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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상에서 배우는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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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학기가 시작됐다. 매 학기 첫주는 쇼핑 기간이다. 시간표에 나열된 과목들을 직접 들어본 후,
실제 수강할 과목을 정하는 시간이다. 시간표에 눈에 들어온 과목은 ’협상(Negotiation)’. 일정표에
눈 도장을 찍고, 강의실로 들어갔다.


강의가 시작하자 독일 출신 교수가 학생들에게 종이를 나눠줬다. 두 가지 색깔로 구분된 종이는 각각
판매자(Seller)와 구매자(Buyer)로 구분됐다. 내가 받은 종이는 구매자. 파트너는 브라질에서 온 통상
직 공무원 아저씨로 정해졌다.


이 수업은 실전을 통해 배우는(learning by doing) 과목인 만큼 시작은 거래 연습이었다. 이날 협상
대상 품목은 BMW 자동차. 페이퍼에 기술된 사항들을 꼼꼼히 읽어 본 후 브라질 친구와 협상을 개시했
다. 판매자가 제시한 가격은 6만 달러. 협상의 여지가 없는 가격이라 나는 단번에 거절했다. 내가
제시한 가격은 5만 달러. 둘 간의 ‘밀땅’이 30분간 조그만 교실안에서 이뤄졌다. 둘이 합의 본 가격
은 5만4000달러.


그리고 평가의 시간이 다가왔다. 교수가 학생들이 협상한 결과를 발표했다. 결과는 꼴찌. 대부분 학생
들이 4만달러 중후반에서 합의를 봤다.


교수가 가장 비싼 가격에 거래를 한 이유를 설명해줬다. 앵커(The Anchor)라 불리는 협상 시작 가격이
다른 학생들보다 높은 게 문제의 원인으로 지적됐다. 거래 페이퍼를 꼼꼼히 안 보고 직감에 의존해 협
상을 한 결과였다.


이날 수업에서 강조된 협상의 기본은 배트나(BATNA:Best Alternative to a Negotiated Agreement)를
정확이 알고 거래를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배트나는 가장 좋은 협상이 결렬됐을 때 최선의 대안
(차선책)을 일컫는다. 구매자와 판매자의 배트나 사이에서 가격이 정해지는 데 나의 경우 배트나가
너무 높게 정해진 게 문제였다. 또 나는 무심결에 상대방에게 나의 배트나를 말해버렸다. 내가 불리한
조건에서 협상을 하게 됐던 이유 중 하나였다. 결국 전략(Strategic plan) 없이 협상에 나섰다가
최악을 결과를 보게된 셈이다.


그동안 살아오면서 수많은 거래를 해왔지만, 협상의 이론적 토대를 배우게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교실에서 배운 내용들이 나의 협상력(Negotiation Power)를 키워주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