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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me Warner Cable News를 만나다 – 미국 로컬 뉴스룸 탐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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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 온 이후에도 가장 많이 보는 TV 프로그램은 뉴스입니다. 표준 발음을 구사하기 때문에 영어 공부
에도 도움이 되고 세상 돌아가는 얘기도 들을 수 있다는 점에서 일석이조입니다. TV 뉴스를 보면서 가장
크게 느낀 점은 한국과는 뉴스 구성이 많이 다르다는 것이었습니다.


▣ 미국 뉴스? Local News!


한국의 경우 지역에서도 수도권 소식이 뉴스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합니다. 미국에 비해 나라의 규모가
작은 영향도 있지만 지방자치 이후에도 중앙에 각종 권한이 집중된 것도 한 이유일 겁니다. 내 생활과
무관하다면 굳이 서울 소식이 궁금할 게 없을 테니 말입니다.


미국은 50개 주가 모여 만든 나라로 지역 살림살이는 주 정부의 몫입니다. 내 생활과 직접 관련이 없으니
시민들도 특별히 국가적 문제나 국제 정세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 아니면 자기 지역 밖의 소식을 크게 궁금
해 하지 않는 분위기입니다.


이렇다 보니 뉴스도 자연스레 미국 소식이 아니라 지역 소식 위주로 구성됩니다. NBC, CBS, ABC 같은
전국 네트워크 채널들도 마찬가지입니다. CNN을 비롯한 몇몇 방송만이 중앙 정가와 경제, 국제 뉴스를
위주로 다룰 뿐입니다.


▣ Time Warner Cable News를 찾아가다


가을학기가 끝나고 시간이 나자 뭘 할까 생각하던 끝에 Local 방송사를 방문해 보기로 했습니다. 제가
있는 곳이 텍사스의 주도인 오스틴인 관계로 유력 방송사의 지사 대부분이 이 곳에 위치해 있습니다.



어느 곳에 찾아가볼까 고민하던 끝에 Time Warner Cable News(이후 ‘TWC News’)를 찾아가 보기로
했습니다. 규모 면에서는 CBS나 FOX 같은 채널들보다 작지만 좀 더 특색이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먼저
미국의 거대 미디어 그룹인 Time Warner의 계열사입니다. 또한 거대 SO (System Operator)인 Time
Warner Cable을 기반으로 24시간 뉴스를 한다는 점도 일반 방송사들과는 차이가 있었습니다.


▣ 홈페이지에 남긴 글로 ‘OK’


계획은 세웠지만 어떻게 방문할 지가 관건이었습니다. 아는 사람이 있는 것도 아니고 무턱대고 찾아가기
도 그랬습니다. 궁리 끝에 이메일을 쓰려 했지만 홈페이지에 적당한 이메일 주소도 없었습니다. 하는 수
없이 홈페이지 의견란 같은 곳에 간단한 자기 소개와 함께 제 이메일을 남겼습니다.


하루도 안 돼 답이 왔습니다. “You are welcome to visit”
좀 놀랐습니다.


▣ Hyper-Local News


Newsroom으로 찾아가자 Assistant Director가 저를 맞아주었습니다. 리포터 6명, 포토그래퍼(우리나라
카메라 기자입니다) 4명 등으로 크지 않은 규모였지만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24시간 동안 평균 12개에서 20개 정도의 스토리(여기서는 리포트를 스토리라고 부르더군요. 그만큼
스토리텔링을 중시하는 듯했습니다)를 반복해서 방송하는데 지역 외 소식은 네트워크를 통해 받고 있었
습니다. 또 지역 뉴스인 만큼 날씨와 교통상황을 수시로 반복해 전달했습니다.


Newsroom을 둘러보기에 앞서 먼저 몇 가지 질문부터 했습니다. 첫 번째 질문의 답은 앞서 총괄 Director
와의 인사 때 먼저 나왔습니다.


“우리들은 시청률에 신경 쓰지 않습니다. 저널리즘을 구현하기에는 더 적합하죠. 케이블 가입자들이 우리
의 서비스 대상입니다.”
Assistant Director는 한걸음 더 나아가 필요할 경우 광고를 모두 걷어내고 방송한다고 말했습니다. SO를
기반으로 한 만큼 미국의 일반 방송사들과는 수익 구조와 운영 행태가 달랐습니다.


다음으로 Local News로서 지향하는 바를 물었습니다. 답은 ‘Hyper-Local’이었습니다. Local 소식을 전달
함은 물론 전국적인 이슈도 Local의 시각과 관심사에 맞춰 소화한다는 겁니다. 예를 들어 국제적, 국가적
이슈인 시리아 문제는 텍사스 해안에 도착한 시리아 난민의 스토리를 다루는 방식으로 처리했습니다. 다양
한 시각을 담기 위해 2차 대전 당시 독일과 일본, 이탈리아 등에서 들어온 난민 문제를 베스트셀러로 썼던
작가와 인터뷰도 추진했습니다. Local에 충실하면서도 Local 단위에 머물지 않고 이슈와 스토리를 만들어
가는 방식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출입처에 대해서도 물었습니다. 인력의 제한 탓도 있겠지만 출입처는 시청에만 두고 있었습니다. 의외였던
것은 주도에 있으면서도 주 의회와 주 지사가 근무하는 Capitol에는 별도의 출입기자를 두지 않는다는 점
이었습니다. 주 전체보다는 시의 상황이 지역 시청자의 생활과 직결돼 있다는 판단이 깔려 있는 듯했습니다.


▣ 편집회의에 참여하다


어느 정도 질의응답이 진행될 즈음, Assistant Director가 시간이 됐다며 저를 회의실로 안내했습니다.
오후 편집회의 시간이었습니다. 당연히 밖에 서서 보려니 했는데, 웬걸 회의실 테이블 중앙에 앉히더군요.
당황스러운 순간이었습니다.



간단한 제 소개 후 회의가 시작됐습니다. 솔직히 현안에 대한 지식이 많지 않아 자세한 내용까지는 알기
어려웠습니다. 다만 규모가 크지 않은 관계로 리포터가 회의 도중 직접 참석자들에게 설명을 하고 칠판에
뭔가를 적는 모습이 생동감 있어 보였습니다.


또 회의 도중에 인근 도시인 샌 안토니오의 Newsroom과 컨퍼런스 콜을 연결해 여러 가지 진행 상황에 대해
논의하기도 했습니다.


▣ ‘Desking’은 없다


회의 방식 외에도 우리 나라 언론사들과 다른 점이 적지 않았습니다. 무엇보다 놀라운 것은 이른 바 ‘Desking’
절차가 없다는 점이었습니다. 저널리즘의 기본으로 배운 게 없다니 당황스럽더군요. 물론 작은 Local News
room 한 곳의 사례일 수도 있으나 그 곳 책임자 중 한 사람의 말로는 자신이 여러 곳에서 일해봤지만 그런 작업
은 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오보가 나갈 경우 스테이션 이미지에 문제가 될 수 있지 않냐고 묻자 스토리, 즉 기사는 전적으로 해당 리포터
가 책임진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최악의 경우, 공지와 함께 해당 기사를 ‘retraction’(철회)한다고 덧붙였
습니다. 우리 나라와 달리, 기자 개인이 지방에서 경력을 쌓은 뒤 중앙의 유력 언론사로 진출해 스스로 몸값을
키우는 기자 양성 시스템이 이런 차이의 배경이 아닌가 싶었습니다.


그렇다면 도대체 Director 혹은 Editor는 무슨 일을 하는 걸까요? 아이템을 정하고 취재 제작 상황을 점검해
뉴스가 제대로 나가도록 챙길 뿐 제작에 직접 관여하지는 않는다고 했습니다.


▣ 야근도 없다


앞서 말씀 드린 Desking 부재가 시스템의 차이라면 지금부터 언급할 것들은 단순한 규모의 차이일 수 있겠습
니다. 그렇다고는 해도 역시나 놀랍기는 마찬가집니다.


먼저 야근자가 없습니다. 인건비 때문이겠죠. 하지만 아무도 없는 건 아닙니다. 프리랜서인 ‘stringer’가
야간 카메라 기자로서 활동합니다. 심지어 방송을 송출하는, 우리로 따지면 주 조정실에도 야근자가 없습니
다. 정확한 퇴근 시간은 잊었는데 어쨌든 시간이 되면 퇴근한다고 했습니다.



방송사고가 나면 어떻게 하냐고 묻자 백업 시스템이 돼 있어 당장 송출에는 문제가 없다고 했습니다. 방송의
신뢰성 보다는 경제성에 더 초점이 맞춰진 듯했습니다. 실제로 총괄 Director는 동유럽 지역 방송사들이 자신
들의 효율적 운영 시스템에 큰 관심을 보인다고 했습니다.


인력 구조상 당연한 일이겠지만 영상편집도 리포터가 직접하고 있었습니다. 한창 편집 중인 한 리포터에게
따로 교육을 받았냐고 묻자 대학 때 관련 프로그램을 다뤄 봤고 또 일을 하면서도 많이 숙달됐다고 했습니다.


Photographer, 즉 카메라 기자 역시 유력 방송사들과 달리 오디오맨이나 운전기사 없이 리포터와 단 둘이
다닙니다. 여기까지는 뭐 놀랄 게 없습니다. 그러나 저와 만난 한 photographer는 영상취재와 편집, 운전은
물론 위성중계차까지 자신이 직접 다룬다고 설명했습니다. 한마디로 카메라 기자에 영상편집, 엔지니어, 오디
오맨, 운전기사까지 그야말로 멀티테스킹이었습니다.


▣ 방송 신무기?


마지막으로 인상적이었던 것 하나 소개하고 마칠까 합니다. 아래 남자 분이 들고 있는 것…



얼핏 보기에 카메라 배터리 충전기 같았습니다. 하지만 중계 장비였습니다. 우리 나라에도 휴대용 LTE장비를
카메라에 직접 연결해 중계차처럼 송출하는 장치가 없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크기가 다릅니다.


통상 우리 나라 방송사들에서 사용하는 LTE 장비는 배낭만한 크기로 오디오맨이 매고 다녀야 합니다. 하지만
이건 그냥 카메라 뒤에 장착하면 된다고 하더군요. 물론 자신들도 얼마 전에 받아 시험 단계에 있다고 했습
니다. ‘저게 얼마나 잘 작동할지는 몰라도 앞으로는 저렇게 바뀌겠구나’ 싶은 게 무척이나 인상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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