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어린이를 소중히 여기는 나라라는 인상을 자주 받습니다. 아이를 데리고 기다리고 있으면, 먼저 일을 처리해 주겠다며 손짓하며 편의를 제공하는 직원들을 자주 만났습니다. 노숙자가 구걸하다가 아이에게 손을 댔을 때는, 주변 사람들이 “아이에게는 손대지 마라”고 외치며 막아선 적도 있었습니다. 노키즈존이 있는 나라에서 온 부모 입장에서는, 예상치 못할 만큼 따뜻한 배려를 자주 느낄 수 있었습니다.
노키즈존의 자격 입증
이런 곳에서 뜻밖에도 노키즈존을 만났습니다. 바로 뉴욕에 있는 노이에 갤러리라는 미술관입니다. 뉴욕의 미술관 대부분은 어린이에게 무료 입장을 허용하고 있습니다. (2025년 4월 기준: MoMA는 16세 미만,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은 12세 미만 무료 입장입니다.) 하지만 노이에 갤러리는 12세 미만 어린이(단 유모차 등을 탄 유아의 경우엔 예외)의 입장을 허용하지 않는다는 공지가 있었습니다.
아이와 꼭 함께 가고 싶었던 미술관이었기에, 직접 노이에 갤러리에 연락했습니다. 그러자 “어린이 동반 가족은 특별 프로그램에 참가하면 전시를 둘러볼 수 있다”는 답변을 받았습니다. 이 프로그램에서는 큐레이터의 설명을 들으며 대표 작품을 감상할 수 있었습니다. 모든 전시 작품을 다 볼 수 없다는 아쉬움은 있었지만, 만족스러운 경험이었습니다.
노이에 갤러리가 왜 노키즈존인지 궁금했습니다. 이유가 있었고, 관련 절차를 거친 결과였습니다. 파손되기 쉬운 전시 작품들이 있어 연령 제한이 필요했으며, 뉴욕시로부터 법령상 연령 차별 금지 조항의 면책 대상이라는 판단을 받았다고 합니다. 노이에 갤러리의 방침에 대해서는 각자의 생각이 다를 수 있겠습니다. 다만 영업장에서 연령 제한을 두려면 합당한 이유를 입증하고, 시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점은 여러 가지 생각거리를 남겼습니다. 적어도 뉴욕에서는 영업주가 자의적으로 노키즈존을 선언할 수 없다는 의미니까요.
예술을 즐기는 어린이들
뉴욕의 많은 미술관은 어린이에게 문턱이 낮습니다. 대표적으로 MoMA가 그렇습니다. MoMA는 주요 작품 대부분에 어린이를 위한 감상 포인트를 마련해 두었습니다. 앙리 마티스의 ‘춤(Dance)’에는 어린이 눈높이에 맞춘 “그림 속 댄서처럼 포즈를 취해 보세요”라는 안내가, 살바도르 달리의 ‘기억의 지속(The Persistence of Memory)’에는 “이 그림에서 시간은 흐르지 않고 녹습니다”라는 설명이 붙어 있습니다. 이러한 안내를 따라가다 보면, 미술관이 어린이들에게 지루한 공간이 아니라 즐거운 놀이터처럼 느껴질 것 같았습니다.

미술관에서 자신만의 작품 활동을 즐기는 어린이들도 자주 볼 수 있었습니다. 휘트니 미술관은 매달 둘째 일요일에 무료 개방을 하면서 어린이를 위한 예술 프로그램을 운영합니다. 아이들은 그림을 그리고, 춤을 추며 자유롭게 창작 활동을 펼칩니다. 어릴 때부터 예술을 생활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환경이 조성되어 있었습니다.
마지막으로,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MoMA, 구겐하임 미술관, 휘트니 미술관 외에도 꼭 소개하고 싶은 곳이 있습니다. 조각가 이사무 노구치의 작품을 만날 수 있는 노구치 뮤지엄은 뉴욕에서 방문한 미술관 중 가장 인상적인 곳 중 하나였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노이에 갤러리는 구스타프 클림트 등 오스트리아·독일 화가에 관심 있는 분들께 추천드리고 싶습니다. 또한,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분관인 MET 클로이스터스에서는 중세 수도원을 거니는 듯한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