릴 정도로 그냥 공과 함께 놀리기만 합니다. 공만 굴리고, 뛰고, 달리고, 테니스공으로 축구만 하다가 끝나나 싶었는데 그래도 조금씩 나아지기는 하더군요. 역시 전문가의 손길!

즐겁게 뛰어노는 분위기인데, 그런 와중에 자연스럽게 우열반을 나눠 실력에 따라 수업이 이뤄집니다. 저희 집 아이는 운동신경 부족한 DNA를 물려받아 고생이 많습니다.

한가지 특이하다랄까, 한국과 분위기가 다른 건 같은 수업안에서도 이를테면 우월반 수업을 합니다. 신체적 조건과 타고난 운동 능력이 모두 달라서 시작을 같이했더라도 한두 달 지나면 차이가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면 선생님 한 분이 추가로 투입되어 조금 잘한다 싶은 친구들은 따로 수업하더군요.

팔로스버디스, 테니스 클럽의 주니어 프로그램입니다. 주로 1세션이 6주에서 8주 정도 진행을 하는데, 가르치고 배우는 속도가 빨라 보이지는 않습니다.

이 밖에도 소프트볼이라든지, 핸드볼, 축구까지 아이가 배워볼 만한 운동이 여럿 있습니다. 다만, 운동할 환경은 잘 갖춰져 있고 누구나 저렴하게 즐길 수 있지만 배우는 비용이 만만치는 않습니다. 깨끗하고 잘 갖춰진 테니스코트 한 시간 대여료가 만 원 정도인데, 한 시간 개인 레슨은 10만 원 가까이 하니까요. 혹시 연수를 준비하고 있다면, 국내에서 이런저런 운동을 미리 배워 오는 것도 추천해 드립니다.

물론 방과 후 학교라든지 시청에서 진행하는 여러 프로그램이 저렴하기는 합니다. 다만 방과후 학교는 7월 초에 신청을 받습니다. 연수생들은 아이가 학교에 등록되지 않아 해당 사항이 없고요. 또 제가 지내는 지역의 방과후 학교는 아이들에게 무언가를 가르쳐주는 적극적인 액티비티가 있다기보다는 한두 시간 정도 아이를 봐주는 개념입니다.

PS) 눈 없이 LA의 겨울을 즐기는 법

시청이 설치한 아이스링크. 가짜 빙판.
다운타운의 아이스링크. 늘 북적입니다.
1월에 있었던 WINTER SNOW EVENT입니다. 학교에서 준비를 했는데, 저건 진짜 얼음입니다. 학생회에서 팝콘이며 핫초코며 간식도 제공합니다. 작지만 유쾌한 행사였습니다.

눈이 오지 않는 LA에서 아이들이 어떤 놀이를 하는지 지켜보는 것도 재밌었습니다. 올해는 반팔 반바지 차림으로 크리스마스를 맞을 정도로 따듯했는데, 여기 나름대로 겨울을 즐기는 방법이 있더군요.

먼저 연말연시에는 시청에서 (한국과 같은 시청이 아니라 정말 단출한 2층짜리 건물이고요. 대신 대지가 공원을 끼고 있어 매우 넓습니다. ) 아이스 링크를 설치해 줍니다. 진짜 얼음은 아니고 플라스틱 재질로 보이는 판을 깔고 타는 겁니다. 실제 아이스링크도 있기는 한데 역시 입장료가 꽤 무겁습니다. 얼마 전에는 학교에서 WINTER EVENT가 있었습니다. 직접 초록 잔디 위에 인공 눈을 뿌려 아이들이 눈싸움도 하고 눈썰매도 타며 즐거운 한 때를 보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