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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본 ESG투자의 현재·미래
한국시장의 시사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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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본 ESG투자의 현재·미래 – 한국시장의 시사점
미국에서 본 ESG투자의 현재·미래
- 한국시장의 시사점
한국경제신문 안상미 연수기관: 콜롬비아대

I. 머리말

환경(Environmental), 사회(Social), 거버넌스(Governance)로 요약되는 ESG는 기업들의 지속 가능한(Sustainable)성장의 원동력이자 금융 투자의 주요 테마다. ESG 투자는 기업의 재무적인 요소와 함께 장기적 관점에서 기업 가치에 영향을 주는 환경(E), 사회(S), 지배구조(G) 등 비재무적인 요소를 고려해 관련 기업들에 투자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지속 가능한 기업을 발굴하고, 장기적인 투자성과를 높일 수 있다는 논리다.

기업들도 ESG 경영에 초점을 맞춰 장기 수익을 높이면서 환경과 사회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이끌 수 있다는 점에서 ESG 시장은 급성장했다. 출발점은 유럽이지만 미국도 ESG투자를 선도하는 국가로 꼽힌다. 미국 정부와 규제 기관들도 ESG 투자를 촉진하도록 관련 정책과 규제를 제정해 지속적인 성장을 유도하고 있다.

다만 미국에서는 작년 하반기부터 ESG 투자에 반대하는 법안들이 본격적으로 통과돼 ‘ANTI-ESG’가 확산되고 있다. 글로벌 기업들과 투자 업계 모두가 ESG 경영과 평가에 매달리고 있는 상황에서 이 같은 움직임은 시장의 혼란을 야기시킨다. ESG 지수의 모호한 평가기준과 비재무적인 성과 측정에 대한 신뢰성이 지적 받고 있다. 2023년 현재 전환점을 맞이하고 있는 미국의 ESG 투자 동향(현재, 미래)을 살펴보면서 한국 시장의 시사점을 진단해보고자 한다.

II. 본론

미국의 ESG투자 현주소

ESG시장 급성장 …수익률 선전

ESG시장의 성장은 투자자들의 관심 증가, ESG 투자 성과 개선, 정부의 규제 강화 등 여러 요인에 의해 촉진되고 있다. 미국 정부는 ESG 투자에 대한 세금 혜택을 제공하고, ESG 투자를 위한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 힘써왔다. 이러한 정책은 ESG 투자를 더욱 활성화시키고, ESG 투자가 장기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준다.

글로벌 지속가능 투자협회(Global Sustainable Investment Association)에 따르면 ESG 자산은 2016년과 2018년 각각 22조8000억 달러, 30조6000억 달러로 성장했고, 2020년 35조 달러를 넘어섰다. 글로벌ESG자산은 현재 운용 중인 전세계 자산의 약 33%에 해당한다. 성장세가 주춤하더라도 ESG자산은 2022년과 2025년 각각 41조 달러 및 50조 달러에 이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지역별로 유럽은 2018년까지 글로벌 ESG 자산의 50% 이상을 차지했지만 현재 미국이 주도하고 있다. 미국은 지난 2년간 40% 이상 ESG 자산 증가율을 기록하면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현재 ESG시장의 증가율이 축소되더라도 2022년 미국 ESG 자산 보유액은 20조 달러를 넘어섰다는 분석이다.

글로벌 ESG운용자산 성장 추이, 글로벌지속가능투자연합(GSIA), 블룸버그 인텔리전스

글로벌 기업들의 ESG 경영 우위를 따져 기업 투자 여부를 결정하는 게 향후 금융시장의 장기 성과를 결정할 것이란 게 투자업계 진단이다. ESG 투자는 재무적 성과뿐만 아니라 환경과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한다는 점에서 기존의 투자 방식과 차별점이 있다. ESG 요소를 고려한 투자는 장기적으로 기업의 지속가능성과 수익성을 높인다는 각 연구내용들이 부각되면서 ESG 펀드로 자금이 몰렸다. 또한 ESG투자 상품도 다양해지고, 자금유입이 폭발적으로 늘면서 자연스럽게 관련 상품 수익률도 시장 수익을 웃돌았다.

모닝스타, 블랙록 등 글로벌 자산운용사 등에 따르면 미국 주요 ESG 펀드는 2022년 한 해 동안 평균 18.2%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이는 일반 주식형 펀드(15.4%)보다 높다.

펀드 이름수익률
Vanguard ESG All Cap ETF18.20%
iShares ESG Aware MSCI USA ETF18.10%
SPDR S&P 500 ESG ETF18.10%
T. Rowe Price US Aggressive Growth ESG Fund17.80%
ARK Innovation ETF17.70%
2022년 주요 미국 ESG 펀드 성과, 모닝스타
뉴욕증권거래소 내부전경. 안상미 기자

실험대에 오른 미국 ESG 투자

변곡점 맞은 ESG시장…ANTI-ESG 법안 확산

미국에서는 최근 공화당이 집권하는 주를 중심으로 ESG투자에 반대하는 법안이 제안되거나 채택돼, ESG 투자를 직접적으로 제한하거나 간접적으로 투자를 어렵게 만드는 규제가 증가하고 있다. 2022년말 기준 18개의 주정부에서 진행 중이다.

미국 내 확산된 Anti-ESG 투자, 블룸버그 인텔리전스(BI)

2019~2021년 ESG시장은 크게 성장했지만 2022년부터 공화당이 집권하는 주를 중심으로 ESG투자 반대의 목소리가 커지기 시작하면서 제동이 걸렸다. 2022년 8월 플로리다주 ANTI-ESG 결의안(Resolution)에서는 연기금 등이 투자를 결정할 때 전적으로 ‘재무적’ 기준에 따르도록 했다. 즉 ESG 요소를 고려하지 않도록 한 것이다. 같은 해 9월 텍사스주도 주정부의 연금자산이 ESG 투자에 사용되는 것을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지난 1월 오클라호마주의 주정부도 ESG 투자를 하는 기업과 거래하는 것을 금지하는 법안이 통과됐다. 이러한 움직임은 ESG 투자가 기업의 재무 목표보다 정책 및 사회적 목표를 우선시하고, ESG 또는 기후 위험이 자금 조달을 제한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 비롯됐다. ESG 투자가 기업의 자유로운 기업 활동을 제한하고, 정부의 과도한 개입을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블랙록 등 글로벌 자산운용사들의 연례보고서에 따르면 이 같은 분위기 속에서 ESG 투자의 성과가 부진했다. 글로벌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래리 핑크 CEO는 “ANTI-ESG를 내세우는 주들이 지난해 자산 운용사에서 약 40억 달러의 투자 자금을 회수했다”고 밝힌 바 있다.

무늬만 ESG 경영…그린워싱 우려

현재 산업군별 ESG투자 동향을 보면 신재생 에너지 산업은 ESG 투자의 중심 대상이다. 기후 변화와 탄소 배출 감소에 대한 글로벌 관심이 높아지면서 투자자들은 태양광, 풍력, 수력 등의 신재생 에너지 기업에 투자하는 경향이 늘어나고 있다. 기술 및 정보 기술 산업도 혁신과 지속 가능성을 결합한 분야로 디지털화, 인공지능, 빅데이터 등을 활용해 환경 문제를 해결하고,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기업들이 주목받을 것이란 분석이다. 자동차 및 운송 산업은 탄소 배출과 대기 오염과 관련된 문제로 인해 ESG 투자의 중요한 대상이다. 전기차 및 수소차 기술을 개발하고 친환경적인 교통 수단을 지원하는 기업들이 주목받는다. 금융 서비스 산업에서는 ESG 요소를 통합한 금융 제품과 서비스의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투자자들은 금융 기관이 ESG 기준을 준수하고 사회적 영향을 고려한 금융 제품을 제공하는지를 고려할 것이다. 금융 서비스 기업들은 ESG 관련 기준과 요구사항을 충족시키기 위한 노력을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소비재 및 식품산업에서도 지속 가능한 생산 방식, 제품 안전성, 사회적 책임 등을 고려한 기업에 투자하는 경향이 높아질 것이다. 이에 따라 투자자들에게 기업들이 제공하는 ESG보고서는 필수항목이 됐다. 많은 기업들이 ESG 보고서를 통해 기업의 환경, 사회, 지배구조 성과를 투자자와 이해관계자들에게 공개하기 위해 수많은 비용을 들이고 있다.

기업들의 ‘그린워싱(Green Washing)’문제도 떠오르고 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ESG와 관련된 잘못된 진술 및 누락, 절차 미준수로 뱅크오브뉴욕멜론과 골드만삭스를 기소했다. SEC는 작년 5월‘ESG 투자 상품의 공시 규정안’과 ‘ESG펀드 이름에 대한 규칙 개정안’을 발표했다. ESG 관련 펀드로 분류되기 위해 충족해야 하는 기준을 제정하고, 해당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펀드가 ESG 관련 이름을 사용할 시 벌금 등을 부과하는 룰이다. ESG 요소를 주요사항으로 고려하는 ESG 중점펀드로 분류되기 위해서는 요약설명서, 연차보고서 등에 보다 상세한 정보기재가 요구된다. 일각에서는 SEC의 그린워싱 단속 규제가 ESG 투자시장의 AUM 축소를 야기할 전망이다.

ESG 지표 표준화 및 공시 투명성 강화

작년 미국 전기자동차회사 테슬라는 S&P500 ESG지수에서 탈락했다가 1년 여 만에 최근 다시 편입됐다. 미국 증시 내 우량 기업 500곳을 대상으로 한 S&P 500 ESG 지수는 기업의 환경과 사회적 책무, 지배구조 등에 대한 데이터를 토대로 산출된다. 외신들에 따르면 당시 S&P는 테슬라의 저탄소 전략 부족, 인종차별과 열악한 근로 환경 등이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ESG 지수를 나열하는 평가항목으로 환경(Environment)요소에는 기후 변화, 에너지 효율성, 자원 관리, 환경 오염 등과 관련된 기업의 환경적 영향이 포함된다. 사회(Social)요소에서는 노동 관계, 인권, 사회적 다양성, 고객 관계, 사회 공헌 등과 같은 기업의 사회적 영향을, 지배구조 (Governance) 지표에서는 이사회 구성, 임원 보상, 회계 투명성, 이해관계자의 권리 보호 등과 관련된 기업의 경영 품질을 평가한다. ESG투자 열풍이 불면서 기업들의 ESG성과를 측정 및 평가하는 지수들도 생겨나기 시작했다. ESG지수는 S&P500, MSCI 등 다양한 업체들이 제공한다.

주요 ESG 평가지수에 대한 투자자 설문, COLUMBIA UNIVERSITY

미국 내 ESG지수에 대한 신뢰도, 효용성 설문조사에 따르면 투자자 입장에선 ISS-ESG, CDP, Sustainalytics, ecovadis, S&P Global ESG 등이 높은 만족도를 보이며 1~5위를 차지한다. 기업입장에서는 CDP, S&P GLOBAL ESG, MSCI에 대한 신뢰와 평가 점수가 높았다.

투자자들은 기업의 ESG 성과를 비교하고 평가하기 위해 일관된 지표와 보고서를 요구하고 있다. 기업들도 ESG 관련 공시 규칙 및 요구사항을 명확하게 해석하고, ESG적용전략을 세워야 한다. 정부의 규제 강화로 인해 높은 수준의 ESG 보고 프레임워크를 개발하는 것은 물론 커뮤니케이션, 투명성과 리스크 평판까지 확보해야 한다.

기존과 달리 ESG시장의 질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ESG 데이터의 중요성이 뒷받침돼야 한다. 국제적인 표준화 기구와 정부 규제가 갈수록 더 중요해질 것이다다만 비재무적인 요소로서 평가기준이 주관적이기 때문에 업체마다 지표 가중치 등이 달라 신뢰할 수 있는 평가지수의 마련이 시급하다.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는 이달 말 국제표준 ESG 공시 기준 최종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향후 기업들은 ESG 등급이 낮은 경우는 자금조달이 어렵거나 이자를 많이 물게 되는 등 실질적인 불이익이 나올 수 있다.

III. 맺음말

2022년 상반기까지만 해도 ESG 시장은 급속도로 성장하는 시기였다. 글로벌 투자업계는 물론 기업들도 ESG지표를 내세워 경영 성과를 부각시키고자 했다. 투자자들의 관심 증가, 정부의 ESG 투자에 대한 지원, 기업의 ESG 경영 강화, ESG 투자의 수익성 증가 등이 시장 성장을 이끌었다.

이번 뉴욕 연수 과정에서 미국 ESG 시장의 분위기는 크게 달라졌다. 작년 하반기 들어 ESG 경영과 투자 성과에 대한 논란들이 부각되면서 적정한 투자기준과 규제 마련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성장세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우려다.

하지만 올해부터 미국 ESG시장은 한단계 진화 과정을 거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에서는 비재무정보 공시, ESG 펀드에 대한 Name Rule 등 ESG 관련 규제가 본격적으로 적용될 예정이다. ESG 투자의 경우 양적인 성장에서 까다로운 규제 등이 등장해 질적인 재정비 시간을 거칠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미국 투자시장의 키워드로 꼽히던‘ESG시장’이 성장통을 겪고 있는 셈이다. 이제는 단순한 양적 성장에서 벗어나 질적인 성장으로 프레임이 바뀌고 있다.

이같은 단계를 거치면서 ESG 투자는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업의 ESG 성과와 관련된 데이터와 지표가 신뢰성을 얻으면, ESG 요인을 고려한 투자 전략도 정착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보다 더 많은 ESG 투자 상품과 기회가 투자자들에게 제공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올해는 기후 위기와 관련된 ESG 투자가 더욱 강조될 것으로 예상된다. 기후 위기 관련 리스크와 기회에 대한 인식이 증가하면서, 신재생 에너지, 친환경 기술, 기후 관련 기업들에 대한 투자가 계속해서 증가할 것이란 게 전문가들 전망이다.

한국시장도 미국의 움직임에 발맞춰 ESG투자에서 변화의 물결이 예고된다. 한국도 미국의 움직임처럼 ESG 제도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2025년부터 자산 2조원 이상인 코스피 상장사의 ESG 공시가 의무화되고, 2030년에는 모든 코스피 기업이 대상에 포함된다. 현재 한국거래소의 ESG 관련 펀드는 2021년 이후 상당한 숫자가 상장됐다. 미국처럼 ESG Name Rule 적용 등 엄격한 기준을 가져다 대면 한국 시장도 빠르게 발을 맞춰야 할 것이다. 국내 운용업계도 ESG 투자에 대한 질적인 관리가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기업들 역시 정제되고 있는 ESG 지표들에 적합한 경영성과를 내야 하는 것은 물론 공시 투명성 등을 통해 신뢰받을 수 있는 ESG 경영과 투자가 필요할 것이다. (끝)

<참고자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