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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바다에서 경찰에 잡힌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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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도로에서 경찰은 무서운 존재입니다. 교통법규 위반 등에 부과되는 각종 벌금이 어지간하면 수백 달러가 넘어갑니다. 안 만나는 게 최선입니다만 부득불 직면해야 한다면 조심해야 합니다. 경찰은 상대가 총을 가지고 있다고 전제하고 대응하기 때문에 임의로 차에서 내리거나 무언가를 꺼내는 듯한 동작은 매우 위험할 수 있습니다. 자동차 핸들 위에 손을 얹은 상태에서 지시에 따르는 것이 최선으로 보입니다.

대도시에는 한국과 같은 카메라 방식의 단속이 있습니다만 그 외 지역은 경찰관의 직접 단속만 있습니다. 제가 사는 노스캐롤라이나 일대에는 카메라 단속이 없습니다. 그렇다고 방심할 수는 없습니다. 어디선가 숨어있다가 순식간에 경찰차가 나타납니다. 겉으로는 경찰차임이 잘 식별되지 않는 암행 차량도 많습니다. 도로 곳곳에서 단속당하고 있는 차를 매일같이 봅니다.

경찰차가 단속 등을 위해 갓길 쪽에 정차해 있을 때도 주의해야 합니다. 그냥 쌩하고 지나가면 덩달아 잡힐 수 있습니다. 갓길과 붙은 가장 오른쪽 차선을 달리고 있었다면 왼쪽으로 차선을 변경해서 통과해야 합니다. 차선 변경이 어려운 경우라면 극도로 속도를 낮춰 서행해야 합니다. 우리나라와 다른 점입니다.

미국 고속도로 전경. 제한 속도는 맥시멈이 아니라 미니멈이라고 할 정도로 차들이 빠르게 달린다.

주위 사례를 살펴보면 단속 사유는 속도위반이 가장 흔합니다. 미국은 선진국답게 전반적으로 운전 문화가 좋은 편이지만 과속은 일상화돼 있습니다. 고속도로의 경우 통상 시속 65~70마일(104~112㎞/h)이 속도제한이지만 이를 지키는 차량은 거의 없습니다. 이 때문에 어떤 사람은 ‘10% 룰’(제한 속도에서 +10% 정도까지를 상한선으로 설정하는 방식)을 자체 적용하고 또 어떤 사람은 시속 10마일까지는 초과해도 괜찮다고 여기면서 다닙니다. 하지만 경찰이 마음먹기에 따라 제한 속도를 조금이라도 넘기면 단속 대상이 된다고 합니다.

여러 직간접 경험을 종합할 때 일단 차량의 전체 흐름에 맞추되 도로에 차가 많지 않을 때는 과속에 절대 주의해야 할 것으로 판단됩니다. 특히 본인 차량이 단속 경찰의 표적이 되기 쉬운 맨 앞에 있거나 맨 뒤에 있다면 규정 속도를 의식할 필요가 있습니다.

보행자와 어린이 보호도 중요한 포인트입니다. 보행자가 신호등이 없는 횡단보도 근처에 서 있기만 해도 거의 모든 차는 멈춥니다. 약간이라도 보행자를 위협할 수 있는 일체의 운전행위는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제가 네바다주를 여행할 때 경찰관에게 잡힌 적이 있습니다. 속도위반도 신호위반도 아니었는데 의아했습니다. 경찰관은 보행자가 길을 건너려는데 제 차량이 그냥 교차로를 통과했다고 지적했습니다. 사람이 전혀 없었는데 무슨 일인가 황당했지만 알고보니 왕복 8차선 대로의 반대편 끝에서 소년 하나가 횡단보도에 발을 내딛었다고 합니다.

“소년을 보지 못했고 다음부터는 더욱 주의하겠다”고 사정사정해서 벌금 티켓을 끊지는 않았지만 큰 교훈을 얻었습니다.

보행자와 어린이 보호에서 상징적인 건 스쿨버스입니다. 주마다 구체적인 규정은 차이가 있겠지만 미국은 스쿨버스와 관련된 위반은 강력하게 처벌합니다. 노스캐롤라이나주는 스쿨버스가 정차해 있을 때 이를 추월하면 단 한 번의 위반으로도 벌점 12점을 받습니다. 운전면허를 박탈당하는 수준으로 그 어떤 위반보다도 처벌 수위가 셉니다. 이 때문에 스쿨버스에서 아이들이 내릴 때면 모든 차량이 함께 멈춥니다. 심지어 중앙선 너머 반대 방향 차량까지 반드시 모두 정지해야 합니다. 다만 이때 중앙선이 분리대 등으로 물리적 장벽이 있으면 반대 방향 차량은 멈추지 않아도 됩니다.

미국의 많은 교차로에서는 신호등 대신에 ‘STOP’ 사인을 활용한다. 선입선출 원칙에 따라 각자 방향이 달라도 먼저 멈춰있던 차량부터 차례로 움직여야 한다.

경험컨대 미국 운전자들(적어도 남부 시골에서는!!)은 과속이 일상이지만 배려와 양보도 잘 합니다. 앞에서 천천히 가는 차량이 있으면 위협하는 등 화를 내지 않고 본인이 알아서 추월해 가는 식입니다. 끼워주기나 교차로에서 양보 등도 인심이 후합니다.

비상등과 하이빔(상향등) 사용법은 우리나라와 차이가 있습니다. ‘고맙다’는 따뜻한 인사말까지 비상등에 담아내는 우리와 달리 미국에서는 말 그대로 비상한 상황일 때 켜는 것 같습니다. 별생각 없이 비상등 켜놓고 정차해 있으면 도와주겠다고 오는 사람이 있을 정도입니다.

상향등은 미국이 좀 더 다채롭게 활용합니다. 우리나라에서처럼 위험한 행동을 하는 상대 운전자에게 경고 내지는 화를 내는 용도로도 사용하지만 긍정적 의미로도 많이 씁니다. 교차로 등에서 맞은 편 운전자가 상향등을 번쩍번쩍 거린다면 이는 “내가 양보할테니까 너가 먼저 가” 이런 뜻입니다.

또 하나, 경적(klaxon) 사용이 큰 차이입니다. 노스캐롤라이나에서 생활하면서 경적을 울린 일이 딱 두 번 있었습니다. 마트 주차장 등에서 접촉 사고가 날뻔한 경우였습니다. 경적 자제와 보행자 앞 무조건 멈춤, 귀국 후에도 이어갈 새로운 습관으로 만들어볼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