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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니들이 서부 맛을 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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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제목이 상당히 건방지죠?

요즘 고국에서 한창 뜨고 있다는 신구 아저씨의 ‘니들이 게맛을 알아?’를 한번 패러디해봤습니다.

귀국시한이 불과 한달 반 앞으로 다가온 지금 하루라도 빨리 연수자 체험기를 올려야 한다는 부담감에 시달리면서 사이트를 헤매다가 한국일보 이성철 기자의 워싱턴 D.C 예찬기를 보고 분김에(?) 자판을 두드리고 있습니다.

저는 미국에서도 캘리포니아주 오렌지카운티의 뉴포트비치에 살고 있습니다.

요즘 샌호세에 이어 반도체 및 첨단 벤처타운으로 각광받고 있는 얼바인(IRVINE) 바로 옆동네인데 제가 다니는 UC IRVINE이 차로 5분 거리입니다.

캘리포니아라고 하면 많은 사람들이 치안 불안하고 볼 것도 없고 천박하기 짝이 없는 LA와 우리나라 60년대 뒷골목을 연상시키는 지저분한 한인타운을 먼저 떠올립니다.

하지만 오렌지 카운티는 LA에서 남쪽으로 1시간-1시간 30분 가량 떨어져 있는 곳으로 쉽게 설명하면 LA와 샌디에이고 간의 중간지역입니다.

캘리포니아가 매년 미국에서 가장 살고 싶은 곳으로 꼽힌다는 사실은 잘 알고 계시겠지요? 플로리다주와 항상 치열하게 경합하는데 플로리다는 태풍때문에 번번이 캘리포니아에 밀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오렌지카운티는 LA에서 흑인과 아시아계,히스패닉계에 밀려난 백인들이 새롭게 터를 잡은 곳으로 그중에서도 뉴포트비치,라구나비치지역은 아름다운 태평양을 끼고 있는 세계적인 휴양지로 이름이 높고 얼바인은 신흥 첨단 도시로 유명합니다.

그런데 이런저런 관광책자에서나 봄직한 미사여구를 동원하지 않아도 제가 10개월 이상 살아본 결과-그리고 미 전역을 여기저기 쑤시고 다녀본 결과-미국에 여기만한 곳 별로 없습니다.

기자들이 미국으로 연수를 올때 대부분 유명대학들이 밀집해 있는 동부를 많이 선호하고 행여 서부로 오더라도 북캘리포니아의 샌프란시스코 인근(스탠포드나 버클리 등)을 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이제 막 연수를 시작한 분들께는 죄송스러운 말이지만 1년짜리 연수와서 대학에서 공부해봐야 얼마나 합니까.

굳은 결심으로 처음부터 학위과정을 들어가지 않는 한 연수의 목적이라는 게 (1)더 이상은 영어때문에 버벅대지 말자 (2) 기자하면서 소홀했던 가정에 한번 충실해보자(특히 애들한테!) (3) 재충전 하자(쉽게 얘기하면 여행 많이하고 골프치자) 이런 거 아니겠습니까.

참으로 소박한 목표 같지만 1년 지내보십쇼. 이 소박한 3가지 목표조차도 1년 같고는 택도 없습니다.

캘리포니아 좋다는 얘기 하다가 잠시 옆으로 샜네요.

저는 사실 여행을 많이 한 편이어서 동부지역도 한달 이상 일정을 잡아 돌아봤고 북으로,남으로 쉼없이 다녀봤습니다.

근데 저라면 동부로는 연수 안가겠습니다.(이미 동부에서 연수중인 분들께는 죄송합니다.앞으로 연수를 생각하고 있는 분들을 위한 조언이니 참고 들어주세요) 동부는 4월에 가도 춥고 10월에 가도 춥더군요. 4월에는 워싱턴 벚꽃 구경삼아 갔었고 10월에는 뉴욕의 가을단풍이 죽인대서 갔었는데 진짜 춥대요. 워싱턴 뉴욕은 좀 덜한데 보스턴은 진짜 추워요.

생각해보세요. 처음 연수 왔을때는 날씨가 괜찮죠(대부분 7-8월에 연수를 나오니까) 근데 정착하느라 정신없어서 날씨가 눈에 들어오나요? 정착기간 두어달 보내고 나면 바로 겨울이 시작되죠.

그리고선 거의 6개월에(4월까지도 상당히 춥습디다) 달하는 길고 긴 겨울을 보냅니다. 5-6월 돼서 좀 움직여볼만 하면 이제는 벌써 돌아갈 때가 돼있는 겁니다.(이건 제 얘기가 아니라 동부순방길에 만난 모 기자(당시 하버드대 연수)가 절절한 아쉬움을 담아서 해준 얘기입니다)

여기 남캘리포니아요?

지금이 11월 중순이죠? 서울은 10월부터 날씨가 영하권으로 종종 떨어지더니 이제는 완전히 겨울인가 보대요.

제가 사는 곳에선 여전히 비치에서 서핑과 선탠을 즐기고 야외 수영장에서 수영을,가까운 골프코스에서는 호쾌한 드라이브샷을 날립니다. 밤에는 15도 안팎으로 다소 서늘하지만 낮에는 22-24도 정도가 보통입니다. 특히 비치 근처는 아무리 더운 여름에도 26-27도 이상으로 올라가는 일이 별로 없고 대체로 24-25도 정도를 유지합니다.

물론 여기도 겨울은 겨울이라 비가 좀 자주 옵니다. 그것도 비오는 날이 단 하루도 없는 여름시즌에 비해 그렇다는 것이지 10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정말 하루도 빼놓지 않고 줄창 비만 온다는 밴쿠버나 시애틀하고는 차원이 다릅니다. 올해의 경우 11월 초에 약 나흘동안 부슬비,보슬비,이슬비,가랑비 이러면서 비가 왔습니다.(제가 연수와서 10개월 동안 3번째 보는 비였습니다) 그런데 비가 와도 마구 쏟아지는 비도 아닌데다 온도는 20도 안팎이라 수영하고 서핑하고 골프치고 그러는데는 별 지장이 없습니다.

서울에서 해외연수를 생각할 때 ‘날씨’라는 변수를 고려하는 경우는 정말 없습니다. 그런데 제가 1년 지내보니까 진짜 중요한 게 그 ‘날씨’라는 변수입니다. 실제로 기후가 인간의 문명발달사에 끼친 지대한 영향을 생각해 보십시요.

짧은 연수기간 1년중(앞의 정착기간 2달,뒤의 귀국준비기간 1달정도를 빼면 사실 9개월 남짓?) 절반 가까이를 추워서 꼼짝도 하기싫어하면서 보내야 한다면(물론 겨울기간을 이용해 안 추운 곳으로 여행을 다닌다면 좋습니다만) 정말 다시 생각해 볼 일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