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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없는 고민, T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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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 와서 가장 당황스러웠던 것은 미국의 팁 문화였다. 서구에 가면 팁을 줘야 한다는 사실은 막연히 알고 있었지만, 정작 미국에 처음 와서 식당에 가니 ‘얼마나 팁을 줘야 하는지’ ‘어떻게 팁을 줘야하는지’ 전혀 알 수 없어 고전했다. 레스토랑 직원에게 팁을 어떻게 줘야 하는지 물어볼 수도 있겠지만, 누군가에게 당연한 상식을 이방인이 아무렇지 않게 물어보기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국 도착 후 약 한 달 정도는 팁을 주지 않아도 되는 패스트푸드 식당 외에는 외식을 하지 않는 ‘외식 기피증’이 생기기도 했다.

어쩔 수 없이 주변의 여러 지인에게 미국에서 팁을 정확히 얼마나 줘야 하는지 물어볼 수밖에 없었는데, 사람마다 서로 다른 답을 내놔 한동안 외식할 때마다 딜레마에 빠지기도 했다.
미국에 오래 거주한 한 한국인은 “세금을 제외한 금액의 15%를 주면 된다”고 말했다. 음식값에 세금이 모두 포함돼 청구되는 한국과 달리 미국은 음식에 대한 세금을 소비자가 따로 내게 되어 있는데, 팁이란 것이 ‘서비스’에 대한 대가를 지불하는 것인 만큼 세금에 대한 팁까지 지불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반면, 한 미국인 대학 교수는 음식과 세금을 모두 포함한 총액(Sub Total)의 20% 정도를 팁으로 계산한다고 전했다.

미국에서 6개월을 지내면서 내린 팁에 대한 나름의 결론은 음식값에 세금을 더한 총액(Sub Total)의 18%를 기본 팁으로 지불하는 것이다. 미국 식당은 대부분 팁을 고객이 스스로 계산해서 적도록 하는데, 한식당과 중식당은 주로 ‘18%’ ‘20%’ ‘25%’의 팁을 기재해놓고 고객이 체크할 수 있도록 한다. 팁 문화에 익숙하지 않는 동양인 고객에 대한 배려인지, 혹시 고객이 팁을 잊을까 하는 우려인지 모르겠다.

한식당·중식당의 팁 기준에 따라 베이스라인을 18%로 잡고, 종업원이 식사 도중 주기적으로 찾아와 더 필요한 것이 없는지 확인하는 등 괜찮은 서비스를 제공하면 팁을 20%로 올리고, 종업원 재량으로 특별한 서비스를 제공하면 25%를 주기도 한다. 반면, 종업원이 식사 내내 전혀 우리에게 신경을 쓰지 않거나 티가 나게 불친절하면 팁을 ‘세전 15%’로 낮춰 주기도 했다. 다만, ‘No Tip’이라고 적거나 10% 미만의 팁을 기재하면 종업원과 마찰을 겪을 수 있다고 미국인 교수가 귀띔해줬다.

팁을 내는 방법은 사실 매우 간단한데, 익숙해지기까지 꽤나 애를 먹었다.

(1)식사를 마칠 때쯤 되면 종업원에게 계산서(Bill 혹은 Check)를 요구한다. 그러면 아래의 사진과 같은 계산서를 종업원이 가져다준다. 이때 자연스럽게 결제에 사용할 카드나 현금을 계산서 위에 놓고 종업원을 부르면 된다.
(2)그러면 종업원이 계산서와 그 위에 놓인 카드 혹은 현금을 가져가 ‘가결제’를 한다. 음식값과 세금만 먼저 결제를 하는 것이다. 그리고는 아래와 같은 계산서를 다시 가져온다. 참고로 미국에 처음 왔을 때, 첫번째 계산서를 받고 팁을 언제, 어떻게 내야 하는지 몰라 상당히 곤혹스러웠다.
(3)종업원이 가결제를 해서 가져온 두 번째 계산서에 자신이 생각한 팁 금액과 총액을 적고 서명을 하면 된다. 현금으로 팁을 내 본적은 없지만, 현금의 경우 팁 란에 ‘Cash’라고 적으면 된다고 들었다.

한가지 주의할 것은 일부 식당은 맨 처음 발행한 계산서에 팁이 아예 포함돼 나오는 곳이 있으니 팁을 기재할 때 꼼꼼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또 일부 식당은 특정한 경우, 예를 들어 저녁 식사나 6인 이상이 함께 식사를 하는 경우 무조건 25%의 팁을 부과하는 곳이 있다. 이 경우에도 대부분 첫번째 계산서에 팁이 포함돼 나온다고 한다.

그리고 대부분의 경우 식대가 센트 단위까지 계산되다 보니 팁이 정확히 얼마인지, 그리고 팁을 포함한 총액이 얼마인지를 계산하는 것이 번거로울 때가 있다. 이때는 ‘Tip Calculator’라는 애플리케이션을 쓰면 매우 편리하다. 계산서 총액이 얼마인지만 기입하면 팁과 총액을 모두 계산해주므로 두번째 계산서에 그대로 쓰고 서명하면 식대 지불이 완료된다.

최근에는 커피전문점이나 아이스크림전문점 등에서도 키오스크를 결제를 진행할 때 결제창에 팁을 주겠냐고 물어보는 곳이 많아지고 있다. 처음에는 점원과 마주 서 있는 상황에서 ‘No Tip’을 누르기 민망해 1달러씩 팁을 주곤 했는데, 별다른 서비스를 제공받는 것도 아닌데 팁을 줄 이유가 없다는 생각에 지금은 주지 않는다. 대신 간혹 특별한 친절을 베푸는 직원이 있다면 직접 1달러 정도의 현금을 점원에게 직접 쥐어주기도 한다. 하지만 이는 매우 드문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