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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라는 이름의 공동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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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라는 이름의 공동체

연수하면서 아이를 학교에 보내다 보면 자주 드는 생각이 있다. 이곳에서 학교란 ‘학생들 공부 배우는 곳’이 아니라 지역사회의 중요한 커뮤니티가 아닐까 하는 점이다. 한국 학교와 가장 큰 차이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한국에서 학교는 아무래도 학부모를 포함한 구성원들이 유대감을 형성하는 공동체라고 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전에 백악관 웹사이트에서 바이든 행정부의 코로나19 대응 전략을 본 적이 있다. ‘백신 접종률을 높인다’처럼 포괄적이면서도 당위적인 최고 우선순위 항목 대여섯 가지 가운데 ‘학교를 안전하게 계속 운영한다(Keep Schools Open Safely)’가 있었다. 그땐 미국은 한국처럼 쉽게 온라인 수업이나 등교 중지를 결정하지 않는 모양이라고만 생각했다. 지금 돌이켜보면 국가적 차원의 대전략에서 학교를 언급한 것은 학교가 그만큼 중요한 공간이라는 의미가 아닐까 생각되기도 한다.

학교 공동체의 모습을 물리적으로 볼 수 있는 것은 아이들과 부모들이 몰려드는 등하교 시간이다. 특히 하교 시간엔 아이들이 교실에서 나오고 놀이터나 운동장에서 노는 동안 기다려야 하기 때문에 부모들끼리도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누게 된다. 이 동네 피자는 어느 집이 맛있는지부터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의 경제적 노림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내용이 화제에 오른다. 다른 부모들과 친분을 쌓고 아이들의 교우 관계도 자연스럽게 확인하는 시간이다. 아이가 다니는 학교는 주변에 아파트가 많아서인지 스쿨버스를 타지 않고 걸어서 등하교하는 학생도 많은 편이어서 하교 시간 운동장이 꽤나 북적인다. 졸업식, 입학식처럼 특별한 행사 때만 부모들이 학교에 모였던 기억 때문인지 매일 보는 이 장면이 일종의 축제처럼 보이기도 한다.

학교에서 ‘이벤트’가 수시로 진행된다는 점도 한국과 다른 점이다. 부모의 참여나 도움이 필요한 경우가 대부분인데, 좀 귀찮을 때도 있지만 학교 행사에 일방적으로 참석을 요구받는 느낌은 아니다. 학교 또는 PTA(교사-학부모가 참여하는 학교 운영 기구)가 주관한 이벤트 가운데 언뜻 기억나는 것만 해도 여럿이다. 주말에 반 친구들이 놀이터에 모여 노는 학급 플레이데이트, 친구들과 카드를 교환하는 ‘우정의 날’, 가족 달리기 이벤트 펀 런(Fun Run), 금요일 저녁 실내 스케이트장을 통째로 빌린 ‘스케이트 나이트’, 저녁시간 교실에서 영화를 관람하는 ‘무비 나이트’, 책 장터, 기부물품 온라인 경매 같은 행사들이 있었다. 출신지와 문화적 배경이 다양한 학생들이 각국의 풍습을 소개하는 멀티컬쳐 데이(Multi-Culture Day)처럼 교과 주제와 관련된 행사도 있고, 가장 좋아하는 동화책 캐릭터처럼 옷을 입고 등교하는 ‘리드 어크로스 아메리카 데이(Read Across America Day)’나 잠옷차림으로 등교하는 파자마 데이처럼 드레스코드를 지정해주는 날도 있다.

수줍음이 많은 편인 아이는 동화책 주인공처럼 의상을 갖추는 대신 좋아하는 캐릭터가 그려진 티셔츠를 입고 등교했고, 파자마 데이에는 윗옷만 잠옷을 걸쳤다. 필자 역시 이런 행사에 익숙하지 않아 그정도면 충분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학교에 가보니 파자마 차림으로 출근한 선생님들도 여럿이었다.

자녀가 있는 언론인이라면 해외 연수를 준비할 때 자녀가 초등학교 저학년 정도인 경우가 대부분일텐데, 대개는 학업 부담이 비교적 덜한 시기에 새로운 경험을 쌓는 데 중점을 두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아이의 성향에 따라 다르겠지만 이런 행사가 있을 때 경제적, 시간적 여력이 허락하는 한에서 되도록 적극적으로 참여한다면 즐거운 학교 생활의 추억을 남기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낯선 외국 학교에 빨리, 잘 적응하는 방편이 될 수도 있으리라고 생각된다.

연수를 준비하면서 가장 고민됐던 일 가운데 하나가 거주지를 정하는 것이었다. 자녀가 있는 경우 비용이나 교통 못지않게 ‘학군’이 중요한 요소가 되는데, 보통은 미국 전역 학교에 평점을 매기는 인터넷 사이트를 참고해 결정하게 된다. 학업 성취도, 학생들의 인종 구성, 학부모들의 리뷰 같은 항목을 주로 보게 된다. 모두 중요하지만 이것들만 봐서는 매일매일 아이의 학교 생활이 어떤 모습일지 그림이 잘 그려지지는 않는다.

필자 역시 아이가 어느 학교에 배정되는지에만 신경을 썼다. 그 뒤의 일은 학교에 다니면서 차차 알아가면 될 거라고 생각했다. 현지에 와서 지내보니 학교 생활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대략이라도 미리 알았다면 좋았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아이가 다니는 학교의 경우 배정이 결정된 뒤에 학교생활 전반을 안내하는 학부모 가이드북을 보내줬는데, 어느 학교에 보낼지 결정했다면 이런 자료를 미리 요청해서 꼼꼼히 살펴봐도 좋을 것 같다. 지역 내 한인들이 카카오톡 단톡방 등을 통해 활발하게 교류하는 경우도 많으니 현지 도착 전에 미리 참여하며 정보를 얻어도 좋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