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목록보기

Size is matter! – 스크린 홍수 속 미디어의 생존법

by

국내에도 아이폰5, 아이패드 미니 등 애플의 신제품들이 출시된다는 소식이 들리네요. 미국에 체류하고 있는 덕에 이들을 한발 앞서 만져볼 수 있었습니다. 아이폰5는 외양부터 눈에 띄게 달라졌더군요. 종전 모델보다 길쭉해진데다 뒷판도 금속성 마감재를 사용해 전 모델과는 느낌이 확연히 차이가 났습니다. 개인적으로 쥐는 느낌은 전보다 좋아졌으나 화면은 좀 답답해진 감이 있더군요. 혹 아이패드 미니를 돋보이게 만들려는 전략이 아닌가 싶기도 했습니다. 7인치의 태블릿은 경쟁 업체들이 이미 시도했던 크기여서 외양 자체만으론 크게 새로울 게 없습니다. 하지만 트렌드 세터의 가세는 앞으로 시장을 본격적으로 바꿔놓을 공산이 큽니다. 그렇게 보면 윈도우8 등장으로 모바일 시장에서 운영체제간 전쟁이 불붙는 동시에 사이즈의 전쟁도 시작된 셈입니다.


다양한 모바일 기기간 경쟁으로 발등에 불이 떨어진 건 미디어 등 컨텐츠 공급자들입니다. 우선 다양한 사이즈의 스크린의 등장은 각각 그에 걸맞는 맞춤형 컨텐츠를 요구하게 될 겁니다. 내용이 형식을 결정하기도 하지만 형식도 내용을 규율합니다.

2009년 중앙일보가 기존 신문 판형보다 컴팩트해진 ‘베를리너판’을 도입한 뒤 필자는 이를 체감할 수 있었습니다. 신문 한 면에 들어가는 기사 꼭지 수가 줄면서 기사는 더욱 길어지고, 심층적인 내용으로 구성돼야 했습니다. 그러자면 기자의 취재 방식과 편집국의 조직 체계도 바뀔 수 밖에 없습니다.

운영체제간 승부의 결과도 콘텐츠 시장의 판도에 상당한 변화를 미칠 겁니다. 일례로 애플의 IOS 이용자들은 유료 콘텐츠에 상대적으로 너그러운 반면, 구글 안드로이드 사용자들은 무료 컨텐츠를 선호하는 경향이 강하다고 하네요. 또 같은 애플 제품 사용자라도 아이패드, 아이패드 미니, 아이폰을 주로 사용하는 계층은 서로 다른 특성을 보일 테고 선호하는 뉴스도 다를 것이라 짐작됩니다.

문제는 최근 디지털 미디어 기기의 변화는 그 방향과 강도가 거의 예측 불가능한 수준이란 점입니다. 미디어 종사자들이 느끼는 불안의 근원도 결국 이런 불확실성에 있다고 봅니다.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 할지가 불분명한 겁니다.

혼돈 속에 있는 건 미국 언론사들도 마찬가지 인 것 같습니다. 그런데 최근 재밌는 대응 사례를 접했습니다. 바로 보스턴글로브의 웹사이트입니다. 뉴욕타임스의 계열사이자 보스턴 지역의 유력지인 이 신문은 디지털 시대에 적응하기 위한 실험적인 시도를 많이 하는 곳으로 정평이 나있습니다. 웹사이트를 분리해 속보ㆍ스포츠 뉴스 위주의 무료 사이트(보스턴닷컴)와 유료 심층 뉴스 사이트(보스턴글로브닷컴)를 따로 운용하는 것도 그 중 한 예입니다. 이 신문의 사이트는 지난해부터 이른바 ‘반응형 웹디자인’기술을 활용하고 있습니다. 스크린의 크기에 따라 자동적으로 레이아웃과 폰트, 이미지의 크기가 바뀌며 최적의 화면을 구성되는 방식입니다. 마치 물이 담기는 그릇의 크기의 모양에 따라 형태가 바뀌는 것과 유사합니다.

이같은 시도가 성공한다면 상당한 시간과 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겁니다. 화면의 크기에 자동적으로 반응할 뿐 아니라 웹 방식이라 어떤 모바일 운영체제에 에서도 구현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전국지인 USA투데이의 웹사이트도 이 방식을 도입하고 있습니다.

뉴미디어 시대에 언론사가 맞닥뜨리고 있는 숱한 난제들을 감안하면 이런 시도는 단편적 대응 사례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상징적인 메시지는 하나는 뽑아낼 수 있다는 생각입니다. 바로 불확실성의 시대에 최고의 무기는 유연함이란 것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