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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가방 가득’ 5달러 – 미국 공공 도서관의 Book Sa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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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노스캐롤라이나 채플힐 지역에 정착한 뒤 가장 만족하고 부러워하게 된 장소는 채플힐 공공도서관입니다.
숲 속 통유리 건물 안에서 책을 읽고 있으면 머리가 맑아지고 눈도 피로하지 않더군요. 게다가 가끔 양지바른
열람실 한켠의 소파에서 꿀잠도 잘 수 있는 곳. 아내와 두 딸에겐 다양한 책과 오디오 북, DVD를 빌릴 수 있고
무료 Wifi까지 가능한 장소니 사랑하지 않을 수 없겠죠. 처음에 영어책 좀 읽어보겠다고 미국 대형서점들 기웃
거리며 여기저기서 Membership도 사 봤지만 책 몇 권 사고 나니 다 쓸데없는 짓이었습니다.  


미국 공공도서관은 시설도 좋지만 북 세일(book sale)은 더 화끈합니다. 채플힐 도서관의 경우 지하에 상설
Book Store가 있고, 계절마다 한 차례씩 연간 모두 4차례, 주말 3일(금토일) 동안 수천 권의 책과 CD, DVD 등
을 파는 빅 세일(Big Sale)을 실시합니다. 첫째 날은 도서관 민간 운영진(Friends)과 유료회원(Membership)들
에게 먼저 책을 살 수 있는 우선권을 주고, 둘째 날부터는 도서관 카드를 소지한 등록회원이 참여할 수 있고,
셋째 날은 일반 모두에게 개방합니다. 책값은 어른 책의 경우 하드커버 2달러, 그 외 1달러, 어린이 책은 하드
커버 1달러, 그 외 50센트 등으로 저렴하고, 특히 마지막 날은 5달러만 내면 원하는 책을 한 가방 가득 담아올
수 있습니다. 도서관이 보유하다 정리하려고 내놓은 책들이지만 상태는 아주 양호합니다. 게다가 예술과 요리,
스포츠 관련 서적의 경우 양질의 종이에 거대 화보와 사진이 실려 있는 비싼 책들도 많습니다. 평소에는 한가
한 도서관이 이 날 만큼은 시골 장날처럼 북적대고, 여유가 넘치는 미국인들이 남들보다 먼저 좋은 책을 선점
하기 위해 허둥대는 진풍경도 볼 수 있습니다.
                
책을 많이 읽는 나라답게 아동 도서를 저렴하게 구입할 기회도 많습니다. 둘째 딸이 다니는 초등학교로부터 가
끔 전단지가 날아옵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Scholastic의 Junie B. Jones 시리즈뿐 아니라 Magic Tree House
문고판을 권당 1달러 정도에 살 수 있습니다. 부피나 무게가 많이 나가지 않아 귀국 후에도 아이들 영어 공부에
많은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Scholastic의 경우 인근에 있는 노스캐롤라이나 주도(州都) 랄리(Raleigh)의 지
사에서 직접 할인행사도 합니다. 정착 초기 영어 때문에 고생하던 아이가 영어책 읽기에 재미를 붙여 올 봄 학
교에서 열렸던 책 많이 읽기 대회에서 상을 받기도 했습니다. 채플힐 도서관과 학교 도서관에서 빌리거나 저렴
하게 구입한 책들 덕분이었습니다. 1등을 한 학생은 열흘 동안 2500분(分)을 돌파하는 기록을 세웠다고 하더군
요. 초등 2학년인데 학교 숙제가 ‘매일 책을 읽고 2-3문장으로 요약하기’와 ‘산수 문제 한 쪽 풀기’입니다.
책이 싫더라도 안 읽을 수 없는 환경입니다. 


제가 다니는 듀크대학에는 퍼킨스 도서관 등 10여개의 도서관에 5백만 권의 장서가 소장돼 있고 일반에도 개방
합니다. 가난했던 어린 시절 듀크대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 읽을 수 있었던 존 푸쿠아가 기업가로 성공한 후 거
액을 기부해 오늘날의 듀크대 ‘푸쿠아 스쿨’(Fuqua School 경영대학원)이 탄생했다는 미담이 있습니다. 철저
한 자본주의 사회지만 도서관과 박물관 등 수준 높은 공공재가 일반에게 널리 열려 있어 기회 균등에 큰 역할
을 하고 있는 모습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