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들의 성 추문에 대해 미국인들이 가지는 감정은 매우 복잡한 것 같습니다.
위 사진의 이 분은 前 사우스 캐롤라이나 주지사인 마크 샌포드인데, 2009년 우리 뉴스의 해외토픽란을 잠깐 장식했습니다. 등산을 갔다고 둘러댔지만 사실은 정부(오른쪽 여인)를 만나러 아르헨티나에 갔고 이게 들통 나 정계를 물러났는데 며칠 전 공화당 소속으로 연방하원의원에 새로 당선됐습니다. 그간 부인과는 이혼을 했고 이 여인과 곧 결혼을 한다고 합니다. 사우스 캐롤라이나가 보수적 색채가 강한 지역이긴 하지만 성 추문으로 물러난 정치인이 로비스트나 칼럼니스트 또는 cable TV프로그램 진행자가 아닌 선출직으로 정계에 복귀한다는 점에서 미국 언론들도 의아하게 생각합니다.
또 한 사람, 트위터 때문에 인생이 바뀐 사람하면 대표적으로 떠오르는 앤서니 위너입니다.
2년 전 트위터의 여성 팔로워들에게 낯 뜨거운 자기 사진을 보내 뉴욕 연방 하원의원에서 물러나신 분인데 이번에 뉴욕 시장 출마를 검토하고 있다고 언론에 보도되고 있습니다. 뉴욕의 호사가들, 특히 코미디언들은 오랜만에 만난 훌륭한 소재거리를 ‘크리스마스 선물’ 로 부르며 그의 컴백 시도를 반긴다고 합니다. 자본과 권력의 논리를 논외로 한다면 성 추문으로 탄핵까지 갔던 빌 클린턴 전 대통령과 셀 수도 없을 정도의 많은 여성과 복잡한 관계를가졌던 타이거 우즈의 여전한 인기, 아놀드 슈와제네거의 영화계 복귀 등이 쉽게 이해가 되지는 않습니다.
현지 언론들을 통해 이런 현상들을 이해해 보면 미국인들은 우선 정치인의 성 추문보다는 부정부패를 더 심각하게 여기는 것 같습니다. 타이거 우즈의 스캔들이 그의 창조적인 플레이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듯 성 추문과 정치인의 능력을 다소 별개로 본다는 것입니다. 만약 타이거 우즈가 경기력 향상을 위해 약물을 복용했다면 문제는 달라졌겠죠. 그렇다면 정치인의 도덕성은? 편리한 사고입니다. 인기 있는 정치인들의 추문이 워낙 잦다보니 더 이상 별 게 아닌 일이 돼버렸다는 설명입니다. 그래서 중병이 걸린 아내를 버리고 혼외정사를 갖는 등의 파렴치한만 아니면 쉽게 대중에 의해 잊혀진다는 것입니다. 여기에 어차피 부정한 과거를 가진 정치인을 싫어하는 유권자에게 추가로 네거티브 전략이 먹히지 않는다는 점도 적극적으로 활용됩니다. 지나간 과거를 캐묻는 상대 후보자에게 “I’ve answered those questions and it’s time to move on이라고 대답하면 그럴 듯하다는 거죠.
제가 수학하고 있는 듀크대가 있는 노스 캐롤라이나 지역은 차로 사방 10분이면 소나 말을 키우는 농장을 지나치지 않을 수 없는 시골입니다. 그러나 이런 지역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한국 청와대 대변인의 성 추문을 알고 있을 정도니 나라 망신은 제대로 시킨 것 같습니다. 현지인들은 경찰의 수사 결과 실체적 진실이 밝혀질 것이라 담담하게 보면서도 대통령을 지근에서 보좌해야 할 대변인이 어떻게 그렇게 오랜 시간 술자리를 가질 수 있었는지 매우 궁금해 합니다.
이 점은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