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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IS에서 ESL 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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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는 곳곳에 ESL(English as a Second Language) 프로그램이 있다. 도서관이나 성당, 교회,
지역 교육기관 등에서 무료 또는 유로 ESL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프로그램 수준은 레벨에 따라 다르지
만 대개 그다지 높은 편은 아니다. 대부분 영어가 짧은 이민자들을 대상으로 하다 보니 일상생활에 필요
한 영어 실력을 키우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물론 미국 생활을 하다 보면 이런 일상 영어가 절실할 때
가 더 많지만 좀 더 ‘고급스런’ 영어 구사 능력을 키우고 싶다면 대학 ESL 프로그램을 듣는 것도 방법
이다.


나는 연수 중인 존스 홉킨스 국제관계 대학원(SAIS)에서 올 봄 학기에 ‘English reading and writing’
이란 ESL 프로그램을 듣고 있다. 1주일에 두 번, 한 번에 1시간30분 가량 진행되는 대학원생 대상 ESL
프로그램이다. 수업은 3개월(2~4월) 코스다. 수업을 듣는 학생은 나를 포함해 6~7명이다. 우리 반은 공
교롭게 모두 한국, 중국, 일본 등 아시아 학생이다.



수업은 크게 리딩(reading)과 라이팅(writing) 두 가지다. 리딩 수업은 잡지나 학술지에 실린 기사나
논문을 읽고 어휘와 표현, 글의 구성이나 톤(tone) 등에 대해 토론하는 식으로 진행된다.


라이팅은 보통 숙제로 나온다. 수업 시간에 읽은 기사나 논문을 요약하라거나, 그래픽 처리된 데이터
를 요약하고 코멘트를 달라는 식이다. 처음에 초안(draft)을 내면 교수가 고칠 부분을 지적해주고,그걸
반영해 최종안(final)을 낸다.


종종 수업 시간에 30~40분짜리 퀴즈를 보기도 한다. 교수가 가져온 읽을거리를 읽고 주어진 시간에 내용
을 파악해 시험을 치러야 한다. 시험은 어려운 단어의 뜻을 유추하거나 내용을 요약해 서술하는 식으로
진행된다. 리딩과 라이팅을 동시에 테스트하는 시험이라고 볼 수 있다.


뭘 읽고 뭘 써야 하는지는 학사 일정을 볼 수 있는 인터넷 블랙 보드(black board)를 통해 미리 알 수
있다. 수업은 매 학기 특정 주제를 정하기도 하는 모양인데, 이번 학기 내가 듣는 수업의 주제는 인구
변동(demography)이다. 모든 리딩과 라이팅이 이와 관련된 내용을 다룬다.


수업은 ‘아카데믹’하다. 거칠게 말하면 대학원생들이 졸업 논문을 쓸 때 필요한 기술을 살짝 가르치
는 코스쯤 될 것 같다. 사실 한국에서 기자 생활을 하다 온 연수생들에게는 딱 와 닿지 않는 측면이
있다. 하지만 좀 더 고급스런 어휘나 표현을 익힐 수 있다는 점에선 여전히 도전해볼 만하다.


SAIS ESL 수업을 들으려면 미리 배치 시험(placement test)을 봐야 한다. 배치 시험은 읽기, 쓰기,
말하기, 듣기 네 가지를 평가한다. 가령 워싱턴 포스트 기사를 읽고 내용을 요약하는 식으로 읽기와
쓰기, 미국 NPR 뉴스의 기사 한 꼭지를 한 번 듣고 내용을 요약하는 식으로 듣기와 쓰기를 평가한다.
말하기 평가는 평가를 맡은 교수와 1 대 1로 진행된다. 배치 시험을 치르려면 매 학기 시작 전 자신의
존스 홉킨스 웹페이지(my.jhu.edu)서 시험 일정을 확인해야 한다. ESL 교수에게 이메일을 보내 수강
의사를 알리고 정해진 날짜에 배치 시험을 치르면 된다.


SAIS에서 들을 수 있는 ESL 수업은 올 봄 학기 기준으로 ‘reading and writing’과 ‘listening and
speaking’이다. 두 수업 모두 레벨에 따라 여러 수업이 있는데, 크게 보면  ‘advanced mid’,
‘advanced high’, ‘superior’로 나눠 볼 수 있을 것 같다. 


어떤 수업을 들을지는 배치 시험 결과에 따라 교수가 추천한 레벨을 따르면 된다. 수업은 듣고 싶은
사람 누구에게나 개방된 경우도 있지만 교수에게 미리 수강 허락을 받아야 하는 경우도 있다. SAIS
연수생은 비지팅 스칼러(visiting scholar) 자격으로 청강만 허용된다. 때문에 미리 교수에게 이메
일을 보내 청강 허락을 받아야 한다. 단, 청강이라고 대충 생각하면 안된다. 실제 수업에선 대학원생
이나 청강생에 구별이 없다. 숙제도 똑같이 나간다.


수업료는 무료다. 원래 일반 대학원생은 상당한 액수의 돈을 내야 받을 수 있는 수업이지만 SAIS 비지
팅 스칼러는 USKI 사무실에 미리 얘기하면 한 학기에 ESL이든 다른 일반 수업이든 총 2과목까지 무료
로 들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