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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10월 페이스북 먹통 사태가 남긴 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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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10월 페이스북 먹통 사태가 남긴 메시지


사진1. 사진 Pixabay

2021년 10월 초 일어났던 페이스북 ‘먹통’ 사태를 기억하시나요. 6~7시간 동안 페북과 인스타그램이 작동하지 않아 여러 번 새로고침을 눌렀던 분들이 많았죠. 저처럼 SNS를 습관적으로 들여다보는 이용자에겐 아주 속터지는 시간이었습니다. 당시 사고가 페이스북 주가 폭락까지 일시적으로 이어질 정도였으니 답답함을 느꼈던 사람은 저뿐만이 아니었나 봅니다.

페이스북은 뉴스 독자들이 저마다 팔로우하는 언론사로 찾아가는 경로 역할도 톡톡히 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페북 먹통 사태는 복구되기 전까지 독자들이 언론사로 찾아가는 길 하나가 막힌 시간이 됐습니다.

그 시간 동안 페북을 통해 뉴스를 보던 사람들은 어디를 찾아가서 어떻게 뉴스를 봤는지에 대한 분석 결과가 최근 나왔습니다. 분석 기관은 제가 연수 중인 차트비트(Chartbeat)입니다. 차트비트는 미디어 회사의 웹페이지(앱 포함)를 방문하는 콘텐트 이용자에 대한 실시간 정보 분석 소프트웨어 개발ㆍ제공사입니다. 세계 70개 나라의 주요 미디어 회사와 계약을 맺고 있습니다. 뉴욕타임스(NYT)ㆍNBCㆍ워싱턴포스트(WP)ㆍCNNㆍBBCㆍLA타임스ㆍ아사히신문ㆍNHKㆍ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도 차트비트의 고객사입니다.


사진2. 차트비트 CTO 조시 슈왈츠(오른쪽)와 중앙일보 최선욱 기자.

페북 사태에 따른 언론사 영향이 일반인에겐 ‘안물안궁’이어도 이곳에선 자동으로 분석 대상이 되는 셈이죠. 한국에선 뉴스를 찾아보는 경로로서 네이버가 압도적인 영향력을 갖고 있지만, 미국 등 대부분의 나라에선 페이스북이 구글과 톱2 유입원이기 때문에 그 분석의 필요성이 더욱 있었나 봅니다.

도입부가 길었습니다. 차트비트가 실시간으로 체크해온 기본 데이터를 몇개 소개하고 설명 시작합니다.

– 평소 페이스북을 통해 들어오는 조회수(Page View, PV)는 전체의 6.5%

– 먹통 약 2시간 만에 페이스북ㆍ인스타그램ㆍ와츠앱 등 페북 네트워크를 통해 유입되는 조회수의 총 손실은 650만 PV

– 사태 발생 1시간 뒤 차트비트 고객사들의 PV는 오히려 1주전 같은 날에 비해 38% 급증

– 반면 언론사 페이지에 직접 접속해 뉴스를 찾는 조회수는 28% 늘고, 검색을 통한 조회수도 52% 증가. 트위터 조회수가 72% 급증

☞ 조회수(PV)의 가치에 대한 갑론을박이 실무 현장에서 거세게 일어나고 있습니다. 여기선 ‘신경은 쓰되 집착해선 안되는 데이터’라는 전제를 깔고 내용을 정리했습니다.


사진3. ‘페이스북 먹통’ 사태 당시 뉴스 유입 경로별 조회수 변화.
External: 기타 외부 경로, Search: 검색, Direct: 직접방문, Social: SNS, Dark Social: 알 수 없음

페북 먹통 사태에 따라 독자들이 뉴스를 보기 위한 우회 경로를 찾았고, 이 사태 자체도 화제가 돼 전체적인 조회수를 올린 것으로 판단됩니다. 실제 먹통 사태 발생 한시간 뒤까지 전체 조회수 중 13%가 페북 관련 뉴스에 집중됐습니다. 2018년 8월에도 페이스북 먹통 현상이 45분 정도 발생했는데, 그때도 언론사 직접방문 증가 등 비슷한 현상(수치만 다름)이 일어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플랫폼 종속’이라는 고민에 대한 답을 찾고 있는 언론 종사자들에겐 나름 다행스러운 결과가 나왔다고 봅니다. “페북 너희만 없으면 우리 찾아오는 손님이 늘어”라는 분석이 나왔으니까요. 한국에선 네이버가 그 대상이 될 수 있겠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이런 상황을 한번 고민해봤습니다. 페이스북 자체는 정상적으로 서비스 되고, 피드에 뉴스만 보이지 않는 상황에 대해서입니다. 이럴 때도 뉴스에 목마른 독자들이 언론사 페이지로 직접 찾아오게 될까요. 한국 상황에 빗대면, 네이버에서 뉴스가 사라지면 독자들은 각 언론사 페이지로 직접 찾아올까요.

2021년 2월 호주에서 일어난 일이 그 참고 사례가 될 것 같습니다. 당시 페이스북은 나흘 동안 뉴스 게시물을 피드에서 보이지 않게 하는 조치를 취했습니다.

그 영향으로 호주 언론사들은 약 30~33%의 조회수 손실을 입었습니다. 이후 페북 피드에 뉴스 노출이 복구되자마자 각 언론사들의 조회수도 회복됐다는 게 차트비트의 분석입니다. 페북 자체가 사라지면 사람들은 콘텐트에 목말라 다른 경로를 찾지만, 뉴스만 사라진 페북에 대해선 큰 아쉬움을 느끼지 않는다는 가설이 나올만한 분석 결과입니다. 기분 나쁘면서도 위기감이 느껴지는 이야기입니다.


사진4. 사진 Pixabay

이와 연결된 상상을 하게 됩니다. 만약 네이버ㆍ다음에서 뉴스가 사라진다면? 사람들은 뉴스 없는 네이버ㆍ다음을 떠나 우리에게로 직접 찾아올까?

이 상상이 만일 현실화 됐을 때 언론사와 기자들에게 긍정적인 결과가 나오게끔 하기 위해 우리가 해야 할 노력이 무엇인지는 명확합니다. 그 노력은 포털사이트나 SNS 같은 외부 채널 환경의 불확실성이 없더라도 당연히 추구 해야겠죠. 그 노력이 뭐냐고요. 우리는 다 알고 있습니다. 주제 넘지만 그 중에 딱 하나만 감히 언급하고 줄이겠습니다. 신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