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삭지도 TV뉴스 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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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권첨삭지도 TV뉴스 리포트

  • 저자김구철
  • 발행LG상남언론재단
  • 발행일1998-12-05
Contents

제1장리포트 원고의 작성

1. 리포트는 무엇인가?
모든 방송 보도는 report다. 그러나 우리 방송가에서는 조금 다른 의미로 쓴다. 앵커나 뉴스 캐스터가 읽는 기사는 스트레이트, 앵커나 캐스터가 읽지 않고 취재 기자가 작성한 원고에 맞춰 화면까지 편집해 바로 송출할 수 있도록 만든 방송물을 보통 리포트라 말한다. 물론 중계차 연결이나 스튜디오 출연 등 생방송과도 구별한다. 짧은 뉴스의 경우에는 캐스터가 스트레이트 기사를 읽는 것으로 끝나지만 메인 뉴스는 주로 리포트로 구성된다.

방송은 즉각 반응이 나타나는, 살아있는 사회 현상이라는 점에 어려움과 함께 매력이 공존한다. 때로는 방송이 진행되는 도중에 보도에 대한 반응이 나타나기도 한다. 신문에서는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즉각 반응’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이 때문에 뉴스 리포트는 신문의 박스 기사와는 전혀 다른 작성 방식을 요구한다.

 

 

 

2. 언제 리포트를 하나?
중요한 사안을 비중있게 보도할 경우

이른바 스트레이트 리포트라는 것이 대표적인 예다. 화면이 뒷받침되지 못한다면, 자료 화면을 찾거나 그래픽을 제작해서라도 리포트로 처리하게 된다. 서울 올림픽 직후 남북 교류의 물꼬가 트이기 시작하면서, 보도는 해야 하고 관련 화면은 없어 결국 그래픽으로 문자 방송 비슷한 뉴스를 만들어 내보낸 일이 많았다.

어떤 사안에 대한 찬반 양론을 소개할 때

여야의 협상 과정이나 담배 유해론, 동성동본 금혼 폐지 등의 사회적 쟁점을 다룰 때가 여기 해당한다. 스트레이트 기사로 처리하면 자칫 양쪽의 주장이 방송사의 입장인 것으로 오해될 수도 있어서 리포트로 처리하게 된다.

그림을 소개하기 위해

단순히 스트레이트 기사로만 처리하면 그림과 내레이션이 일치하기 어려워 그림의 효과가 반감된다. 신문 같으면 사진 한 장으로 끝날 사안도 단독 리포트로 격상되는 경우가 있다.
이런 리포트가 많으면 뉴스 전체가 가벼워진다는 문제가 발생한다. 역으로 그림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사안이 제법 중요하더라도 리포트로 다루지 못하는 경우가 생긴다.

고발, 미담 , 해설, 기획기사

고발, 미담 사례, 해설, 기획 기사를 스트레이트 기사로 처리하면 어색하게 보일 때가 많다.

복잡한 사안의 흐름을 정리할 때

특히 스트레이트 뉴스와 해설기사가 엄밀히 구별되기 어려운 정치권 기사라든가 문화부 리포트가 여기 해당한다.

 

 

 

3. 리포트 원고 작성의 원칙
리포트 원고 역시 글이다. 다만 방송 뉴스를 위해 화면과의 일치성이 강조되는 글일 뿐이다.
또 특정 분야에 대한 사전 지식이나 특별한 관심을 갖지 않은 일반 대중을 상대로 짧은 시간 안에 어려운 내용을 효과적으로 전달해야 한다는 특징이 있다.

스트레이트 기사를 작성하는 대원칙이 그대로 적용된다. 문장은 간결하되 문장으로서의 요소를 제대로 갖추어야 한다. 정확성, 객관성, 공정성, 균형성, 간결성, 평이성, 친절성, 윤리성과 품위도 마찬가지다.
특별한 언급이 없는 한 방송 기사의 시제는 오늘이며, 대부분의 경우는 시제를 생략하는 편이 더 자연스러울 수도 있다.

우리말로 작성한다

* 금기: 외국어를 그대로 직역해서는 안된다.

예1) 되어져야 합니다(×) → 돼야 합니다.(○)

*‘되어지다’란 원형을 가지는 동사는 우리말에는 없다. ‘되다’가 옳다. 또 ‘되어야’도 구어에서는 사용하지 않는다. 글자수가 적고 발음이 쉬운 표현은 없는지 연구하라.

예2) 북한의 정책의 변화로 인해(×) → 북한의 정책이 바뀌었기 때문에(○)

→ 북한의 정책 변화로(○)

*소유격 조사가 두 번 연거푸 나오는 외국어투의 일상 대화를 본 적 있는가?

예3) 정부 고위 관계자에 따르면(×) → 정부 고위 당국자는 …라고 말했습니다.(○)

*…에 따르면’식의 보도는 영어의 ‘according to’를 번역한 것이지만, 영미 언론에서도 ‘according to’식의 표현을 피하도록 권장하고 있음을 유념하라.
* 구어체로 작성돼야 한다. 현재형을 적절히 구사하라. 훨씬 구어체답다.

예1) ‘관중이 천 명이나 되더라’지 ‘천 여 명의 관중이 왔더라’라는 대화는 없다.

예2) 9백여 명의 학생 → 학생 9백 명
*‘명사+하다’ 형태의 용언을 사용하라.

예1) 조사를 벌였습니다 → 조사했습니다

심문을 벌였습니다 → 심문했습니다

봉인 작업을 벌이고 있습니다 → 봉인하고 있습니다

질적 향상을 위해 → 질을 높이기 위해 → 개선하기 위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 사망했습니다 → 숨졌습니다

예2) 검문 경찰관을 폭행하고 달아나던 음주 운전자가 구속됐다(원기사:×)

→ … 폭행하고 달아나던 음주 운전자가 구속되는 사건이 발생했다(수정 기사:×)

→ 음주 운전자가 … 폭행해 중상을 입혔다(최종 기사)
설득력을 갖춰라

言中不理면 不如不言, 말에 조리가 없으면 말하지 않음만 못하다고 했다.

* 정확한 용어를 구사해야 한다.
* 힘있는 문장을 지향한다. (금기: 수동태를 피한다)

예) 선원 2명의 실종이 선장에 의해 알려져(×)

→ 선원 2명이 실종됐다는 선장의 말로 미루어(○)
* 짧고 간결하게 쓰라.
간결함은 생명이다(Brevity is the soul of wit/Hamlet, 2막 2장). 의미가 자연스럽게 전달된다면 문장의 필수 성분일지라도 생략할 수 있다.
장식이 없어야 한다(특히 감탄사). 불필요한 수식을 생략하라고 말한다. 그러나 다소 지나친 감은 없지 않지만 모든 수식은 불필요하다고 기억하는 편이 편리할 것이다. 수식을 걷어내면 설득력도 더해지고 흐름도 훨씬 부드러워진다. 시간도 여유있게 된다. 수식어에 의존하는 방송기자들의 면면을 보면, 대부분 확인되지 않은 주장을 정당화하거나, 부실한 취재를 은폐하기 위해 수식어를 남용하는 경향을 발견하게 된다. 방송 리포트에 있어서 수식은 리포터 본인은 물론 전체 뉴스 나아가 방송사의 신뢰도를 떨어뜨리게 된다.

* 객관성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라.

·주관적, 감정적인 표현, 단정적인 표현, 객관적으로 검증되기 어려운 표현은 피하라.

*금기 : ‘세계 최초’, ‘최대’, ‘최소’, ‘최고’ 등 최상급 표현은 쓰지 않는 편이 낫다.

·수치를 인용하거나 전문가 또는 종사자들의 인터뷰(soundbite, clip)를 삽입하면 객관적이라는 인상을 준다.

한두 번의 간접 화법은 유보적인 뉘앙스를 풍기기 위해 필요하다.

*주의 : 그러나 문장마다 “…라고 합니다”, “…라는 것입니다”, “…라고 전해집니다.
식으로 반복한다면 무책임하다는 인상을 주게 된다.
* 논리적이어야 한다.

기승전결(起承轉結), 정반합(正反合) 등 기본적인 논리 전개의 틀을 확실히 체득하라.

*금기: 논리가 후퇴하는 경우는 절대 피해야 한다.

예) 다음 기사는 정치부 초년병 그러나 일단 기본적인 교육 기간을 거친 기자의 스트레이트 기사다. 그러나 기사의 논리성에는 많은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국민회의는 김 전 대통령의 검찰 답변서와 관련해 김 전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답변서의 모순점을 해명하고 경제 청문회에 출석해 직접 증언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조세형 총재 권한 대행은 오늘 기자 간담회를 열어 김 전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19일 임창열 경제부총리에게 IMF로의 이행을 지시했다고 (검찰 답변서에서) 주장했으나, 오늘 밝혀진 검찰 답변서 전문에는 그런 사실이 없다면서 이같이 말했습니다.(98년 5월 7일)

여기서 김 전 대통령은 김영삼 전 대통령이고, 김영삼 전 대통령이 검찰에 제출한 답변서의 내용 가운데 IMF 구제 금융에 대한 입장을 둘러싸고 임창열 전 경제부총리의 증언과 약간의 차이가 있어 논란이 제기된 시점이었다.
우선 조선일보에서 YS의 검찰 답변서 ‘요지’(따옴표를 친 것은 조선일보가 ‘요지’라고 주장한 기사기 때문이다)를 5월 6일 보도했고 7일에는 중앙일보가 ‘전문’(마찬가지로 중앙일보 ‘전문’이라고 주장한 기사이기 때문이다)을 전재했다.
여기서 문제가 되는 것은, 김 전 대통령이 ‘임창열 전 부총리에게 IMF행을 지시했다’고 주장한 수단이 바로 ‘검찰 답변서’(‘요지’)였는데, 조세형 대행은 ‘검찰 답변서’(‘전문(全文)’)에 그런 내용이 없다고 말하고 있다. 기사를 문면대로 해석한다면 조세형 대행은, 김 전 대통령이 주장하지 않은 사실을 걸어 김 전 대통령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다는 꼴이 된다.
사실은 이렇다. 조세형 대행은 YS의 검찰 답변서를 보지 못했으며, 단지 전날 조선일보 보도와 당일 중앙일보 보도에 차이가 있음을 지적했을 뿐이다. 답변서의 모순이라는 것도 검찰 답변서 이전에 감사원에 제출한 답변서와의 차이를 의미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조세형 대행은 김 전 대통령에 대해 문제를 제기할 것이 아니라 조선일보 보도와 중앙일보 보도의 차이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두 언론사에 대해 그 차이점을 소명할 것을 요구했어야 하는 것이다. 기자 역시 조세형 대행의 발언의 문제점을 평가하고 의문을 제기해 보지도 않은 채 받아쓰기에만 충실했다는 이야기가 된다. 취재 현장에서 빠지기 쉬운 함정, 비논리적인 기사 의 한 예가 될 것이다. 경계할 일이다.

자신만의 흐름을!
리포트는 일견 관련없어 보이는 스트레이트 기사들을 종합해 시청자들에게 하나의 흐름을 제공하는 ‘서비스’다. 신문같으면 스트레이트와 해설로 분리할 사안을 묶어서 리포트로 처리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전제 위에서 기본적 요령을 정리해 본다.

우선 통일성과 일관성을 유지해야 한다. 글이나 단락에서 다루는 화제(topic)는 하나여야 한다. 프랑스의 대문호 플로베르는 ‘모든 사물을 묘사하는 단어는 단 하나’라면서 일물 일어설(一物一語說)을 주장했다. 이를 원용한다면 방송 기사에는 일문 일사(一文一事 : 1 Fact in 1 Sentence), 다시 말해 하나의 문장에는 하나의 사상(事象), 하나의 상념(想念)만을 담는 것으로 만족한다.

병원에서 치료중 숨진/경기도 안산시 고잔동에 사는/24살 정OO 씨의 유족 30여 명은/오늘 오전 서울 OO병원 중환자실에 몰려가/담당 의사가 해열제를 과다 투여해/정양이 숨졌다며/ 항의 소동을 벌였습니다. 이들 유족들은/다리가 부러져 정형외과 치료를 받던 정양이/상태 호전으로 퇴원 수속을 밟기 직전/고열을 호소하자/병원측이 해열제 4병을 투여했는데/갑자기 발작 증세를 보인 후 숨졌다며/잘못된 약물 투여가 사망원인이라고 주장했습니다.(1998년 5월 24일)

이 기사는 앞의 정치부 기사를 작성한 기자보다 한 해 선배의 것이다. 그럼에도 훨씬 더 문제가 많다고 생각되지는 않는지? 우선 몇 번을 읽어도 분명하게 의미가 전달되지 않을 것이다. 이유야 많겠지만, 너무 많은 사상을 두 문장에 담은 것이 문제의 원인이라고 본다. 우선 리드 문장(lead sentence)에 나타난 주어-술어 관계가 몇 개나 되는지 살펴보자.

1) 병원에서 치료중 숨진 (정OO 씨), 2) 고잔동에 사는 (정OO 씨), 3) 유족 30여 명은 중환자실에 몰려가, 4) 의사가 해열제를 과다 투여해, 5) 정양이 숨졌다며, 6) (유족은) 항의 소동을 벌였습니다 등 6개다. 다음 문장은 더욱 극단적인 문장이다. 1) (정양은) 다리가 부러져, 2) 치료받던 (정양은), 3) 상태 호전으로, 4) 정양이 퇴원 수속을 밟기 직전, 5) (정양이) 고열을 호소하자, 6) 병원측이 해열제 4병을 투여했는데, 7) (정양이) 갑자기 발작 증세를 보인 후, 8) (정양이) 숨졌다며, 9) 약물투여가 원인이라고, 10) 유족들은 주장했습니다로 주어-술어관계가 모두 10개나 된다. 어떻게 취재 기자가 기사 문장을 이렇게 작성했는지 또 데스크가 출고했는지가 의심스러운 문장이다. 의미를 제대로 전달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문장을 나누어야 한다. 적어도 서너 개 정도로는 나눠야 한다.

물론 이 다음에는 병원측의 해명이 기사에 포함돼야 한다. 환자 가족의 일방적인 주장만 실어서는 언론의 중립성을 어긴 죄로 후에 민사상의 책임을 져야 할 뿐 아니라 기사의 신뢰도 자체가 의심을 받게 된다.

(수정) 병원에서 치료받다 숨진 환자의 가족 30여 명이 병원 중환자실에서 항의시위를 벌였습니다. 경기도 안산시 고잔동 24살 정OO 씨 가족 30여명은 오늘 오전 서울 OO병원 중환자실에서 잘못된 약물 투여에 대해 격렬하게 항의했습니다. 가족들은 담당 의사가 해열제를 과다 투여해 정양이 쇼크로 숨졌다고 주장했습니다. 가족들은 정양이 교통 사고의 후유증을 치료받고 상태가 호전돼 퇴원을 준비하고 있었다며 잘못된 약물 투여가 사망의 직접 원인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개개의 사실(fact)에 얽매여 전체 흐름을 놓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 흐름에 방해가 된다면 과감하게 생략한다. 모두 살리려다가는 흐름이 깨지거나 구성이 느슨해진다. 어렵게 취재한 내용이어서 생략하기 아깝다면 차라리 후에 따로 다룰 기회를 잡도록 하라. 아마 취재할 당시에는 정말 세상이 다 알아야 할 중요한 사실처럼 느껴졌던 것도 며칠만 지나면 아무 의미 없었음을 깨닫게 되는 경우도 있다. 취재한 사실의 90%를 기사에 담더라도, 전달률이 30%라면 전달된 정보의 총량은 취재한 사실의 27%에 불과하게 된다. 차라리 취재한 내용의 70%를 담되 전달률을 70%로 높이면 오히려 전달된 정보의 총량은 취재한 사실의 49% 가 된다. 항상 기억하자. 90*30인가? 아니면 70*70인가?

경쾌한 리포트를 작성해야 한다. 앞머리가 너무 무거우면 곤란하다. 어지간히 인내심이 강하지 않은 시청자는 리모콘에 손을 뻗게 된다. 피곤한 하루 일정을 마치고 저녁식사를 한 후 여유있게 오늘의 한국, 오늘의 세계가 어떻게 돌아갔는지 또 돌아가고 있는지를 알기 위해 9시 뉴스 시간에 맞춰 TV를 켜는 시청자에 대한 예의를 지키기 위해서도 리포트의 앞머리는 경쾌해야 한다. 기사에 리드를 붙이는 이유도 머리가 너무 무거워지는 일을 피하기 위해서다. 사실 6하 원칙을 리드 문장에 담다 보면 머리는 무거워지게 마련, 그러나 무거운 글머 리는 시청자의 머리를 무겁게 하고 결국 채널을 돌리게 하고야 만다.

시청자에 대한 예의 차원에서 한 마디 더 한다면, 중계차 연결처럼 현장성을 강조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기자의 얼굴이 리포트의 첫 머리에 나와서도 안된다. 첫 머리에는 기자가 시청자에게 제공할 수 있는 최고의 화면을 던져야 한다.

*금기: 결어에 공자 말씀, 예컨대 “…해서는 안된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입니다” 등을 피하라.
역시 시청자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해야 할 것이 무엇이고 하지 말아야 할 것이 무엇인지는 시청자들이 더 잘 안다. 설령 몰랐다 하더라도 리포트를 보고 나서는 알게 돼야만 한다.
그래야 리포트가 제대로 시청자들에게 전달된 것 아닐까? 또, 기자만 몰랐던 것을 쓰면서 전문가를 끌어들이지 마라. 실컷 맛있는 식사를 마치고 디저트를 먹으려는데, 웨이터가 찾아와 ‘사실은 상한 고기를 쓴 요리였다’고 죄송해 하는 분위기가 될 것이다.

 

 

 

4. 리포트 원고 작성의 순서
신출내기 기자들이 리포트 원고를 작성하는 것을 옆에서 지켜 보노라면, 대개가 첫머리부터끙끙 앓으며 시간만 보내는 경향이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왜 이런 상황이 되는가? 여러 가지 요인이 있을 것이다. 부실한 취재가 원인일 수도 있고 자신감이 부족해서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무언가 멋진 한 마디로 폼을 잡고 싶다는 욕심도 적잖이 작용한다고 생각한다. 서재나 침실을 아기자기하게 꾸미기 전에 대들보와 기둥을 세우는 골조 공사가 선행돼야 한다는 원칙을 재삼 강조하고자 한다.

1) 인터뷰, 스탠드업을 포함해 취재한 내용을 모두 열거해 본다. 각 취재한 내용의 시간대와 장소를 분류하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 과정에서 인터뷰 육성과 자료 화면을 확인하고, 영상 자료실에서 필요한 자료 화면을 확보해 둔다.

2) 취재한 내용을 논리적 흐름에 따라 재배치 한다. 가능하면 오늘의 화면, 강한 화면을 앞세우고, 육성과 기자의 스탠드업을 강조한다. 컴퓨터가 도입돼 이 작업이 매우 쉬워지기는 했으되 여전히 가장 어려운 과정이다.

논리적 재배치가 끝나면 장소나 화면이 일관되는지를 검토한다.

*금기: 실내와 옥외, 밤낮이 계속 번갈아 나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같은 실내라도 무대가 되는 장소를 옮길 경우에는 신중하게 한다. 부득이하게 장면을 전환할 경우에는 인터뷰라든가 현장음, 음악 등 변화의 계기를 부여하라. 스포츠 리포트를 하면서 화면은 축구 경기 장면이었는데 인터뷰는 배구 선수라면 시청자는 이 배구 선수를 앞서 방영된 축구 경기에 출전했던 것으로 착각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연극에서 장면을 전환할 때 왜 막과 장을 구별하는지를 생각할 일이다.
3) 논리를 어떤 방식으로 전개할 것인가? 시간적 흐름에 따를 것인지, 공간적 변화를 중심으로 할 것인지, 인물 또는 집단 위주로 나눌 것인지 등, 귀납, 연역, 변증 등 논리 전개의 방법을 논외로 하더라도 리포트를 풀어 나가는 방식은 수없이 많다. 편집과정에서 기사 일부가 잘려 나갈 수 있는 스트레이트와는 달리, 끝까지 방송되기 때문에 다양한 전개방식을 실험할 수 있다는 것이 리포트의 장점이다. 데스크의 동의 아래 새로운 방식을 시험할 수도 있다. 사소한 듯이 보이는 사실에서 단서를 얻어 후반부에 종합해 결론을 내리거나 의미를 부여하는 귀납형도 시도해 봄직하다.

편의상 여기까지를 제작의 1단계-‘기초단계’로 분류할 수 있다. 국제부 리포트 등 사안에 따라서는 취재와 엄밀하게 구별하기 어려운 경우도 생긴다.

4) 취재 내용의 배치가 끝나면 앵커 멘트를 작성한다. 앵커 멘트는 스트레이트 기사의 리드를 잘라낸 것이 절대 아니다. 굳이 비유하자면 신문의 제목을 문장화한 것이 앵커 멘트에 해당한다고 보면 된다. 강한 인상, 충격을 줄 수 있는 앵커 멘트를 구상하라. 앵커 멘트를 고민하다 보면 스스로 기사 쓰는 요령, 리포트 원고를 작성하는 요령이 늘어남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5) 기승전결의 어느 부분에 인터뷰와 스탠드업을 배치할 것인지를 결정한다. 특히 인터뷰나 스탠드업은 그 리포트의 이른바 요지(야마)에 해당한다는 사실에 유념해야 한다. 외국어 인터뷰의 경우 번역 자막을 읽을 수 있을 정도의 여유를 확보한다. 가능하다면 수치 등은 인터뷰나 스탠드업을 통해 소개하지 않는 편이 자연스럽다. 다른 수치와의 연관성도 고려해야 하고 자막으로만 처리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참고: 인터뷰는 리포트의 설득력을 높인다는 논리적 효과와 함께 화면에 변화를 준다는 기술적인 효용도 함께 가진다. 변화라는 방송 특유의 요구가 없다면, 발음이 좋은 앵커나 아나운서가 전체 뉴스를 읽은 후 뉴스를 편집해 내는 방식이 도입됐을 것이다.
*참고: 1분 30초짜리 표준적인 길이의 리포트의 경우 서너 번쯤 인터뷰나 스탠드업, 현장음 등으로 변화를 줘야 지루하지 않다.
6) 현장음이나 음악을 끼워 넣을 장소를 결정한다.

*주의: 뉴스 리포트에 음악을 사용할 경우에는 리포트 내용과의 연관성을 달리 설명하지 않더라도 시청자들이 바로 이해하고 수용할 정도의 공감대가 이미 형성된 것이어야 한다(예컨대, 죽음의 현장에 존 레넌의 Imagine을 쓰는 등이다). 연주회장이나 발레 공연처럼 음악이 현장음의 주요 요소인 경우는 전혀 문제가 없겠지만, 현장음이 아닌 음악은 자칫 리포트의 긴장을 무너뜨리는 악영향도 있을 수 있음을 각오해야 한다.
7) 중복되거나 흐름을 깨는 내용을 삭제 한다. 인터뷰나 현장음이 전달한 의미를 부연할 필요는 별로 없다. 때로 앵커 멘트, 스탠드업, 인터뷰 등에서 동일한 내용과 표현을 반복하는 수준 이하의 리포트가 보이지만 이는 전파의 낭비에 불과하다. 처음 입사해 선배들과 대화하노라면, 1분 30초짜리쯤은 눈감고도 또는 발가락으로도 만든다는 식의 호언장담을 자주 듣게 된다. 그러나 그분들의 리포트를 긴장감있게 압축하면 1분이 못되는 경우가 너무나 많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기억하라. 1분 30초 시간을 다 채우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8) 그래픽 화면 원고 를 그래픽 작업실에 넘긴다. 복잡한 수치나 위치, 상관 관계 등을 도표화하면 이해에 도움된다. 복잡한 기제(mechanism)나 과정을 애니메이션 그래픽으로 처리하면 전달력이 높아진다. 단조로운 화면을 보완하는 효과도 있다. 때로 취재가 늦어질 것으로 예상되면 내근자에게 리포트의 취지를 설명하고 그래픽 화면 원고를 대신 의뢰할 것을 부탁하는 것도 빠른 제작을 위한 요령중의 하나다(그래픽 제작 요령은 제작 기법에서 상세히 다룬다).

*주의: 과유불급(過猶不及), 그래픽이 너무 많으면 좋지 않다. 외국 방송에서는 현장 화면을 중시하고 이른바 신문형 기사를 회피하기 때문에 그래픽 위주의 리포트는 거의 없다. 그러나 문자세대인 방송사 간부들이 그래픽을 중시하는 경향이 있어 방송 뉴스가 왜곡될 우려도 제기된다.
9) 읽기 편하도록 문장을 가다듬고, 시제와 장소, 인명, 수치 등을 재확인한다. 리포트는 스트레이트 뉴스와는 달리 한번 잘못 읽으면 수정이 몹시 어렵다. 배정된 시간 안에 여유있게 읽을 수 있는지, 시간을 재면서 음독해 본다. 시간이 빠듯하다 해서 급히 읽어 봐야 겨우 3, 4초 줄일 뿐 전달력만 훼손된다. 혹시 상황에 변화가 올 수 있는 사안─예컨대, 노사 협상이나 여야 협상 등─을 리포트할 경우에는 이 단계에서 진전된 사항은 없는지 재확인하는 성의가 필요하다.

*금기: 문장을 덜어낼지언정 절대 급하게 읽지 마라. 불요불급한 수식어를 생략해 보고, 그래도 시간을 맞출 수 없다면 차라리 한두 문장 덜어 내도록 하라.
10) 데스크의 교열을 거친다.
데스크가 부정확한 사전 정보 때문에 기자의 리포트를 불신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이럴 때 평소의 대화나 공부로 데스크의 신뢰를 받아 두어야 한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물론 무지를 계급으로 포장하는 무능한 데스크가 없는 것은 아니기에 특정한 분야를 깊이있게 공부한 자체가 데스크의 질시를 사는 경우가 없지 않다는 점도 각오해야 한다.

이상이 제작의 2단계─‘집필단계’에 속한다. 이로써 취재 기자로서의 역할은 끝나고 이제부터는 순수한 방송의 영역으로, 어떻게 보면 프로듀서의 역할로 넘어간다. 사실 그래픽도 프로듀서의 역할에 속한다.

11) 원고를 녹음 한다. 이때쯤이면 9시 뉴스가 한 시간 남짓 남고, 마음이 급해지기 마련이다. 그러나 급할수록 느긋하게, 물 한 잔 마신 후 몇 차례 소리내서 읽어 보고 녹음실로 들어 서도록 한다.

*주의: 오독한 경우에는 반드시 처음부터 다시 읽는다. 녹음실에서 다시 읽기는 쉽지만, 잘못 읽은 부분을 편집실에서 찾아 가며 녹음 테입을 이어 붙이는 작업은 매우 어렵고 짜증나는 작업이다.
12) 녹음 테입을 편집 한다. 반드시 현장음을 살린다. 가능하다면 인터뷰는 중간에서 자르지 말고 통째로 넣는다. 한 문장이 너무 길어 부득이하게 잘라야 할 경우에는 화면이나 성조(聲調)가 심하게 튀지 않도록 주의한다. 화면에 변화가 많은 경우에는, 어렵지만, dissolve로 넘기는 것도 생각할 수 있다.

13) 자막 원고를 편집팀에 넘긴다. 급한 경우에는 바로 자막 작업팀에 넘기고 편집팀에 통보한다. 내용 자막을 많이 넣는 것은 밋밋한 화면, 리포트할 사안 아닌 것을 리포트할 때 자주 볼 수 있는 안이한 제작 방식이다.

14) 편집된 녹음 테입에 화면을 입힌다. 이때 가능하다면 큰 흐름 위주로 화면을 편집해야 한다. 내레이션에 구애돼 화면을 너무 잘게 나누면 시청자 입장에서는 혼란스럽게 된다. 시청자들은 1분 30초짜리 리포트만 보고 채널을 돌리는 것이 아니라 적어도 30분 이상 뉴스를 계속 본다. 따라서 모든 개개의 리포트가 잘게 화면을 나누고, 화려하고 복잡한 화면 전환 방식을 취하게 되면 시청자들은 피로하고 짜증이 나게 된다.

제작의 3단계, 일단 이 단계를 넘기면 방송이 가능하다.

15) 특수 효과 처리를 한다.
·취재원을 보호해야 할 경우 화면을 픽셀 처리하거나, 음성을 변조한다.
·취재원 보호를 위해 인터뷰 단계에서 얼굴의 정면을 잡지 않거나 초점을 흐리게 해서 얼굴을 알아보기 어렵게 하는 주의가 필요할 수도 있다.
·픽셀 처리는 잔인한 장면이나 혐오감을 주는 장면에서도 필요할 수 있다.
·비교 대조하고자 할 경우 스퀴줌 작업을 한다.
·자막이 복잡할 경우에는 ADO작업으로 기본 화면의 크기를 줄이고 자막을 넣을 수 있다.
·암시적 효과를 얻기 위해 double expose, dissolve 등의 기법을 쓸 수 있다. double expose는 한 화면으로 두 가지 a이미지를 창출할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해둔다.
·장면 전환을 위해 다양한 wiper 기법을 채택할 수 있다.

 

 

 

5. 앵커 멘트를 쓰는 요령
앵커 멘트를 스트레이트 기사의 리드 문장을 그대로 잘라 쓰는 것으로 생각할 수는 없다.
가장 중요한 내용을 담아야 한다. 명료하고 정확해야 한다. 시청자의 호기심을 자극해야 한다. 리포트 본문의 내용을 모두 뽑아씀으로써 시청자의 호기심을 감퇴시키는 일도 피해야 한다. 불필요한 수식을 덧붙이지 말아야 한다. 간결해야 한다. 한 문장에 50글자를 넘으면 앵커 멘트로서는 부적격이라고 볼 수 있다. 리포트 본문과 중복되거나 본문의 요약이어서는 곤란하다.

*금기: 6하 원칙을 다 담으려고 애쓰지 마라. 방송은 대부분 오늘 발생한 사안들을 다루므로, 6하 원칙에 구애받다 보면 자칫 앵커는 ‘오늘…’만 반복하는 멍청한 이미지로 시청자에게 각인될 우려가 있다.

‘조금 전 이라크가 쿠웨이트를 침공했습니다. 워싱턴의 OOO 특파원입니다’ 같은 앵커 멘트를 상정할 수 있다. 극단적인 경우에는 문장의 주요 요소를 거의 모두 생략할 수 있다는 말이다. 신문 기사의 제목 또는 외부 기고문에 대한 편집자 주라는 느낌으로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해설, 소개, 광고 등 다양한 내용과 형식을 취할 수 있다.
또 메인 뉴스의 앵커는 경력이 오랜 경우가 많기 때문에 가끔씩 걸맞는 격언이나 속담 등을 걸치면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6. 리포트 원고 본문 작성의 요령
방송은 물과 같다. 밝고 가벼우며 부드러운 흐름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런 과정에서는 발음 또는 성조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그러나 논리적 배치와 전개는 앞에서 어지간히 서술한 바 있으므로 생략하고 여기서는 주로 기술적인 유의 사항만을 살펴본다.

발음하기 어려운 단어

발음하기 어려운 단어는 같은 의미의 다른 어휘로 바꾸어 본다.

예) 민주주의의 의의 → 민주주의의 참뜻

아나운서들은 ‘민주주이에 으이’로 발음하도록 교육받는다. 아나운서로서는 마땅히 그럴 일이다. 그러나 기자로서는, 거기서 끝난다면 자격이 없다. 기자로서는 ‘민주주의의 참뜻’식으로 새로운 탈출구를 모색해야 한다.
어림수

어림수는 문자 그대로 어림수로. 평소 대화할 때를 연상하라.

예) 서울 목동의 30평짜리 아파트값은 1억 6천만 원이다. 1억 6천 3백 50만원도 1억 5천 850만 원도 아니며, 1억 6천‘여’ 만 원도 아니다.

중국 인구도 10억 2천만명이다. 10억 2천 4백 ‘여’ 만 명이 아니다.

어느 중학교의 학생수는 천 백 명이다. 천 백 ‘여’ 명이 아니다.

단 인구 증가율이나 물가 상승률 등 통계적인 의미가 있는 경우는 예외로 한다.
접속어, 지시어, 지칭어는 가능하면 쓰지 않는다

예) 이같이, 이에 대해, 그러므로, 그는, 그녀는…

*금기: 당연하거나 논리 전개를 후퇴시키는 접속어는 절대 피하라.

예) 어쨌건(앞의 논리 전개와 무관하게 뒷 문장이 이어진다는 이야긴데, 그렇다면 왜 장황하게 서론을 읊어 댔는지?)

한편, 그런데, 하고 있습니다만(장면 전환이 필요할 정도로 별개의 사안이라면 잘라 내라)

이와 관련해(그 기사나 리포트의 다른 부분은, 주제와 ‘관련없는 내용’이라는 뜻인가?)
적극적인 동작으로 문장을 환원한다

수동태는 아래에서 위로 거꾸로 흐르는 물과 같다.

*금기: 이중 수동태는 절대 피한다.

논리적 구성에서도 수동형을 피하고 능동형을 우선한다. 검거 기사를 발생사건으로 전환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예) “…하던 일당 O명이 붙잡혔습니다”보다는 “O는 …했습니다. (중략)”식의 보도가 훨씬 소구력이 높다.
가능한 한 적극적이고 미래지향적인 이미지를 개발한다

신문과는 달리 방송은 분위기를 좌우하는 힘이 크다. 게다가 방송 뉴스는 식사 시간과 겹치는 경우가 많고, 전 가족이 함께 시청한다는 점을 염두에 둘 때 긍정적이고 밝은 이미지를 창출할 필요가 있다. 심각한 뉴스는 어쩌다 한두 번이지 매일같이 그런 뉴스만으로 채워진다면 시청자가 외면하고 말 것이다.

예) 폐수 방류 업체의 적발 사건일 경우 폐수라는 부정적 언어를 반복함으로써 시청자들에게 부정적인 이미지를 주고 불쾌감을 가지게 하기보다는 ‘환경 보전’이라는 적극적 이미지를 창출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방송은 인상이지 정보가 아니다

‘설득력’일 따름이지 ‘설득’일 수는 없다. 지나친 표현일는지 모르나 ‘시청자의 주의를 환기’한 것만으로 방송의 역할은 상당 부분 달성된 것이라고 본다. 그런 관점에서 리포트 전체를 관류하는 하나의 image를 상정하고 이를 대표할 단어를 찾아 적절히 반복 구사함으로써 인상을 강하게 하고 관심을 극대화하는 전략도 써 봄직하다.
단문을 구사하라

중문, 복문은 글로 읽을 때도 이해하기 어렵다. 하물며 소리로 흘러가는 방송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비유하자면 온갖 잡동사니가 떠있는 호수와 같다. 흐름은 정체되고 지저분하다. 맑은 시냇물같은 리포트를 작성하라. 방송 문장은 가장 극단적인 간결체여야 한다.
주어를 가볍게 한다

주어 앞에 수식어를 길게 나열하는 기자는 방송기자가 아니다.
상투적인 표현을 피하라

*금기: ‘오늘 회의에서’, ‘오늘 사고는’, ‘오늘 화재는’, ‘오늘 접촉에서’ 등으로 문장을 시작하지 않기 위해 고민할 것. 문장중이라도 ‘오늘 회의에서’식의 문구를 쓰지 않으려는 노력이 문장력을 높이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여측은’, ‘야측은’, ‘한국측은’, ‘미국측은’ 등도 모두 문제있는 표현이다. ‘여당은’, ‘야당은’, ‘한국은’, ‘미국은’으로 충분하다. 왜 발음하기도 어려운 격음을, 글자 하나를 손해봐 가며 불필요하게 뒤에 받쳐야 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같은 표현이라도 글자수를 줄이고 발음하기 쉽도록 바꾸라

예) 철야 조사를 벌였습니다(10자)→밤새 조사했습니다(7자)

글자수도 석 자 줄었고 발음도 훨씬 쉬워졌다(‘철야’, ‘벌였’ 모두 발음이 어렵다).
어미의 반복을 피하라

반복을 피하란다고 뉘앙스가 있는 말들을 함부로 섞어 써서는 곤란할 것이다. ‘촉구’와 ‘요구’, ‘밝히다’와 ‘주장하다’ 정도는 구별해 써야 한다. 정치인이나 행정 기관이 국민을 상대로 ‘당부’할 수도 없음을 명심해야 한다. ‘당부’는 아랫 사람에게 한다는 느낌이 있느니만큼, ‘요청’ 내지 ‘호소’로 바꿔 쓰도록 한다. ‘A는 주장했’는데, ‘B는 밝힌다’면 누구에게 편향된 리포트가 되는지는 명약관화하다.
인터뷰 앞 문장

인터뷰 앞 문장은 시청자들이 인터뷰의 내용이나 방향을 예상하도록 문자 그대로 이끌어내는 것이어야 한다.

*금기: 그러나 인터뷰 자체와 중복돼서는 안된다.

제2장리포트 제작의 실제

1. 자막(superimpose/수퍼)의 활용
자막의 글자수나 빈도에 관해서는 논란이 적지 않다. 일본 방송 특히 일본 민방은 수많은 자막으로 뒤범벅돼 있는데 반해 원조격인 구미 방송은 자막을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문자 세대 특히 일부 방송사 간부진들도 일본 방송의 강한 영향을 받은 나머지, 방송은 자막으로 승부가 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자막이 적으면 제작자가 성의가 없었다고 생각하면서 가능한 한 많은 자막을 삽입하라고 요구한다. 한때 한 방송사의 보도 책임자는 방송뉴스는 자막에서 승부가 난다는 한심한 지시를 내린 적이 있었다. 그후 그 방송의 뉴스가 자막으로 뒤범벅된 것은 불문가지다. 그러나 비디오 세대는 정반대다. 그들은 가능한 한 화면에 다른 이물질이 끼여드는 것을 별로 원치 않는다.
결론부터 말한다면 문자 방송이 아닌 이상 자막은 빈도가 낮을수록, 글자수가 적을수록 바람직하다. KBS 뉴스도 최근 들어서는 화면을 설명하는 자막을 제외한다면 일반적인 내용 자막은 생략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막의 사용은 당분간은 계속될 것이고 방송 뉴스를 다루는 사람으로서는 알아두어야만 할 과제다. 일단 사용할 경우에는 효율적으로 사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제목의 사용
자칫 밋밋해지기 쉬운 자막에 제목을 달면 생동감과 입체감을 부여할 수 있다. 시청자 입장에서는 제목에 먼저 눈길이 가기 때문에 제작자로서는 강조점을 분명히 할 수 있는 효과가 있다. 주체나 주제를 명확히 하거나 장면 전환의 효과를 거둘 수도 있고, 복잡한 사안을 나열할 경우에도 유용하다.

예1) 야당 [주체를 제목으로 한 경우]
월드컵과 정치 현안은 별개 문제
예2) 대관령 폭설 [주제를 제목으로 한 경우]
11년 만의 최고 적설량(110cm)
글자수(하단 자막의 경우)
글자수는 가능한 한 줄이되 미관을 고려해 적정한 길이를 유지한다. 뉴스 리포트의 평균 자막 숫자는 한 줄 14자 정도가 한계다. 가끔은 20자씩이나 빽빽하게 밀어넣는 경우를 보지만 시청자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텔레비전 방송이란 어디까지나 편안하게 볼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제목을 논외로 한다면 자막은 두 줄 이하로 한다. 자막이 석 줄 이상이 되면 화면의 3분의 1 자체를 가리게 된다.

*주의: 두 줄로 쓸 때는 윗줄과 아랫줄의 균형에 유의한다.

윗줄은 14자를 넘는데 아랫줄은 겨우 7, 8자에 그친다면 꽁지 빠진 것처럼 보인다. 화면의 절반만 사용한다든가 아니면 아래 윗줄의 글자수를 조정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금기: 가분수 자막을 피하라.
예) 정부 [주체를 제목으로 한 경우]
인천신공항 등 사회간접자본 적극 추진
월드컵 앞서 완공      (×)
(전형적인 가분수 자막이다)
정부
사회 간접자본 적극 투자
월드컵 대회 앞서 완공      (○)
줄바꿈과 의미의 단절
두 줄로 쓸 때는 아래 윗 줄의 의미가 단절되지 않도록 특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읽는 이의 호흡을 고려해, 줄 자체에서 의미 단락이 마무리되도록 한다.

*금기1 : 호흡이 줄을 바꾸어 연결되지 않도록 한다.

*금기1 : 단어 중간이나 토씨가 분리되는 극단적인 상황은 절대 없어야 한다.

예1) 김대중 당선자, 농어민들과 만나

농자천하지대본야 강조      (×)

(‘농자 천하지 대본야’라는 한문 문장도 접근성이 떨어지거니와 이렇게 강조한 주체가 당선자인지 아니면 농어민인지가 불분명하다.)
당선자, 농업 중요성 강조

농어민 신년 하례회 발언     (○)

(이 경우 김대중 당선자가 농어민 단체의 행사에 참석한 것만으로도 농업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강조했다는 사실이 전달된다. 따라서 자막은 내용을 소개하기보다는 화면을 보다 충실히 소개하는 편이 나았을지도 모르겠다.)
예2) 2002년 월드컵대회를 성공적으로

치르기 위해 빠르면 내일 회의      (×)

(‘성공적으로/치르기 위해’가 의미상 연결되는데도 자막으로는 아래 윗줄로 분리돼 시청자의 호흡에 혼란을 불러 일으킬 수 있다. 또 한 자가 아쉬운 자막 원고에 토씨 ‘를’ 때문에 한 자를 소모했다.)
2002년 월드컵 대책 회의

이르면 내일 총리 공관서      (○)

(모든 대책회의는, 행사 등을 성공적으로 치르기 위한 것인 만큼 어떤 대책회의라는 점만 명기하고 시간과 장소를 부가하는 방법을 썼다.)
글자의 크기와 색상
미술 파트에서 확립한 기준이 존재한다. 물론 강조하고 싶은 경우에는 특별히 주문하면 된다.

특수 자막
필요에 따라서는 Scroll Super나 Silk Screen Super를 사용할 수 있다. 화면 전체를 가리는 강한 자막을 원할 경우 자칫 자막이 화면과 겹쳐 명시성이 떨어지는 수가 있다. 이런 경우에는 silk screen super를 사용해 화면의 강한 색조나 변화를 약화시킴으로써 자막의 명시성을 높일 수 있다. 또 내용에 따라서는 scroll super를 사용해 많은 양의 자막을 소화할 수 있다. 추모 행사를 리포트할 경우 추모시를 이런 방식으로 보여줄 수 있다.

번역 자막의 경우
글자와 글자를 모두 옮기는, 정확하고 충실한 번역이 능사는 아니다. 내용 전달에 지장이 없다면 ‘과감히 가지치기하는 용기’가 필요하다. 정확하되 간결해야 하고, 모양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이런 과정에서 번역이 재창조작업이라는 말에 공감을 느끼게 될 것이다.

*주의: 번역 본문이 석 줄을 넘게 되면 자칫 인터뷰이의 얼굴을 가리게 되니 조심할 것.
그밖에도 번역 자막의 경우에는 주의해야 할 점이 많다. 원문과 번역 자막의 길이를 어지간히 일치시켜야 일반 시청자들의 뉴스에 대한 신뢰도를 높일 수 있다. 만일 자막은 몇 글자 안되는데 외국인 인터뷰이는 계속 떠들어대는 장면이 화면에 나온다면 시청자로서는,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궁금증을 가지게 된다. 또 자막은 길고 인터뷰는 짧다면 인터뷰 내용에 포함되지 않은 것이 자막에 추가됐다는 오해를 살 수 있다. 이런 일이 그 리포트에 반복되면 왜곡이나 조작이라는 의구심이 들게 된다.
예) 조지 웨버(국제 적십자사 사무총장)

7월부터 가을까지가 고비입니다. 기금이

바닥나 당장 70만 달러가 필요합니다. (×)

(일단 윗 줄의 글자수가 17자로 너무 많다. 이를 줄이면 현재 17자, 15자인 아래 윗줄의 글자수 균형도 개선될 것이다. 꼭 국제 적십자‘사’라고 해야 하는 것인지는 의문이 있다. ‘기금이/바닥나’도 의미상 연결되므로 같은 줄에 두는 것이 옳다).
조지 웨버(국제 적십자 사무총장)
7월부터 가을까지가 고비입니다.

당장 70만 달러가 필요합니다.     (○)
인터뷰 자막
인터뷰이의 이름과 신분, 직함을 정확하고 간결하게 설명한다. 신문과는 달리 내레이션에서 신분이나 직함을 언급하는 일은 거의 없기 때문에 매우 중요하다. 뉴스에 대한 시청자의 신뢰와도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 원고를 넘기기 직전에라도 다시 한번 이름과 신분, 직함을 재확인하는 일은 중요하다. 예컨대 강경식 전 부총리와 임창열 전 부총리가 한창 언론에 오르내리던 98년 봄, 방송에서 강 부총리, 임 부총리라고 하더라도 큰 문제는 없었을는지 모른다. 그러나 자막에서는 반드시 ‘전(前)’을 명기해 오해를 피해야 하는 것이다.

예1) 강경식

전 경제부총리
최근 KBS 9시 편집부에서는 직함을 조금 다르게 사용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나는 그 방식에 반대한다. 비교해 보기 바란다.
예2) 홍길동 처장

한국대 교무처 (KBS 편집부 방식)
홍길동 교수

한국대 교무처장 (필자 주장)
예3) 이강두 실장

한나라당 총재비서실(KBS 편집부 방식)
이강두 의원

한나라당 총재비서실장(필자 주장)
현장음 인터뷰의 자막
현장음으로 채음한 인터뷰를 사용하다 보면 전달력이 다소 떨어지는 경우가 있다. 이런 경우 내용을 설명할 필요가 있다. 대개 질문은 노란색, 답은 흰색으로 구별해서 처리한다.

예) 여기서 불법 영업해도 됩니까? (기자 질문:노란색)

안되지요. 그렇지만 먹고 살려면… (답변:흰색)
시청자가 읽기에 충분한 시간을 주라
화면을 설명하는 자막의 경우는 다르겠지만, 때로 번역 자막이나 내용 설명 자막의 경우 글자수는 생소한 이름에다가 직함 또는 제목, 그리고 두 줄의 내용등 모두 40자 가까운 글자를 한 화면에 몰아 넣고는 기껏 7, 8초도 안되는 시간을 on air하는 경우가 있다. 당연히 시청자들은 자막을 모두 읽고 의미를 충분히 인식하지 못한 채 넘어가게 된다. 차라리 내용을 조금 줄여서라도 전부 전달될 수 있도록 하라. 여기서도 70?70의 규칙이 적용된다.

 

 

 

2. 현장음(Natural Sound: NS, Effect)
때로 4, 5초의 현장음이 열 배나 긴 내레이션보다 훨씬 강한 인상을 줄 경우가 있다. 또 정제된 인터뷰보다 현장의 구호가 특정 단체나 기관의 주장을 더욱 강하게 대변하기도 한다.
5, 6공 시절 재야 단체의 인터뷰는 허용하면서도 시위 현장의 구호나 현장음은 금기시했던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리포트의 첫 머리를 현장음으로 시작하라
어차피 뉴스 리포트는 이미지 전달의 기능이 훨씬 큰 만큼, 도입부에 현장음을 채택함으로써 강력한 이미지를 줄 수 있다. 살아 있는 뉴스가 된다. 정보를 직접 전달하는 기능도 물론 중요하겠지만, 시청자 스스로 그 사안에 관한 정보를 적극적으로 챙기도록 시청자에게 정보의 가치를 인식시키는 것도 방송의 중요한 기능이다.

장면 전환, 호흡 조절, 리듬 조절을 위해
사건, 사고 묶음이나 정치, 경제 단신을 묶어 리포트로 처리할 때가 여기 해당한다. 방송은 특히 리듬이 중요하다. 신문은 (적어도 이론적으로는) 보다가 지겨우면 던져 두었다가 다음에 집어들 수 있지만 방송은 일단 시청자와 뉴스 리포트 사이에 존재하는 리듬이 깨지는 순간 채널이 돌아가게 마련이다. 시청자와 호흡을 일치시키기 위해서도 현장음은 중요하다.

시간을 절약하기 위해
내레이션 시간을 절약하기 위해 현장음을 이용하라. (정기국회 때면 벌어지는 날치기나 시위 현장, 운동경기 장면 등은 장황하게 설명하는 것보다는 현장음을 5, 6초 내보내면 상황을 훨씬 더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다).

생생하고 자연스런 인터뷰
아무리 노래방 마이크를 잘 다루는 사람일지라도 방송사의 로고 마크가 붙은 마이크를 들이대면 굳어버리는 것이 보통이다. 이런 경향은 무대에 오래 섰다 해서 예외는 아니며 공직 생활 기간과도 별로 관계가 없다. 이럴 때 effect mike를 사용하면 자연스러운 인터뷰가 될 수 있다. 다만 음질이 떨어지는 불이익은 감수해야 한다.

부자연한 연결 또는 음의 단절
행사나 공연 예술 리포트 등에서 음악의 흐름이 툭툭 끊기는 경우, 시위 현장 리포트에서 구호와 최루탄 소리 등 이질적인 소음이 예고없이 연결되는 경우를 자주 본다. 어린이날 행사 장면에서 웃음 소리나 박수 소리가 갑자기 끊기고 사회 명사의 연설이 나오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현장음을 넣을 때 ‘몇 초’ 식으로 시간과 위치에만 신경을 쓰고, 현장음을 내레이션의 배경을 이루는 화면과 조화시키는 기법을 익히지 못한 탓이다. 음악이나 헬기 프로펠러 소리, 물소리, 바람소리, 어린이들의 웃음소리 등 다양한 현장음을 리포트의 흐름에 맞춰 제대로 살리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특별히 어려운 일도 아니다. 다만, ‘자연음’(Natural Sound)답게 ‘자연스럽게’ 다시 말해, 현장음을 채널 2로 시종일관 살려 두면서 레블만 조정하는 간단한 방법도 있음을 부기해 둔다. 무엇보다도 가장 확실한 방법은 꾸준히 리포트를 제작하면서 문자 그대로 ‘체득’하는 것이다.

 

 

 

3. 그래픽의 사용
그래픽 사용의 득실
상당수의 방송사 간부들은 그래픽의 사용 여부를 제작자의 성실성과 직결시키는 경향이 있다. 나는 동의하지 않는다. 뉴스 프로듀서가 취재 기자의 취재와 보도를 지원하는 체제가 확립돼 있어서 취재 기자의 제작 부담이 없는 구미 방송에서도,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그래픽을 사용하지 않는다. 복잡한 수치나 장소를 알리는 경우, 또는 복잡한 메커니즘을 설명할 경우 등으로 그래픽은 제한돼 있다. 그러나 취재 기자가 취재와 보도, 제작의 세 가지를 모두 해내야 하는 우리 실정에서는, 기자에게 취재와 보도에 전념하지 못하고 프로듀서로 전락하 도록 할 위험이 있는 요구라고 본다. 특히 그래픽을 강조하다 보면 현장을 도외시한 만화 리포트가 될 위험성도 없지 않다.

어떨 때 그래픽을 사용하나?
·복잡한 수치나 관계, 지형상의 위치 등을 들 수 있다.
·때로는 현장 화면이 없을 경우 그래픽으로 대용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극히 제한적으로 써야 한다.
·정황이나 원인을 분석하기 위해 그래픽을 사용할 수 있다. 97년 8월 괌 KAL 추락 사고 당시 고도 경보장치의 작동 원리를 설명하는 보도가 대표적인 예가 된다.
·관심을 유도하기 위해 표시할 수 있다. 자료 화면에서 중요한 인물을 잡아 내 보도할 때 동그라미 안에 인물을 잡는 방식이다.
·사소한 차이를 부각시켜 드러낼 때. 이 경우에는 ADO나 Squeezoom도 유용한 방식이 된다.
·어려운 용어를 설명할 때도 도움이 된다.

제작 순서
·우선 밑그림을 생각한다. 그래픽을 상징할 만한 화면을 찾아 둔다.
·그래픽이 문자의 나열에 그치지 않도록 장면을 연구한다.
·그래픽 화면 원고를 작성해 그래픽실에 넘긴다.
이때 그래픽 밑그림을 위한 화면이 있으면 함께 넘긴다.
이 과정에서는 그래픽 요원과의 대화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정적인 그래픽 화면이 되지 않도록 animation을 도입한다.
·배색은 미술부의 기본 포맷에 따르되 독자적인 연구가 있으면 주문한다.
·그래픽 화면을 리포트에 편집해 넣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다.
그래픽 화면을 다른 테입에 받아서 편집 테입으로 옮기는 방법과 편집 테입에 바로 받는 방법이다. 걸리는 시간과 화면의 질, 그래픽의 움직임과 기자 리포트 내용의 일치 등 여러 요소를 비교할 때 일장 일단이 있어서 편의에 따르도록 한다.

 

 

 

4. 훌륭한 리포트 원고를 작성하려면
① 리포트 역시 글이다. 다만 방송 뉴스를 위해 화면과의 일치성이 강조되는 글일 뿐이다. 또 특정 분야에 대한 사전 지식이나 특별한 관심을 갖지 않은 일반 대중을 상대로 짧은 시간안에 어려운 내용을 효과적으로 전달해야 한다는 특징이 있다.
글을 잘 쓰기 위해서는 多讀, 多作, 多商量의 3多가 필요하다고 한다. 평소 폭넓고 깊이있는 독서를 통해 사물의 본질을 꿰뚫어 보는 혜안을 기르고 논리적 사고 능력을 배양해야 한다.
*금기: 입을 발달시킬 뿐 머리를 기르지 못하는 읽을 것은 피하도록 한다. 잡문을 많이 읽게 되면 글쓰는 능력이 떨어지게 된다.

② 나름대로 세계관과 인간관을 형성한 사람과 자주 대화하라. 물론 대화는 방법적 대화여야 한다.
*주의: 기능인과의 대화도 취재 필요상 무시할 수는 없겠지만, 스스로를 기능인으로 전락시 킬 위험이 있는 만큼 신중을 기한다.

③ 평소 큰 사건이나 사고를 충분히 꾸준하게 연구해 둔다. 과거에 남들이 사건이나 사고를 어떻게 접근했는지를 참고하는 것은 결코 표절이 아니다. 모방이 창조의 첫 단계인 만큼 남의 리포트를 보고 배우는 것을 부끄럽게 생각할 필요가 없다. 溫故而知新이요, 欲知未來 先察已然 , 과거의 전형적인 사례를 몇 건만이라도 완전히 소화해 머리속에 입력해 두면 현장에 뛰어들 때 훨씬 더 자신있을 것이며 생각 밖에 생방송을 담당하게 되더라도 겁나지 않을 것이다. 이는 상황이 닥친 후에 스크랩북이나 인터넷을 뒤져 찾아낸 생경한 자료더미와는 차원이 다른 문제다.

④ 되도록 많은 사람을 만나고 가능한 한 많은 사실을 확인하라. 자신의 발로 뛰어 자신의 눈과 귀로 확인하라.
*금기: 풀기사, 전문(傳聞)에 의존하지 말고, 스스로 확인하라. 經目之事 恐未皆眞 背後之言 豈足深信(눈으로 본 일도 모두 진실인지 의심해야 하는 터에, 등 뒤의 말을 어찌 깊이 믿을 것인가).

⑤ 타인의 리포트를 문자 그대로 ‘모니터’하라. 자신과 음색이나 accent가 가장 가깝다고 생각되는 reporter를 골라 집중적으로 보고 들으라. 신문 기사, 다른 방송사의 리포트와 비교해 보라.
*주의: 방송 잘한다는 평판이 난 사람을 모델로 삼는 일은 극히 위험하다. 그 평판은 대부분의 경우, 방송 메커니즘에 대해 그릇된 인식을 가진 인사가 주도한 것이기 때문이다. 상 많이 받는 놈 쳐놓고 제대로 일하는 놈 못 봤다는 한 선배의 말이 재삼 귀에 쟁쟁하다.

제3장첨삭지도의 실제

1. 초보자와 중견 기자의 비교

A: 시에라 리온 사태(1997년 6월 7일)

앵커 멘트

프랑스 해군1)은 시에라 리언의 수도 프리 타운에 거주하는 외국인 구조 작업을 미 해군과
함께1) 성공적으로 끝냈다고 말했습니다.
3백 명이 넘는 피난민들은 안도감과 함께 영국 스탠스테드 공항1)에 도착했습니다.

리포트 원고

사태가 점점 악화되는 가운데 시에라 리온1)에서는 지난 3일 수요일2) 약 3백 명의3) 외국
인 구출 작업이 시작됐습니다. 이들은4) 쿠데타 발생시5) 신변 보호를 위해6) 프리타운1)의
한 호텔로 피난해6) 15시간 동안 반란군의 폭격7)을 피해6) 지하실에 숨어 있었습니다. 27년
동안 시에라 리온에 살았다는 영국 기술자 데이비드 라이트1)는 피난의 경위를8) 이렇게4)
말합니다.9)

-인터뷰-

그들은 미개한 밀림에서 나와 민간인의 손과 목을 자르고 심장을 도려냈습니다.10) 그후 나
는11) 빠져 나와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혁명 연합인들12)은 중재인을 보내 협상을 하길 원했습니다. 나이지리아1)와 아이보리 코스
트1)는 민선 정부 대통령 아마드 테잔 케바1)를 복귀시키지 않는 이상 협상에 응하지 않겠
다고 말했습니다.9)
방어 동맹을 맺은 서아프리카 ECOMOG13)의 군인들을 더욱 강화시킨 나이지리아는 프리타
운 근교에서 격전을 벌였습니다.
큰 인명 피해는 없었고 10명의 피해자가 발생했습니다.14)
금요일 프리타운은 지난 5월 25일 쿠데타 이래로 침착한 분위기15)였습니다.
이곳 거주민들16)도 이같은4) 사태를 재빨리 수습하기를 희망한다고17) 말했습니다.8)

<첨삭례>

1) 프랑스, 미 해군, 영국 스탠스테드 공항, 시에라 리온, 나이지리아, 아이보리 코스트, 프리
타운, 디이비드 라이트, 아마드 테잔 케바 등 생소한 국명과 지명, 인명이 남발되고 있다.
정리할 필요가 있다. 예컨대 ‘프랑스와 미국 해군이 협력해 유럽으로 피난민을 탈출시켰
다’고 써도 충분한 것 아닌지? 꼭 영국 스탠스테드 공항을 밝혀야 하는지 생각해 볼 일이
다.

2) ‘지난 3일’이면 충분하다. 요일을 명시하는 것은 서양 언론의 관행이다.

3) ‘외국인 3백명’ 형태를 취하도록 한다. ‘약 3백명’이란 어법은 피한다. 꼭 3백명이
아닐지라도, 3백명이면 충분하다. 3백 1명인지 2명인지 어떻게 아느냐고 이의를 제기하는 언
론사 선배들이 많으나 그분들도 평소 대화에서는 술값이 10만원 들었다고 하지 10만여 원이
라고는 쓰지 않는다!

4) 지시대명사를 쓰게 되면 시청자 입장에서 혼란이 생길 수 있다. 글로 된 문장이 아니기
때문에 지시 대명사가 무엇을 지칭하는지 되짚어 확인할 수 없는 경우에는 피하는 것이 옳
다. 다만 데이비드 라이트의 인터뷰처럼 지시대명사가 지칭하는 바가 이어져 나올 경우에는
사용할 수도 있다.

5) 매우 문어적인 표현이지만 문어로서도 별로 바람직하지는 않다는 평가를 받을 것이다.
‘쿠데타가 났을 때’라거나 단지 ‘당시’ 정도로 처리하면 될 것이다.
‘피해자가 발생’, ‘사건이 발생’, ‘사고가 발생’ 등의 타성적인 표현은 피한다.

6) ‘신변 보호를 위해’ 호텔로 ‘피난해’, 폭격을 ‘피해’ 등 비슷한 의미의 단어가 동
일한 어미 ‘~해’로 반복되고 있다. ‘외국인 난민들은 포격을 피해 호텔 지하실에 15시간
갇혀 지냈다’ 정도로 자른다.
7) 폭격과 포격의 차이를 파악해야 한다. 영어로는 bombing 또는 bombardment로 같은 표
현을 쓰되, 굳이 공습, 폭격을 강조할 경우에는 air strike, air raid식으로 air를 분명히 한다.
우리는 비행기에서 포탄을 ‘내려 붓는 경우’를 ‘폭격’으로 지칭하고 지상에서 또는 함
상에서 포탄을 쏘는 경우는 ‘포격’이라고 구별한다. 여기서는 ‘포격’이 옳다.

8) 경위가 아니라 ‘동기’다. 그러나 이런 구차한 설명없이 ‘27년간 시에라 리온에 살던
영국인 기술자도 미련을 버렸습니다’ 정도로 하고 바로 인터뷰로 넘어가도 충분하다.
또 국적과 직업을 반드시 내레이션에서 밝혀야 하는지부터 근본적인 고민이 필요하다. 어차
피 인터뷰가 나간다면 자막으로 처리할 수도 있다.
인터뷰 자막도 문제다. 총 글자수가 50자나 되는데, 인터뷰이의 말은 겨우 13초에 불과했다.
한 줄에 17자를 넣더라도 3줄이 되고 이름과 직업, 국적까지 포함하면 전체 글자수는 천문
학적으로 늘어날 것이다.

9) ‘말합니다’, ‘말했습니다’가 3번이나 반복되고 있다. 첫 번째의 경우는 7)의 예문처
럼 아예 바꿔 버리고, 두 번째 것은 주어의 성격상 ‘밝혔습니다’ 또는 ‘강경한 입장을
보였습니다’ 정도로 보다 공식화된 용어를 쓰도록 한다. 세 번째 것은 역시 아예 없애는
방법을 택한다. ‘주민들은…바라고 있습니다’ 정도면 될 것이다.
특히 정치권을 취재하다 보면 ‘말하다’ 동사를 대체할 다양한 표현을 익히지 않고서는 곤
란한 경우가 많을 것이다. ‘밝히다, 주장하다, 촉구하다, …뜻을 전달하다, 요구하다, 내세우
다, 말하다, 설명하다, 해명하다, 희망하다, 기대하다, 설득하다, 방침을 정하다, 입장을 정리
하다 등등’을 적절하게 구사하되 때로는 이런 표현 자체를 피해 가는 것도 생각해 보아야
한다.
중요한 것은, 이런 표현들이 의미상 완전한 등가성을 가지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예컨대
‘촉구’라는 어휘는 당위성을 내포하는 것이나 ‘요구’는 그렇지 않다. ‘밝히다’는 사
실 내지 진실성을 담보한다는 느낌을 주나 ‘말하다’ 또는 ‘주장하다’는 그렇지 않다.
따라서 검찰의 수사 결과 발표에 대해 때로는─예컨대 의정부 법조인 비리 사건 수사 결과
발표─‘밝혔다’고 해서는 안되며 ‘주장했다’ 또는 ‘말했다’고 써야 할 경우가 없지
않다. 또 상대방이 있는 사안을 다룰 경우가 많은 정치권의 주장은 ‘촉구’라는 용어는 가
급적이면 피해야 할 용어일 것이다.

10) 지나치게 잔인한 표현이다. 글로 보더라도 섬뜩한 표현을 소리로 듣게 만들어서는 낙제
다. ‘흉기를 마구 휘두르며 살상을 저질렀다’ 정도로도 충분할 것이다.

11) ‘나는’은 불필요하다.

12) 어떤 단체인지 약간의 설명을 가하도록 한다. 방송은 소리로 흘러가는 것이기 때문에
반드시 이해될 수 있어야 하며, 이해하기 어려운 표현이 있다면 설명을 덧붙여야 한다.
‘반란군인 혁명연합은’ 정도로만 하더라도 훨씬 나아질 것이다.

13) 12)와 마찬가지로 ‘서아프리카 ECOMOG’란 기구를 약간은 설명할 필요가 있다. 문
맥상 시에라 리온의 주변 국가들인 나이지리아와 코트 디부아르(아이보리 코스트의 공식 명
칭) 등이 구성한 국제기구라고 생각된다.

14) 모순된 문장은 아닐지 몰라도 부자연스러운 것만은 분명하다. ‘큰 인명피해는 없었
고’라는 표현을 삭제하고 ‘10명이 다쳤다’로 자르는 것이 자연스럽다.

15) ‘침착하다’는 사람의 심리나 행동을 묘사하는 것이며, 도시는 ‘평온하다’고 표현한
다.

16) 지시대명사를 없애고, ‘주민들도' 로 한다.

17) ‘사태가 하루빨리 해결되기를 손꼽아 기다립니다’ 정도로 정리한다. 주민들의 인터뷰
도 이어지지 않는 상황에서 ‘말했습니다’라고 하는 것은 무리하다.

<강평>

이 리포트는 국제부에서 실습하던 외국 대학 유학생의 습작품이다. 장기간의 유학생활 때문
에 우리말 감각이 다소 떨어질 수 있다는 점은 양해하더라도, 전달해야 할 주요한 사실들이
무엇인지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작성된 점이 있음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이 리포트에서 다루는 사안은 ① 외국인의 곤경과 피난, ② 쿠데타군의 동정 그리고 ③ 주
변국의 동향 등이다. 외국인들의 곤경과 피난 과정 가운데 영국 도착은 본문에서 뒷받침되
지 않았다. 그런가 하면 쿠데타군과 주변국의 동향은 앵커 멘트에 전혀 언급되지 않았다. 앵
커 멘트와 본문간의 연결력이 부족한 셈이다.
이런 리포트의 경우 전망이 매우 중요하다. 왜 외국 문제를 다루는가를 생각해 보자. 그 나
라에 대한 투자나 여행을 추진하는 사람들에게 또는 친지가 현지에 있는 시청자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것 아닌가? 현장의 위험이 감소했는지 아니면 더 위험해졌는지 등등. 보도되는 정
보 자체는 비록 과거의 것이더라도, 미래를 전망하는 자료가 되기 때문에 가치가 있다
는 대전제를 잊어서는 안된다.
또 시에라 리온이란 나라의 위치는 익숙한지, 또 주변국가들은 어떤지에 대한 배려가 부족
하다. 시청자들의 입장에서 볼 때 외국이나 지방에서 발생한 사안은 위치가 얼른 떠오르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서비스 차원에서 지도 수퍼를 반드시 그리도록 한다.
특히 이 리포트에는 우리에게 생소한 지명과 인명이 자주 등장한다. 시에라 리온, 나이지리
아, 아이보리 코스트(우리 외교통상부는 ‘코트 디부아르’를 공식 국명으로 사용한다. 대외
적으로 KBS는 한국정부의 공식 입장을 대변하기 때문에, 외국의 국가명칭이나 단체명을 사
용할 경우 신중하고 정확하게 해야 한다), 프리 타운, 영국 스탠스테드 등 생소한 국명, 지
명 5개가 자칫 시청자들의 혼란을 가중시킬 우려가 있다. 민선 대통령의 이름도 꼭 밝힐 필
요는 없을 것으로 본다. ‘주변국가’, ‘민선 대통령’ 등으로 간략하게 정리하는 편이 나
을 것이다.

<수정원고>

앵커 멘트

쿠데타군의 수도 장악과 주변 국가의 무력 개입으로 혼란이 가중된 시에라 리온에서 외국인
구출 작업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쿠데타로 축출된 민선 대통령의 복귀를 놓고 주변 국가와의 협상이 교착에 빠져 사
태는 장기화할 전망입니다.

리포트 원고

나이지리아는 어제도 시에라 리온의 수도 프리타운 앞바다에서 함포 사격을 가하며 위력을
과시했습니다.
또 프리타운 시내에 주둔한 나이지리아군은 외국인들이 머물고 있는 호텔을 보호하기 위해
쿠데타군과 격전을 벌였으나 사망자는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주변국가들의 무력 개입으로 사태가 악화 일로를 걷는 가운데에도 외국인 3백명이 어제 또
구출됐습니다.
이로써 시에라 리온을 탈출한 외국인은 천 2백명이 됐습니다. 외국인들은 당시 쿠데타군의
포격을 피해 호텔 지하실에 15시간이나 숨어 지내야 했습니다.

- 압둘 코로마 -
지하실에는 에어컨도 없었고 (13자)
머리 위엔 포탄이 쏟아졌습니다.(13자)

혼란이 장기화하자 27년 동안 살던 외국인 기술자도 미련을 버렸습니다.

- 데이비드 라이트(영국인) -
잔인한 살상극이 자행됐습니다.(13자)
그래서 탈출을 결심했습니다.(12자)

외국인들이 프랑스 정부가 제공한 여객기편으로 영국으로 떠난 후 쿠데타 세력은 쿠데타가
기정사실화될 것을 기대하며 주변국가와 서방세계에 협상을 요구했습니다.
주변국가들은 그러나 민선 대통령을 복귀시키지 않는 한 협상에 응하지 않겠다고 쿠데타 세
력을 압박했습니다.
쿠데타 발생 2주일 만인 어제 다소 평온을 되찾은 프리타운 주민들은, 사태가 하루빨리 수
습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B: 유럽의 홍수와 미국의 폭염

리포트 본문

S-1 3주전부터 계속된 폭우로 사상 최고 수위를 경신하던 오데르강에1) 지난 주말 또다
시 많은 비가 내려 3차 범람이 우려되고 있습니다.
S-2 독일 정부는 오데르강 북쪽에 위치한 프랑크푸르트 일부 지역의 수위가 제방둑2)
3센티미터 밑까지 올라가자 인근 주민 만 5천 명3)에게 대피령을 내리는 한편,
군부대를 동원해 제방둑 복구 작업에 나섰습니다.4)

S-3 수천 동의 가옥3)이 여전히 물에 잠겨 있는 가운데 지난주 범람했던 물들이 다시
강쪽으로 역류해5) 수위가 급격히 높아지면서 더욱 많은 가옥들이 계속 물속에
잠기고 있습니다.6)

S-4 오데르강 동쪽편의7) 폴란드 지역 역시 그 피해가 늘고 있습니다.8)
폴란드 당국은 오데르강 하류에 위치한 스루비체 지역의 수위가 6미터 50센티를
기록하면서 주택가보다 수위가 5미터나 높아져 긴급 대피에 나선 주민들은 가재
도구를 하나라도 더 챙기려고 더운 땀을 흘렸습니다.

S-5 한편9), 미국 중부지역은10) 지난 주말 섭씨 35도에 달하는11) 이상고온 현상으로
최소한 4명이 사망했습니다. 신시내티 대학 병원을 비롯한 중부 지역의 주요 병원
응급실은12) 더위를 먹은 환자들로 인산 인해13)를 이뤘습니다.
주민들은 수시로14) 머리에 물을 축이거나 분수대에 들어가는 등 더위 탈출을 위
해 필사의 노력을 다했습니다.15)
KBS NEWS OOO입니다.

자막 원고

S-1 ‘오데르강’
지난주말 폭우로 3차 범람 우려
S-2 ‘프랑크푸르트 일부 지역’16)
*주민 만 5천 명 대피령
*군부대 동원해 복구 작업
S-3 지난주 범람했던 물 역류 현상17)
S-4 주택가보다 수위 5미터 높아져
주민 긴급 대피에 나서18)
S-5 美 중부 지역, 이상 고온으로 4명 사망19)
S-6 편집: OOO

<강평>

‘지구촌 곳곳이 이상 기후로 엄청난 피해를 입고 있다’는 것은 분명히 하나의 메시지가
될 수 있다. 앞에서 보았던 주말 사건, 사고 종합과 마찬가지 맥락에서 이런 옴니버스형 리
포트를 다룰 기회가 많을 것이다. 이 리포트는 입사 1년을 갓 넘긴 방송기자의 것이다.

<첨삭례>

1) ‘…오데르강에… 비가’ 내린 것이 아니라 ‘강 유역에’ 비가 내린 것이다.

2) 제방과 둑은 다른 뜻인지? ‘역전 앞’ 형식의 표현을 피할 수 있다면 피해야 한다.

3) ‘주민 만 5천명’과 ‘수천 동의 가옥’은 표현 형식이 다르다. 앞에서 말했듯이 ‘주
민 만 5천명’쪽이 발음도 편하고 글자수도 적은 만큼, ‘가옥 수천 동’으로 양식을 통일
한다.

4) ‘군부대를 동원해 복구 작업에 나섰습니다’는 매우 상투적인 표현이다. 모방이 학습의
첫 단계라지만 배워서 안될 것은 배우지 말아야 한다.
‘복구에 나섰다’, ‘수사에 나섰다’, ‘조사에 나섰다’ 등 상투적인 표현은 나름대로 다
른 표현 형식을 강구해 두도록 한다.
‘오데르 강 북쪽 프랑크푸르트 일부 지역에서는 제방 3센티미터 밑까지 물이 차올랐습니
다. 독일 정부는 주민 만 5천명에게 긴급 대피령을 내리고 군부대를 제방 복구에 투입했습
니다’로 고치도록 한다.

5) ‘역류’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 보자. 원래의 흐름과는 ‘반대’로 흘러가야 역류다. 그
렇다면 범람했던 물이 강쪽으로 흘러내리는 것은 물이 제자리를 찾아 가는 것이며, 따라서
역류가 될 수 없다. ‘그동안 범람했던 물이 한꺼번에 강쪽으로 몰리면서’ 정도가 알맞을
것이다. 물론 바닷물이 강쪽으로 되돌아가는 것은 ‘역류’임이 틀림없다.

6) ‘물속에’가 아니라 ‘물에’로 한다. 8)에서와는 달리 앞에서 수몰 가옥이 수천 동이라
고 적시돼 있기 때문에 늘고 있다는 표현을 써도 좋다. 정리한다면 ‘물에 잠기는 집이 계
속 늘어나고 있습니다’ 정도가 될 것이다.

7) ‘쪽’과 ‘편’은 중복으로 보인다. 두 접미어는 모두 경음 또는 격음으로 시작해 발음
도 썩 매끄럽지 않은 만큼 가능한 한 덜 쓰는 편이 낫다.

8) ‘폴란드 지역 역시 피해가 늘고 있습니다’고 썼으면 피해 상황을 구체화해야 한다. 물
론 홍수위가 주택지역보다 5미터나 높아졌다는 표현으로 피해 규모를 짐작할 수는 있으되
‘늘고 있다’는 ‘비교법’을 구사한 만큼 구체화해야 한다. 과거와 현재의 피해가 어떻게
변화했는지를 파악하지도 못한 채 막연히 ‘늘고 있다’고 쓴다면 무책임하다. 구체적인 피
해 규모를 입수할 수 없다면, 수위가 5미터 더 높아졌다고만 한다.

9) ‘한편’을 쓰는 습관에서 빨리 벗어나야 한다. ‘한편’을 써야 할 자리에 인터뷰나 현
장음을 삽입하거나 아니면 단순히 약간의 pause를 줌으로써 장면을 전환하는 방식을 연구
하라. 이 경우에는 구급차가 달려오고 의료진이 뜀박질하는 긴박한 병원 응급실이나 인파로
붐비는 분수 광장, 또는 수영장 등을 3, 4초 정도 짧게 구성함으로써 충분히 장면 전환 효과
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시간이 허용된다면 와이퍼 기법을 동원하는 방법도 생각할 수 있
다.

10) 바로 ‘미국에서는 35도를 넘는 무더위로 4명이 숨졌습니다’로 강한 인상을 줄 필요가
있다.

11) ‘섭씨 35도에 달하는’→‘35도를 넘는(에 이르는) 이상 고온으로’로 한다. 우리 방송
에서는 섭씨 온도를 사용하는 것이 원칙인 만큼 섭씨를 명기할 필요가 없다. ‘달하는’은
전형적인 문어체로 금기어에 해당한다.

12) ‘중부 지역의 주요 병원 응급실은’은 ‘중부 지역의 병원 응급실마다’ 정도로 바꾼
다.

13) 4명의 사망자와 다음 줄의 환자 ‘인산인해’는 이미지가 일치하지 않는다. 물론 사망
자와 환자의 규모는 다를 수 있지만, 가능하다면 이미지가 연결되도록 비유하도록 한다.
‘줄을 이었다’ 정도로 묘사한다.

14) ‘주민들은 수시로’→당연히 수시로 닦을 것이다. 삭제해도 무방하다. 뒤에 나오는
‘필사적인 노력’과 연결시키기 위해서라면 ‘물수건으로 머리를 축이느라 손쉴 새가 없었
습니다’ 정도로 해야 한다.

15) ‘필사의 노력을’: 사망자가 나오는 상황이라 하더라도 과장된 표현이다.

16) 독일에는 프랑크푸르트가 마인 강변(am Main)과 오데르 강변(am Oder)에 둘 있다.
우리가 잘 아는 세계적인 금융도시 프랑크푸르트, 차범근 감독이 활약하던 프랑크푸르트는
라인강의 지류인 마인 강변에 있으며, 여기 프랑크푸르트는 오데르 강변의 것이므로 분명히
해주어야 한다.

<자막검토>

① 두 가지 중요한 점을 놓치고 있다. 세계 도처에서 일어난 일을 알리는 만큼 위치를 알리
는 친절함이 절대적으로 필요한데 지도 수퍼를 전혀 사용하지 않았다.

② 제목으로 사용된 지명이 ‘프랑크푸르트'뿐이었기 때문에 모든 상황이 프랑크푸르트에서
발생한 것으로 오해할 수 있다.

③ 1번 자막: 오데르강이 독일과 폴란드의 국경을 이룬다는 사실을 알 만한 시청자는 별로
없을 것이다. 지도 수퍼가 필요하다.

④ 2번 자막: ‘독일’로 제목을 달아야 ‘프랑크푸르트’를 둘러싼 오해를 피할 수 있다.

⑤ 3, 4번 자막: 한데 묶어 폴란드로 제목을 달고 간단히 상황을 설명한다.

⑥ 5번 자막: ‘미국’으로 제목을 달거나 간략한 미국 지도 수퍼를 사용한다.

<수정원고>

(EFFECT: 오데르강의 범람+물소리 등 4")
3주간의 폭우로 사상 최고 수위를 경신했던 오데르강, 지난 주말 다시 많은 비가 내려 3차
범람이 우려됩니다.
강물이 3센티미터 차이로 제방을 위협하자 독일 정부는 주민 만 5천 명에게 대피령을 내렸
습니다. 소방대는 물론 군부대까지 제방 복구에 동원됩니다.
가옥 수천 동이 여전히 물에 잠겨 있는 가운데 지난 주 범람했던 물이 한꺼번에 하류로 몰
리며 수위가 급격히 상승하고 있어 침수지역이 확대되고 있습니다.

(EFFECT: 폴란드 지역 대피 상황 3")
오데르강 동쪽도 피해가 큽니다. 폴란드 주민들은 하류 지역의 수위가 주택가보다 5미터나
높은 7미터에 가까워지자 모두 가재도구를 싸들고 피난길에 올랐습니다.

(EFFECT: 더위 SK+병원 응급실 등 4")
대서양 건너 미국은 35도 이상의 무더위가 기습해 최소한 4명이 숨졌습니다. 미국 중부지역
의 병원 응급실은 더위 환자로 가득했고, 분수 광장은 더위를 피하려는 시민들로 붐볐습니
다.

(EFFECT: 더위 SK+분수대 등 3")
KBS NEWS OOO입니다.

C: 최각규 강원지사 자민련 탈당(1996년 11월 18일 9시 톱 리포트)

앵커 멘트

오늘 첫 소식입니다.
자민련 소속의 최각규 강원도지사가 오늘 자민련을 전격 탈당했습니다.1) 그리고 강원도 출
신 유종수, 황학수 두 의원과 김기열 원주시장도 동반 탈당2)함으로써 자민련의 강원도 거
점이 사실상 붕괴됐습니다.3) 특히 최각규 지사는 잘 알려진 것처럼 김종필 총재의 분신이
자 오른팔4)이었습니다. 먼저 이 소식을 OOO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리포트 본문

자민련에 청천벽력과 같은 메가톤급 태풍이 불어 닥쳤습니다.5) 자민련이 확실한 교두보라
고 믿고 있던 강원도6) 지역이 오늘 송두리째 무너졌기7) 때문입니다. 김종필 총재의 30년
정치 동지, 강원 지역 자민련 수장8)으로 자타가 인정해온 최각규 강원 지사가 춘천을의 유
종수 강릉갑의 황학수 두 의원과 함께 동반9) 탈당한 것입니다.

-최각규 강원지사-
지사로서의 막중한 책임을 완수하기 위해 당적을 떠나서 초연한 입장에서…

-기자-
역시10) 자민련 소속의 김기열 원주 시장도10) 뒤를 이어 탈당했습니다. 이로써 강원 지역의
자민련 소속 자치단체장 국회의원은 한 사람도 남지 않게 됐습니다.11)

-유종수 의원(춘천 을)11)-
지역 발전에 좀더 힘을 발휘할 수 있는 입장으로 바꿔야 되지 않느냐는….

-황학수 의원(강릉 갑)-
지역이나 지역의 현안 문제들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당적이 상당한 걸림돌이 됐어요.

-기자-
야당 소속으로는 지역 발전을 꿰하는 데12) 한계가 있다는 것이 탈당의 변이지만, 접적 지
역의 안보 불안을 도외시한 국민회의와 자민련의 공조 체제 그리고 당내 역학 구도 변화에
대한 불만이 폭발했다는 분석입니다. 소속 의원의 후원회장에 참석했다가 뜻밖에 탈당 소식
을 접해 들은 김종필 총재는 물론 당 전체가 엄청난 충격에 망연자실하는13) 분위깁니다.
김총재는 당장 내일 긴급 간부 회의를 소집했지만 자민련의 충격은14) 49명의 소속 의원이
47명으로 줄어든 몇 배 이상으로 크고 탈당 여파가 계속될 것이라는 당혹감과 우려 또한 확
산되고 있습니다.

<첨삭례>

1) 2) 기자의 내레이션 대부분이 앵커 멘트와 중복된다.

3) 자민련의 강원도 거점은 ‘사실상’ 붕괴됐다. 공식화되지 않은 듯한 뉘앙스를 풍기는
것이다. 그러나 7)에서는 ‘송두리째 무너졌다’고 기정 사실화하고 있다. 어느 쪽 입장이
옳은가? 민감한 사안에는 사소해 보이는 차이도 중요하다.

4) 이 부분이 본문에서 충분히 설명되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30년 정치동지란 말로 더욱
압축된 표현으로 나타난다.

5) 논리가 후퇴한 대표적인 경우다. 첫 기사니만큼 리포트의 제목(방송가 용어로는 ‘Effect
Sub-title’이라 한다)으로 최각규 지사의 탈당이, 앵커가 앵커 멘트를 읽기 전부터 걸리게
된다. 거기에 앵커가 전격 탈당과 함께 동반 탈당자를 나열한 후 최각규란 인물의 비중까지
소개한 터에 다시 메가톤급 태풍 운운 하는 것은 비유하자면, 태풍이 지나가고 복구 공사가
한창 진행되는 마당에 태풍이 닥쳐왔다고 소리지르는 것이나 진배없다. 이 리드 멘트는 앵
커에게 돌리든가, 클로징 멘트에 포함시켜 소화하거나 아니면, 최각규 지사의 인터뷰로 바로
들어 가는 것도 생각해 봄직하다 .
왜 메가톤급 충격인지도 보다 구체적으로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 ‘김종필 총재의 30년 정
치 동지로…자타가 인정해온 최각규 강원 지사'라는 설명만으로는, 최각규 지사가 자민련에
서 가지는 의미가 충분히 전달되지 않는다. 더 이상 소개가 필요없을 거물이 아니라면, ‘30
년 동지 운운'도 구체적인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
신한국(부산, 대구, 인천, 경기, 경남북, 제주 7명) 국민회의(서울, 광주, 전남북 4명) 자민련
(대전, 강원, 충남북 4명) 3당의 광역 단체장 구도가 어지간히 균형을 맞추고 있었으나, 최각
규 지사의 탈당으로 자민련이 완전히 충청도 지역당으로 전락한 일도 평가해야 한다.

6) 강원도를 자민련의 교두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과연 몇 명이나 될까? 당시 강원도의 전
체 지역구 의원 13명 가운데 자민련 소속은 탈당 의원 2명뿐이었다. 전혀 검증되지도 않았
고 사실과도 다른 독선적인 주장일 뿐이다. ‘자민련이 강원도 지역의 교두보라 믿고 있던
지역이 무너졌다'고 표현한다면 옳을 것이다.

7) 위의 3)에서와는 달리 기정 사실화하고 있다.

8) 김종필 총재와 최각규 지사가 왜 30년 동지인지 개인적 인연이나 동지적 관계를 설명해
야 한다. 5) 참조

9) 중복된 표현이다.

10) ‘도' 가 있는 이상 ‘역시'는 불필요하다.

11) 기자의 연결 내레이션은 자치 단체장을 거론하는데, 의원 인터뷰가 두 명씩 이어지는
것은 부적절하다. 단체장이 나와야 마땅하다.
최각규 지사의 인터뷰나 의원 인터뷰는 내용에 거의 차이가 없다. 두 의원의 탈당이 국회
의석 2개 이상의 정치적 의미를 갖지 못한다면, 차라리 두 의원의 인터뷰는 최소한으로 줄
이고 최각규 지사의 인터뷰를 충실히 살리는 편이 낫다고 볼 수 있다.
12) 속기록에 ‘발전을 꿰하는 데…'로 나타난 것은 기자의 발음이 부정확했다는 뜻이 된다.
‘꾀하는 데'를 잘못 발음한 것이다.

13) ‘엄청난 충격'은 다음 문장과 중복된다. 생략하고 ‘망연자실'로 바로 들어간다.

14) ‘자민련이 받은 충격'이다. 기자는 자신이 받은 충격을 객관화시켜 시청자에게 냉정하
게 전달할 의무가 있다. 특히 텔레비전 뉴스는 독자적인 판단 능력을 갖지 못한 어린이들까
지 시청한다는 점에서 객관화시켜 전달할 의무는 더욱 강조된다.

<강평>

냉정하게 사태를 파악하고 객관화시켜 전달함으로써 시청자들에게 판단할 기회를 제공해야
할 기자 자신이 사태에 충격을 받아 중언부언한다는 느낌을 준다고 생각된다. 어떤 경우에
도 기자는 냉정함을 잃지 않고 상황을 객관화시켜 전달해야 한다. 정치권을 취재하다 보면
취재 기자 스스로 특정 정파의 인식을 그대로 공유하는 경우가 생긴다. 이 리포트에도 그런
정서가 짙게 배어 있고 그러다 보니 기자 스스로 당황하고 망연자실해 하는 정황이 선연하
게 비쳐 온다. ‘메가톤급 태풍'이니, ‘청천벽력' 같은 표현도 그런 예가 될 것이고, 강원도
를 자민련의 교두보로 인식하는 점 역시 마찬가지다.

<수정원고>

앵커 멘트

첫 소식입니다. 최각규 강원지사가 자민련을 전격 탈당했습니다. 강원도 출신인 유종수, 황
학수 두 의원과 김기열 원주시장도 동반 탈당함으로써 자민련의 강원도 거점이 송두리째 무
너졌습니다. 특히 최각규 지사는 잘 알려진 것처럼 김종필 자민련 총재의 분신이자 오른팔
이기 때문에 자민련의 충격은 큽니다.

리포트 원고

(EFFECT: 웅성거리는 기자 회견 장면)

-최각규 강원지사-
지사로서의 막중한 소임을 완수하기 위해 당적을 떠나서 초연한 입장에서 일하기로 하고 자
민련을 탈당합니다.(인터뷰를 충분히 살린다)

유종수, 황학수 두 강원지역 의원도 동반 탈당했습니다.

-유종수 의원(강원도 춘천 을)-
지역 발전에 좀더 힘을 발휘할 수 있는 입장으로…

-황학수 의원(강원도 강릉 갑)-
지역 현안 문제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당적이 상당한 걸림돌이 됐어요.

야당 소속으로는 지역 발전을 꾀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탈당의 변입니다.
접적 지역의 안보 불안을 도외시한 국민회의와의 공조 체제 그리고 당내 역학 구도 변화에
대한 불만이 원인이라는 분석도 있습니다.
김기열 원주 시장도 뒤를 이음으로써 강원 지역에는 자민련 단체장이나 국회의원이 단 한
명도 남지 않았습니다.

(EFFECT: 웅성거리는 후원회장 또는 술렁대는 자민련 당사 SK)
소속 의원의 후원회장에 참석했다가 탈당 소식을 접한 김종필 총재는 물론 자민련 전체가
때아닌 청천벽력에 망연자실하는 분위깁니다. 강원도 지역 교두보들이 송두리째 무너진 아
픔도 뼈에 사무치지만, 구 공화당 이래 김종필 총재의 30년 정치 동지, 오른팔로 공인된 최
각규 강원 지사의 탈당이 더욱 가슴 저미는 대목입니다.
내일 긴급 간부회의는 소집돼 있지만 총재의 든든한 분신을 잃었다는 상실감과 소속 의원의
탈당이 이어질지 모른다는 위기감은 시시각각 고조되고 있습니다.

D: 뉴욕 택시 유명인 목소리 안내방송(1997년 7월 31일 아침)

앵커 멘트

뉴욕시 당국이 뉴욕 택시의1) 불친절을 개선하기 위해 택시에 오르는 승객들에게2) 인기인
들의 목소리를 빌어 안내 방송을 장치하도록3) 했습니다.2)
이 장치가 도입된 이후 세기적인4) 테너 도밍고 등이 목소리를 빌려 주겠다고 나서는 등 큰
인기를 끌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리포트 원고

뉴욕 택시에 오르자마자5) 행선지를 얘기하면 택시 기사는 미터기를 누릅니다.
이 미터기를 누르자마자5) 뉴욕 출신 유명인들의6) 안내 방송이 시작됩니다.

-잭키 메이슨(뉴욕 출신 코미디언)의 목소리-
제가 뭐 드릴 것은 없구요. 이것 하나 강조하고 싶어요. 자 어서 안전 띠 매세요!

인기인들의 목소리가 튀어나오자 승객들은 각양각색의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하마드(택시기사)-
인기인들이 그렇듯이 어떤 사람은 좋아하고 어떤 이는 왜 그사람 목소리를 넣냐고 하고…7)

누구 목소린데요?

-하마드-
누구더라…아 잭키 메이슨.

뉴욕 출신 인기인들의 목소리를 우선하지만 세기적인4) 테너 도밍고도 참여의사를 밝혔고,
도밍고가 나서자 그의8) 라이벌 파바로티도 하겠다고 맞서 택시 안내 방송을 둘러싼 테너들
의 대결이 불꽃을 튀길 전망입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인기인들의9) 안내방송 장치를 단 택시는 아직 많지 않습니다.

-그리하드(택시기사)-
경쟁이 붙어 설치비가 처음보다 내리는 중, 쌀 때까지10) 기다리는 중이기 때문에 아직….

뉴욕시는 다음달 1일까지 설치 안할 경우 우리돈 10만원의 벌금을 메길11) 작정입니다.

기자 스탠드업
도밍고를 비롯한 더 많은12) 인기인들의 목소리는 벌금 부과 시한인 다음달 1일을 넘겨야
더 많이12) 듣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뉴욕에서 KBS NEWS OOO입니다.

<첨삭례>

이 리포트는 비교적 훌륭한 리포터로 알려진 중견 특파원의 기획 리포트다. 사소한 일을 잡
아내 하나의 제품으로 만들어낸 기획 능력이 돋보이지만, 도처에 문제점이 눈에 띈다.

1) ‘뉴욕'은 생략한다.
2) 장치 의무자가 택시 승객인가? 의미로 보면 택시 운전사거나 아니면 택시 회사일텐데 문
장 구조로는 택시 승객이 ‘장치'의 주체라는 오해를 받게 돼 있다.

3) 추상적인 ‘방송'을 장치할 수는 없다. ‘방송 장비' 또는 ‘방송 설비'일 것이다.

4) ‘세기적인'이라는 표현보다는 ‘세계적인'이라는 표현이 우리 감각에 더 부합한다고 생
각된다.

5) ‘…자마자'라는 접속어미가 중복되었다. ‘택시에 오르자마자'란 표현도 매우 부자연스
럽다. ‘뉴욕 택시에 올라 행선지를 이야기합니다. 택시 기사가 미터기를 누르면 안내 방송
이 시작됩니다' 정도면 충분하다. 공연히 멋을 부리다가 나무에서 떨어지는 원숭이가 되지
말 것. ‘튀어나오자' 부분은 불필요한 문장이다.

6) 유명인과 인기인을 구별해야 한다. 분명히 전체적으로는 인기인이란 용어를 썼고 인기인
의 범주에 해당하는 말을 써야 하는데, 인기인보다 더 범위가 넓은 ‘유명인'(여기에는 정치
인, 종교인, 재계 인사, 과학자 등을 포함한다)이란 용어를 갑자기 도입함으로써 혼란을 자
초하고 있다.

7) 직접 화법을 구사한 이상 다음에는 승객 인터뷰가 이어져야 한다. 만일 택시 기사의 인
터뷰밖에 없다면 ‘승객들의 반응은 다양하다고 합니다' 식으로 간접 화법으로 연결해야 한
다.

8) 9) 없어도 의미 전달에는 전혀 지장이 없다. 생략한다.

10) ‘더 싸질 때까지’ 기다리고 있어요.

11) ‘매길'이 맞춤법에 맞다. 그러나 의미상 ‘물리는'을 쓰는 것이 낫다.

12) 중복된 표현.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한 문장에서 동일한 표현의 반복은 절대 금기.

<수정원고>

앵커 멘트

뉴욕시는 택시에 인기인의 목소리를 빈 안내 방송 장치를 달도록 의무화했습니다. 이 제도
는 시행된 지 얼마 안돼 세계적인 테너 도밍고까지 목소리를 빌려 주겠다고 나서는 등 큰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친절한 뉴욕 택시를 OOO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원고

택시에 올라 행선지를 말하고 기사가 미터기를 누르는 것은 어디나 마찬가집니다.
그러나 다음부터는 다릅니다. 뉴욕 출신의 유명 인사의 안내방송이 시작됩니다.

-잭키 메이슨(뉴욕 출신 코미디언)의 목소리-
드릴 것은 없구요. 이것 하나 강조하고 싶어요. 자 어서 안전 띠 매세요!

-택시 승객-
누구 목소리더라? 아 잭키 메이슨.

택시 기사들이 전하는 승객들의 반응은 각양각색입니다.

-하마드(택시 기사)-
좋아하는 사람도 있고 어떤 사람은 왜 하필 그 사람 목소리냐고 그러고….

뉴욕 출신 인기인이 우선이지만 세계적인 테너 플라시도 도밍고도 참여 의사를 밝혔습니다.
라이벌 파바로티도 하겠다고 맞서 택시 안내 방송을 둘러싼 테너들의 대결이 불꽃을 튀길
전망입니다.
그러나 아직은 안내방송 장치를 단 택시가 많지는 않습니다.

-그리하드(택시 기사)-
경쟁이 붙어 설치비가 처음보다 내리는 중, 더 내릴 때까지 기다리고 있다.

기자 스탠드업
다음달 1일까지 이 장치를 설치하지 않으면 10만원의 벌금을 물게 됩니다.

 

2. 필자의 리포트 원고의 예

A: 건설공사 현장 안전 관리 문제(1991년 7월 2일 9시)

앵커 멘트

최근 건설 경기가 과열되고 공기 압박1)이 심해지면서 6월2) 한 달 동안 경기도 남부 대형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만 6명이 숨지는 등 공사장 안전 사고가 부쩍 늘고 있습니다.
공사장 안전 관리3)에 헛점이 있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습니다.4)

리포트 원고

S-1 지난 달 18일 수원시 우만동 주공 임대아파트 건설 현장에서 삼성종합
삼성 현장 건설 소속 일용직 근로자5) 2명이 11층에서 추락해 숨졌습니다.
이들은 한 명이 엘리베이터 홀 안에서 작업하는 동안 다른 한 명은 옆에서
지원하게 돼 있는 안전 수칙을 어기고 작업하다가 추락한 것으로 조사
결과 밝혀졌습니다.5)

S-2 24일에는 평촌 한양아파트 건설 현장과 성남시 수내동 신성아파트 현장
선경현장 에서 근로자 2명이 중장비에 깔려 숨지는 참변을 당했고, 4일에도 평촌
선경아파트 현장에서 배관공이 13층에서 떨어져 숨졌습니다.
뿐만이 아닙니다.

S-3 인력이 딸리다 보니6) 고등학생을 투입시키기도 합니다. 타워 크레인
스탠드업 작업중 고교생 강민석 군이 추락해 중상을 입었습니다.

S-4 어려 보여서 쓰지 말라고 했는데 결국 불상사가 생겼다.7)
태영건설 대리
S-5 인력이 딸리면서6) 안전 감독3)은커녕 통제 자체가 어렵다는 회사측
태영 평촌현장 의 변명도 일리는 있습니다. 게다가 분당, 평촌, 산본 등 신도시 건설현
장을 관할하는 성남, 안양, 수원 지방노동 사무소8)의 인력이 크게 부
족6) 9)한 것도 안전 관리3)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는 원인입니다.
S-6 안전 관리3)에 대한 철저한 지도 단속과 엄격한 제재가 뒤따라야 한다
촬영 는 지적입니다.10)

<첨삭례>

1) 공기 압박→공기 단축 압박

2) 기사의 문면으로 미루어 6월 한 달이 아니라 ‘최근' 한 달이 돼야 마땅하다.

3) 앵커 멘트와 서술 등에서 네 차례나 중복된다.

4) “위험한 중장비 운전에 미성년자인 고등학생까지 투입한 사례도 드러났습니다" 식으로
사안을 확대하는 문제 의식이 필요했다.

5) ‘일용직'인 ‘근로자 본인'의 귀책사유로 ‘밝혀졌다'고 기정사실화했다. 여기서 문제는
두 가지다. 다른 건설사의 현장에서는 근로자가 일용직이 아니며, 근로자의 귀책 사유가 없
었다는 뜻인지? 아니면 삼성만 일용직을 채용했으며, 충분히 안전 수칙을 교육하고 감독했
다는 뜻인지? 특정 기업의 로비가 작용했다는 오해를 받을 수 있다.

6) 스탠드업과 서술 등에서 세 차례나 중복된 표현이 나타난다.

7) 방학도 아닌데 고등학생이 취업한 과정이 궁금하다. 소속 학교는 어딘지, 타워 크레인을
운전하는 데 혹시 면허가 필요하지는 않은지 등이 전혀 설명되지 않고 있다. 막대한 장비와
자재가 투입되는 건설 현장의 특성상 보안상의 이유 때문에라도 회사측이 분명 신원을 확인
했을 것이다. 그런데도, “어려 보여서 쓰지 말라고 했다"는 회사 관계자의 일방적인 변명으
로 끝내도 좋은 것인지.

8) 나열할 필요없이 “신도시 건설현장을 관할하는 지방 노동사무소"면 충분하다.

9) ‘크다'와 ‘부족', ‘감소'는 서로 배치되는 이미지를 가지는 어휘가 아닌가? ‘크게 다
쳤다'는 표현도 훌륭한 표현으로 생각되지는 않는다. ‘매우 부족하다', ‘심하게 줄었다',
‘심하게 다쳤다'는 표현이 정확하다고 본다.

10) 너무 상투적이다. 보다 구체적이고 강한 클로징 코멘트를 개발해야 했다. 당초 문장은
‘중앙 정부 차원의 대책이 시급한 시점입니다' 식으로 도망가는 클로징이었다.

<강평>

이 리포트에는 몇 가지 논점이 존재할 수 있다.

① 시공업체의 안전 관리, 감독기관의 역할
② 위험한 공사장에 청소년 투입(청소년 보호)
③ 사고 처리와 보상문제(일용직을 강조하는 건설사의 경우)
④ 공기 단축 압박으로 인한 부실 시공

소재도 비교적 잘 발굴했고 문제의식도 건전하다. 건설 현장을 세 군데 찾는 등 성의는 있
었지만 추적 취재가 부족했다. 게다가 중복 서술, 논리적 비약 등의 흠이 더러 보인다.
취재상의 제약은 있었겠지만, 사망자들의 사진 하나 구하지 못하고 사망자 가족 한 번 만나
지 못한 채 제작 방송해 버린 점은 무성의하다는 지적을 받아 마땅하다.
좋은 소재를 제대로 다루지 못한 아쉬움이 남는 리포트다.

<수정원고>

앵커 멘트

최근 건설 경기가 과열되고 일손이 달리면서 공사 현장의 안전사고가 부쩍 늘어났습니다.
지난 한 달 사이 경기도 남부의 대형 공사 현장에서만도 6명이나 숨졌습니다.

리포트 원고

지난 달 18일 수원시 우만동 주공 임대아파트 건설 현장에서 삼성종합건설 근로자 2명이 11
층에서 떨어져 숨졌습니다. 24일에는 평촌 한양아파트 건설 현장과 성남시 수내동 신성아파
트 현장에서 근로자 2명이 중장비에 깔려 숨졌습니다.
4일에도 평촌 신도시 선경아파트 건설 현장에서 배관공이 13층에서 추락사했습니다.
숙련된 기능공을 써야 할 위험한 타워 크레인 작업에 고등학생을 투입했다가 사고가 나기도
합니다.

-태영건설 대리-
어려 보여서 쓰지 말라고 했는데 결국 불상사가 생겼습니다.

문제가 있는 줄 알고도 공사장에 투입했다는 이야기고 보면, 대부분의 안내 사고가 안전 감
독 소홀이라고 봐도 과언이 아닙니다.
관할 노동사무소도 신도시 건설 현장을 관할하기에는 인력이 부족하다고 항변합니다.

-관할 노동사무소-
일손은 달리고 빨리 공사 마치라고 재촉은 심하고, 그러니 안전 감독을 제대로 하기 어렵
다….

기자 스탠드업
이렇게 서로 핑계만 대는 사이에도 공기 단축이나 경비 절감보다 훨씬 더 귀중한 인명이 희
생되고 있습니다.

B: 휴일 전국 교통사고 종합

본문

S-1 오늘1) 오후 3시 반쯤 충남 서산군 갈산리 속칭 무르티 고개에서 엑셀
사고지점, 시간 승용차와 트럭이 맞부딪혔습니다. 이 사고로 승용차로 서해안을
다녀오던 서울 흑석동 33살 이OO 씨와
S-2 오빠 34살 이OO 씨, 언니 44살 이OO 씨, 형부 48살 안OO 씨
사망자 명단 그리고 열 살가량의 여자 어린이2) 등 일가족 5명이 그 자리에서
숨졌습니다. 또 오후 1시반쯤 강원도 춘천시 우두동 수리조합 앞에서
S-3 29살 한금오 씨가 운전 하던 택시가 중앙선을 넘으면서3)
사고지점, 시간 가로수와 담을 차례로 받아 택시 승객 44살 이승범 씨가 숨지고 운전사 한
씨 등 2명이 다쳤습니다.
S-4 오전 9시 40분에는 경기도 하남시 상산곡동 중부고속도로 상행선에
사고지점, 시간 서 관광버스가 5미터 언덕 아래로 굴렀습니다.4)
광주시 두암동에 사는 71살 최OO 할머니와 60살가량의 할머니 등
2명은 숨지고 30 여 명이 다쳤습니다.5)
이밖에도 전국 곳곳에서 나들이에 나섰던 차량들의 빗길 교통사고가
잇따라 7월의 첫 휴일을 우울하게 했습니다.

<첨삭례>

행락철 휴일이면 거의 어김없이 한 꼭지씩 포함되는 전형적인 옴니버스 리포트다. 기본 패
턴을 익혀 두면 매우 유용할 것이다.

1) 방송에서는 특별한 언급이 없는 한 시제는 ‘오늘’이다. 따라서 리포트의 첫 머리를 무
의미한 말로 시작한 셈이 됐다. 무성의한 기사인지를 판단하는 간단한 기준 가운에 하나는,
‘오늘 회의', ‘오늘 사고', ‘오늘 화재', ‘오늘 회동', ‘오늘 사건' 식으로 오늘이란 상
투적 용어를 기사중에 몇 번이나 사용했는지 세어 보는 것이다.

2) 사망자 가족의 이름을 모두 나열하는 것은 시간 낭비. ‘이정화 씨 일가족 5명' 정도로
정리하고 사망자 명단을 자막 처리한다.
예) 이OO(33, 서울 흑석동) 이OO(34, 오빠) 이OO(44, 언니) 안OO(48, 형부) 10살가량 소녀

3) 충분히 취재한 결과라고 하더라도, 사고의 ‘귀책 사유를 단정’하는 일은 피한다. 손해
배상 소송에서 입증 책임을 방송 기자가 질 것인가?

4) 사망자 숫자는 적지만 대중 교통수단인 고속 버스라는 점에서 앞에 다뤄야 했다.

5) 2)에서와 마찬가지로 ‘할머니 2명이 숨졌다’ 정도로 정리하고, 신원은 역시 자막 처리
한다. 오히려 부상자 30명이 어느 병원에서 치료받는지 환후는 어떤지를 자세히 알리는 것
이 더 의미있을 것이다. 버스 사고의 원인도 정황 정도는 밝힐 필요가 있다.

C: 유기준 의원 구속 (1991년 6월 5일 9시)

앵커 멘트

광역의회 후보 공천과 관련해1) 금품을 받은 유기준 의원이 오늘2) 구속 수감됐습니다. 검찰
은 다른 국회의원과 정당 간부에 대해서도3) 선거와 관련된 사안에 대해서는4) 전면적인 수
사를 벌여5) 공명 선거를 이룩할 방침입니다.6) 김구철 기자가 보도합니다.

S-1 수원지검 성남 지청은 어제 오후 유기준 의원을 소환해 철야조사7)한 끝에
구속 오늘 오후 법무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8) 서울 성동 구치소에 구속 수감했습니다.
유의원에 대해서는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가 적용됐습니다.9)
S-2 “양심적이고 사리 사욕없는 행위였다. 당 공식구좌 온라인으로 받았는데…사
유기준 의원 욕을 차리려면 뒷구멍으로 했지….”
검찰은10) 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11) 유의원이 지난 달 중순 김종순씨
등 공천 신청자 10명을 차례로 만나 정치자금을 요구해 모두 2억 8천만 원
을 받았다고 밝혔습니다.
검찰은10) 유의원이 공천 심사위원회의의 투표 결과와 상관없이자신이 공천
후보를 결정한다고 공공연하게 말해 금전적 부담을 준 사실12)이 드러났다고
밝혔습니다.
S-3 검찰은10) 특히 유의원이 돈을 받은 경위와 돈의 성질을 들어 공천과 관련한
금품 수수임을 부인했으나 이甲 씨로 공천자가 확정되자 이乙 씨가 준 3천만
원을 돌려준 사실이 확인됨으로써13) 수수된 금품이 공천과 관련있음이
입증됐다고14) 설명했습니다.15) 검찰은9) 돈을 준 공천 신청자 7명은 불구속
입건했습니다.16)
S-4 “공명 선거 관행을 정착시키고자 하는 정부와 검찰의 의지를 실현키 위해 구
남문우 지청장 속 수사했습니다.”

이와 관련해17) 검찰의 고위 관계자는 그동안 내사해 오던 다른 국회의원과 정당 간부에 대
해서도 전면 수사가 시작됐다고 전했습니다.
지난 80년대 정치 자금법이 제정된 후 이 법이 적용돼 정치인이 구속되기는 처음입니다.18)

<첨삭례>

1) ‘…과 관련해' 식의 표현을 피하라. ‘… 공천한 대가로' 정도로 고친다.

2) 누차 강조하지만, 방송에서는 특별히 시제를 언급하지 않는 한 ‘오늘'이다. 생략한다.

3) ‘…에 대해서도'라 쓸 필요가 있나? ‘도'로 충분하다.

4) 3)과 마찬가지로, ‘선거법 위반사건도'로 정리한다.

5) ‘수사를 벌여', ‘조사를 벌여' 등 상투적 표현이 많다. ‘철저히 수사해'가 훨씬 신선하
고 매끄러운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6) 구호성 표현이다. 언론이 검찰 대변인이 아니라면, 이 부분은 필요없다.

7) ‘밤샘 조사'라는 말이 신문에 간혹 눈에 띈다. 물론 ‘철야 조사'보다는 진일보한 표현
이지만, 방송의 입장에선 별무신통이다. 발음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밤새 조사했다'는 표
현을 권하고 싶다.

8) 검찰 내규에 따르면, 국회의원의 구속은 법무부 장관의 승인을 받도록 돼 있다. 물론 국
회 회기중에는 국회 본회의의 동의 절차가 필요하다. 과연 법무장관의 승인 여하가 국민에
게 반드시 알려야 할 사안인지, 회의가 생긴다.

9) ‘유의원에 대해서는'을 생략하고, 단순히 ‘지난 80년 정치자금법이 제정된 후 현역 정
치인이 이 혐의로 구속되기는 이번이 O번째입니다' 정도로 한다.
주 18) 참조

10) 우리네 기사에서는 동일 주어의 반복이 너무 심하다. 특히 검찰 기사가 그러하다. 최소
한의 반론권이나 자기 변호권을 인정하고, 부득이한 경우에는 주어를 바꾸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11) 생략한다.

12) ‘사실이 드러난' 것이 아니라 ‘혐의가 있다'고 보도해야 한다. 구속영장이나 공소장
기재 내용은 형사소송의 일방 당사자인 검찰의 ‘주장’일 따름이다.

13) 이름을 다 밝힐 필요가 없다. 특히 이甲 씨의 경우에는 사건의 전말과는 무관하게 거명
돼 자칫 관련자로 오해받을 소지가 없지 않다.

14) 12)와 마찬가지 맥락에서, ‘관련이 입증'된 것이 아니라, ‘관련있는 것으로 검찰이 생
각'하거나 ‘검찰이 주장'하는 것이다.

15) 이 문장에서는 무려 4가지 사실이 언급된다. 당연히 문장 구조도 중문에 복복문식으로
무려 7개의 주어(‘검찰이' ‘유의원이' ‘공천자가' ‘이창희 씨가' ‘사실이' ‘금품이'
‘관련있음이')가 혼재하는 난삽한 문장이 되고 말았다. 이런 문장을 썼다는 사실이 창피스
럽다.

16) ‘돈을 준 공천 신청자 7명은 불구속 입건됐습니다'로 주어에도 변화를 주고 문장의 길
이도 줄인다.

17) 5년차를 전후한 초년병들이 가장 빠지기 쉬운 함정의 하나다. ‘이와 관련해'를 쓰면 무
슨 대단한 기사가 되는 듯한 착각이 들지도 모른다. 그러나 한발만 물러서 생각해 보라. 앞
에서 언급한 내용과 관련이 없는데 왜 같은 기사나 리포트에 포함시키는지. 당연히 생략한
다.

18)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구속된 첫 사례는 민한당 사무차장이던 김재영 씨이다. 따라서
사실도 아니고, 적절한 위치도 아니다.

<강평>

한 지방 신문의 불확실한 보도가 발단이 된 이 사건은, 검찰 고위층에서는 불구속 방침을
확정한 상태였고 다른 언론도 모두 묵과해 버린 상태였다. KBS만이 사회적 관심을 촉구하
는 의미에서 한 달 이상 집요하게 보도함으로써, 20년 이상 야당 정치 무대의 한 구석을 채
우던 정치인이 마침내 정치 인생에 종지부를 찍게 됐다. KBS의 보도가 정부와 검찰의 태도
를 바꾸어 놓았고 금권 선거 관행에 철퇴를 내리게 했던 것이다. 구속영장이 집행되기 직전
당시 담당 검사는 필자에게 진심으로 고맙다는 인사를 해왔다.

<수정원고>

앵커 멘트
광역 의원 후보를 공천하는 대가로 금품을 받은 민자당의 유기준 의원이 구속됐습니다. 공
천을 둘러싸고 정치자금을 주고받은 정치인이 구속되기는 정치자금법이 제정된 후 두 번째
일입니다.

리포트 원고
검찰은 어제 오후 유기준 의원을 소환해 밤새 조사한 끝에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확인하
고 오늘 오후 구속 수감했습니다.
검찰은 유기준 의원이 지난 달 중순 지방선거를 앞두고 광역의원 공천 신청자 10명에게 정
치자금을 요구해 모두 2억 8천만 원을 받은 혐의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검찰은 유기준 의원이 공천 심사위원회의 투표 결과와 상관없이 자신에게 결정권이 있음을
과시함으로써 사실상 금품 제공을 강요했다고 말했습니다.

-유기준 의원-
양심적이고 사리 사욕없는 행위였다. 당 공식구좌 온라인으로 받았는데….

검찰은 그러나 공천에서 탈락한 인사에게 3천만 원을 돌려준 사실을 들어 수수한 금품이 공
천 대가임이 입증됐다고 설명했습니다.
지난 80년대 제정된 정치자금법 위반혐의로 정치인이 구속되기는 이번이 두번쨉니다.

-남문우 수원지검 성남지청장-
공명선거 관행을 정착시키고자 하는 정부와 검찰의 의지를 실현하기 위해 구속 수사했습니
다.
돈을 준 공천 신청자 7명은 불구속 입건됐습니다.
다른 국회의원과 정당 간부에 대해서도 전면 수사가 시작됐다는 검찰 고위 관계자의 전언에
비추어 정치권에 대대적인 사정 한파가 불 것으로 보입니다.

D: 이상진 군의 선행(1991년 10월 19일(토) 9시)

리포트 본문

서울 동작 본동 영본국민학교 6학년 (5반)1) 이상진 군은 지난 달 1일 상도 터널 입구에서
수표 등 천만 원을 주워 바로 파출소에 맡겼습니다. 수표를 돌려받은2) 삼원직물측3)에서는
상진군에게 고맙다며 십만 원을 주었습니다.

S-1 김재호 “착한 일을 하면 사회가 어떻게 반응을 보이는지 알려줄 목적으로 상진군
(삼원직물 부장) 에게 사례했습니다….”
막노동하는 아빠를 모시고 상도동 산꼭대기 단칸 셋방에서 네 식구가 어
렵게 사는 상진이에게 10만 원은 생전 처음 보는 거금(큰돈)이었습니다.4)
그러나 상진이는 나보다 더 어려운 사람을 위해 쓰겠다며 이 돈을
충청북도 음성에 있는 무의탁자 마을인 꽃동네에5) 선뜻 내놓았습니다.
S-2 주태선 “5만 원을 이웃돕기 성금으로 5만 원은 용돈으로 쓰라고 했는데 꽃동네
(어머니) 이야기를 꺼내더라고요.”
뒤늦게 알게 된 학교에서도 상진이에게 선행상을 주게 됐습니다.6)
S-3 정용의 “양보하고 희생하는 성격….”
(담임선생) 비록 지금 성적은7) 조금 떨어지지만 상진이는 로봇 과학자가 되고 싶습니다.
S-4 이상진 “로봇 과학자로 성공해서 어려운 사람을 돕고 싶어요.”
40여 명 선생님과 2천여 명의 영본국민학교 어린이들은 상진군의 선행을
자신들이 한 일같이 자랑스러워하며 이런 선행으로 우리 사회가 더욱 밝
아지기 바라는 모습들입니다.8)

이 리포트는 회사 모니터 일지에 다음과 같은 특별한 평가를 받았다.
‘서울 영본국민학교에 다니는 이상진 군이 수표 등 천만 원 상당을 길에서 주워 주인에게
돌려주고 또 사례금으로 받은 10만 원을 무의탁자 마을인 꽃동네에 보내는 등의 선행을 한
내용을 잘 보도, 흐뭇했음.’
필자로서는 사회부 시절 공격적인 보도와 함께 이런 선행 기사를 비교적 많이 다룰 수 있었
던 점이 정말 행운이었다고 생각한다.

<첨삭례>

내용상의 호평과는 무관하게 리포트 기법상에는 문제가 없지 않다.

1) 별 필요없다. 본인과 담임 선생님의 인터뷰 등을 통해 알릴 수 있는 기회가 있기 때문이
다.

2) 이 두 문장 사이에 이상진 군의 어려운 가정 형편을 설명하고 천만 원이 얼마나 그에게
큰 돈인지를 실감케 해야 했다. 4)부분을 여기 끼워 넣도록 한다.

3) 삼원직물이라고 밝힐 필요는 없다. 어차피 인터뷰에서도 나타나기 때문에 중복의 의미도
없진 않다. 다음으로는 ‘…측'이라는 상투적 용어를 쓰지 않는 연구를 할 필요를 제기하고
싶다.
4) 이상진 군이 천만 원가량의 금품을 주워 파출소에 맡긴 것이 사실이라면 10만 원이 생전
처음 보는 거금은 아니다. 따라서 이 문장은 사실과 다른 표현이 된다. *주 2) 참조: 이 부
분은 2) 위치에 올리도록 한다.

5) 원문은 ‘나환자촌 꽃동네'였다. 음성에는 나환자가 없다. 취재기자의 오류를 걸러낸다는
데스크 본연의 의무를 충실히 수행한 결과라 할 것이다. 어머니 인터뷰에 꽃동네가 언급되
는 만큼 꽃동네는 생략해도 무방하겠다.

6) ‘주었습니다'로 단순화하거나, 아니면 ‘준 것도 당연했습니다'로 조금 상투적이지만 멋
을 부려 본다든가….

7) ‘지금은 성적이'로 하는 편이 다소 맛이 살지 않을는지….

8) 원래의 문장은 ‘6학년 5반 이상진 군, 서울 동작 본동 영본국민학교 40여 명 선생님과
2천여 명의 어린이들의 자랑입니다'였다. 데스크 전후의 문장이 진한 감동을 전하기에는 모
두 약하다는 느낌이다. 장애자를 돕고자 로봇 공학자가 되고 싶어한다는 상진이의 희망을
부연하면서, 그의 성공을 빌어 주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강평>

이런 경우 카메라 워크나 조명이 중요하다. 일단은 주인공의 얼굴을 가능하다면 클로즈업한
다. 주인공답게 예우하는 것이다. 어려운 살림을 강조하기 위해 실내를 어둡게 비추고, 주인
공의 얼굴에 햇빛이 들도록 하면 주인공의 밝은 이미지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필요하다
면 얼굴 뒤로 백라이트를 쳐서 약간의 원광을 주도록 한다.
마지막 컷은 주인공의 다양하고 밝은 모습을 짧게 스톱 모션으로 연결해 강조하는 수법을
썼다. 겨우 1분 10초 나간 리포트였지만 인터뷰한 사람이 본인과 회사, 경찰관, 부모, 선생
님까지 5명에, 슈팅한 장소도 집과 학교, 습득 장소, 회사, 파출소 등으로 5군데나 됐다. 다
행히 날씨가 좋아 밝은 이미지를 유지할 수 있었다.

E: 남대문 시장 화재

리포트 본문 불이 난 시간은 새벽 1시 45분, 바로 남대문1) 시장 상인들이 가게 문을
막 연 뒤였습니다.
S-2 큰 불길은 4시간 만인 5시 50분쯤 일단 잡혔지만 남은 불씨가 계속
새벽 2시 일어 장장 13시간 동안 부근 건물 5동을 휩쓸며 점포 370여 곳2)을
태웠습니다. 불은 연말 대목을 앞두고 가게마다3) 잔뜩 쌓인 인화성 강한
옷가지를 태우며 삽시간에 이웃 점포로 번졌습니다.
맞붙은 빌딩 다섯 개4)가 화염에 휩싸이고5) 거대한 검은 연기가 시장
일대를 덮었습니다.
소방 본부는 재산 피해가 15억 원 가량 될 것으로 추산했지만,6) 상인들
주장으로는 피해가7) 백 억대를 넘었습니다.
S-2 인터뷰 “불길이 갑자기 저쪽에서 솟아 올랐습니다.”
(첫 목격자)
그래픽 불이 난 지점은 대도마켓 2층 부르뎅 아동복 상가였습니다.
이 불이 건물과 건물을 잇는 통로를 타고 부근 건물로 번져 다섯 동이
불에 탔습니다.8) 불이 이렇게 번질 때까지 잡지 못한 것은9) 새벽시장에
온 지방 상인과 소매 상인들이 타고 온 차량들이 뒤엉켜 좁은 시장 골목에
10) 소방차가 제대로 진입하지 못한 때문이었습니다.
또 밀집한 점포 가운데는 철제 셔터가 내려져 있는 곳도 많아 소방대원들이
건물안으로 들어가 불을 끄는 데 큰 어려움을 겪었습니다.11)
S-4 (소방관) “셔터가 내려져 있어서 망치로 부수고 들어갔습니다.”
S-5 (상인) “막 영업하러 나온 사람이 많았습니다.”
고압 전선이 제대로 차단 안돼 고가 사다리 접근이 곤란했던 것도 진화가
늦어진 한 원인이었습니다.
경찰은 오늘 불이12) 낡은 전선이 건물벽에 있었다는 부르뎅 상가 주인
김모씨의 진술에 따라 누전13)이나 전기기구 과열로 일어난 것으로 보고 정확한
화재 원인을 가리기 위해 내일 현장을 감식하기로 했습니다.14)
오늘 불로12) 출근길 남대문로와 회현동 일대 교통이 심한 정체를
빚었습니다.15)

<첨삭례>

1) 생략해도 의미 전달에는 전혀 지장이 없다.

2) 원문에는 ‘천 개'였다. 소방본부 발표를 따른 것은 데스크의 결정이었다.
3) 데스크 과정에서 추가. 별 의미없지만, 읽기 편리한 문구를 삽입했다는 정도로 이해하면
된다.

4) 건물이란 좋은 용어가 있다. 건물을 세는 단위는 ‘개'가 아니라 ‘동(棟)'이다.

5) 8)과 내용상 중복된다.

6) 원문은 명사의 연결로 일관한 ‘소방 본부 추산 피해액은 15억 원'이었다. 데스크 후 현
저히 부드러워졌다.

7) 생략해도 무방할 듯싶다.

8) ‘이 불이 부근 건물 다섯 동에 번질 때까지 잡지 못한 것은…’을 두 문장으로 나눈
것. 의미있는 차이는 없다고 생각된다.

9) ‘이렇게 번질 때까지 불길을 잡지 못한 것은'으로 고치는 것이 매끄러울 듯.

10) ‘좁은 시장 골목에 뒤엉켜'가 옳다.

11) 원문은 ‘밀집한 점포마다 철제 셔터가 내려져 있어서', ‘진입하는 데'였다. ‘점포마
다'는 아닐 것이며, 앞 문장의 ‘진입’과 중복을 피한 것이다.

12) ‘오늘 불이' 같은 상투적 표현이 2번이나 말미에 반복되고 있다. 원문은 ‘전기 장판
과열로 추정되는 오늘 화재로 출근길 남대문로와 회현동 일대 교통이 심한 정체를 빚었습니
다'였지만, 데스크 과정에서 상투적 문구로 문장이 시작하도록 변형됐다.

13) 대개의 경우 문제는 합선이며, 누전이 아니다. 따라서 여기서도 합선이라고 써야 옳을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전기가 흘러나가는 현상[漏電]은 자연계에 일상적인 현상이나, 합선
은 전기의 급격한 방전 현상으로서 화재의 직접 원인이 되는 경우가 훨씬 많다.
14) 데스크 과정에서 화재 원인을 좀더 자세히 서술하는 쪽으로 문장을 바꾸다 보니 문장
자체가 너무 길어졌다(82자). ‘오늘 불이'를 주어로 하는 ‘누전이나 전기기구 과열로 일어
난' 사이에 형용사절과 부사절이 포함돼 너무 복잡해진 문제점도 지적해야겠다. 리포트 제
작에서 가능한 한 많은 사실을 포함시키려고 욕심을 부리다 보면, 흐름을 전한다는 리포트
본래의 사명에 반하게 될 경우가 많다.

15) ‘…교통이 심하게 막혔습니다'면 충분하지 않을까? 따지고 들자면 한이 없겠지만, ‘교
통이 정체를 빚는다'는 표현도 정확한지 의문의 여지가 있다. ‘(많은 차량들로) 교통정체를
빚는다'는 말이 되지만, 교통 자체가 ‘정체를 빚는(초래하는)' 주체는 아니지 않은가?
*그래픽의 사용: 발화지점을 적시하고 불의 진행방향을 한눈에 보이기 위해 그래픽을 사용
하는 방법도 유용할 것이다.

<강평>

화재 스트레이트 기사와 원인 분석 기사를 황급하게 묶다 보니 초점이 다소 흐려진 감이 없
지 않다. 첫째, 둘째 타령하며 나열하는 것만큼 지루하고 한심한 방송 리포트도 없다. 이 리
포트도 그런 형식을 피하려고 안간힘을 썼지만 결국 세 번째 원인을 쓰면서는 ‘원인의 하
나'라는 표현을 써야 할 상황에 몰려 버렸다.
사실 화재 리포트는 화면은 거의 신경 쓸 필요가 없다. 기본적으로 화면이 생생하기 때문이
다. 요즈음은 소방서 자체에서 촬영한 화면이 제공되기 때문에 더욱 고민을 덜게끔 됐다.
그래도 취재 기자가 현장에 나가야 할 대형 화재는 있는 법, 이 때를 위해 기억할 교훈이
몇 가지 있다. “지휘차를 잡아라”, “불을 등져라”, “꺼진 불도 다시 보자”.
개요를 파악하기 위해 지휘차를 잡고, 눈물나는 사연을 캐기 위해서는 불을 등지고 안타까운
시선을 찾아야 한다. 마지막으로 불이 꺼진 후 반드시 인명 피해가 더 없는지 확인해야 한다.
상대사보다 먼저 현장에 나가 꺼질 때까지 기다리면서 상대사 취재 기자가 나오지 않은 것을 확
인하고는, 물먹였다고 좋아하지만은 말 일이다. 꺼진 후 찾아온 경쟁사 기자가 현장을 뒤진
끝에 시체를 몇 구씩이나 발굴해 내면서 오히려 상황이 역전된 예가 있다.

 

3. 필자의 리포트 원고의 예(표준적 리포트)

다음 두 개의 리포트는 편의상 표준적 리포트로 분류했다. A는 사실상 사건팀장이 작성하
다시피한 것이며, B는 입사 후 10년을 넘긴 후의 것으로서 일단 기준점에는 해당한다고 보
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문제가 있을 수 있는 만큼 문제점을 찾고 개선방안을 강구하
는 것은 독자의 몫으로 남겨 두고자 한다.

A: 입시창구 SK(1991년 11월 24일 9시)
데스크: 이명구, 당시 사회 2부 차장

리포트 본문 선택의 마지막 순간, 다시 수험생과 학부모의 가족 구수회의가 열립니다.
마감 하루 전이지만 상위권 대학의 접수 창구는 여전히 한산합니다.
그러나 인기 학과에 대한 소신 지원과 지방 캠퍼스의 강세로 오후에는 대
부분 정원을 넘어섰습니다.
S-1 연세대 연세대의 경우 원주 캠퍼스가 3.4대 1, 서울 캠퍼스는 0.9 대 1의 경쟁률을
보이고 있고,
S-2 고려대 고려대는 조치원 캠퍼스가 1.7대 1, 서울 캠퍼스는 1.2 대 1입니다.
S-3 스탠드업 선택의 폭이 넓은 중위권 수험생들은 접수를 미뤄 경쟁률이 낮은 편입니다.1)
성균관대학교가 1.6대 1, 한양대 1점 9대 1,
외국어대와 중앙대는 2대 1의 비교적 안정적인 경쟁률2)입니다.
지난해 23대 1의 경쟁률을 보였던 국제대가 9.9 대 1,
한성대 7.9대 1
세종대 5.4
광운대가 4.7대 1입니다.
학과별로는 단국대 연극 영화과가 21.6
국제대 경영학과 18.5
중앙대 연극영화과 이론 연출이 16.4로
매우 높은 경쟁률을 보였습니다.
오늘3) 접수 창구 주변에는 학과 선배들이 나와 일일이 학과 소개를 해주
는4)모습도 눈에 띄어 수험생들에게 위안이 되기도 했습니다.5)
S-6 “후배들 오는데 잘 챙겨야죠.”
선배 인터뷰 인기 학과와 예체능계 그리고 하위권 대학에 예년과 마찬가지로 많은 수험
생이 몰린 반면 중위권 수험생들이 아직 망설이고 있어 막판 눈치 작전이
치열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한편6) 어제까지 1.44 대 1의 지원율을 보인 서울대는 오늘 원서를 접수하
지 않아 수험생들의 비난을 사기도 했습니다.7)

<강평>

입시 경향은 선두권 대학들의 독주냐 아니면 중위권 이하의 치열한 눈치작전이냐로 대별될
수 있지만 대개 마감 시간 직전에야 파악되기 때문에 기사 작성에 어려움이 많은 법이다.
이 리포트는 매우 유동적인 상황을 급히 처리하느라 당시 사건 팀장이 작성한 것을 이른바
‘입만' 빌려주었다는 사실을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고백한다. 사실 정보에 치중하다 보면
재미가 적고 재미를 중시하면 정보가 실종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 리포트는 원고만 보
더라도 재미와 정보의 두 요소를 모두 충족하고 있음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입시 현장의 장
면 장면을 잘 포착함으로써 그림을 살릴 수 있도록 돼 있고, 입시 정보도 담겨 있다. 전체적
인 구성도 매우 탄탄하게 느껴질 것이다. 탁월한 사건 기자의 체취가 풍기는, 음미할 만한
가치가 있는 리포트라 생각한다.
그럼에도 ‘옥의 티'를 가려내 보는 작업은 필요하다.

<첨삭례>

1) 중위권 대학들의 경쟁률이 낮은 것이지 중위권 학생들의 경쟁률은 오히려 치열하다.
‘중위권 학생들이 결정을 미뤄 중위권 대학들은 경쟁률이 낮은 것으로 나타납니다' 정도가
옳다.

2) 매우 막연한 표현이다. 무엇에 비해 ‘안정적'인지가 불분명하다. 피부에 와닿는 구체적
인 표현을 써라.

3) 6) 생략해도 무방한 말들이다. 그러나 마지막 문장의 오늘은 꼭 필요한 말이다.

4) ‘학과를 소개하는' 문형이 더 박력있다.
5) ‘학과를 소개하며 수험생들에게 위안을 주는 모습도 눈에 띄었습니다'가 더 매끄러울
듯.

5) 7) ‘하기도 했습니다'를 남발하지 말 것. 자신은 어쩌다 한번 쓴다고 생각하더라도, 뉴
스 프로그램 전체로 보면 여러번 반복돼 나타나는 경우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
다.

B: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의 낙하시범(1997년 3월 26일 9시)

앵커 멘트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정치인은 약속을 잘 잊는다는 것이 정설입니다.1)
또 타의에 의해 추락할 뿐 정치인이 스스로 내려오는2) 경우는 없다는 것 역시 정설입니다.
그러나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은 53년전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스스로’ 뛰어내
렸습니다.
72살 老 전 대통령의 낙하산 시범 장면을 국제부 김구철 기자가 전합니다.

리포트 원고

4천 5백 피트 상공에서 색색의 패러슈트를 타고 내려 오는 9명 가운데 한 명이 미국의 부시
전 대통령입니다.3)
낙하산 줄을 잡고 있는4) 부시 전 대통령은 72살의 고령으로는 보이지 않습니다.
아래에서는 부인 바바라 여사와 의료진이 긴장하고 있지만 손을 흔드는 여유마저 보입니다.
아무 부상없이 착지까지 완벽했습니다. 부시 대통령이 낙하산을 타고 뛰어 내린 것은 2차
대전이 한창이던 지난 44년 9월 일본 함포에 격추돼 낙하산으로 탈출해 구조되면서 언젠가
는 다시 낙하산을 타겠노라고 스스로에게 한 약속5) 때문이었습니다.

-클린턴 대통령-

진심으로 감명받았다….

미국 언론들은 영원히 다시 못 볼 진기한 장면이었다고 말했습니다.
어제6) 공석에서 한 약속도 지키지 않는 세계의 많은 정치인들이 53년전 스스로에게7) 한
약속을 지키려고 목숨을 건 부시 전 대통령을 어떻게 평할지 관심거립니다.

<강평>

방송 국제부에서는 에피소드에 가까운 리포트를 제작할 기회가 많다. 이 리포트도 그림 한
컷에 의미를 담아 하나의 ‘작품'을 만들어 낸 경우다. 당초에는 전두환, 노태우 두 전직 대
통령(두 사람 모두 공수부대 여단장 출신이다)을 직접 비교하는 거친 방식을 썼는데, 데스크
과정에서 순화돼 훨씬 세련된 느낌을 주게 됐다.

<첨삭례>

1) ‘약속을 잘 잊어버린다는 속설이 있습니다' 정도로 한다. 정설은 너무 강한 표현이다.

2) ‘스스로 뛰어내리는'으로 한다. 그래서 낙하산의 이미지와 은퇴 내지 용퇴의 이미지를
연결시킨다.

3) ‘부시 대통령도 포함돼 있습니다’로 바꾼다.

4) ‘잡은’으로 하면 글자가 2자 절약된다. ‘잡고 인는’에는 ‘ㄴ’ 구개음화가 포함돼
발음이 어렵지만 ‘자븐'은 발음도 쉽다.

5) ‘스스로의 다짐'으로 바꾼다. 글자수도 2자 줄 뿐더러 발음도 쉬워진다. ‘에게 한'에서
는 사실상의 모음 충돌이 발생하기 때문에 발음이 의외로 만만치 않다.

6) ‘어제 대중과의 약속'과 ‘53년 전 자신과의 약속'을 대비시키려는 것이었는데, 급하게
리포트를 제작하느라 운이 제대로 맞지 않았다. 억지로 대구법을 쓰려다 보니 ‘…에게 한
약속'이라는 어색한 표현이 두 번씩 반복되는 흠이 생겼다.

 

4. 필자의 리포트 원고의 예(특집 리포트)

1분 30초 내외의 표준 리포트가 아니라 8분 정도의 긴 리포트를 하나 제시한다. 비교적 상
세한 첨삭을 가했으므로 독자적으로 문제점을 찾아가면서 자신의 것으로 소화하는 데 도움
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담배자판기 공방(1992년 9월 15일 9시 초점)
데스크: 홍성현, 당시 사회 2부장

앵커 멘트

최근 청소년 흡연이 크게 늘고 있고1) 일부 지방 자치단체에서는2) 담배 자판기가 청소년
흡연의 주범이라는 인식에 따라3) 담배자판기를4) 규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재무부에서는 통상 마찰과 지방 세수 감소, 소매인의 반발을 우려해 규제 범위를
한정해 달라는 내용의 공한을 서울시에 보냈습니다.
그런가 하면 일부 시민 단체에서는5) 백해무익한 담배 그것도 주로 양담배를 팔기 위한 자
판기는 전면 규제돼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담배자판기를 둘러싼 최근의 공방, 김구철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본문 (Natural Sound: 거리의 음악 11")6)
서울 노량진, 대입 학원들이 밀집한 뒷골목입니다.
S-1 재수생 차림의 젊은이들이 불 붙은 담배를 손에 든 채 거리를 활보하고
(노량진 학원가) 간혹 중학생 정도로 보이는 아주 앳된 얼굴의 소년까지도 담배를 당당
히 빼물고 있습니다.7)
담배를 빼물지 않으면8) 대화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것인지 마주 앉은
두 사람의 어깨 너머마다 담배 연기가 피어오릅니다. 텔레비전 카메라가
(자신들을) 비추자 황급히 담배를 끄고 자리를 떠나는 우리의 청소년들.
흡연 청소년 가운데는 소녀도 빠지지 않습니다.
(Natural Sound 다방안 잡담 소리 22")
S-2 체육 청소년부가 지난해 중고등학생 3천 3백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통계 1) 보면 30%선인 960명이 담배를 피운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 이들의 17%가 매일 피운다고 답변해 청소년 흡연 문제가 나날이 심각
해지고 있음이 드러났습니다.9)
S-3 한국 약물 남용 연구소가 최근 강원도 춘천시의 남자 고등학생 5백 75
(통계 2)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는 훨씬 충격적입니다.
조사 대상자의 19%인 108명이 매일 담배를 피우고, 72%가 흡연 경험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남자 고등학생 네 명이 있으면 흡연 경험이 없는 학생은 겨우 한 명이라는
계산입니다.10)
S-4 송노익 “최근의 조사 결과 중학생 흡연이 크게 늘고 있어 걱정스럽습니다.
(체육청소년부/국장) 특히 여중학생 흡연의 증가는 놀라울 정돕니다.”11)

청소년들의 성숙도가 빨라져 어른 흉내를 내게 되는 나이가 당겨졌고
비슷한 환경의 청소년들이 또래 집단12)을 형성해 흡연 문화에 쉽게 길
들게 된다는 교육 학자들의 분석입니다.13)

따라서 교육학자들은 가정과 학교에서 또래 집단을 파악해 집단 지도할
필요가 있다고 권고하지만14) 이미 문제는 이러한 차원을 벗어났습니다.15)
입시 학원과 같은 건물안에 담배를 파는 가게가 있고 어디서나 볼 수 있는
24시간 편의점마다 담배를 팔고 있는 우리의 교육 환경에 비추어 가정과
학교에만 맡겨 둘 수는 없다는 것입니다.16)

송노익 “미성년자 보호법과 담배 사업법의 규정을 보완해 미성년자에 대한 담배
판매를 제한하고 이를 어기면 소매인 자격을 취소하는 방안을 강구중입니
다.”17)

(Natural Sound 부천 YMCA회의 장면)18)
경기도 부천 YMCA는 일찍부터 청소년 흡연 문제에 관심을 갖고 공청회를
여는가 하면, 실지 조사도 병행했습니다.19)
청소년 흡연에 관한20) 설문 조사는 많았지만 하루 종일 자판기 옆에 숨
어 일일이 분석한 사례는 처음이었습니다.

함영미 “이틀 동안 48시간에 걸쳐 부천 시내 45개의 담배자판기를 조사한 결
(부천 Y 간사) 과 이용자의 24%가 청소년이었습니다.”

박혜연 “학교 근처의 자판기를 조사했습니다. 교복을 입고도 담배를 사는 장면
(학부모 모임대표) 을 목격했는데, 과연 사람이 팔아도 그렇게 쉽게 살 엄두가 났을까요?”

부천 YMCA는 조사 결과 담배자판기가 청소년 흡연의 주범이라는 사실을
확인하고 자판기 규제 운동을 시작했습니다.
그 첫 번째 성과로써21) 부천시의회는 지난달 12일 전국에서 처음으로
시내 전지역에 담배자판기를 설치할 수 없고 기존의 것22)은 석달 안에
철거해야 한다는 내용의 담배자판기 금지 조례를 의결했습니다.23)

최순영24) “담배 소비세 수입이 줄어들고 소매인들이 반발한다는 이유로 일부 의
(부천시의원) 원이 주저했지만 결국 만장일치로 전면 금지했습니다.”
부천시의회의 자판기 금지 이후25) 서울시의회 등 지방 자치단체가
잇따라 규제에 나섰습니다.26)
학교 등 청소년 시설로부터 2백 미터 안에는 자판기를 설치할 수 없도록
하고 있는 서울시의회의 조례안은 부분 규제를 허용하는 재무부 시행 규
칙과도 일치합니다.27)

이병직 “청소년 흡연율이 미,일보다 높고, 청소년 흡연의 90%가 자판기를 이
(서울시의원) 용한 것이라는 통계에 따라 조례를 제정하기에 이르렀습니다.”

한국의 수도라는 상징적인 의미 이외에 전국의 담배자판기 만 3,900대
가운데 40%에 가까운 5천대가 있다는 현실적인 의미를 가진 서울, 그
서울시의회의 규제 움직임으로 문제가 복잡하게 확대됐습니다.28)
우선 담배자판기의 65%가 양담배를 팔기 위한 것이기 때문에 통상 마찰을
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입니다.29)

이공재 “자판기의 65%가 양담배용이고 양담배는 판매량의 40% 이상을 자판
(재무부 과장) 기에 의존합니다.”30)

또 담배 소비세 1조 6천억 원이 지방 자치단체 세수의 20%를 차지하는
현실을 무시할 수 없으며 전면 금지는 소매상들의 판매 방식을 선택할
권리를 침해한다는 주장도 제기됩니다.31)

박태원(서울시의원/ “청소년 흡연 문제만으로 전면 금지한다는 것은 법이론상 모순이라고
자판기생산업자) 생각합니다.”32)

시민 단체들은33) 그러나 재무부와는 입장이 다릅니다.
백해무익한 담배의 판매 활동을 도울 이유가 없다는 것입니다.34)

유종성 “통상 마찰은 기우에 불과합니다. 자국내에서 갖은 규제를 가하는 미국
(경실련 실장) 이 우리에게만 시장 개방을 요구하는 것은 비윤리적입니다.”

스탠드업 우리 경제가 자본주의를 채택하고 있는 만큼 특정한 판매 방식을 전면
봉쇄하는 것은 무리로 보입니다. 그러나 우리 헌법은 혼합 경제 질서를
규정해 필요한 경우에는 특정한 판매 방식을 금지할 수 있는 길을 열어
놓았습니다. 우리에게 남은 것은 이 ‘필요한 경우’에 대한 의견을 수
렴하는 절차일 것입니다.35)
KBS NEWS 김구철입니다.

<평가>

8분짜리, 본격적인 프로그램에 해당하는 9시 초점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프로그램은
당일 오전 10시 취재 보도를 지시받고 급히 제작한 아이템이었다. 당일 저녁 8시 30분쯤 방
송이 연기돼 약간 보완 취재하기는 했으되 그 틀은 별로 바뀐 것이 없었다. 한달 전 발간
되는 안내서에 주요 기획 뉴스 제목이 이미 공표되는 선진국 방송이라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 당시에는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요즈음의 KBS는 유능한 사회부 기자들이 많기 때문
에 기획 아이템을 당일 오전 지시하고 제작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본인이 아이디어를 내고
사전 취재를 거쳐 ENG 취재, 제작하는 데 거의 일주일 가까이 걸리는 것이 통례다.

당시 공정표 편집부장은 8분짜리면 이미 독립 프로그램으로 봐야 한다면서 다음과 같은 고
언을 해주셨다. 음악이나 강력한 현장음을 삽입하지 않은 채 내레이션과 인터뷰만을 반복함
으로써 지루한 느낌을 준다. 스톱 모션이 어떤 경우에는 더욱 강한 인상을 줄 수 있다. 자막
과 화면의 타이밍을 잘 맞추면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예컨대 스톱 모션에 들어가면서
바로 화면을 가득 메우는 거대한 자막을 치는 등 인터뷰 샷도 정통적인 뉴스 스타일의 인터
뷰 기법만 고집하지 말고 2 샷을 잡는 등 화면구성을 다양하게 하라는 등이었다.
지금 와서 보면 당연한 말들이지만 이 리포트를 제작하던 시점의 내게는 매우 고마운 충고
들이었다.

1) ‘있어’가 더 자연스럽다.

2) ‘서울시는’으로 고친다. 다음 문장에서 서울시가 갑자기 나타나지 않는가?

2) 5) 중복을 피하기 위한 연구가 필요하다.

3) ‘자판기를 청소년 흡연의 주범으로 보고’ 식의 능동태로 고친다.

4) 삭제해도 무방할 것이다.

5) 단순히 ‘시민단체들은’으로 한다.

6) 일반 리포트의 경우에도 전체 리포트의 분위기를 전달할 수 있는 현장음으로 시작할 수
있으면 생동감이 더해진다. 하물며 2분을 넘어가는, 이 제작물처럼 8분짜리의 경우에는 현장
음으로 시작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7) ‘… 활보합니다. 개중에는 중학생으로 보이는 앳된 얼굴도 눈에 띕니다’로 두 문장으
로 나눈다. 그렇게 하면 8)과의 중복도 피할 수 있다.

8) 특별한 의미없는 수식어다.

9)와 10)은 8)에서 시작해 10)까지의 paragraph 전체를 삭제하고 내레이션 없이 흡연 실태
를 자막처리하는 방안도 강구할 만하다. 그렇게 할 경우, 잡담 소리를 fade out하면서 음산
한 음악이나 효과음을 sneak-in시킨다.

9) 9)와 10)은 수치에 차이가 있기 때문에 자칫하면 시청자에게 혼란을 줄 수 있다. 하나를
생략하는 편이 나을 수 있다.

10) 데스크 과정에서 ‘… 네 명 가운데 3명이 담배를 피운 경험이 있고 흡연 경험이 없는
학생은…’으로 수정됐다.

11) 이런 긴 프로그램을 제작할 경우에는, 가능하다면 다양한 인터뷰를 확보해 두어야 한다.

12) ‘10대 모임’ 이 경우에는 ‘불량서클’임을 부연해 줄 필요가 있다.

13) 14) ‘교육학자들의 분석’이나 ‘권고’라는 내레이션을 뒷받침할 수 있는 교육학자의
인터뷰가 필요하다. 그게 아니라면 연구 보고서나 학술회의 결과를 인용하는 간접적인 방법
도 있을 수 있다. 어느 쪽을 택하든 논거를 제시해야 한다.

15) 16) ‘차원을 넘어섰다’는 주장은, 주장한 주체도 논거도 제시되지 않았다. 또 ‘가정
과 학교에 맡겨둘 수 없다’는 결론은 누가 제시했는가? 또 근거는 무엇인지? 인터뷰 등이
뒤따라야 한다.

17) 이 인터뷰는 논리가 전개된 결과로서의 대책이기 때문에 논리 전개나 주장을 뒷받침하
는 인터뷰로서는 미흡하다. 이 인터뷰는 규제의 전국적 확대라는 측면에서, 서울시 뒤에 붙
이는 편이 논리적일 것이다. 26) 참조.
또 송노익 국장은 유일하게 두 번 등장하는 인물이다. 그런데도 인터뷰가 붙어 나옴으로써
자칫 이 제작물의 논지가 송국장의 견해에 경도된 듯한 인상을 줄 수 있다. 한두 명의 제보
자에 의존한 안이한 제작물이 돼서는 안된다.

18) 난상토론 장면을 현장음으로 40초 정도 잡아 긴장감을 살린다.

19) ‘부천 YMCA는 일찍부터 이 문제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체계적으로 접근했습니다. 공
청회도 열고, 자판기 옆에 숨어 판매 실태를 조사하기도 했습니다.’로 정리한다.

20) ‘청소년 흡연에 관한’은 삭제해도 좋겠다.

21) ‘성과로서’가 옳다.

22) ‘이미 설치된 것도’로 풀어준다.

23) 담배 소비세가 지방자치 단체의 주요한 세원의 하나였기 때문에 시의회내에서 논란이
있었음을 미리 설명해 주면 뒤이은 인터뷰가 잘 연결될 것이다.

24) 최순영 시의원은 그 유명한 79년 YH 여공 신민당사 농성사건 당시 YH 노조 위원장을
지낸 인물이다. 최순영 씨와는 1년후 정치부 기자로 다시 만날 기회가 있었다. YH사건 14
주년 리포트를 제작할 때였다. 언뜻 보기에 일과성인 듯이 보이는 인간관계도 결코 1회성이
아님을 깊이 인식하고, 하나하나의 만남을 소중히 하는 것이 기자로서는 중요하다.

25)‘부천시의회의 자판기 금지 이후’는 가지치기한다. 취재할 때는 “왜 이런 사건이(또
는 사고가) 벌어지는가?”, “왜 이 일을 해야 하는가?”를 그리고 기사를 작성할 때는
“이 문장은 꼭 필요한 문장인가?” 하는 의문을 가져야 한다.

26)‘서울시 등 다른 지방자치 단체도 논란 끝에 부천시를 뒤따랐습니다.’로 간단히 자른
후 바로 서울시 의원의 인터뷰 두 개로 넘어간다. 박태원 의원의 인터뷰를 앞세우고, 이병직
의원의 인터뷰를 뒤에 배치함으로써 반대가 없지 않았으나 결국 통과됐음을 분명히 한다.

27) 문장을 다듬어 재무부 관료 인터뷰 뒤에 쓰는 편이 낫다.

28)‘그러지 않아도 통상 마찰 우려가 제기되던 터에 서울이 담배자판기 규제에 동참함으
로써 문제가 확대됐습니다’로 정리한다.

29) 이 문장은 다음 인터뷰와 중복되는, 불필요한 문장이다. 가지치기한다.

30) 통상마찰 우려를 인터뷰에 포함시키도록 한다.

31) 23) 참조

32) 26) 참조

33) 주체가 ‘시민단체들’이지만, 이 제작물에 등장하는 시민 단체는 경실련과 부천
YMCA 두 군데뿐이다. 당일치기로 제작했다는 사정은 있지만, 청소년 단체라든가 교육학자
등의 취재가 부실했다고 판단된다.

34) 25) 참조

35) 클로징이 어려운 용어로 가득하다. 쉽게 풀어쓰는 노력이 필요하다. 데스크 과정에서
‘우리에게…’ 이하 문장이 생략됐다.

맺음말

이 소책자는 방송 뉴스의 리포트 원고를 작성하는 기본적인 요령을 적은 것이다. 방송가에서는 리포트 원고의 큰 틀을 건드리지 않고 데스크의 간단한 스크린만을 거쳐 방송할 수 있는 수준을 입사 5년 정도로 본다.이 책은 이 5년을 단 1년이라도 단축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그러나 이른바 A, B, C를 가르치는 것은 목적이 아니다. 이 책은 기본적인 국어 문법이나 어휘력, 그리고 글이나 말로 자신의 의사를 논리적으로 전달하는 지적 능력과 표현력을 전제한다(애석하게도 대부분의 우리나라의 대학 졸업생 그리고 상당수의 현역 기자는 이 수준에 미달한다).보다 논리적이고 효과적인 기사를 작성하고자 하는 분들은 신상현 전 KBS 심의위원의‘방송문장론’이나 이민우 전 연합통신 심의위원의‘기사 작성법’등을 함께 공부하기를 권한다.이 책은 방송기자로 첫발을 디디는 기자와, 신문이나 잡지에서 활약하다 방송으로 옮긴 분에게 도움을 주려고 썼다. 인쇄 매체에서의 경력은, 방송현장에서 거의 도움되지 않거나 오히려 방해되는 경우를 너무나 자주 보아왔다. 이는 능력이나 자질 때문이 아니라,방송 매체와 인쇄 매체의 근본적인 차이 때문이며 발상의 차이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라디오 매체에서 일하던 사람이 TV 매체로 옮긴 경우에도 짧은 기간 비슷한 문제에 봉착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물론 TV 매체에 계속 종사했다 해서 이런 문제에서 완전히 자유롭다고는생각지 않는다.따라서 이 책자가 수준급에 이른 방송 기자들에게도 최소한 영감을 일깨우는 효과는 있을것으로 생각한다.최근 방송사에 입사하는 기자들은 입사하기 전부터 방송 뉴스에 관해 상당한 수준의 이해도를 가지고 있다. 그럼에도 카메라 기자를 비롯한 취재팀을 이끌어야 하는 데다가, 설령 대학에서 방송학을 전공했다 하더라도 텔레비전 뉴스 제작의 실무 경험을 쌓지 못한 상태기 때문에, 방송 기자가 독립하는 데는 신문 기자보다 적어도 서너 배의 기간이 필요하다. 그러면서도 메커니즘의 발전 속도가 빠르다 보니 방송기자의 수명은 신문보다 훨씬 짧다. 논설위원들이 신문의 흐름을 주도하는 것과는 달리 방송뉴스를 차장급 이하가 주도할 수밖에 없는이유가 여기 있다.이 책을 쓰고자 결심한 것은 리포트에 관한 기본적 지침서마저 없는 현실이 아쉬웠기 때문이다.필자는 사회부, 정치부, 국제부 등을 거치며 연륜에 걸맞지 않게, 후배 교육을 담당한 일이많았다. 그런 과정에서 입문서의 필요성을 절감했고, 특히 전공한 학자도 현업 종사자도 거의 없어, 대학에서 방송 문장론 강좌가 제대로 진행되지 못한다는 말에는 부끄러운 생각마저 들었다.방송 뉴스의 영향력이 미미하던 5공 시절, 넉넉한 인적 자원을 보유한 KBS, MBC 양대 방송사는 신입기자들이 독립할 때까지 기다려 주는 인내심도 있었고, 사실상 채널 선택권이없었던 시청자로서도 신출내기 기자들의 습작 리포트를 군말없이 봐 넘겼을는지 모른다. 그러니 선배들이 현장에서 축적한 경험을, 시간은 걸리지만, 한 사발의 막걸리나 한 조끼의 맥주를 걸치며 정감있게 전수하는 도제식 교육이 가능했을지 모른다. 때로 고성을 주고받고기자란 직업의 무력감에 탄식도 해가면서 기자 정신과 방법론을 배웠던 것이다.그러나 방송 뉴스가 전체 언론 보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이 되고, 시청률 경쟁이 치열해진 데다 시청자들의 채널 선택권도 훨씬 넓어진 이제는 그런 여유가 용납되지 않는다.초년병의 실수조차 용인되지 않는 살벌한 분위기다.기준에 미달한다고 생각되는 기자의 리포트는 편집회의에서 채택되지도 않는 시대가 됐다. 이런 현실은 신입 기자의 훈련을직접 담당하는 사건 팀장 이른바 시경캡의 연조가 유독 방송사의 경우 10년을 넘어서는 데서도 드러난다.이 책은 새로 입사하는 방송 기자들이 독자적으로 기본적인 수준의 리포트를 제작하는 데도움이 되고자 한다. 물론 텔레비전 뉴스 리포트의 제작은 신문의 해설 기사 작성과는 비교할 수조차 없이 많은, 복잡 다단한 작업을 거쳐야 한다. 그 모든 과정을 다루는 것은 이 책의 범위를 넘는다고 보고, 너무 구체적이거나 세부적인 사항, 기술적인 내용은 생략했다. 어차피 방송 현장에서 부대끼며 익힐 기회가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또 공동 작업, 종합 예술이라는 방송 뉴스의 속성은 책이나 말로만 전달될 수는 없으며, 땀과 눈물을 흘리며본인 스스로 체득해야만 하는 측면이 분명히 있다. 대학에서 신문 방송학을 전공한 학생들이 실제 방송 현업에서 별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는 이유도 공동 작업이나 현장 실습의 기회가 거의 없었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한다.요체는 논리적 문장, 경제적 문장, 강한 문장이다. 세 요소는 서로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논리적이면 강한 설득력을 가질 것이고 설득력이 강하면 적은 말로도 잘 전달될 것이니 경제적일 것이다. 出言有張(詩經 小雅 都人事編), 말이 많으면 오히려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게 된다고 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언제 어디에 있든, 자신이 확신하는 바를 그리고 확신하는 것만을 시청자에게 전달한다는 마음가짐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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