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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초등학생 vs. 미국 초등학생의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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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결이는 학원 안 다녀요? 영어, 수학 안 가르쳐? 어쩌려고 그래?
조금 지나면 애가 들어갈 반이 없어, 레벨이 안 맞아서.”

한결이 엄마가 자주 듣는 말이었다. 한결이는 초등학교 2학년이고, 운동을 아주 많이 좋아하는 남자
아이다. 엄마의 개똥 철학(모국어를 충분히 익힌 뒤에 다른 언어를 시작해야 한다) 덕에 영어 유치원
을 안 다녔고, 6살까지 어린이 집에 다니다 7살에는 동네에 있는 일반 유치원을 다녔다. 초등학교에
들어가서도 학교 수업이 끝나면 학교에서 하는 방과후 수업에서 식물, 동물 키우기(창의생명과학)와
그림 그리기 또는 야구를 했고 집에 와서는 일주일에 2~3번씩 축구와 수영, 태권도를 했다. 남는 시
간에는 혼자 책을 읽거나 축구, 야구경기를 봤다.

흔히 엄마들이 말하는 ‘노는 거 좋아하고 공부 안 시키는 집 애’다. 한결이 반 친구들과 엄마들에
게 한결이는 ‘축구 잘 하는 애’다. 조금 더 덧붙이면 ‘엄마가 직장 다니고 영어 학원 안 다니는
애'(엄마들 사이에서는 상당히 무시하는 말이란다 ㅜㅜ)라고 한다. 한결이 엄마는 나름대로 소신을
갖고 책을 많이 읽도록 하고 일기를 매일 일정 양 이상 쓰도록 하는, 나름대로의 교육을 실천하고 있
지만 주변 친구 엄마들이 보기에는 걱정스럽고 한심했는지 “한결이, 영어, 수학 학원 안 보내요?
우리 애는 중국어까지 하는데”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흔했다.

‘컥, 9살짜리가 영어에 중국어까지 한다고?’ 한결이가 꼭 다니고 싶다고 조르는 학원만 보내겠다고
결심했지만, 아이는 ‘뜻밖에도’ 공부하는 학원에는 가겠다는 소리를 안 한다.(한국 사람이 왜 한국
에서 영어를 열심히 해야 하냐고 묻는 아이다.) 고집 센 한결이 엄마도 이쯤 돼서는 슬슬 걱정이 됐다.
‘우리 애만 처지는 게 아닐까. 공부 못 하는 애가 되면 어쩌지?’ 그런 고민과 걱정이 많던 시점에
미국에 오게 됐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그 고민을 1년 미뤘다.


“알렉스-한결이의 영어이름, 뉴욕 양키스의 알렉스 로드리게스에서 본인이 땄음-는 방과후에 뭐해요? 축구, 야구 어떤 거 더 좋아해요?”

미국에 와서 내가 아이 친구 엄마들에게 가장 많이 듣는 말이다. 내가 한국에서 온 이방인인지 모르는
엄마들이 처음 만나서 인사를 나눈 뒤 바로 묻는 말이니 아주 일상적인 대화라고 생각해도 좋을 것이
다.

“알렉스는 축구, 야구 다 해요. 축구는 트레블 팀(선수반쯤 된다. 일주일에 세 번 이상 연습이 있고,
주말에   는 travel을 다니며 시합을 한다고 해서 travel팀이라 부른다.)을 하고 있어요. 매일 운전해
서 데리고 다니느라 힘들어요.”라고 답하면, 상대 엄마는 표정이 아주 밝아지며 “아, 정말? 네 아들
축구 잘 하나보다. 좋겠다! 우리 애도 축구랑 수영하는데, 얘 데리고 다니느라 바빠 죽겠어.” 이렇게
대화는 이어진다. 

미국 엄마들은 아이가 운동 뭐 하는 지가 제일 관심사다. 사설 학원 다니면서 공부하지 않는 것, 그리
고 운동 많이 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했다. 남자애 뿐 아니다. 여자애들도 축구나 라크로스, 수영,
달리기 등 운동하는 데 시간을 많이 쏟고 있었다. 한국과 미국의 초등 2학년생 일과를 아주 간단하게
비교해 봤다. 물론 모든 아이들이 이렇게 생활하는 것은 아니다. 개인 차는 언제나 무시할 수 없다.
                                         
                                       한국 초등학생     |          미국 초등학생
          07시               |            기상           |                기상
          08시 30분        |            등교           |                등교
          13시               |            하교           |          
          16시               |   영어,수학 등 학원  |                하교
          16시~18시30분 |      악기,운동 학원   |­ 축구,야구,수영 등 체육활동­
          19시               |         저녁식사        |              저녁식사
          ~21시             |   숙제(학교,학원)    |             숙제, 독서 


학교 끝나면 무조건 ‘운동과 독서’

한국 교포 2세, 3세 가운데 미국에 와서 성공한 사람들이 많다. 여러 명을 만났는데 공통적으로 내게
이런 말을 했다. “한국 부모들은 아이가 공부만 잘 하길 바라죠? 미국에서는 운동과 공부에 시간과
에너지를 1:1로 똑같이 들입니다. 한국 애들은 머리는 좋은데 체력과 사회성에서 미국 애들에게 뒤집
니다. 아이들 운동 열심히 시키세요. ”

“운동하면 좋은 것 누가 모르나, 시간이 없어 그렇지. 공부할 시간도 부족한데…”
“우리 애는 운동하는 것을 싫어해서…”

한국에서 엄마들이 흔히 하는 말이다. 그래서 미국인 엄마들에게 물었다. 특히 아이가 중학생, 고등
학생이 되면 공부할 시간도 부족하지 않냐고. 미국 엄마, 아빠들은 매우 황당해하며 답했다.

“운동, 특히 팀 운동을 시키는 것은 단순히 아이의 체력을 키우고자 하는 게 아니다. 건강해지는 것
은 물론이고, 팀 운동을 통해 사회성, 사교성, 리더쉽, 협동심, 감정 컨트롤까지, 배울 수 있는 게 한
두 가지가 아니다. 운동은 같이 어울려 하는 것이기 때문에 반드시 잘 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아이들
은 친구들과 같이 운동하는 것을 좋아한다. 그리고 시간은 만들면 된다. ‘Time management’를 배우
지 않나? 아이들 일과 중에 운동은 가장 중요한 것이고 그것을 먼저 배치한 뒤 다른 것을 끼워 넣으면
된다.”

미국인들은 아이가 책만 보고 있는 것을 그리 좋아하지 않았고, 오히려 친구들과 어울려 놀지 않고 책
만 읽으려 하는 아이를 걱정했다. 공부뿐 아니라 운동, 음악, 미술 등 모든 것을 조화롭게 학습하길
바랐다. 그리고 한국 부모들처럼 시험을 보고 성적이 나오는 공부를 강조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방면의
책을 읽는 것을 더욱 중요하게 생각했다.

 
여학생들 축구하는 모습 (저 뒤에 기다리는 아빠들)

그리고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부모들이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었다. 아이가 둘, 셋인 부모는 한 명이
첫째 축구하는 곳에 데려 가고, 한 명은 둘째 오케스트라 연습하는 데 데려가느라 정신 없었다. 그리고
도저히 시간이 안 나는 부모는 아이들 방과후 수업에 ride만 해주는 아르바이트생을 쓴다. 또 처지가
비슷한 다른 부모와 돌아가며 카풀(car pool)을 하기도 했다. 비가 오거나 조금만 추워지면 운동장에서
체육시간을 줄이고 실내 학습시간을 늘리는 우리나라 학교의 모습과는 꽤 거리가 있다. 이렇게 친구들과
어울리면서 운동하며 10년을 보낸 아이들과 우리 아이들이 경쟁을 하게 된다. 어떤 삶을 선택하고 어떤
것에 비중을 둘 것인가?

한결이는 오늘도 학교가 끝나면 축구 연습하러 간다. 주중 일주일에 세 번 축구 연습이 있고, 하루는
야구 연습이 있다. 주말에는 토요일에는 야구 시합, 일요일에는 축구 경기가 있다. 일주일 내내 운동하
는 애 데리고 다니느라 주말 여행은 생각지도 못 한다.(축구 시합은 왜! 일요일 아침 8시에 시작하느냐
고, 조기 축구회도 아니고) 그렇지만 아이는 아주 즐거워하고, 매우 건강한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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