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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adise of Junior Tenn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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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adise of Junior Tennis

스포츠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아들(초등학교 3학년)이 미국에 와서 유일하게 하는 운동이 있다. 바로 테니스다. 축구는 너무 많이 뛰어다녀서 싫고, 수영은 힘들어서 싫고, 야구는 잘 몰라서 싫고. 운동하는 걸 달가워하지 않는 아들이 그나마 ‘테니스 한 번 해보자’는 말에 오케이 한 건, 한국에서 조금 레슨을 받고 와서 낯설지 않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런데 미국에서 어린 아이들 테니스 레슨을 지켜보니 한국에서의 테니스 레슨과는 많이 비교됐다. 특히 이 곳은 6살 정도 어린 나이 때부터 테니스를 배우는 경우가 꽤 많다.

먼저, 한국에서 6살 정도 어린 아이가 테니스를 배우는 건 거의 어렵다. 한국은 어린 애들을 가르쳐줄 수 있는 인프라가 부족하다. 가르치려는 부모들이 없는 건지, 가르쳐주려는 코치가 없는 건지, 배울 수 있는 테니스 코트가 없는 건지는 잘 모르겠다. 여하튼 쉽지 않다. 그나마 최근엔 실내 테니스장이 많이 생겨서 초등학교 아이들이 그 곳에서 레슨을 많이 받는다. 내 아들도 그 실내 테니스장에서 한 달 좀 넘게 레슨을 받았다. 포핸드와 백핸드까지 진도를 뺐다.

미국에서는 실내 테니스장이라는 건 찾아보기 어렵다. 집을 나서면 푸른 잔디밭의 공원들이 곳곳에 있는데 큰 공원이면 어김없이 테니스 코트가 최소 3~4면은 있다. 그리고 코트 마다 레슨이 이어지고, 레슨이 없는 코트는 free로 테니스를 칠 수 있다. 하지만 레슨이 우선이어서 테니스를 치고 있다가도 레슨이 있다고 하면 바로 자리를 내 주어야 한다. 저녁이 되면 공원 테니스 코트의 야간 조명도 환하게 빛을 비춰 시원한 밤공기를 마시며 테니스를 즐길 수 있다.

아들 테니스 수업 바로 옆 코트에서는 5살 정도의 정말 조그마한 아이들이 열심히 레슨을 받는데 그 작은 몸의 아이들이 신기하게도 라켓에 공을 잘 맞춘다. 코치도 정말 열심이다. 아이들 하나하나를 위해 1시간 내내 큰 소리로 격려하고 장난치고 독려한다. 미국의 단단한 테니스 인프라가 이런 것에서부터 시작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의 레슨과 미국의 레슨을 좀더 세부적으로 비교해 보면, 한국은 대부분 일대일 개인 레슨으로 20분 정도 진행한다. 한 주에 한 번 받는 레슨비가 5만원이 넘고, 한 달에 4주씩 네 번을 받으면 모두 합쳐 80분 수업에 20만원 넘는 금액을 레슨비로 내야 한다. 물론 더 비싼 곳도 많다. 반면 미국은 개인 레슨보다는 5명 정도 모여서 함께 받는 단체 레슨을 선호한다. 그리고 레슨 받는 시간은 주로 한 시간 단위이다. 가격은 한 달에 70~80달러 정도.

수업 내용은 확연히 다르다. 한국의 레슨은 20분 동안 코치가 주는 공을 계속 받아 치는 방식이다. 자세가 좀 틀렸다 싶으면 바로 잡아주고, 계속해서 공을 치도록 한다. 열심히 진도만 빼는 학습 방식이라고 해야 하나. 실내 테니스장 코트 밖에서 지켜 보는 부모들은 20분 동안 쉬지 않고 열심히 스윙하는 아이들을 바라보며 ‘우리 아들 열심히 수업 받네’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런데 아들은 그렇게 20분 동안 스윙만 하다 보니 레슨을 받고 오는 날이면 항상 오른쪽 팔꿈치가 아프다고 했다.)

미국 테니스 레슨의 기본은 학습보다는 놀이 위주이다. 처음 오면 테니스 코트 두 바퀴를 돌게 한다. 그리고 공을 가지고 튀기며 자유롭게 놀게 한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수업이 시작된다. 포핸드 백핸드. 그리고는 테니스로 할 수 있는 게임을 시작한다. 예를 들면 이런 방식이다. 한 명이 챔피언이 되어 코트 한 면에 서고, 나머지 다른 친구들은 반대쪽 코트에 선다. 서로 랠리를 하는데 챔피언 위치에 있던 아이가 이기면 계속 챔피언이 유지되는 거고, 만약 공을 못 치거나 아웃이 되면 그 다음 아이가 반대편 코트로 뛰어 가 새로운 챔피언이 되는 방식이다. 아이들은 서로 챔피언이 되려고 사뭇 진지하게 공을 라켓에 맞추며 놀이를 즐긴다.

어떤 날은 발리의 기본을 배우고, 어떤 날은 서브를 할 때처럼 공을 높이 던져 라켓에 맞춰 보는연습을 하기도 한다. 진도 위주의 한국 테니스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장면이다. (통상적으로 한국에서는 포핸드-백핸드-발리-서비스 순으로 레슨이 이뤄지는데 포핸드가 잡히기 전에 백핸드로 넘어가기 어렵고, 특히 발리나 서비스는 포핸드와 백핸드가 완성되기 전에는 코치가 미리 가르쳐주지 않는다::)

한 시간 동안 아이들의 표정은 즐겁고 웃음이 넘치며, 게임 같은 수업이 진행된다. 부모들도, 아이들도, 코치도 웃으며 끝을 맺는다. 하기 싫은 운동을 억지로 하러 가는 게 아니라 또래 친구들과 재미있는 시간을 보내다 온다고 생각하면 더 빠를 것이다. 그리고 테니스를 배우는 아이들 가운데 여자 아이들이 많을 뿐 아니라 또래 남자아이들보다 더 잘 치는 아이들도 꽤 많다. 미국에서는 테니스와 축구, 배구와 소프트볼 등의 스포츠에 여성 아이들의 참여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다.

운동을 좋아하지 않는 아들도 테니스 수업 있는 날이면 두 말 않고 가려고 한다. 그냥 친구들과 공놀이를 하러 간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아이들의 흥미를 이끌어 내는 코치들의 능력과 어디서나 만날 수 있는 수많은 테니스장 인프라, 그리고 미국 사람들의 테니스에 대한 애정, 이 모든 것이 조화롭게 뭉쳐 미국은 주니어 테니스에 있어서는 천국과 같은 곳이 아닌가 생각할 때가 많다. 아들에게 처음 테니스 레슨을 받으라고 하면서 ‘1년 뒤 어느 정도의 테니스 수준에 도달하게 될까?’ 라는 진도와 학습 위주의 결과에 치중했던 나의 잘못된 생각을 요즘은 반성하고 있다. ‘한 시간 동안 친구들과 건강하고 즐겁게 잘 놀다 오렴. 테니스 칠 때 네가 행복하다면 더 바랄게 없단다!!!’ 이렇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