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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래픽보다는 충성 독자, 그들을 모을 기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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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래픽보다는 충성 독자, 그들을 모을 기회가 있다 중앙일보 최선욱 연수기관: Chartbe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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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이 연구를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국제 정치 및 외교 구도가 급변했습니다. 국제 정세에 대한 뉴스 독자들의 관심 또한 그 과거보다 높아진 상황입니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러시아가 미국의 대표적 갈등 당사국이 됐지만, 그 이전엔 미국과 중국 간 외교적 힘겨루기에 이목이 집중돼왔습니다. 2022년 베이징 겨울올림픽에 미국과 우방국들이 외교적 보이콧을 했던 게 대표적 사례였죠.

미·중 갈등은 동북아시아 외교 안보 뉴스의 핵심 소재입니다. 한반도와 북한 문제 뿐 아니라 대만 관련 이슈도 연결됩니다. 2022년 상반기 우크라이나 전쟁의 여파 속에서도 이 같은 갈등은 계속 드러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현 시점에서도 동북아시아 외교 안보 뉴스에 대한 독자 관심도를 살펴보는 건 의미있는 작업입니다. 지난해 전 세계 독자들의 동북아 외교 안보 뉴스 중 어떤 분야에 관심 가졌는지 분석해본다면, 한국 언론은 정부의 외교 어젠다 설정에 영향을 미칠 의미 있는 참고 자료로 활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한국에 대한 우호적인 국제 여론 형성을 위해 국내 언론이 어떤 메시지를 낼 수 있을지에 대한 답도 뉴스 독자 분석을 통해 찾아 갈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언론사 생존의 축으로 떠오르고 있는 충성도 높은 독자를 모으고 붙잡기 위한 단서도 나올 것이란 기대에서 이 연구를 시작했습니다.

어떻게 연구를

연수 기관인 차트비트와 함께 동북아 외교 안보 뉴스를 10가지 주제로 구분했습니다. 해당 주제를 다룬 뉴스들이 2021년 한해동안 발생시킨 온라인 트래픽을 분석하는 방식입니다. 이들 10가지 주제의 뉴스에 대한 전 세계 뉴스 독자들의 조회수(PV, Page View)는 16억4700만 건 입니다.

☞차트비트(Chartbeat): 뉴욕에 본사를 두고 있는 차트비트는 뉴스 사이트의 독자 유입과 뉴스 소비 현황을 실시간으로 파악해주는 소프트웨어 개발사입니다. 전 세계 60여개국 6만개의 미디어브랜드가 차트비트를 통해 이용자 콘텐트 소비 트렌드에 대응하고 있습니다. 뉴욕타임스(NYT·NBC·워싱턴포스트(WP)·CNN·BBC·LA타임스·아사히신문·NHK·사우스차 이나모닝포스트(SCMP) 등도 차트비트의 고객사입니다.

연구 대상으로 선정한 뉴스의 10가지 주제는 아래와 같습니다.

① 김정은: 북한 최고 통치자

② 신장(Xinjiang): 신장 위구르 지역 인권 관련 뉴스

③ 홍콩: 시민들의 표현의 자유와 민주주의 요구

④ 한국/타이완: 한반도 및 대만 관련 외교 안보 소식

⑤ 미국/중국: G2간 갈등·긴장

⑥ 남중국해: 주변국간 영유권 갈등

⑦ 베이징올림픽: 외교 관련 소식. 순수 스포츠 뉴스는 분석 대상에서 제외

⑧ 민주주의정상회의/QUAD: 민주주의 국가 진영의 공동 움직임

⑨ 틱톡: 미국의 틱톡 SNS 규제

⑩ 석탄: 호주와 중국의 석탄 자원 갈등

글로벌 독자 최대 관심사는 김정은

2021년 동북아 외교안보 뉴스 중 PV 영역에서 전세계 독자들의 최대 관심을 끈 소재는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장이었습니다. 약 5억6800만건의 PV를 기록했습니다. 김정은에 대한 조회수는 PV가 2~3번째로 높은 신장위구르와 한국/대만 뉴스를 합친 숫자(4억2100만)보다 많습니다.

PV 뿐 아니라 소비시간도 김정은 No.1

해당 주제별 뉴스의 총 소비시간(Total Engagement time)을 집계한 데이터에서도 김정은에
대한 관심도가 가장 높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총 소비시간은 독자들이 뉴스 조회
1건당 읽은 시간을 모두 더한 것입니다. ‘독자들이 많이 봤느냐’(PV)는 데이터와 함께 ‘얼마나
꼼꼼히 봤느냐’를 가늠할 수 있기 때문에, 최근엔 PV보다 소비시간이 더 의미 있는 자료로
평가 받고 있습니다.

10개 주제의 소비시간별 순위도 PV의 순위와 같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주제에
따라서 PV는 높지만 소비시간은 뒤떨어지는 사례가 흔하게 나오는데, 동북아 외교안보
분야에선 그 순위가 같습니다.

다만 신장위구르(2위) 뉴스와 한국/대만(3위) 뉴스의 PV 격차는 1.52%고, 소비시간을 분석한
자료에선 그 격차가 18.0%로 벌어집니다. 지난해 글로벌 독자들이 신장위구르 뉴스를 좀 더
많이 더 꼼꼼히 봤다는 점을 파악할 수 있는 데이터입니다

데이터 집계 전엔 미 정부의 틱톡 규제와 베이징 올림픽 보이콧 이슈가 독자들의 큰 관심을
끌었을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스포츠 이벤트나 실생활에 가까운 SNS에 대한 관심이 일반적
외교 뉴스보다 클 거란 생각을 한 겁니다. 하지만 데이터로 확인한 결과 독자의 관심사는
틱톡이 10위, 올림픽이 8위입니다.

미 정부의 틱톡 규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집권 기간인 2020년에 집중된 뉴스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됩니다. 바이든 대통령 취임 이후 2021년엔 틱톡 규제에 대한 해소 뉴스가
있었는데, 이와 함께 대중들의 관심과 논란도 사그라든 게 아니냐는 게 잠정 결론입니다.

미국을 중심으로 한 올림픽 외교적 보이콧에 대한 뉴스와 관심은 2021년 연말에 집중됐던 게
조회수·소비시간 순위가 낮게 집계된 이유로 보입니다. 반면 김정은 국방위원장의 행보나
신장위구르를 비롯한 중국 내 인권 이슈는 1년 내내 계속됐기 때문에 그 순위가 높게
측정됐다고 판단합니다

한 번을 보더라도 깊게 읽는 외교안보 뉴스

아래의 도표는 PV 1회당 평균 몇초 동안 뉴스를 소비하는지 측정한 자료입니다. 동북아
외교안보 이슈 10가지 소재에 대한 뉴스들의 평균 소비시간은 51.0초입니다. 차트비트가
분석하는 세계 60여개국 모든 뉴스들의 1 PV당 평균 소비시간인 29.9초(2021년 4분기)보다
70.6% 높습니다. 그만큼 이 영역은 독자들이 몰입도 있게 이슈를 파악하려는 소재라는
추정이 가능합니다.

평균 소비시간이 가장 긴 뉴스 소재는 미중 갈등(55.6초)이었습니다. PV나 총 소비시간은
김정은 관련 뉴스가 월등히 높지만, ‘한 번을 보더라도 어떤 뉴스를 더 꼼꼼히 봤느냐’를
추정할 만한 데이터를 집계했을 땐 미중 갈등이 1위라는 뜻입니다. 베이징 올림픽(37.8초)
뉴스는 위 10가지 소재 중 가장 낮은 평균 소비시간을 기록했지만, 다른 분야 뉴스의
소비시간 보다는 26.4% 더 길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충성 독자(Loyal Readers)로 볼
수 있는 뉴스 소비자가 상대적으로 더 몰린다는 판단도 가능합니다.

연구의 활용과 시사점

1. 외교 아젠다 제시를 위한 참고 자료

뉴스가 정부 정책의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사회적 기능을 하는 과정에서 이번 자료는
외교 정책 분야에서 활용 가능합니다. 글로벌 독자들의 관심사를 파악함으로써,
주목도·효율성 높은 외교 아젠다를 정부가 제시하기 위해 어떤 메시지를 전달해야 할
지에 대한 정책적 제안을 뉴스 생산을 통해 주도할 수 있습니다. 글로벌 독자들에게
무관심한 메시지를 정부가 일방적으로 내는 점을 지적하는 언론의 기능도 여기에
포함됩니다.

2. 독자 데이터 기반 뉴스룸(Data Driven Newsroom) 구축의 필요성

살펴본 바와 같이 전 세계 유수 언론들은 위와 같은 독자 데이터 분석을 통해
실시간으로 독자들의 뉴스 소비 성향을 파악하고 있습니다. 독자 관심사에 부합하는
뉴스를 더욱 많이 발굴·생산함으로써, 알권리 충족이라는 공적 기능을 강화하는
동시에 자사 뉴스 사이트에 더 많은 독자가 더 오래 더 자주 찾아오도록 만드는 상업적
효과도 함께 노리는 것입니다. 하지만 현재 국내 뉴스 생산자들 사이에선 독자
데이터의 가치를 수준 낮은 것으로 취급하는 게 주류 의견으로 남아있다고 봅니다.
독자 데이터를 측정·가공하더라도 PV 분석 수준에만 머무는 언론사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이런 분위기가 만들어 지는 건 당연할 수 있습니다.

3. 뉴스 산업 생존의 길이 독자 데이터에 있다

한국 언론계에서도 디지털 유료 구독자 유치는 기업으로서의 언론사 생존을 위한
궁극적 목표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그 현실은 차트비트와 그 고객사들인 글로벌
업계의 숙제기도 합니다. 하지만 단순히 PV 늘리기용 뉴스를 다량 생산하는 것으로 그
목표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하는 종사자들은 많지 않아 보입니다. 실제 차트비트
데이터에 따르면 뉴스 독자들 중 45%는 클릭 수 15초 안에 그 페이지를 떠납니다.
이런 현실에서 PV만 높은 뉴스를 만드는 언론사가 마케팅툴로서의 매력을 갖고
있다고 보는 것 또한 어려울 것입니다.

위와 같은 데이터 가공으로 독자의 뉴스 소비 성향을 파악하는 것이 긍정적인 길을
찾는 데 길잡이가 될 수 있습니다. 데이터 분석 결과 동북아 외교안보 이슈는 뉴스에
대한 독자 집중도가 일반 뉴스의 평균보다 월등히 높은 영역인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흥미로워서 뉴스를 클릭하는 게 아니라, 개별 독자가 관심있고 필요한 정보를 얻기
위해 클릭하는 성향이 높다는 것으로 해석 가능합니다. 그만큼 집중도·몰입도가 높은
뉴스를 통해 구매력 있는 독자들 유치하고, 그들의 소비 충성도를 높여 유료화 전략을
추진하는 데 데이터가 그 기본 자료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최근 국제 정세를 살펴보면, 전 세계 수많은 언론이 우크라이나 전쟁 현장 취재를 통해 참상을
전달하고 평화의 메시지를 내고 있습니다. 이 같은 언론의 노력이 평화와 공동번영을 위한
여론 형성에 기여한다는 점을 믿습니다. 강대국 간 갈등이 어떤 방식으로 표출될 지 모르는
동북아 외교안보 이슈에 대한 보도 또한 마찬가지 기능을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데이터로 집계한 바와 같이, 그러한 뉴스들을 몰입도 있게 보고 읽고 들어줄 독자들은 충분히
존재합니다. 뉴스 산업 생존의 길은 독자 만족에 달려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