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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 아이 학교 선택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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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2월 28일 LG상남언론재단 해외 연수자로 선발된 뒤 가장 먼저 한 일은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이
학교를 알아보는 것이었다. 교육 여건이 좋은 동네에 집을 구한 뒤 가까운 공립학교에 보내면 되는 미국과
달리 중국에서는 현지 학교에 보내기에는 여러 제약이 있어서 다른 대안을 찾아야 한다. 아이가 중국어로
진행되는 수업을 이해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중국 로컬 학교의 교육 여건이 한국 보다 못하기 때문에
보낼 수가 없다. 연수 준비하는 과정에서 이 부분에 가장 신경을 많이 썼지만 와이프와 아이는 연수 떠나
기 전에 두 번이나 상하이를 다녀오는 시행착오를 겪었다.


 상하이에서 고를 수 있는 선택지는 대략 3가지이다. 한국 교과과정으로 운영되는 한국학교와 영어와
중국어를 함께 배울 수 있는 쌍어학교(Bilingual School), 국제학교가 그것이다.


 한국 교과과정은 연수 끝나고 돌아가면 언제든 배울 수 있어서 한국학교는 가장 먼저 제외했고, 국제
학교냐 쌍어학교냐를 두고 고민을 했다. 상하이에는 한국에도 들어와 있어서 이름이 제법 알려져 있는
덜위치를 비롯해 예청, 미국국제학교(SAS), 영국국제학교, 싱가포르국제학교(SSIS) 등 10여개의 국제
학교가 있다. 대부분의 국제학교는 푸동과 푸시 등에 각각 캠퍼스를 운영하고 있어서 실제 학교 수는
20여개 정도 된다.


 국제학교에 가장 먼저 관심이 갔지만 덜위치나 예청, SAS 같은 유명 국제학교는 연간 수업료가 20만원
(약 3800만원)내외여서-초등학교 저학년이 이 정도이고, 학년이 올라 갈수록 수업료가 비싸져서 고등
학생의 경우 25만 원 정도 한다-보낼 엄두를 내지 못했고, 그나마 SSIS는 시설이 좋으면서 상대적으로
‘저렴’해서 고려 대상에 남겨두기로 했다. SSIS의 연간 수업료 역시 2000만 원에 육박하지만 앞서 언급
한 학교와 비교하면 반값이어서 상하이에서는 저렴한 학교로 통한다.


 쌍어학교는 수업료는 SSIS와 비슷한 수준이지만 두 가지 언어를 동시에 배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상하이의 대표적인 쌍어학교인 협화쌍어학교(영문 명칭은 Shanghai United International School)는
메인 캠퍼스가 한인 타운이 있는 홍췐루에 있어서 시 외곽에 있는 다른 국제학교에 비해 위치가 좋다.


 SUIS와 SSIS에 모두 합격한 딸을 쌍어학교인 SUIS에 보낸 가장 큰 이유도 집과 가까워서였다. 연수기
1편 ‘상하이 어디에서 살까’에서 홍차오 공항을 김포공항에, 홍췐루를 목동에 비유했는데 그 비유의
틀에서 설명을 하자면 싱가포르 국제학교는 김포공항 외곽의 일산쯤에 있다고 할 수 있다.


 필자가 살고 있는 구베이에서 SUIS로 가는 스쿨버스는 7시40분 경에 출발하는데 비해 SSIS로 가는 스쿨
버스는 7시20분 경에 출발한다. 우리가 살고 있는 아파트 기준으로 보면 SUIS까지는 등교할 때 15분,
하교할 때 20분이 걸리지만, SSIS까지는 등교할 때는 30분, 하교할 때는 교통 정체로 인해 50분 이상
걸린다고 한다.


 쌍어학교라고 해서 처음에는 서울의 영훈초등학교처럼 영어와 중국어로 각각 수업을 진행하는 줄 알았
는데 그렇지는 않고, 커리큘럼만 놓고 보면 중국어 수업을 매일 한 시간씩 하는 정도가 국제학교와 가장
큰 차이점이라고 할 수 있다. 매일 1교시는 중국어, 2교시는 영어로 고정돼 있고, 3교시부터 6교시까지는
수학과 과학, 체육 등 나머지 과목을 배우는 식이다. 그 외에 수학시간에 수학 용어와 기호 등을 중국어
로도 설명 하고, 학부모들한테 보내는 각종 공지 사항이 영어와 중국어로 전달되는 게 국제학교와
다른 점이라고 할 수 있다.


 쌍어학교의 가장 큰 특징은 교과과정이 아니라 학생 분포라고 할 수 있다. 인터내셔널 스쿨이지만‘순수’
외국인의 비중은 절반 정도이고, 나머지 절반은 외국(대만과 홍콩, 마카오까지 포함해서)에서 태어난
중국계 외국인이거나 중국인과 외국인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아들이다.(특이하게도 이들은 대부분 아버지는
외국인, 어머니는 중국인들이고, 그 반대인 경우는 거의 없다.) 학생들의 언어 배경이 다양해서 영어와
중국어 수업은 수준별 수업을 한다.


 학교 행사가 있어서 가보면 금발에 파란 눈을 가진 아이가 중국어를 유창하게 하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데 외국인 아버지와 중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들이다. 이들은 순수 외국인 친구들과
이야기할 때는 영어로, 국적만 외국인인 친구들(외국에서 태어났거나 대만, 홍콩계 학생들)과 이야기할
때는 중국어로 이야기를 한다. 언어의 장벽이 있어서 인지 교우 관계도 ‘중국어파’와 ‘영어파’로
갈라지는 경향이 있는데, ‘다문화 가정’에서 태어난 친구들은 양쪽 ‘진영’과 두루 친하다고 한다.



 중국어파와 영어파가 한 교실에 같이 있다는 건 언어 학습에는 큰 도움이 된다. 중국어가 초급 수준인
딸이 아주 미묘한 어감의 차이를 정확히 구분해서 이야기하는 것을 듣고 깜짝 놀란 적이 있다. 어떻게
아느냐고 물었더니 옆 자리에 앉은 친구가 이야기 하는 것을 들어서 알게 됐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중국으로 연수를 준비하는 분들께 도움이 될만한 국제학교 입학시험과 관련된 정보를 소개
하겠다.


 상하이에는 외국인들이 많아서 국제학교 역시 공급보다 수요가 많은, 초과 수요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새로운 학년이 시작되는 9월에 가까워질수록 지원자는 증가하는 반면 빈자리는 없어서 어드미션 받기가
더 힘들어진다. 이 때문에 일찍 지원할수록 입학허가를 받기가 쉬워진다. 주재원 자녀가 많이 다니는
국제학교의 특성상 학기가 바뀔 때마다 전학 가는 학생들이 생기기 때문에 대부분의 국제학교는 이에
대비해 미리 학생들을 뽑는다. 예를 들어 9월 학기에 전학 올 학생들은 3월부터 한 달에 한두 번 시험을
봐서 선발한다.


 상하이의 선호도가 높은 국제학교는 대부분 필기시험을 봐야 입학허가를 받을 수 있다. 과목은 영어와
수학은 필수이고 쌍어학교는 중국어도 시험을 보기는 하는데 당락을 좌우하는 요소는 아니다.


 학교 입장에서는 뒤에 지원할 학생들의 수준이 어떤 지 알 수 없기 때문에 3월과 4월에 지원하는 학생들
중에서 큰 문제가 없다고 판단되면 바로 입학허가를 내준다. 그렇게 어느 정도 자리가 채워지고 나면 그
다음 지원하는 학생들은 성적이 좋아도 바로 입학 허가를 받지 못하고 대기자 명단에 올라가게 된다.


 상하이나 베이징으로 연수를 가는 분들은 연수자로 선발된 직후 가급적 빨리 시험을 응시하기를 권해
드린다. 입학시험은 정해진 날짜에만 볼 수 있는 학교가 있고, 입학 담당자에게 이야기를 잘 하면 따로
날을 잡아서 시험을 볼 수 있게 해주는 학교도 있다. 두 군데에 지원할 경우 정해진 날짜에만 시험을
볼 수 있는 학교 시험 날짜에 맞춰서 다른 학교의 시험 일정을 조정하면 ‘일타양피’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