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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부터 차근차근… 정착 사전 준비 타임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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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부터 차근차근… 정착 사전 준비 타임라인

8월 말이 시한이기 때문에 재단의 지원 대상자 발표 시기인 3월 초부터 출국까지는 반년 가까이 여유가 있다. 하지만 입국 뒤 우왕좌왕하는 데 아까운 시간을 많이 빼앗기지 않으려면 여유를 부릴 수만은 없다. 가족과 함께 객지에서 1년 살 준비를 하기에는 빠듯한 기간이다. 비행기 타기 전이 중요하다.

안착을 위한 사전 준비 과정을 체크 리스트처럼 시간대별로 정리해 봤다. 워싱턴DC와 메릴랜드(Maryland), 버지니아(Virginia) 등 미국 동부 ‘DMV’ 지역에 올 연수생 분들이 시행착오를 줄이시는 데 도움이 되면 좋겠다. 초등학생 자녀가 있는 3, 4인 가구가 기준이다. 직장인이 기한이 있는 프로젝트를 진행하듯 타임라인에 맞춰 3월부터 차근차근 준비해야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준비가 필요한 것을 크게 나누면 집, 아이 학교, 차, 돈(은행ㆍ카드), 휴대폰 등이다.

▦3월 초… 네이버 ‘버지니아 맘카페’ 가입

모든 길이 로마로 통하듯 모든 정보는 네이버 ‘맘카페’로 통한다. DMV 지역 거주 엄마들이 모이는 ‘버지니아 맘카페’에는 학교부터 집, 마트, 식당, 병원, 행정처리, 벼룩시장 등 모든 정보가 전부 모여 있다. 검색하면 다 나온다. 여성만 가입 가능하고 가입한 뒤에도 등급을 유지하려면 꽤나 공을 들여야 하지만 그 이상의 값어치가 있다.

▦3월 중순… 집 찾기 시작

집, 아이 학교, 차, 돈 중 최우선은 집이다. 집이 없으면(거주 증명이 되지 않으면) 어떤 행정 절차도 진행되지 않는다.

집을 정하는 기준은 여러 가지가 있겠으나, 학군과 집 형태, 가격 정도가 고려 요인이다. 학군을 우선 기준으로 삼고 집 형태는 ‘방 둘 화장실 둘(2BD-2BR)’로, 가격은 가용 범위 감안 적정치로 각각 정한 뒤 인터넷 검색을 시작했다. ‘zillow.com’이나 ‘realtor.com’에서 지역을 좁혀 놓고 수시로 집을 찾았다.

처음에는 DC 안을 뒤졌지만, 가격이 너무 비싸 알링턴, 맥클린, 비엔나까지 검색 범위를 확장했다. 단기 거주자는 ‘타운홈’이나 ‘싱글홈’보다는 아파트나 콘도가 상대적으로 집을 구하기가 수월하다. 아파트와 콘도는 소유주가 회사냐 개인이냐로 구분된다. 아파트 계약은 회사ㆍ개인 간에 이뤄지기 때문에 온라인으로도 충분히 가능하다. 문제는 콘도다. 부동산 중개인(리얼터)이 없으면 계약하기 어렵다. 타운홈이나 싱글홈은 24개월 이상 장기 거주자를 선호하는 경우가 많았다. 주마다 다르지만 버지니아주는 중개인의 수수료를 집 주인이 낸다. 세입자는 부담이 없다.

학군의 경우 ‘greatschools.org’에서 참고할 만한 정보를 찾을 수 있다. 10점 만점을 기준으로 점수가 매겨지는데, 전체 점수와 더불어 ‘형평성(Equity)’ 섹션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소득이나 인종에 따라 학력이 얼마나 차이가 나는지, 이를 해결하기 위해 학교가 어떤 노력을 하는지, 학교별 인종 구성은 어떤지 등을 확인할 수 있다. 거주하기로 결정한 지역은 버지니아 맥클린인데 전 세계에서 온 언론사 특파원, 기업ㆍ기관 주재원, 연수생 등이 특히 많은 곳이다. 다양한 인종이 섞여 산다.

그래서 선택한 학교도 백인, 흑인, 히스패닉, 아시안계 등 온갖 인종이 섞여 있었다. 로컬 학교보다는 국제 학교 느낌이 강했다. 아이가 적응을 쉽게 하는 편이 아니어서 1년이라는 상대적 단기간에 너무 심한 영어 몰입식 환경에 놓이면 스트레스를 많이 받을 수 있겠다 싶었고, 일부러 국제 학교 느낌의 학교를 골랐다.

같은 버지니아 페어팩스 카운티여도 지역에 따라 인종 구성에 차이가 난다. 페어팩스, 비엔나, 옥튼의 경우 백인이 많고, 폴스 처치에는 라틴계가 많이 산다. 아이 성향에 맞게 선택하면 될 것 같다.

정당한지 여부를 논외로 흥미로운 것은 학군이 좋은 곳이 아동 치안 때문에 안전한 곳이고 집값이 비싼 곳이라는 사실이다. 별 예외 없이 가격에 거주 여건이 체계적으로 반영돼 있다. 길 하나 사이로 임차료 차이가 월 500달러나 된다면 이유가 있다. 그렇게 생각하는 편이 속이 편하다.


미국 버지니아주 맥클린 지역 언덕에 있는 콘도를 부동산 중개인을 통해 출국 전 미리 계약했다.

직접 보고 계약하는 것이 가장 좋겠지만 그러려면 미국 입국 시간이 무척 빨라야 한다. 마음에 드는 집을 찾았다면 콘도의 경우에는 부동산 중개인을 통해 ‘버추얼 투어’를 요청할 수 있다. 아파트는 해당 관리사무소(회사)에 요청하면 바로 해 준다.

계약 단계로 넘어가면 집에 따라 요구하는 서류가 다르다. 내 경우 집 주인이 은행 잔고 10만 달러 이상을 요구했다. 통상 실제 자산이 얼마나 되는지보다 융통 능력을 보려는 의도인 때가 많다. 급전을 마련해 3일간 거치하고 증명서를 만들었다. 6개월간 평균 잔고 10만 달러 증명이나 3~6개월 월세 선납을 요구하는 경우도 없지 않다.

▦5월… 아이 학교 등록용 서류 및 항공권 등 준비

집 주소가 나오면 아이 학교 등록이 시작된다. 관할 페어팩스 카운티 교육청에 이메일을 보내 집 주소가 어디인지 말하고, 학교에 진학하려 하는데 필요한 서류가 뭔지 알려 달라고 요청하면 해당 목록을 받을 수 있다. 동시에 한국에서 아이가 다니고 있는 학교의 담임 교사에게 1년 동안 해외로 간다는 사실을 알리면 행정 절차를 밟을 수 있도록 서류를 만들어 준다.

한국과 미국 학교에 제출해야 할 것도, 준비해야 하는 것도 상당히 많다. 특히 페어팩스 카운티 교육청은 ‘헬스폼’(아이 건강 상태 확인서)을 요구하는데, 결핵 검사 결과가 핵심이다. 매년 결핵 검사 인정 기준이 약간씩 바뀌기 때문에 반드시 카운티 교육청 홈페이지 등을 통해 기준을 확인한 뒤 준비해야 한다.

집과 아이 학교를 해결하면서 동시에 항공권을 준비한다. 학교 개학일을 기준으로 3주 전쯤이 입국 시기로 적절한 것 같다. 현지에 도착해 추가로 내야 할 서류들을 준비하거나 자가용을 구매하고 가구를 구입할 시간이 필요하다.

자동차의 경우 입국 이튿날 곧장 구매하기도 하지만 나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일단 렌터카를 먼저 준비했다. 출ㆍ입국일이 정해지자마자 ‘avis.com’에서 작은 차를 10일간 렌트 예약해 놨는데, 덕분에 여유롭게 차량 구매 준비를 할 수 있었다. 더 빨리 예약할수록 렌트 비용도 덜 든다. 5월 당시에는 하루 4만 원 정도에 빌릴 수 있었는데, 8월이 되자 10만 원 위로 치솟았다.

버지니아주는 한국 운전 면허증을 가져가면 별도 시험 없이 현지 면허증으로 교환해 준다. 주 정부 담당 부처인 DMV(Department of Motor Vehicle)에 미리 예약을 잡아야 하는데, 한국에서는 ‘오페라’ 브라우저 등을 통해 우회 접속을 해야만 홈페이지 예약 접근이 가능하다. 내가 할 때는 석 달 정도 예약이 다 차 있었다. 미리 하는 것을 추천한다. 지난해 11월부터는 예약 없는 방문(워크인)도 된다. 다만 이 경우 오래 기다릴 각오를 해야 한다.

▦6월… 은행 계좌 개설 및 현지 휴대폰 사전 개통

은행의 경우 ‘우리아메리카’ 은행 지점이 워싱턴DC에서 차로 30분 거리인 버지니아주 애넌데일에 있다. 한국어가 통하고 버지니아 북부 근처에 산다면 굳이 로컬 은행을 뚫을 필요가 없을 정도로 편하다. 한국 내 해당 은행 지점에서 계좌를 미리 개설하면 사전 목돈 송금도 가능하다.

마지막으로 휴대폰 번호. 은행은 물론 DMV나 아이 학교 등 모든 곳에서 현지 휴대폰 번호를 요구한다. 다행히 한국에서 유심을 먼저 받아 전화를 개통할 수 있다. 방법은 경우마다 다르니 인터넷 사이트에서 미리 검색해 보는 게 좋다. 해당 번호는 당연히 현지에서 그대로 쓸 수 있다.

이외에도 DS-2019(대학의 연수생 소속 증명 문서)와 비자 발급 준비가 있다. 모두 어렵지는 않지만 시간이 생각보다 많이 걸리는 데다 다른 일과 병행해야 하는 만큼 아주 번거롭다. 여행 보험에 가입하면 보험사에서 서류 준비 등을 도와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