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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파와 폭설 – 날씨 변화를 주목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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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노스캐롤라이나는 흔히 남부로 분류합니다. 계절이 제법 뚜렷하고 겨울에도 기온이 영상에 머무는 곳으로
알려져 있죠. 저도 지난해 이곳에 올 때 ‘지난 겨울에는 특이하게 눈이 좀 왔지만 춥지 않은 동네’라는 얘길
듣고 왔습니다. 당연히 겨울옷과 두꺼운 이불은 챙기지 않았고, 난방용품도 필요하면 구입하는 쪽으로 계획했습
니다. 그런데 올 초가 되니 지난해보다 눈이 더 많이 내리더군요. 서너 차례 함박눈이 펑펑 쏟아졌고, 아이들
학교는 2주일이나 휴교했습니다. 이를 보충한다고 매달 한두 차례 있던 Teacher’s Workday가 없어지고 Memorial
Day 같은 공휴일에도 아이들이 학교에 가야했습니다. 


예전부터 눈이 많이 내린 지역이 아니라 지자체의 대응은 어설펐습니다. 제설차는 거의 눈에 띄지 않았고, 염화
칼슘도 큰 도로 위주로만 뿌렸습니다. 체인 등이 비치된 차량도 없어 교통은 두절 상태였습니다. 주민들은 눈길
운행이 익숙하지 않아서인지 아예 차를 몰고 나오지 않더군요. 이곳에서는 차가 다니지 못하면 식량 등 물품구
입이 힘들어집니다. 동네 가게라 해도 꽤 멀리 있죠. 다행히 저는 집에 있는 벽난로에 쓰려고 미리 장작을 구입
해 놓았는데 이 장작이 한파를 넘기는 데 큰 도움이 됐습니다. 나중에 들은 얘기지만 이 지역 주민들은 눈이 온
다는 예보에 미리 장작과 식량을 잔뜩 구입해 놓았다고 하더군요.


폭설이 내리자 여기저기서 사고 소식이 들렸습니다. 인근 아파트 단지에서는 인터넷이 끊겼고, 한국인들이 많이
사는 또 다른 주택단지에서는 정전 사고가 있었습니다. 제가 사는 타운하우스는 여름 냉방은 전기, 겨울 난방은
가스로 하는데, 그 단지는 난방을 전기로 하는 바람에 정전과 함께 집 안에 온기가 끊겼다고 하더군요. 다행히
곧 복구가 됐지만 잇달아 몇 차례 눈이 내리면서 거의 보름 정도 큰 불편을 겪어야 했습니다.


날씨 이변에 따른 사고는 예기치 못한 곳에서도 일어났습니다. 남부 지역은 주로 목재로 집을 짓는데, 한파로
수도관이 얼어 터지자 아파트에서는 아래층 가구들에 누수 피해가 잇따랐습니다. 제 지인의 경우 윗집 수도관이
터지면서 침대와 가구, 의복 등이 수해를 입었는데 보험에 가입한 덕분에 피해를 보상받을 수 있었습니다. 저도
Allstate의 자동차 보험에 가입하면서 연 100달러 정도의 주택 보험에도 함께 가입했는데 집 안에서의 안전사고
나 재해에 따른 피해를 보상해주는 보험입니다. 하지만 보험금을 받더라도 2주일 가까이 인근 호텔에서 이재민
생활을 하느라 불편이 이만저만 아니더군요.


물품 구입에도 신경을 써야 합니다. 자동차의 눈길 운행을 위해서는 체인이 필수인데 인근 대형마트의 자동차
코너에서는 체인을 팔지 않더군요. 인터넷을 통하거나 다른 지역을 여행하면서 구입해야겠죠. 캠핑용품의 경우
에도 꼼꼼히 따져봐야 합니다. 미국의 대자연을 맛보겠다며 무빙을 마다하고 새로 샀는데 알고 보니 텐트가 여
름용이더군요. 천장이 하늘의 별을 훤히 올려다 볼 수 있는 망사였습니다. 방수용 덮개를 씌우게 돼 있지만 바
람이 아주 잘 통하는 구조였습니다. 덕분에 봄,가을 쌀쌀한 날씨엔 떨며 잤습니다. 대형마트에서 구입했는데 제
품 대부분이 여름용이라 교환도 못했습니다. 연수생들 사정이 비슷하더군요.
    
미국의 방송 뉴스에서 날씨 정보가 차지하는 비중은 꽤 높습니다. 자연 환경이 좋은 만큼 야외 활동이 많아 사
람들의 관심이 높기 때문일 겁니다. 저도 이곳에 와 자연의 야성과 기상 이변에 몇 차례 노출되니 날씨에 더욱
민감해지더군요. 올 초에는 미국 북부 등 여기저기서 혹한과 폭설이 몰아쳤지요. 연수 준비를 하면서 그 지역의
기상과 최근의 변화를 그냥 흘려듣지 마세요. 집과 자동차, 여행, 보험 등 많은 것의 조건이 바뀔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