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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사 공식 AS센터도 에누리가 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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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물건을 살 때 ‘가격 조정(price adjustment)’ 혜택을 주는 곳이 상당합니다. 오프라인 매장에서 사려는 물건이 공식 홈페이지나 아마존 등에서 더 싸게 판다면 그 가격에 맞춰 에누리해준다거나, 물건을 구매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세일이 시작된다면 세일가에 맞춰 돈을 돌려준다거나 하는 제도입니다. 그런데 마트나 쇼핑몰이 아닌 자동차 공식 AS센터에서도 가격 조정이 가능하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지난 3월 자동차 정기 점검일이 다가와 제조사 AS센터에 다녀왔습니다. 한국에서 정기점검을 받으러 제조사 센터에 가면 무료로 점검해주고 교체나 수리가 필요한 부분만 집어 알려주곤 했습니다. 부품 가격이나 공임 등은 가격정찰제이고 무리하게 덤터기를 쓰는 일도 없었습니다. 그런데 미국에서 경험한 자동차 AS센터는 많이 달랐습니다. 점검을 마친 뒤 직원이 내민 교체, 수리 필요 내역서에는 무려 2000불이 넘는 금액이 적혀있었습니다. 제조사 인증 중고차를 구입해 7개월여 탔고 고작 5개월 정도 더 탈 차인데, 그렇게 큰 돈을 내고 손을 봐야 한다니. 생각지 않은 큰 지출을 하게 되어 기분이 착잡해졌습니다. 직원에게 짧게 탔고, 몇달 뒤 다시 팔 차인데 내역서에 담긴 내역은 과하지 않느냐고 읍소했습니다. 그러면서 내역서 사진을 찍어 자동차에 대해 잘 아는 미국인 친구에게 조언을 부탁하는 메시지를 보내놓았습니다. 제 하소연(?)을 들은 직원은 갑자기 이런저런 할인 항목을 추가하더니 말했습니다. ”1000불에 어때? 이게 내가 해줄 수 있는 가장 최저 가격이야“

말 한마디에 2000불에서 1000불로 줄어든 수리 내역서.

세상에, 공식 AS센터인데 에누리가 된다고? 말 한마디에 내야할 돈이 반으로 줄다니 당황스러웠습니다. 쓸데없는 항목이 많이 포함된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친구가 내역서를 검토하는 동안 저는 직원에게 재차 읍소했습니다. “내가 5개월 뒤면 이 차를 팔건데, 정말 1000불 들여야 할까? 꼭 손봐야할 것만 알려주면 안될까?”

직원은 “그래, 5~6년 이 차를 몰거라면 다 손보라고 할텐데, 5개월만 남았다면 상황이 다르지”라고 말하더니 항목을 확 줄여 다시 내역서를 뽑아줬습니다. 여기에 친구의 조언대로 셀프로 할 수 있는 것(필터 교체 등)을 덜어냈습니다. 필수적인 것들만 손 보고나니 결제 금액은 400불대로 줄었습니다. 미국인 친구들은 “자동차 AS센터에서 돈 달라는대로 다 주면 바보 되는거야”라고 말했습니다. 에누리의 나라 미국의 새로운 모습을 엿본 경험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