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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니들이 서부맛을 알아?-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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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편에서 날씨 얘기로 너무 흥분한 경향이 있었죠?

근데 활동시간을 극대화하고 연수생활의 즐거움을 배가시킨다는 점에서 날씨는 참 중요한 요건입니다. 연수지역 선정할때 꼭 참조하세요.

캘리포니아가 좋은 또 다른 이유는 아름다운 자연과 적당한 문명의 이기가 공존한다는 점입니다.

미국에 있는 국립공원(National Park)이 한 50개 정도 되는데 그중에 30개 이상이 캘리포니아를 비롯한 워싱턴주,아리조나주,유타주 등 서부지역에 몰려 있고 10개정도는 알라스카주에 있습니다.

이에 비하면 중.동부지역은 거의 국립공원 불모지나 다름없습니다.

미국은 뉴욕을 제외하고는 특별히 도시구경은 할만한 게 없다는 게 제 소견입니다. 200년 역사에 자랑할 만한 유산이 얼마나 되겠습니까.

그 대신 미국의 진수는 자연에,그중에서도 국립공원에 있습니다.

누구는 국립공원을 서열을 매겨서 5대니 10대공원이니 하기도 하고 캐나다 록키를 보면 미국 자연은 아무것도 아니다라고 얘기하기도 합니다만 미국의 국립공원들은 모두 저마다 빼어난 아름다움이 있고 인간을 압도하는 웅장함이 있는가하면 가까이 가서 어루만져볼 수 있는 친근함이 있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국립공원이 아니라 주립공원만 돼도 안가보면 후회할 만한 곳들이 적지 않습니다.여행얘기는 3편에서 자세히 하기로 하고 캘리포니아 자랑으로 다시 돌아가겠습니다.

물론 동부지역에는 우리가 서울에서 누렸던 첨단의 문명과 문화(특히 뉴욕!),익숙한 도시생활이 있습니다.심지어는 교통체증까지 서울과 아주 유사하더군요.

서부는 체증이 없습니다.물론 LA인근에는 있습니다.하지만 동부에서는 하이웨이 패트롤이 단속 포인트가 스피드 초과인 반면 서부에서는

하이웨이에서 100마일을 넘기지 않는 한 잘 안잡힙니다.

캘리포니아에서는 80마일 언저리로 달려도 마구 추월당하는 게 보통인데 동부는 65마일 넘어가면 그냥 딱지라고 하대요.

캘리포니아는 먹는 것도 진짜 풍부합니다.

캘리포니아주 하나만으로 경제규모가 세계 7위인 것 아십니까.

그중에서도 LA북쪽의 광활한 사막지대에 조성한 베이커스 필드는 미국 최대의 과일,채소 생산단지입니다.

그래서 없는 과일이 없고 없는 채소가 없습니다(동부에 비해 해산물 분야는 좀 취약합니다.좋은 건 동부에서 공수해다가 팔더군요)

특히 LA는 말할 것도 없고 오렌지카운티에도 가든그로브 지역을 중심으로는 한인타운이 형성돼 있어서 한국음식 먹는데 한국보다 낫습니다. 가든그로브지역에만 초대형 한국마켓 5-6개가 경쟁중이고 음식점도 종류별로 없는 게 없죠.

막상 연수와서 살아보십시요. 먹는 게 얼마나 중요한 지. 특히 한국음식,한국과일,한국채소 맘대로 먹을 수 있다는 건 참 절대절명의 과제입니다.

한국에서 이민온 분들이 한국 과일과 채소 종자를 갖고 재배해서 마켓에 내놓는데 신고배나 연시 홍시 단감,후지사과,대추,먹포도 등등해서 한국보다 월등히 맛있는 과일들이 지천이고 아욱이며 근대며 쑥갓이며 배추며 부추며 깻잎까지 그득합니다.

물론 서울에서 괜히 비싸게 사먹었던 멜론이니 청포도 망고 아보카도 등등 미국형 과일들도 무지하게 많습니다만 사람 마음이 참 이상하죠?

미국 살다보니 미국과일보다 역시 한국과일이 월등히 맛있더라구요.

제가 다른나라 사람들하고 두루 얘기해보니까 한국사람만큼 자기나라 음식에 강한 중독성을 보이는 사람들이 드뭅니다.

미주리주에서 연수받았던 모 기자는 한달에 한번은 자동차로 6시간 걸리는 세인트루이스까지 장보러 다녔다고 하대요.

그곳에 쪼끄만 한국마켓이 하나 있는데 캘리포니아 한국마켓에서는 30달러 이상 어치 사면 그냥 무료로 주는 20킬로그램짜리 쌀 한 포대에 20달러씩 받아먹는 무지 비싼 수퍼였는데도 별수가 없더랍니다.

샌디에이고에 살았던 모 기자도 주말이면 2시간 이상을 꼬박달려 오렌지카운티나 LA의 한국마켓을 찾아갔다고 그럽디다.

실제로 미국에 사는 한국인들에게 한국음식은 그렇게나 절박한 생존의 문제입니다. 제가 동부에 갔을때 객관적으로 비교해보니까 한국마켓의 규모나 제품의 질은 서부에 비해 절반 혹은 3분의 1수준인데 가격은 최소 2.5배 정도 하더군요. 어찌보면 당연하죠.

LA와 오렌지카운티를 중심으로 서부지역에 약 100만 가까운 한인들이 살고 있는 반면 뉴욕을 비롯한 동부지역은 30만이 채 안된다고 하니까요.

한국에서는 돈 만원을 우습게 알던 사람도 미국에 와서 한달만 살아보면 미국 물가가 장난이 아니라는 것 금방 실감하게 되고 그래서 1달러 쓰는데도 째째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누구한테 식사한끼 대접하고 100달러 내려면 손이 달달 떨리는 경우도 태반이죠.

골프 내기를 해도 한국에서는 만원짜리가 보통인데 여기선 1달러짜리 먹기가 주류를 이루죠.

특히 외식을 한번 해보면 미국 물가를 실감할 수 있습니다.

좋은 레스토랑은 아예 엄두도 못내고 겨우 패스트푸드점보다 약간 비싼,주종을 이루는 메뉴가 8.99-12.99달러 수준인 레스토랑을 가도 4인가족이 음료수 샐러드 디저트 안먹고 메인디시만 시켜서 먹고 나와도

50-60달러가 금방 나갑니다. 메뉴가격에다가 세금이 따로 붙거든요.거기다 최소 10-15% 정도 팁까지 얹어야 하지요.

돈 나간 건 그렇다 치고 맛이나 있으면 그래도 억울하지나 않지요.

미국 음식 별로 비위에도 안맞는데다 그런 중하급 레스토랑의 음식수준이라는 게 양만 엄청나게 많지 맛이야 솔직이 별로죠.

더구나 서울에서 기자노릇 하면서 입 만큼은 완전히 최고급으로 길들여갖고 미국에 왔으니 미국 레스토랑에 가면 입만 버리고 돈은 돈대로 나가는 게 보통입니다.

외식 한두번만 해보면 집에서 해먹는 게 제일 낫구나 실감하게 됩니다. 더구나 연수기간중 생활비라는 게 뻔한데 집세,자동차 유지비,보험료,교육비 등등 고정비용과 간혹 여행비 등 특별비를 제하면 식비에 할당할 수 있는 금액은 극히 제한적일 수밖에 없지요.

한국인이 많다보니 한국방송 뉴스가 실시간으로 나오고 한국신문도 거의 실시간으로 볼 수 있습니다.(샌디에이고나 샌프란시스코만 해도 해당이 안됩니다.워싱턴 DC의 경우 이틀 늦은 신문이 배달되더군요)

처음에 연수올 때는 한국어는 쳐다보지도 않고 한국말은 입밖에 내지도 않으리라 각오하고 오지요.

하지만 기자근성이 어디갑니까. 또 어차피 불과 1년만 지나면 다시 귀국해서 현장에 바로 투입될텐데 한국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나,일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나 대충은 파악하고 있어야지 그런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미국 뉴스 계속 틀어놓고 있어도 솔직이 반은 듣고 반은 못듣습니다. 미국 방송은 뉴스든 영화든 정신집중하고 인상 팍팍 쓰면서 들어야 하지요.

그래서일까요. 하루 30분에 불과하지만 딴짓하면서 앉아있어도 그냥 귀에 저절로 들어오는 한국뉴스 듣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캘리포니아 좋은 점은 또 있습니다.(제가 사는 곳에 국한된 얘기임)

당일치기로 놀러갈 곳이 무진장 많다는 점입니다.

디즈니랜드,넛츠베리팜,왁스뮤지엄 등등이 코앞이고 신혼부부들이 선호나는 샌카탈리나섬은 뉴포트비치에서 배로 50분 거리입니다.

차로 3분만 달리면 그림같은 비치가 지천이고 미국에서 제일 아름답다는 1번 국도(Coast Highway)를 따라 위로 아래로 맘껏 달릴 수 있ㅅ습니다. 요세미티,그랜드캐년,자이언캐년,브라이스캐년,킹스캐년,세쿼이아국립공원,데쓰밸리 등등이 자동차로 3-9시간 이내 거리에 있는 것도 큰 장점입니다.

샌디에이고도 1시간 30분이면 닿을 수 있고 치안이 불안하긴 하지만 멕스코 티후아나도 세게 밟으면 2시 30분이면 주파합니다.

제가 몬태나주의 글래시어국립공원 이란 곳을 가본적이 있는데 몬태나주의 주도인 세인트헬레나를 거쳐서 갔습니다.

근데 그 곳 지역신문을 보니까 이곳에서는 결혼을 하면 주로 제가 사는 지역으로 신혼여행을 오더군요.

미국내에서도 몬태나같은 중부지역이나 중부사람들을 가르켜 BACK COUNTRY(우리말로 ‘깡촌’)니 RED NECK(‘촌놈’-농사일 하느라 목 뒷덜미가 벌겋게 탔다는 의미)으로 부르던데 정말 그 동네 심하더군요.

동부에서도 코넬대가 있는 이타카에 가 본적이 있습니다. 호수도 있고 가을엔 단풍이 아름답고 겨울엔 눈이 많이 와서 좋다고 거기 연수중인 분은 그러시던데…글쎄요.저는 도대체 본인은 물론이고 와이프하고 애들은 무슨 재미로 사나 싶더라구요.

어떤 분들은 연수지역 정할때(대부분 대학따라 결정이 되지만) 일부러 시골로 가신다는 분들이 있던데 영어 배우는데는 도움이 될지 몰라도 실생활은 완전히 유배생활이나 다름없다는 게 제 소견입니다.

캘리포니아가 좋은 점 또 한가지는 골프비용이 싸다는 것입니다.

동부에 갔을때 워싱턴 DC 근처 골프장에 간 적이 있는데 1인당 그린피가 80달러 정도 하대요. 특파원 얘기로는 대충 그 정도가 기본이라고 하던데 가는 길도 멀고 날씨는 춥고 참 그랬습니다. 동부는 골프여건도 제가 보기엔 서울이랑 비슷한 데가 많은 것 같았습니다.

서부에서도 물론 골프코스마다 가격이 천차만별입니다만 오렌지카운티의 경우 집 근처 만만한 곳은 대충 20달러 내외입니다.

샌디에이고 지역 골프장은 싼데가 40-50달러 정도라고 하고 몬터레이 근처에 있는 페블비치(300-350달러)나 뉴포트비치에 있는 펠리컨힐스(주말 280달러/혹자는 페블비치보다 낫다고 평가하기도 함) 등은 무지하게 비싸기도 합니다.

하지만 골프코스가 어느정도 거리에 있는가와 얼마나 접근용이한가,그리고 평균 비용이 어느정도 들어가느냐를 따져보면 정말 남캘리포니아지역은 골프의 천국입니다.

여름에는 오후 3시,겨울에는 오후 1시 언저리인 Twilight T-time을 이용하면 불과 10달러로 18홀 코스를 돌 수 있는 골프장이 집에서 30분 이내 거리에 지천으로 깔려있습니다.

미 중북부의 모 대학에서 연수를 하신 모 기자는 1년에 500달러만 내면 언제든지 맘대로 칠 수 있는 골프장을 애용했다고 자랑하시던데 그곳 골프장들은 눈이 많이오는 10월말부터 3월까지는 아예 문을 닫는다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더군요.

좀 길어졌지만 서부자랑을 늘어지게 한 이유는 연수생활을 10개월 이상 해본 결과 날씨나 먹는 거 등등의 기본 생활 여건은 물론이고 기타각종 엔터테인먼트 여건이 연수생활의 즐거움(특히 가족들)을 결정하는 데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더라는 점을 실감했기 때문입니다.

처음 연수를 떠날때는 장기휴가를 얻은 것 같은 기분에 둥 뜨지만 연수는 엄연한 실생활의 연장이더군요.

생활을 즐겁게 하기 위한 조건들을 객관적으로 잘 비교해서 연수지역을 선택할 필요가 있다는 게 제 결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