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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립공원에서 캠핑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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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연수의 성패는 주말을 어떻게 보내느냐도 꽤나 중요하게 작용하는 것 같다. 평일의 경우는 아이들이 새벽에 등교해서 오후 3시에 하교하면 다음날 학교 가는 준비를 하는 것으로 하루가 나의 의지와 무관하게 홀라당지나버리므로 연수생들 모두 별다른 차이가 없을 것이다. 때문에 자유시간이 주어지는 주말을 어떻게 알차게 보내느냐가 모두에게 관심사일 것이다. 나의 경우 주말이면 될 수 있으면 캠핑을 떠났다. 사실 캠핑은 나와는 거리가 먼 말이었다. 굳이 해 봤다면 군대에 있을 때 야영을 해본 게 전부였다. 연수 떠나오기 전 한국에서 캠핑 바람이 불 때도 시간도 없었을 뿐 아니라 캠핑에 필요한 장비 가격을 전해 듣고는 아예 생각을 말끔히 접었었다. 그러다 연수시절 캠핑으로 미국의 대자연과 교감했다는 회사 선배의 말을 듣고 실행에 옮겨봤다


장비 갖추기


캠핑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는 먼저 장비 이야기부터 해야 한다. 한국의 경우 캠핑 장비를 준비하는데 수백만원이 든다고 들었다. 하지만 미국에서 캠핑장비를 마련하는 데는 그리 많은 비용이 들어가지 않는다. 나의 경우 캠핑장비의 일부는 중고마켓에서 저렴하게 장만했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미국에서는 중고마켓이 잘 발달돼 있다. 중고시장은 내가 아는 것만 해도 Garage Sale, Craigslist, 한국 유학생커뮤니티(KSA), Goodwill, Thrift shop 등이 있다. 굵직한 장비만 열거해 본다면 우선 텐트의 경우 6인용 텐트를 10달러를 주고 거라지 세일에서 구입했다. 야영의자 4개는 KSA에서 6달러를 주고 샀다. 낚시대 3개 가운데 1개도 거라지 세일에서 10달러에 구했다. 코펠과 버너, 손전등은 한국에서 가져왔고 나머지 아이스박스, 아이들 침낭 2, 에어매트 2개만 월마트에서 새 것을 구입했다. 에어매트의 경우 중고품은 공기가 새도 환불이나 교환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새 것을 장만했다.


여행지 고르기


캠핑 장소로는 주립공원(state park)이 제격이다. ,12일 일정이나 금,,23일의 일정을 잡으면 웬만한 주립공원을 거의 섭력할 수 있다. 주립공원은 시설이나 요금면에서 최상의 캠핑사이트라 할 수 있다. 우선 시설면에서는 야영이 가능한 주립공원은 거의 따뜻한 물로 샤워할 수 있는 시설이 갖춰져 있다. 깨끗한 화장실은 물론이다. 캠핑 사이트도 전기와 물을 사용할 수 있는 곳 가운데 하나를 고를 수 있다. 전기를 사용할 수 있는 곳은 1박에 보통 15~20달러, 물만 사용할 수 있는 곳은 1박에 10~15달러 정도다. 만약 멤버십 패스(70달러)가 없다면 여기에서 입장료 5달러 정도를 더 내야 한다. 텍사스의 경우 강, 바다, , , 동굴, 호수, 사막언덕 등 다양한 곳에 90개 주립공원을 갖추고 있다. 물론 주립공원으로 지정돼 있지 않은 곳에서 야영을 할 때는 별도로 지정된 Public Camping Site를 찾아보면 된다. 텍사스의 경우 주정부 교통국(department of transportation)에서 발행한 Public Camping Site 안내책자를 참고하면 된다. 이곳에는 각 카운티와 시티별로 캠핑장에 대한 간단한 설명과 함께 캠핑장의 위치와 시설 등을 소개해 놓고 있다. 이곳의 시설과 1박 숙박비용은 주립공원 캠핑장과 비슷하다.


짐 꾸리기의 노하우


주변에서 주말에 캠핑을 다니고 있다고 하면 대부분은 그 번거로운 걸 어떻게 하느냐는 반응을 보인다. 4명이 이틀 또는 사흘을 밖에서 집을 짓고 살다오는데 어떻게 준비하고 또 가서는 어떻게 하냐는 걱정이다. 사실 모든 일이 그렇다. 과정이 번거롭고 어려우면 실행에 옮기기도 겁이 난다. 캠핑도 그런 일 가운데 하나다. 캠핑 가는 건 좋은데 짐을 싸기가 만만치 않다. 가서도 텐트 안과 밖이 잘 정리돼 있지 않으면 뒤죽박죽 돼 짐을 풀고 정리하는 데도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하지만 나의 경우 아무런 준비가 돼 있지 않아도 내일 아침 당장 캠핑을 떠날 수 있다. 몇 번의 시행착오를 거쳐 짐을 싸고 푸는 과정을 단순화 했다. 우선 다녀와서 짐을 풀지 않아도 되도록 짐이 들어있는 가방을 통째로 베란다에 보관하고 있다. 하나의 가방에는 침낭 등 침구류가 들어있고 또 하나의 가방에는 에어매트 등을 포함해 텐트 내부에서 사용할 비품들이 들어있다. 또 다른 가방에는 텐트 밖에서 필요한 버너와 코펠, 주방용품 등이 항상 들어있다. 따라서 별 준비 없이도 텐트가방과 이들 짐가방 3, 아이스박스를 챙겨서 곧바로 떠나면 된다. 아이스박스에는 먹을 것을 대충 챙긴 뒤 나머지 먹거리와 얼음은 가는 길에 마트에 들러 채워 넣으면 된다. 이렇게 기능별 동선별로 짐을 꾸리니 캠핑을 떠나올 때도 짐을 싸는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짐을 풀고 꾸릴 때도 초등학교 3학년, 1학년 아이들에게도 일정한 역할을 부여하면 일손을 조금이나마 줄일 수 있다.


캠핑의 즐거움


캠핑은 사실 아이들이 더 좋아한다. 좋아하는 동물들, 처음 보는 동물들과 마주하는 일에 굉장한 의미를 부여한다. 큰 녀석의 경우 캠핑을 다니면서 야생 동물들에 대한 지식을 상당히 쌓은 것 같다. 언젠가는 책에서만 봤던 opossum(주머니쥐)과 마주쳤는데, 아들은 생전 처음 보는 동물 이름을 부르며 놀랐고, 나는 듣도 보도 못한 동물을 한눈에 알아보는 아들을 보고 놀랐다. 밤이면 하늘을 수놓은 무수한 별을 보는 재미도 유별나다. 별똥별도 거의 캠핑을 갈 때마다 관찰하게 되는데 덕분에 아이들이 외쳐대는 소원을 따로 적어 두어야하는 숙제를 안게 됐다. 텐트 안의 풍경도 정겹다. 좁은 텐트에 4명이서 누워 텐트 밖에서 들려오는 온갖 자연의 소리를 배경음 삼아 오순도순 이야기도 하고 책도 읽는 광경을 상상해 보시라. 아이들은 이제 텐트 생활에 상당히 익숙해져 있는 것 같다. 한번은 텍사스 최남단의 South Padre Island에서 캠핑을 했는데 강력한 비바람을 만났다. 나와 아내는 바람 때문에 새벽에 잠을 깨서는 아침까지 노심초사했는데 아이들은 텐트가 바람에 반쯤 접혀질 정도로 난리였는데도 미동도 하지 않고 숙면을 취하는 것을 보고 아내와 나는 서로 혀를 내둘렀다. 물론 위험천만한 사건도 종종 겪게 된다. 한번은 해가 저물어 밤에야 주립공원에 도착 했는데 직원들이 모두 퇴근한 뒤라 캠핑 사이트로 지정된 곳 가운데 아무 곳을 골라 텐트를 쳤다. 그 곳은 큰 호수에 조성된 공원이었는데 아침에 일어나 보니 옆에 작은 푯말이 세워져 있었다. 푯말에는 ‘Beware Alligators’라고 빨간 글씨로 적혀 있어 섬뜩했다. 그 뒤로 부터는 될 수 있으면 밤늦게 캠핑장에 도착하는 일은 금하고 있다.



낚시에 대해


캠핑을 다니는 또 다른 이유 중의 하나는 바로 바다낚시다. 바다낚시는 연수오기 전에 팀 단합대회 차원에서 배를 빌려 대부도 앞바다로 딱 한번 가 본 것이 전부였는데 지금은 가끔씩 멕시코만으로 출동한다. 말이 바다낚시지 내가있는 오스틴에서 가장 가까운 멕시코만이 3시간 30분 거리다. 몇 차례 고기 잡는데 실패한 뒤 미국에서의 낚시는 우리가족과 인연이 없다는 결론을 내릴 무렵 온 가족이 만선(?)의 기쁨을 누리고 말았다. 태어나 처음 느낀 손맛을 못 잊은 녀석들 때문에 그 이후 나는 새로운 포인트를 귀동냥하느라 맥주값을 지불해야 했다. 아들 녀석은 그 동안 블랙드럼, 레드드럼(아래사진), 플라운더, 스내퍼, 캣피쉬, 쉽헤드 등 멕시코만에는 잡히는 웬만한 어종은 거의 섭렵했다. 1학년짜리 딸 녀석도 낚싯대를 낚아채는 솜씨가 이제는 제법이다.




녀석들의 손동작이 빨라지면 빨라질수록 나의 손놀림과 발놀림은 더 빨라진다. 한국과 달리 어종별로 정해진 크기 이하의 고기는 살려줘야 하기 때문에 낚시하다 말고 아이들이 부르면 펜치(nippers)를 들고 그 곳으로 쫒아간다. 낚시는 분명 유쾌한 스포츠 이지만 물고기 입에 박힌 미늘을 빼내는 일은 분명 불쾌한 일이다. 제한을 넘은 큰 고기를 잡더라도 기쁨도 그 때 뿐이다. 낚시가 끝나면 잡은 고기를 손질하는 곤혹스런 작업 역시 나의 몫으로 남기 때문이다. 고기를 손질하는 나의 머릿속은 양립 불가한 두 상념으로 점령된다. 내가 이렇게 살생을 일삼기 위해 미국에 왔나 라는 존재론적 물음과 오늘 저녁상도 덕분에 푸짐하겠지 라는 실존적 기대감이 그 것이다. 하지만 고대부터 수렵은 인간 존재의 한 방식이었다. 나는 존재하기 위해 이번주에도 Gulf of Mexico로 출동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