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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폐쇄와 국가부도위기의 미국을 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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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방정부가 문을 닫는다”

“연방정부가 폐쇄되면 어떻게 하니, 귀국준비하는데도 힘들텐데..”, 올해 예산안을 둘러싼 민주-공화간의 양보없는 대치가 계속되던 지난달초 한국의 지인으로부터 안부전화가 왔습니다. 연방공무원 80만명이 임시 해고되고 치안과 국방 등 사회유지를 위해 꼭 필요한 분야를 제외하고 연방정부가 관리하는 대부분의 업무가 중단되는 사태가 일어나기 하루전이었습니다. 미국 방송들은 정부폐쇄가 초읽기에 들어갔다며 생방송으로 카운트다운을 하고 있을 때였습니다.

미국방송을 보면서 예산안 처리를 놓고 해마다 마지막 순간까지 여야가 맞서던 우리나라 국회의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극한 몸싸움과 충돌이 벌어지고 ‘날치기’다 ‘합법이과’다라는 고성이 오가지만 결국엔 새해 예산안이 처리돼왔던 한국 국회를 지켜봐 온터라 설마 정부 폐쇄까지 가겠냐는 생각이 앞섰습니다. 그러나 마음 한 켠에는 연방정부가 폐쇄되면 국립공원도 문을 닫고 여권발급이나 운전면허,비자처리에도 영향을 준다는테 혹시 그렇게되면 얼마 남지 않은 연수생활에도 예상치못한 어려움이 생기겠구나하는 걱정도 있었습니다. 실제로 지난 95년 클린턴 당시 대통령과 공화당 깅그리치 하원의장시절 타협점을 찾지 못하고 결국 최악의 상황까지 간 전력이 있는만큼 재현될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닌 상황이었습니다.

관련 전문가들에게 문의를 해 봤습니다. 연방정부 폐쇄라는 최악의 상황을 배제할 수 없지만 결국엔 타협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었습니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지만 정부가 일시 폐쇄된다면 그 책임은 민주당 오바마 대통령보다 야당인 공화당이 더 클 수밖에 없다는 점,지난 95년 정부 폐쇄사태는 그 이듬해 치러진 대선에서 클린턴 대통령의 재선으로 연결된 점 등등을 들어 내년 대선을 앞두고 공화당이 끝까지 오바마 대통령의 발목을 잡지는 못할 것이란 전망들이었습니다. 그 전망대로 전체 예산삭감을 주장하는 공화당의 요구가 반영되긴 했지만 오바마 대통령은 대선을 앞두고 자신이 지키려한 복지예산은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

@이번엔 국가부도?

연방정부폐쇄란 큰 위기는 넘겼지만 오바마 행정부는 다시 국가부도라는 위기에 직면해 있습니다. 리먼 브러더스 사태이후 계속된 경기침체가 미 정부의 국가채무를 상한선인 14조 3천억달러에 육박했습니다. 8월 초까지는 변칙적인 예산운용을 통해 버텨나간다는게 미 재무부의 방침인데 임시변통책입니다. 이 때까지 채무한도 증액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미국이 발행한 국채는 부도가 납니다. 현재 월 천 2백억달러에 이는 국채 이자를 미 정부가 갚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트리플 A인 미국의 신용등급은 추락하고 금융시스템은 와해됩니다. 한 싱크탱크는 디폴트 사태가 현실화되면 일자리 64만개가 사라지고 모기지 이자율이 다시 올라 주택시장 불안이 재개되고 S&P지수가 폭락할 것으로 전망했으며 버냉키 연방준비제도 의장은 리먼 브러더스 사태와 맞먹는 엄청난 충격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파급효과로 전세계 금융시장이이 크게 휘청할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습니다.

오바마 정부는 일단 세수확보를 위해 부유층을 상대로 세원확보에 나섰습니다. 최근 CIA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초일류 선진국을 자랑하는 미국의 지니계수는 0.46,조사대상 136개국 가운데 40위로 나타났는데 이는 선진국 중 바닥선입니다. 우리나라 정부의 양극화 현상이 심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지만 한국은 0.32로 미국보다 부의 편중이 오히려 덜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미국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른바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주는 수치인데요 민주당 출신인 오바마로서는 재선을 위해서는 중산층 이하 서민층의 표가 무엇보다 절실한 상황에서 부유층에 대한 세원관리 강화는 피할 수 없는 선택으로 보입니다. 이 때문에 고소득 자영업자와 전문직에 대한 세무조사가 훨씬 강화됐고 해외계좌에 대한 신고를 회피하거나 기한을 넘겨 신고했을 경우 막대한 세금을 부과하고 있습니다. 이런 영향으로 최근들어 미 정부의 세수가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는게 사실입니다. 또 중산층 가정지출의 큰 몫을 담당하는 기름 값이 지난 1년 사이 갤런당 1달러 이상 치솟자 특별조사팀을 만들어 기름값 인상 과정에 대한 조사를 벌이고 있습니다. 실제로 이곳 버지니아의 경우도 지난해 7월 갤런당 2.7달러 정도였던 기름값이 현재는 3.8달러 안팎을 기록하고 있어 적지 않은 부담이 되고 있습니다. 세수증대를 위해 있는 사람들을 쥐어짜면서도 표밭인 중산층과 서민들에 대한 부담은 최소화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얻은 셈입니다.

@정치적 해법은

오바마 대통령은 며칠전 지상파 방송에 출연해 의회가 국가채무한도 증액해 줄 것 을 촉구하고 나섰습니다 의회가 한도를 늘려주지 않는다면 더 이상 돈을 빌려쓸 수 없기 때문인데 현재 연방정부는 지출의 40%를 채권을 발행해 충당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세수가 늘어나고 있지만 60%정도 안팎입니다. 만일 채무 한도를 늘리지 못하면 채권발행은 불가능해지고 재정지출을 줄 일수 밖에 없는데 이렇게 되면 연금과 메디케어 등 민주당 정부가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복지정책은 큰 타격을 받게 됩니다.

이런 가운데 실제로 신용평가기관인 S&P는 최근 미국의 막대한 재정적자와 급증하는 국가부채와 정치적 해결을 둘러싼 불확실성 등으로 인해 미국의 신용등급 전망을 강등했습니다, 여러 가지 해석이 나오지만 S&P의 이번 조치가 실제 미국 신용등급의 하향조정으로 연결될 가능성은 낮다는 관측이 지배적입니다. 미국의 기업 실적이 개선되고있고 실업수당과 같은 사회복지프로그램 지출은 줄고 있으며 특히 금융위기대책에 따른 지출이 끝나면 미국의 재정수지가 개선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때문에 S&P의 신용등급 전망강등은 예산안을 둘러싸고 갈등을 보이는 정치권에게 내년 대통령 선거전인 올해안에 타협을 하라는 일종의 압력으로 보는 시각이 많습니다

하지만 하원을 장악하고 있는 공화당은 최소한 아직까진 국가채무한도 증액에 동참할 의지가 없어 보입니다. 존 베이너 하원의장은 최근 방송에 출연해 협상에 나설 준비는 돼 있지만 오바마 대통령이 재정지출을 수 조달러 정도 줄여야지 그렇지 않다면 한도 증액을 해주지 않을 것이라고 맞받았습니다. 민주당과 공화당은 재정적자 감축이 절실하다는 총론에는 큰 이견이 없습니다. 그러난 각론을 들여다보면 민주당은 저소득층 의료지원 축소는 최소화하는 등 서민층 복지지출은 유지하자는 것이고 공화당은 부유층 감세를 영구적으로 하자는 등 각기 내년 대통령선거와 의회 선거의 득표전략 차원에 따른 셈법으로 대립하고 있는 것입니다.

미국 채권이 부도날 경우 그 파급효과가 너무나도 엄청나다는 것은 미 정부나 의회 모두 너무나도 잘 알고 있습니다. 아무리 대선을 앞두고 벌어지는 양당간의 팽팽한 기싸움이라고는 하지만 올 예산안처럼 결국 타협할 가능성이 높다는데 큰 이견은 없어 보입니다. 다만 치킨게임양상처럼 벌어지는 채무한도 증액과정에서 양쪽이 모두 윈윈할 수 있는 절묘한 해법이 나올 수 있을지는 지켜볼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