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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레이그리스트(Craigslist)의 두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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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한 배너 광고하나 없고 모노톤의 사이트. 깨알같은 글씨만 가득해 눈이 피로감을 느끼지만
중독성이 강한 사이트.’  다름 아닌 Craigslist (크레이그리스트) 이야기입니다.


Craigslist는 우리나라의 벼룩시장, 가로수처럼 구인•구직, 물품 판매•교환, 주택 매매•임대 등
다양한 생활정보를 다루는 미국 최대의 온라인 생활정보 사이트입니다. 미국에서 살면서 Craigs
list 가 미국인들의 생활 속 깊숙히 자리 잡았다는 인상을 많이 받았습니다. 특히 중고 물품 거
래가 활발한 미국 사회에서 Craigslist 의 영향력은 절대 과소평가할 수 없는 것 같습니다.


미국에서는 이사를 가거나 할 때 집안 내 살림을 싸게 파는 창고판매(Garage Sale)이 활발한데,
이제는 온라인 상으로 옮겨온 셈입니다. 이 사이트는 매월 페이지뷰가 수백억 회에 달한다고 합
니다. 각 지역별로 세분화된 사이트가 있기 때문에 원하는 물건을 원하는 지역을 중심으로 광범
위하게 검색할 수 있습니다. 제 경우 겨울철 난방용 히터, 아이들 장난감 등 소소한 물건을 이
사이트를 통해서 저렴한 가격에 구할 수 있었습니다. 연수자처럼 단기로 체류하는 경우 살림을
마련하거나 정리할 때 이 사이트를 이용하면 상당히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사이트에서 광고를 보고 판매자에게 이메일, 전화, 문자 등으로 직접 연락을 주고 받기 때문에
거래 사이트가 거래에 관여하는 다른 사이트보다 편리한 점이 많습니다. 수수료도 없기 때문에
이용하는데 별 부담이 없습니다.


미국 최대 온라인쇼핑몰인 아마존에서도 중고 물품을 많이 팔고 있는데, Craigslist 에는 아마존
보다 더 다양하고 저렴한 매물이 나와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마존에서 구할 수 없는 물건을
Craigslist 에서 검색해서 찾은 적도 있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이 사이트를 검색할 때 마다 매물의
다양성에 놀라게 됐습니다.


이 사이트는 IBM에서 17년간 근무한 뒤 샌프란시스코로 이주한 크레이그 뉴마크가 1999년 비영리
기관으로 등록하면서 시작됐습니다. 샌프란시스코에서 출발한 이 사이트는 전세계 70개국 이상에
진출한 상태입니다. 뉴마크는 자산이 4억 달러가 넘는 거부가 됐다고 합니다. Craigslist 는 광
고가 전혀 없지만 미국 주요 대도시에서 일자리광고로 25달러씩 수수료를 받고 있고 뉴욕지역 아
파트 매물 등록 시 10달러씩 수수료를 받는 식으로 사이트가 운영되고 있습니다.


Craigslist 는 이렇게 인터넷을 통한 새로운 상거래 플랫폼으로 뿌리를 내렸지만 밝은 면만이 있
는 것은 아닙니다. 최근 들어 이 사이트를 이용한 범죄가 기승을 부리고 있어 철저한 주의가 필
요합니다.


부동산 거래, 중고차 거래 시에는 거래 상대방에 대한 신뢰, 신용이 확실하게 파악되는 경우가
아니라면 이 사이트를 이용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수없이 많은 부동산 거래 사기 피해 사례가
인터넷에 올라오고 있습니다. 주로 미국 부동산 거래 관행에 익숙치 않은 외국인들이 타겟입니다.
집주인 행세를 하면서 보증금, 렌트비를 가로채는 사례는 매우 빈번합니다.


중고차의 경우 거래가 활발한 편인데, 차를 사는 경우 판매자가 어떤 하자를 숨기고 판매를 했을
경우 사후적으로 보상을 받을 길이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 미국에서는 한국과 달리 차량 등록
부 상에 담보 관계 등이 명확하게 드러나 있지 않은 경우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권리관계를 모
르고 차를 구입했다가 큰 손해를 볼 수도 있습니다.


차를 판매할 경우에는 더 주의가 필요합니다. 차를 살 의향을 보이고 나타난 사람들은 대부분 테
스트 드라이브를 요청하는데 이 과정에서 차를 도난 당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물론 위에 열거한
문제들이 자주 발생하는 것은 아니지만, 외국인들은 그만큼 더 위험에 노출되기 쉽기 때문에 주
의가 필요합니다.


지난해 10월에는 캘리포니아 주의 한 대학생이 이 사이트를 통해 차를 판매하려다가 한 달 이상
실종됐다가 흉기에 찔려 숨진 채 발견된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기타 물건을 거래할 경우 대부분 판매자가 있는 곳으로 물건을 수령하러 가게 되는데, 주의가 필요
합니다. 가능한 밝은 낮 시간에 공개된 장소에서 만나기로 약속하는 것이 좋습니다. 특히 현금으로
거래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고액 거래의 경우 안전한 지역에서 거래를 하는 것이 필요
합니다. 제 경우 안전한 장소에서 거래를 제안하지 않고, 연락처를 분명히 밝히지 않는 사람과는
거래를 하지 않으려 했습니다.


범죄가 끊이지 않자 일부 지역 경찰당국은 경찰서 앞에서 거래를 하라는 조언을 하고 있습니다.
지난 2월에는 조지아주에서 이 사이트에 올라온 아이폰6 광고를 보고 구매하러 나섰다가 총에
맞아 사망하는 사건도 발생했습니다. 이들은 피해자를 유인해 금품을 빼앗고 살해하고 도주했습니
다. 애틀란타에는 지난해 하반기 이후 이 사이트 관련 범죄로 사망한 주민이 4명으로 집계됐습니다.


가장 엽기적인 사건은 이 사이트에 광고를 낸 뒤 찾아온 사람을 22명 이상 살해한 사건입니다.
지난해 펜실베니아 경찰이 밝힌 바에 따르면 바버 부부는 알래스카주, 노스캐롤라이나주 등 미국
전역에 걸쳐 최근 6년 사이에 22명 이상을 살해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바버 부부는 친구가 되면
돈을 주겠다는 광고를 낸 뒤 이 같은 범행을 저질렀습니다.


중고 휴대폰 거래도 활발한 편인데, 공기계의 경우 반드시 개통이 돼 있는 심(SIM)카드를 준비해
가서 작동이 가능한 제품인지 확인하고 구매를 하는 것이 좋습니다. 직거래를 하다보니 판매자의
인적 사항을 알기가 매우 힘듭니다. 판매자도 익명의 구매자를 경계하기 때문에 휴대폰을 공개하지
않는 경우도 많습니다. 또 제 3의 장소에서 만날 경우 사후적으로 판매자에게 연락을 할 수 없는
경우가 있어서 거래하는 순간에 최대한 주의를 기할 필요가 있습니다.


신뢰가 바탕이 된 미국 사회에서도 인터넷이라는 익명성을 이용해 각종 범죄가 발생하는 것을 보고
충격을 금할 수 없었습니다. 특히 이 사이트를 통해서 부동산, 차량 거래를 할 경우 각별한 주의가
필요합니다. 다만 지역 주민끼리 소소한 생활용품을 사고 팔 경우 범죄와 연결될 가능성이 낮습니다.
이 경우에도 안전한 곳에서 상대방의 신원을 잘 파악한 뒤에 거래를 하는 것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