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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 안보 상황에 대한 중국 청년 세대의 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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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 안보 상황에 대한 중국 청년 세대의 인식 채널A 이윤상 연수기관: 북경대외경제무역대학

들어가며-미중 갈등의 본격화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나날이 고조됨에 따라 동아시아 지역의 긴장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지난 2016년 7월 한국 정부는 사드(THAAD: Terminal High Altitude Area Defense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의 한반도 배치를 공식 발표했습니다. 중국 정부는 경제와 문화 등 여러 분야에 걸쳐 한국을 상대로 한 제재 조치를 진행했습니다. ‘사드 갈등’은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이 한반도에서 불거진 상징적인 사건이었습니다.

이후에도 미중 양국의 마찰은 끊임없이 이어졌습니다. 지난 2019년 미국이 중국의 이동통신 기업 화웨이를 압박하며 통상 갈등의 양상을 띠기도 했습니다.

지난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세 번째 연임에 성공한 뒤에는 대만을 중심으로 한 힘겨루기가 본격화 되고 있습니다. 시 주석은 지난해 10월 ‘중국공산당 제 20차 전국 대표대회’에서 대만 통일을 공개적으로 언급했습니다. “무력 사용 포기를 절대 약속하지 않을 것”이라며 “조국의 완전한 (대만) 통일이 반드시 실현될 것”이라고 한 것입니다.1) 임기 내 통일 의지도 분명히 밝힌 상황입니다.

그동안 한국은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전략적 모호성(strategic ambiguity)’이라는 입장을 취해왔습니다. 그런데 ‘윤석열 정부’는 ‘한미동맹 강화’와 ‘한일관계 개선’을 외교안보 정책의 핵심 요소로 내걸었습니다. 지난 4월 한미 정상 회담에서는 “역내 안보와 번영의 필수 요소로서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 유지의 중요성을 재확인했다”며 “두 정상은 불법적인 해상 영유권 주장, 매립 지역의 군사화 및 강압적 행위를 포함해 인도태평양에서 그 어떤 일방적 현상 변경 시도에도 강력히 반대했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이에 대해 중국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습니다. “대만 문제는 완전히 중국의 내정이고 중국의 핵심 이익 가운데 핵심”이라며 “어떠한 세력도 대만 문제에 간섭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한국과 미국이 대만 문제의 본질을 분명히 인식하고 ‘하나의 중국 원칙’을 준수할 것을 촉구한다. 대만 문제에 대해 말과 행동에 신중을 기하고 잘못되고 위험한 길로 점점 더 멀리 가지 말라”고 밝혔습니다.2)

지난 8일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의 면담 자리에선 한국 정부를 노골적으로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싱 대사는 “미국이 전력으로 중국을 압박하는 상황 속에 일각에서 미국이 승리하고 중국이 패배할 것이라는 베팅을 하고 있는데 분명히 잘못된 판단이다. 역사의 흐름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이라는 말해 논란이 됐습니다.3)

외교 전문가들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대외정책 방향, 중국 내 여론을 일선에 파견된 외교관들이 의식하고 있는 증거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미중 갈등은 대만을 중심으로 한 안보 이슈에 그치지 않습니다. ‘반도체 패권’을 둘러싼 충돌도 가속화 되고 있습니다. 한국의 입장에서 중국은 메모리 반도체 생산의 거점이자 최대 수출 시장입니다. 그런데 미국이 중국의 첨단 반도체에 대한 접근을 차단하려고 시도하면서 한국 기업들도 영향을 받는 상황입니다. 미국은 반도체 공급망에서 중국과의 ‘디커플링(탈동조화)’을 추진하고 있는 것입니다. 미국은 중국의 반도체가 부족해질 경우 한국 기업이 부족분을 채우는 일이 없게 해달라고 요청했고, 미국의 보조금 지급 조건으로 중국에 대한 투자 제한을 내걸기도 했습니다. G2 국가 간의 세력경쟁이 동아시아 지역 주변 국가들에게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상황인 것입니다.

미중 모두 포기할 수 없는 대만 해협

대만의 둘러싼 미중의 힘겨루기는 폭발 직전입니다. 지난 2021년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은 싱크탱크인 중국양안아카데미의 보고서를 인용해 대만 해협 무력충돌 위험지수를 7.21이라고 밝혔습니다. 장제스(蔣介石) 초대 대만 총통이 중국 본토에서 대만으로 건너온 직후의 위험지수는 6.70 수준이었습니다.4)

우선 중국은 대만을 포기할 수 없다는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중국이 안정적인 무역로를 확보하고 패권국가도 발돋움 하기 위해서는 태평양 항로의 안정적 확보하고 필요합니다. 대만해협은 교두보인 셈입니다.

또 대만의 독립시도를 저지하지 못한다면 ‘하나의 중국’ 원칙인 무너집니다. 신장(新疆)위구르와 티베트(西藏) 지역 독립 등 연쇄적인 분열의 단초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미국은 기축통화 등 패권국가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중국의 태평양 진출을 견제해야 합니다. 실제로 대만 해협에의 미중 무력 충돌의 시점까지 구체적으로 언급되는 상황입니다.

영국 가디언의 지난 4월 보도에 따르면 우자오셰 대만 외교부 장관은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우리는 중국의 군사적 위협을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특히 2027년은 매우 심각하게 생각해야 할 해”라고 말했습니다.5)

미국 내 일부 전문가들은 충돌 시기가 더 빨라질 수 있다고 진단합니다. 지난 1월 마이크 미니한 전 미국 인도태평양사령부 부사령관은 2025년을 지목했고, 마이크 길데이 해군참모총장은 앞서 2024년을 예측했습니다.

미·중 대화 물꼬…강경한 중국

올해 6월 들어 미국과 중국은 일단 고위 외교 라인의 대화 채널을 다시 가동하는 모습입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6월 18~19일 중국을 방문해 친강 중국 외교부장과 왕이 중국 공산당 중앙외사공작위원회 판공실 주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등을 잇따라 만났습니다.

미중 양국이 긴장 완화를 위해 일단 대화를 재개한 것이지만, 그 내용을 놓고 보면 입장 차가 여전합니다. 중국은 대만 문제에 대해선 “타협할 수 없는 부분이고, 미국은 중국에 대한 내정 간섭을 중단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또 “중국에 대한 불법적인 제재를 중단하라”는 요구도 했습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미중 외교라인의 회담 직후 시진핑 국가 주석에 대해 “독재자”라고 지칭해 다시 논란이 일었습니다.6) 상대국에 대한 인식은 여전히 변함이 없는 것입니다. 외교 분야 전문가들은 “자국 내 지지 세력의 여론과 정치 상황을 고려한 행동들”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습니다.

중국 공산당 핵심지지 세력 된 청년층

코로나19로 인해 3년 가까이 봉쇄와 통제 정책을 이어갔지만 중국 내에선 사실상 반발 시위가 거의 없었습니다. ‘지식인층’으로 평가되는 대학생들 조차도 정부 조치를 묵묵히 따랐습니다.

중국의 20~40대 청년층은 2022년 12월 말 중국 정부가 코로나19 관련 각종 규제 정책을 한꺼번에 폐지하자 불안을 호소하기도 했습니다. “우리를 지켜주던 국가의 우산이 사라지니 두렵다”는 이유였습니다. 중국 공산당과 시진핑을 가장 강력하게 지지하는 세력은 이처럼 중국의 젊은층입니다.

지난 1980년 중국 베이징 천안문 광장에서는 중국의 민주화를 요구하는 학생과 시민들의 시위가 발생했습니다. ‘천안문 사태’ 이후 중국 정부는 학생들에 대한 애국 교육을 강화했습니다. 현재 중국의 20~40대 청년층은 모두 이같은 교육을 받고 자란 세대입니다.

또 1978~2013년 시행된 중국의 산아 제한 정책으로 인해 이 시기에는 모두 1명의 자녀를 뒀습니다. 이들은 마치 황제처럼 원하는 것을 모두 얻고 자랐다는 의미의 ‘소황제’로 불립니다. 이들은 중국의 애국주의 교육뿐만 아니라 중화 사상까지 맞물려 강대국이 된 중국에 강한 지지를 보내고 있습니다.7)

중국 변방 청년들도 “우리는 마르크스 주의자”

중국의 서북쪽 변방인 신장 위구르 지역은 한족 42%, 소수민족 57% 등으로 구성 됩니다. 중국의 주류 세력인 한족이 오히려 ‘소수’입니다. 소수 민족이 많기 때문에 지역 신문은 중국어와 위구르어로 동시에 발간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이 지역의 여론을 주도하는 것은 한족입니다. 우루무치에는 많은 이슬람 소수민족이 삽니다. 그런데 이 지역에서 만난 한 대학생은 “나는 종교가 없다. 나는 마르크스주의자다. 중국 공산당을 믿는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대학 졸업 후 정식 공산당이 되고 싶다고 말한 이 대학생은 “공산당은 외부 세력으로부터 우리를 지켜준다”며 “중국은 이제 미국과 맞설 만큼 강한 국가가 됐다”고 자부심을 내비쳤습니다.

신장 위구르 지역의 이슬람 소수 민족인 회족 청년

우루무치에 거주하고 있는 소수민족 청년들도 상황은 비슷했습니다. 여행 가이드와 택시 영업을 하는 회족 청년은 “공산당의 통제로 인해 불편한 것이 많다. 의료 시설 등은 부족하고 불편하다”면서도 “공산당이 먹고 살 수 있도록 여러 가지 지원을 해주기 때문에 그들의 정책을 지지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신장 위구르 지역에 살면 정부로부터 많은 지원금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조금 덜 부지런해도 잘 살 수 있다”고 했습니다.‘’

“대만은 언제가 한 번 싸워 통일해야 하는 나라”

중국의 전문직 청년들의 생각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중국 내에서 가장 발달한 도시 중 하나인 충칭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변호사로 활동 중인 30대 여성은 “내 꿈은 대만과 통일이 된 뒤 중국 본토와 기찻길이 연결되면 기차를 타고 대만에 가는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대만은 항상 중국의 경제 수준을 얕잡아보고 무시한다”며 “한 번쯤 무력으로 통일할 필요가 있다”고 의견을 내놨습니다.

“공산당은 필요하다” 외치던 청년 “나는 확고하다”

지난 2016년 LG 상남언론재단의 어학연수 과정의 일환으로 중국 베이징에서 2주간 머물렀습니다. 당시 학습 도우미로 활동한 중국 어언대학교 대학원생은 “현재 중국에는 중국 공산당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7년이 지나서 다시 만난 그는 학업을 마치고 베이징의 한 지역 공무원이 돼 있었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한 봉쇄 당시 주민들의 출입을 통제하는 임무를 적극적으로 수행했습니다. 지난해 10월 중국에서 ‘제20차 전국대표대회’를 열고 시진핑 국가주석의 3연임을 확정지은 뒤 시 주석의 연설과 정책을 적극적으로 알리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그는 “나는 국가 앞에 확고하다”는 말로 자신의 신념을 표현했습니다.

중국 베이징 대외경제무역대학교 전경

“중국 청년 자부심의 원천은 경제”

중국 청년층은 특히 중국 경제에 대한 신뢰가 높습니다. 중국이 서방에 대한 강경한 외교 기조로 돌아선 것은 2008년 이후 세계금융위기 이후입니다. 부실한 금융 파생상품과 부동산 거품의 영향은 당시 미국으로 중심으로 한 서방 국가들은 심각한 경제 위기를 겪었습니다. 하지만 중국은 다소 위축된 경제 상황 속에서 ‘선전’했다는 평이 나오고 있습니다.

실제로 중국이 많은 경제, 국제통상 관련 교과서들은 “전세계 금융위기 당시 중국은 좋은 성과를 거뒀고, 이로 인해 외국의 투자자들이 많이 찾는 국가가 됐다”고 선전하고 있습니다.

중국 베이징의 젋은 교수들은 “서구식 금융 경제 시스템이 얼마나 취약한지 보여준 사례”라며 “중국식 경제 시스템이 우수성을 증명한 것”이라고 자평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현재 중국의 청년 세대는 중국 경제가 성장하는 것만 봐왔고, 위기를 맞닥뜨리는 것을 아직 보지 못했다”며 “호황만 봐왔기 때문에 중국 정부에 대한 지지도 높을 수밖에 없다”고 분석합니다.

새로운 뇌관 ‘부동산과 실업률’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중국 경제도 위기에 봉착한 상황입니다. 최근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10개월 만에 다시 금리를 내린 것 또한 중국 정부의 위기의식을 반영한 조치입니다. 좀 더 공격적인 경기부양책을 내놓지 않으면 중국 경제가 불경기 늪에 빠져들 수 있다는 겁니다.

중국 주요 도시의 부동산 가격은 지속적인 하락세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지방 정부는 부동산 개발을 통해 세수를 확보해야 하는데, 부동산 경기가 좋지 않다보니 세수 확보가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이와 더불어 중국의 청년 실업률은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최근 중국 국가통계국의 발표에 따르면 16~24세 실업률은 19.6%로 나타났습니다.8) 중국 청년들의 무기력함을 표현한 탕평(躺平)은 더 이상 새로울 게 없는 표현이 됐습니다. 청년들이 꿈을 잃고 그저 누워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는 것 뜻하는 말입니다.

베이징 지역의 한 대학생은 “높은 실업률이 현재 중국 공산당의 가장 위험한 위협 요소”라고 말합니다. 중국의 ‘보통’ 사람들은 먹고 사는 문제만 해결된다면 정치 체제에 대해서는 관심을 두지 않습니다. 그런데 중국 공산당 핵심지지 세력인 청년층의 실업률이 계속 높아지고, 청년 세대의 먹고 사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공산당 체제 역시 위협을 받을 수 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결어

중국 공산당에 대한 청년 세대의 지지는 어느 때보다 막강합니다.
코로나19 등 최근 수년간의 폐쇄적인 정책에도 불구하고 반체제 시위가 드물었던 것은 이들의 애국주의, 중화주의가 큰 역할을 했습니다.

이들이 중국의 기성세대가 된 후에도 중국 안보 정책에 대한 믿음 지속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결국 현재 중국 청년 세대의 지지를 등에 업은 중국 정부의 강경한 안보 정책이 지속된다면 한국 역시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안보와 경제 분야의 어려움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다만, 경제 성장률의 하락과 청년 실업률의 고공 행진 등이 지속될 경우 중국 공산당에 대한 중국 내의 인식이 급변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 1 동아일보 2022.10.17
  • 2 동아일보 2023. 4. 28
  • 3 연합뉴스 2023. 6. 8
  • 4 https://www.munhwa.com/news/view.html?no=2021060301031539274002
  • 5 https://nownews.seoul.co.kr/news/newsView.php?id=20230422601007
  • 6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01/0014020845?sid=104
  • 7 https://www.yna.co.kr/view/AKR20201116111100083
  • 8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81/0003370633?sid=1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