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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들을 위한 도전 – ‘주니어 레인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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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연수 생활에서 가족들을 위해 꼭 해야 할 숙제라면 단연 여행을 꼽을 수 있습니다. 특히 미국의 경우 자연
환경과 역사를 더불어 배울 수 있는 국립공원(National Park) 여행을 빼놓을 수 없는데요, 자녀와 함께하는 가족
여행이라면 국립공원의 ‘주니어 레인저’ 프로그램을 추천합니다. 아이들이 동부에서는 역사와 문화를, 서부에
서는 대자연의 신비를 체험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영어 실력도 기를 수 있습니다.   


‘주니어 레인저’는 미국 National Park Service (www.nps.gov)가 운영하는 어린이 교육 프로그램입니다. 주로
초등학생들이 대상(5-12살)이지만 중학생 자녀들이 참여해도 될 수준입니다. 잘 아시는 요세미티나 옐로스톤 뿐
아니라 조지 워싱턴 생가 등이 모두 국립공원입니다. 국립공원 안에 있는 비지터 센터(visitor center)에 가시면
‘주니어 레인저’ 프로그램을 담당하는 제복 입은 레인저들을 볼 수 있는데요, 문제집과 문제 풀이를 위한 간단
한 도구(망원경이나 자 등 측량 도구를 가방에 담아 주는 곳도 있음)를 제공받아 도전에 나서면 됩니다. 문제집
을 얻으려면 소정의 구입 비용(5달러 미만)을 내야 하는 곳이 있지만 무료로 주는 곳이 대부분입니다. 문제는
국립공원 안을 직접 관찰하거나 안내 책자, 소개 영상 등을 보면 풀 수 있는 내용들이고, 때때로 특정 레인저 프
로그램에 참여해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간혹 어른이 풀기에 난감한 문제도 있지만 다 맞출 필요는 없고, 외국
인들이 많이 찾는 국립공원의 경우 축약한 문제집도 배포하고 있으니 여행 일정에 차질을 빚으면서까지 무리하게
도전할 필요는 없습니다. 혹 현지에서 시간이 모자랄 경우 나중에 집으로 돌아와서 문제를 푼 뒤 우편으로 해당
국립공원에 보내는 방법도 있습니다.
   
주니어 레인저 담당자에게 문제집을 풀어 제출하면 선서식을 갖고 배지(badge)를 나눠줍니다. 국립공원 수호를
맹세하는 선서식은 나름 엄숙하게 진행되며 배지는 아주 훌륭한 기념품이 되기 때문에 자녀들에게 소중한 기억
으로 남을 수 있습니다. 게다가 문제를 풀려면 해당 국립공원과 관련된 주요 정보들을 알아야 하기 때문에 미국
의 역사와 문화에 대한 이해를 넓힐 수 있고, 이 과정에서 자연스레 영어 실력도 길러집니다. 자칫 행선지 숫자
나 채우며 주마간산(走馬看山)으로 흐를 수 있는 여행이 보다 알차지는 느낌을 받으실 수 있습니다.


처음에는 관광 시간도 부족한데 괜한 짓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를 했지만 방문하는 국립공원이 늘면 늘수록
아이들의 지식이 풍성해지는 모습을 보며 생각을 고쳐먹었습니다. 아이들이 문제를 푸는 속도도 빨라지더군요.
초등학생인 제 둘째 딸은 10개 정도의 주니어 레인저 배지를 받았는데 연수 초기부터 계획을 잘 세웠더라면 좀
더 많은 ‘훈장’을 모자에 달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제 지인의 경우 초등생 아들이 70개
의 레인저 배지를 따는 놀라운 기록을 세웠습니다. 웬만한 국립공원은 다 다녔다는 얘긴데 치밀한 계획이 비결
이더군요. ‘열정’도 빼놓을 수 없겠죠. 계획이야 부모가 세우지만 이를 별 말 없이 따르고 나중에는 오히려
재미를 붙여 더 적극적으로 나서는 자녀의 모습이 옆에서 보기에도 부럽더군요.


주니어 레인저 프로그램을 체험하기 위해서는 여행 계획 단계에서부터 미리 준비할 필요가 있습니다. National
Park 자체가 여행의 목적지가 아닐 경우, 주변에 있는 National Park를 사전 조사하고 일정에 넣어 계획을 짜야
합니다. 문제집을 풀고 선서식을 가지려면 국립공원 도착 시간이 너무 늦어서도 안 되겠죠. 제 경우 문제풀이를
위한 시간을 줄이기 위해 해당 국립공원에 대해 미리 공부하거나 자료를 준비하니 좋더군요. 자동차로 장거리
여행을 하며 곧 방문하게 될 국립공원을 얘깃거리 삼아 미국의 역사와 자연 환경, 나아가 인생살이에 대한 잡담
을 자녀들과 함께 나눌 수 있었던 경험이 무엇보다 소중하게 남아 있습니다. 물론 제가 구입한 중고차에 DVD 장
치가 없었던 이유도 한 몫 했지만요. 
                   
참고로 연수기간에 국립공원 여러 곳을 방문할 계획이면 Annual Pass를 꼭 구입하세요. 국립공원 입장료가 곳에
따라 10-20달러 정도 하니까 Annual Pass(80달러)를 구입하면 경비가 절약됩니다. 인터넷 등에서 구입하는 방법
도 있지만 처음 방문하는 국립공원에서 구입해 1년 동안 쭉 사용하면 됩니다. 카드에는 두 사람 이름을 올릴 수
있어 경우에 따라 share도 가능합니다. 그리고 개별 요금을 내더라도 영수증은 방문기간 내내 버리지 말고 보관
하세요. 한 번 끊으면 해당 국립공원에 일주일 동안 출입할 수 있습니다. 


자녀들과 함께 도전해보는 미국 국립공원의 ‘주니어 레인저’ 프로그램, 저와 제 자녀들에겐 미국 연수생활의
윤활유와 같았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