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쿠팡이 있다면, 미국엔 아마존이 있었습니다. 새벽배송에 익숙해져 있던 저희 가족이 드넓은 미국땅에서 과연 적응할 수 있을까 걱정하기도 했지만 기우였다는 걸 깨닫는 데까진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한국에서 바리바리 싸 왔던 짐 더미 중엔 아마존에서도 충분히 살 수 있는 것들이 많았습니다. (한국에서 짐을 싸올 때는 잡화류는 최대한 버리고, 식재료를 가득 채워오길 강력하게 추천해 드립니다!) 예를 들면 샤워 호스부터 각종 세제, 물놀이할 때 필요한 아이 용품까지 쿠팡보다 많은 종류의 아이템을 새벽배송(over-night delivery)으로 받아볼 수 있었습니다. 심지어 잡화류는 한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품목들이 더 많았습니다.
미국 정착 초반 코스트코, 홀푸즈, 트레이더조, 월마트, H마트, 롯데마트 등 각종 오프라인 매장을 돌아다니면서 품목과 가격, 매장 분위기 등을 하나하나 살펴봤습니다. 오프라인 매장이 분명 싸고 물건도 많지만, 가끔 온라인으로 사면 편한 것들이 있었습니다. 각종 골프용품과 도저히 오프라인 매장에서 찾을 수 없을 것 같은 것들, 심지어 재봉을 좋아하는 아내는 재봉틀까지 아마존으로 배송시켰더랬죠. 배송은 생각보다 빠르고 편리했습니다. 다만 한국과 마찬가지로 쿠팡 유료 회원에 가입하면 각종 혜택이 훨씬 많은 것처럼, 아마존 역시 prime(프라임) 멤버십에 가입해야 이런 혜택들이 주어졌습니다.
쿠팡이 ‘쿠팡 플레이’를 서비스하면서 각종 영상 콘텐츠를 제공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제공하는 이유와 배경이 궁금했는데, 미국에 와서 아마존 프라임 멤버십에 가입하고 보니 의문이 풀렸습니다. 원조가 아마존이더군요. 아마존 프라임 멤버십에 가입하면 ‘prime video(프라임 비디오)’와 ‘prime music(프라임 뮤직)’ 등 각종 혜택이 무궁무진한 앱을 무료로 사용할 수 있게 됩니다.
특히 프라임 비디오는 미국에서 넷플릭스나 디즈니플러스만큼 양질의 콘텐츠가 많고, 실시간 TV를 볼 수 있다는 점이 무척이나 매력적이었습니다. ABC, Bloomberg, CBS, CNN, FOX, NBC 등 미국 내 주요 뉴스 채널들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는 점이 무척 유용했습니다. 저희 가족은 거실에서 볼 TV를 현지에서 사는 대신 한국에서 가져온 빔프로젝터와 스마트폰을 연결해서 콘텐츠를 필요할 때마다 시청하기로 했는데 프라임 비디오 덕분에 볼 수 있는 콘텐츠와 양과 범위가 부쩍 늘어날 수 있었습니다.
여기까지는 한국과 크게 다를 바 없었습니다. 한국에도 쿠팡, 쿠팡플레이 등을 자주 사용했기 때문이었던 것 같습니다. 다만! 한국과! 정말이지! 하늘과 땅 차이라고 감히 단언할 수 있는 건! 바로! 반품 정책입니다. 물론 아마존뿐만 아니라 대다수 미국 리테일러 매장의 반품 정책은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입니다. 그냥 웬만한 건 다 환불 해줍니다. 기본적으로 음식물, 신선식품류 등은 개봉하지 않았을 때 제품 유통기한에 따라 24시간, 48시간, 일주일 정도 내에서 FULL RETURN(전액 환불)이 가능합니다.
여기서 놀라운 건 일반 제품에 대한 환불 정책입니다. 정착 과정에서 Serta의 킹 사이즈 매트리스 토퍼를 Hot Deal(특별 할인)로 $85에 구매했는데 영 잠자리가 불편해 싼 게 비지떡이었나, 잘못 샀다고 한탄하며 살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Return’(환불) 탭을 우연히 눌러보니 영수증만 있다면 30일 이내에 전액 환불 가능하다는 안내메시지를 보게 됐습니다. 심지어 애플리케이션을 사용하면 영수증조차 필요 없이 손가락 클릭 몇 번으로 리턴 절차가 시작됩니다.
‘아니 이미 진공 압축포장까지 다 뜯어서 20일 넘게 사용한 마당에 어떻게 환불을 해준다는 거지?’ 나름 ‘헤비 쿠팡 유저’였던 저로선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 환불 정책이었습니다. 아마존 안내원(Associate)과 온라인으로 실시간 채팅 상담을 하다 보니 포장을 위한 박스 등을 사면 해당 비용까지 지원해 줄테니 원하는 옵션을 골라서 환불하면 된다는 안내를 받았습니다.
집 앞까지 아마존 프라임 배달 기사가 픽업하러 올 수도 있고, UPS스토어에 직접 들러 놓고 갈 수도 있고, 대형 크기의 아이템만 아니라면 홀푸즈에 제품만 가져오면 된다는 등 return 옵션을 개인 편의에 맞게 다양하게 제공하고 있었습니다.
미국에서 이사할 때 쓰는 Stretch wrap(스트레치 랩)을 $30에 산 뒤 길거리에서 주어온 커다란 박스에 매트리스 토퍼를 욱여넣고 집에서 5분 거리에 있는 UPS스토어에 가져갔습니다. 리턴한 지 일주일도 채 되지 않아 매트리스 토퍼 가격에 더해 Stretch wrap 가격까지 고스란히 모두 환불받을 수 있었습니다. 덕분에 더 저렴한 가격에 다른 매트리스를 현지에서 중고 거래로 구입해 지금껏 잘 쓰고 있습니다.
여기까지 쓰다보니 아마존 광고 글이 되는 듯한 걱정이 들긴 하지만 어쩌겠습니까. 미국 생활의 일부인 걸요. 물론 이 과정 속에는 챗GPT를 실시간으로 동원해 아마존 상담원과 상담원의 Superior(상관)까지 호출해 약 1시간가량 컴플레인 채팅을 쏟아낸 경험도 함께 담겨있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저와 비슷한 경험을 한 분들이 꽤 많았던 듯 합니다. 특히 제품 특성상 배송과 반품이 어려운 대형 아이템, 예를 들어 침대 매트리스 등은 심지어 ‘이번만 특별히 환불은 진행해 줄테니 기존에 사서 사용하고 있는 제품은 기부하든지 폐기하라’는 메시지와 함께 full refund를 받았다는 사례도 온라인으로 접했습니다. 어찌 됐든 환불 인심에 넉넉한 아마존을 훗날 미국 현지에서 사용하게 되신다면 필요없는 제품이라고 느껴지는 순간 주저하지 말고 환불하십시오. 포장을 뜯었든, 일부 사용했던, 큰 하자가 없는 이상 전액 환불 받으실 수 있을 겁니다.
가을 초순,
버지니아 타이슨스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