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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축구를 휘젓는 선수들의 활약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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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재 나폴리 우승… 이강인 PSG 이적

33년만에 프로구단이 리그에서 우승을 한다면 어떤 느낌일까. 이탈리아 SSC나폴리에서 뛰고 있는 김민재 선수를 응원하러 가겠단 생각이 있었지만 챔피언스리그 4강에 진출하면 가겠다는 욕심을 부리다 결국 나폴리가 8강에서 탈락해 여행지로 나폴리는 지워졌다. 대신 이탈리아 밀라노로 갔다. 하지만 꼭두새벽부터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최후의 만찬’의 현장 예약을 시도했지만 실패하자 밀라노에 대한 마음이 일찍 떠났다.

실패를 만회하기 위해 기차를 타고 베네치아로 가보잔 마음으로 열차표를 예매했는데 상황이 묘하게 흘렀다. 챔피언스리그 탈락 이후 국내 리그에 집중한 나폴리가 리그 우승을 앞두고 다소 경우의 수가 복잡해졌다. 원정 뿐 아니라 심지어 다른 팀끼리 결과에 따라 갑작스럽게 우승이 결정될 수 있는 상황. 여행 기간 중 갑자기 나폴리가 베네치아에서 가까운 우디네와 경기에서 무승부 이상을 기록하면 우승하는 상황이 됐다.

이탈리아 북부 우디네는 인구 10만의 소도시. 우승을 직감한 나폴리 관중과 우승의 재물이 되지 않길 바라는 홈팬이 몰리면서 2만 5000명 규모 경기장은 일찌감치 매진을 기록했다.

하지만 경기를 관람할 방법이 없지도 않았다. 유럽에서 축구 경기를 꽤 관람해 본 경험을 살려, 명절 기차표 예매하던 실력을 살려 이 사이트 저 사이트를 돌아다녔다. 마침내 수도 없는 클릭 끝에 표를 구했다.

외국인은 이 경기 뿐 아니라 스페인 라 리가에서도 표를 구하는 일이 쉽지 않다. 각 구단의 운영방침에 따라 온라인 판매를 하는 경우가 많은데 익숙하지 않은 경우 온라인 판매 시기를 놓치기 쉽다. 거기에다 일부 구단의 경우 주민번호와 비슷한 번호를 요구하는 시스템을 갖고 있어 실제로 티켓이 있어도 외국인은 못 사는 경우도 있다. 영국의 프리미어 리그구단들도 홈팬에게 멤버십 혜택을 부여하기 때문에 멤버십에 가입하지 않으면 홈팬들의 표를 양도받아야 하는 경우가 많다.

베네치아를 말그대로 휙 둘러 보고 우디네라는 알프스 근처 소도시로 이동했다. 이 작은 도시에 33년 한을 풀기 위한 나폴리 팬들이 몰려들자 숙박조차 구하기도 힘들었다. 바가지 요금을 주더라도 구하기 힘든 지경이었다. 기차역에 내려 경기장을 향하려는데 마침 나폴리 팬들이 먼저 말을 걸었다. 김민재 선수의 활약이 큰 만큼 아시아인이 이 경기를 보기 위해 어슬렁 거리는 것을 보고, 한번에 자신들과 같은 팀을 응원하는 팬임을 알아보고 말을 걸어왔다. 나폴리의 세리에 A 우승 이후 마라도나가 아르헨티나에서 뛰었던 보카주니어스 팬까지 합류하면서 경기장으로 가는 버스부터 분위기를 주도하면서 경기장으로 입성했다. 헝가리의 자동차 브랜드 다치아가 메인 스폰서인 세련된 축구 전용 구장의 위용에 놀란 것도 잠시.

입장권에 문제가 있다는 직원의 지적이 나왔다. 이날 게임이 중요한 만큼 철저한 신분증 검사가 있었는데 당연히 어둠의 경로(?)로 획득한 표는 원래 주인과 이름이 같지 않다는 정확한 지적이었다. 하지만 이 경기가 얼마나 중요한 건지 사정을 얘기하자 “어느 팀을 응원하냐”는 퀴즈 같은 질문에 눈치껏 나폴 리가 아닌 홈팀을 응원한다고 둘러대니 모르는 척 입장을 허락했다.

우디네에서 열린 나폴리SSC와 우디네세의 경기. 무승부로 나폴리는 33년만에 리그 우승을 확정지었다.

응원의 열기는 뜨거웠다. 우디네세도 우승 확정의 재물이 되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했고 전반에 앞서 나갔다. 후반 나폴리가 동점을 기록하면서 우승의 순간을 맛보기 위해 베네치아 여행을 건너뛴 내 결정이 크게 빗나가지 않았다. 이날 경기 후 흥분한 관중들이 운동장에 난입했고 이를 지켜보던 홈팀의 팬들과 충돌하면서 이른 바 폭력 사태로 이어지기도 했다. 훌리건이 말로만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도 목도할 수 있었다. 그렇게 길거리를 지날 때 김민재를 의미하는 ‘김김김김’을 외쳐대며 나폴리 팬들을 같이 축하해 주고 나도 기념으로 셔츠를 하나 샀다. 다음날 돌아가는 길에 다시 들린 베네치아와 공항에서 나폴리 팬들이 사진을 찍자고 요구할 정도로 우승팀 셔츠 한장은 탁월한 선택이었다.

연수 기간 유럽축구를 느껴 볼 수 있었다. 이강인 선수의 라리가 원정 경기, 베를린에서 독일 분데스리가의 베를린과 김민재 선수의 이적설이 있는 바이에른 뮌헨 경기를 관람할 수 있는 기회가 있어 축구 응원 문화를 배울 수 있었다. 뜨거운 열정으로 응원하는 사람들을 보며 축구의 인기를 실감했다.
 

베를린에서 열린 독일 분데스리가 베를린 헤르타와 바이에른 뮌헨 경기에서 홈관중들이 연막탄을 피웠다.

월드컵 이후 한국의 축구 인기도 뜨겁다. 올여름 유럽의 축구 클럽이 잇달아 한국을 찾는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유럽 현지에서 본 축구는 경기 자체를 서비스화해 비싼 가격에도 표를 구하기 어려울 만큼 인기가 대단했다. 굴지의 대기업들이 공식 후원사가 되려고 천문학적인 돈을 투자하는 것을 보면 유럽 축구는 여전히 황금알을 낳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날 나폴리와 경기를 했던 우디네세는 이탈리아 포초 가문이지만 스페인의 그라나다팀을 소유했고 영국의 왓포드도 운영한다. 세계 3대 리그에 모두 발을 담그고 독특한 방식으로 선수를 키우고 임대하는 방식으로 선수를 육성하고 구단을 경영한다. 이렇게 다수의 나라에서 다수 팀을 운영하는 사례는 최근 챔피언스 리그 우승을 확정 지은 맨시티를 비롯해 많은 팀이 채택하고 있는 방식이다. 이같은 운영은 축구 마케팅 뿐 아니라 경영 측면도 연구해 볼만한 사례다.

2022~2023년 시즌이 마무리 되기 전 영국 프리미어 리그 손흥민 선수의 경기도 직접 관람했다. 프리미어리그가 세계 최고의 리그이고 런던에 위치한 인기팀에다 최근 지어진 만큼 축구장 시설이 훌륭했다. 경기장 내에서 경기 도중엔 음주를 허용하지 않는다는 사실도 인상깊었다. 이날 경기에서 패배했는데 영국 지하철에서 위로를 건네는 영국팬들이 있어 손흥민 선수의 인기를 실감하기도 했다.

이번 기간 동안 유럽의 4대 축구리그를 모두 관람했다. 최근 이강인 선수가 마요르카에서 파리생제르망으로 이적하며 다음 시즌을 기대하게 하고 있다. 이강인 선수는 특히 스페인 리그에서 인종 차별 속에서도 제몫을 해내 실력을 증명한 만큼 새 팀에서 치열한 경쟁을 거쳐 주전 자리를 꿰찬다면 미래가 더욱 기대된다. 우리 선수들의 유럽 리그에서의 선전을 내년 시즌에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