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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TT 패권 잡아라”…전운 감도는 美 스트리밍 서비스 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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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TT 패권 잡아라”…전운 감도는 美 스트리밍 서비스 시장

이정호 한국경제신문 차장

올해 미국 미디어 시장의 화두는 또 다시 ‘OTT(동영상 스트리밍)’이다. 넷플릭스가 꽉 잡고 있는 OTT 시장에 디즈니, AT&T, 애플 등 거대 IT 미디어 공룡 기업들이 잇따라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넷플릭스의 최대 경쟁자가 될 것이란 평가를 받고 있는 디즈니의 스트리밍 서비스는 이미 어느 정도 윤곽이 드러났다. 올해 가을 런칭을 목표로 삼은 디즈니의 스트리밍 서비스 이름은 ‘디즈니 플러스’. 디즈니는 그동안 넷플릭스와 맺은 콘텐츠 공급 계약을 차례차례 끊으며 이른바 콘텐츠 방빼기 작업을 벌이고 있다. 아마 올해 말부터는 넷플릭스에서 디즈니 콘텐츠를 찾아보기 힘들 전망이다.

거대 IT 미디어 기업들이 OTT 시장에 눈독을 들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OTT 플랫폼이 영상 콘텐츠 소비의 중심으로 떠오르며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됐기 때문이다. 1997년 처음 서비스를 시작한 넷플릭스는 불과 10여년 만에 전 세계 1억 5000만명의 가입자를 끌어모았다. 2017년 미국에서 넷플릭스 가입자 수는 케이블TV 가입자 수를 뛰어넘었다. 매출은 아직 디즈니에 못 미치지만 2017년 시가총액이 디즈니를 넘어서기도 하는 등 매년 승승장구하고 있다.

한해 100억 달러에 가까운 돈을 독점 콘텐츠인 ‘넷플릭스 오리지널’ 제작에 쏟아부으며 고품격 콘텐츠 공급에 힘쓴 것이 성공 요인으로 꼽힌다. 넷플릭스가 영화 제작 및 배급 등 미국 미디어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력은 막강하다. 미국을 넘어 한국 등 세계 각국의 현지 맞춤형 작품 제작에도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현재 미국 스트리밍 시장의 플레이어는 넷플릭스, 아마존 프라임, 훌루 등이 있지만 천하의 아마존 왕국 조차도 넷플릭스의 꽁무니만 좇고 있는 게 현실이다. 유튜브 세대들까지 가입자로 끌어들일 정도의 파괴력을 가진 고품격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는 경쟁사들이 뛰어넘지 못하는 벽이었던 셈이다.

하지만 디즈니라면 어떨까. 넷플릭스 오리지널과 맞먹는 콘텐츠 파워를 가진 디즈니의 스트리밍 서비스 시장 진입은 아마존과는 다른 양상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현지 IT 전문지들의 관측이다.

디즈니는 21세기 팍스(훌루 모회사) 인수를 마무리하며 투자 실탄을 차곡차곡 쌓고 있는데다 디즈니 자체 콘텐츠, 마블 카툰, 스타 워즈라는 다양하고 방대한 양의 킬러 콘텐츠를 보유하고 있다. 밥 아이거 디즈니 CEO는 올해 최우선 사업 순위를 디즈니 플러스에 둘 것이라고 공표하며 넷플릭스와의 한판 전쟁을 예고하고 있다.

여기에 타임워너를 인수한 북미 최대 통신사 AT&T와 애플까지 자체 스트리밍 서비스 진출을 발표해 미국 스트리밍 서비스 시장은 넷플릭스 독주에서 2강(넷플릭스/디즈니)·3중(아마존/AT&T/애플)의 구도로 재편될 가능성이 커졌다.

자유경쟁 시장에서 경쟁은 환영할 만한 일이지만 정작 소비자들은 대형 스트리밍 업체들의 피튀기는 경쟁으로 콘텐츠 접근에 제약을 받는 단기적인 부작용이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각 스트리밍 서비스 회사들이 가입자 확보와 이탈 방지를 위해 경쟁 초기 자신들의 콘텐츠에 대한 배타적인 유통만 허용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동안 넷플릭스 하나로 만족했던 소비자들이 넷플릭스냐, 디즈니냐를 선택해야하는 불편한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되는 것이다.

이같은 스트리밍 전성시대는 비단 미국만의 사례는 아닐 것이다. 아직 유선 중심의 케이블TV와 IPTV가 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한국에서도 머지않아 스트리밍 서비스가 새로운 트렌드주류로 자리잡을 것이 분명하다. 넷플릭스 한국 가입자는 이미 150만명에 달한다.

넷플릭스와 유사한 한국 토종의 대형 스트리밍 서비스 회사가 출범하지 못할 이유는 없다. 관건은 콘텐츠다. ‘방송 다시보기’와 같은 평범한 콘텐츠를 벗어나 새로운 가입자를 유인할 수 있는 킬러 콘텐츠 제작 여건과 투자 여력이 성공의 필수 조건이다. 전후방 산업 연관 효과를 감안할 때 스트리밍 서비스야말로 저마다 플랫폼 기업을 표방하는 국내 IT 미디어 기업들이 바라봐야 할 지향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