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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는 전략적으로…블프보다는 연말 세일을 노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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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몇년간 엄청나게 오른 미국의 물가와 연수자들에게 상당한 타격을 가하고 있는 고환율을 감안하더라도 미국에서의 소비는 한국에서는 실행해본 적도, 상상해본 적도 없는 수준에 이른다. 언어뿐 아니라 모든 환경이 생소한 타국에서 한 가정이 자리를 잡고 1년간 생활할 뿌리를 내려야 하니 어쩔 수 없는 비용이라는 생각도 들지만, 미국에 정착해 생활하는 비용은 출국 전 예상치를 훨씬 뛰어넘는 규모였다. 이렇다보니 지금 돌이켜보면 상당한 자금을 소비하는 정착 초반에 전략적 소비를 했다면 훨씬 경제적이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지난 6개월의 경험을 돌이켜보자면 정착 초기에 발생하는 대규모 지출은 미국에서 발급한 신용카드가 나올 때까지 최대한 자제하는 것이 좋았을 것이다. 집을 구하는데도, 차를 사는데도 ‘크레딧’을 요구하는 나라에서 언제 신용카드가 나올까 싶어 신용카드 발급 전에 ‘데빗카드’(체크카드)로 덩치가 큰 것들을 사면 아무런 금융 혜택을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미국 신용카드 회사들은 대부분 ‘캐시’(현금)로 ‘리워드’(보상)를 제공하는데, 신용카드 사용액이 많으면 많을수록 돌려받는 현금이 무시하지 못할 수준이다.

상당수 연수생이 계좌를 개설하는 Bank of America(BOA)에는 대표적인 신용카드가 두 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소비 항목에 따라 차등 보상하되 보상 대상금액을 항목당 분기별 2500달러로 묶어놓은 것이 있고, 다른 하나는 항목과 무관하게 모든 신용카드 사용액에 대해 1.5%를 현금으로 돌려주는 것이 있다.

만약 이른바 ‘올랜도 3종 세트’(디즈니월드, 유니버셜스튜디오, 쿠르즈)를 한 번에 진행하게 되면 많게는 1만불 가까운 금액을 한 번에 사용하게 되는데, 이 금액을 ‘무제한 1.5% 보상 카드’로 사용한다면 20만원 이상의 현금 캐시백을 일시불로 받는 셈이다. 심지어 신용카드 발급 후 90일 이내에 1000달러를 사용하면 현금 200달러를 계좌로 바로 입금해준다.

다만 미국 은행에서 발급하는 신용카드가 대부분 계좌 개설 후 3~4주 후에 발급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 기간의 ‘리워드 공백’을 메워줄 신용카드를 한국에서 발급해서 가져오는 것도 필요한 전략이겠다. 어차피 미국에서 렌터카를 빌리려면 신용카드가 반드시 필요하므로 한국에서 신용카드를 만들어 올 수밖에 없다. 이때 해외 사용시 포인트 적립률이 더 높은 신용카드를 만들어 온다면 훨씬 합리적인 소비가 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에서의 쇼핑이라고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블랙프라이데이 세일’일 것이다. 블랙프라이데이는 미국의 추수감사절(매년 11월 넷째주 목요일) 다음날인 금요일을 지칭하는 것으로 가장 큰 폭의 세일 시즌이 시작되는 날이라고 한다. 그런데 막상 미국에 와서 보니 블랙프라이데이의 세일 폭이 생각보다 크지 않았다. 오히려 세일 폭은 12월을 지나 연말연시가 다가올수록 점점 더 커졌다. 특히 한국에서는 ‘노 세일 브랜드’로 알려진 브랜드까지 25%에서 시작해 시간이 지나면서 50%까지 세일 폭을 넓혀갔다. 다만 시간이 지나고, 세일 폭이 커질수록 인기 있는 상품들부터 매진되기 시작하니 꼭 필요한 것이 있으면 세일 시작점에 미리 사두는 것이 좋겠다.

그리고 또 한 가지 특이한 경험은 ‘Price Adjustment’였다. 구매 직후 같은 상품의 가격이 큰 폭으로 내려갔다면 할인 폭만큼 차액을 보상해주는 독특한 제도다. 실제로 추수감사절 1주일 앞두고 평소 세일을 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진 브랜드에서 겨울옷을 주문했다. 그러나 추수감사절 시즌에 들어가자마자 갑자기 30% 세일에 돌입해 큰 손해(?)가 발생했다. 아쉬운 마음에 연휴 기간에 만난 미국 지인에게 상황을 얘기하자 “Price Adjustment(Price Matching)을 요구하면 웬만하면 들어줄 것”이라며 영업일에 전화를 해보라고 했다.

한국이라면 상상도 못할 일이다. 물품을 구입하자마자 할인판매에 들어갔으니 차액을 반환해달라고 할 수 있다는 생각은 해 본 적이 없다. 하지만 시도해봐서 손해 볼 것이 없다는 생각에 고객센터에 전화를 했는데, 너무나 순순히 차액을 환불해 줬다. 지금 생각해보면 업체 입장에서는 어차피 차액 환불을 안 해주면 해당 고객은 기존에 구입한 물품을 반품하고, 할인된 금액의 새 제품을 구입해 차액을 돌려받을 것이라고 판단한 것 같다.

모든 회사가 ‘프라이스 매칭’을 해주지는 않겠으나, 미국이 쇼핑에 진심인 나라인 만큼 구매 직후 가격이 확연히 인하됐다면 고객센터로 전화를 해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