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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플레이션, 환율 이중고 속 뉴욕 쇼핑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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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플레이션, 환율 이중고 속 뉴욕 쇼핑팁

미국 뉴욕 맨하튼에 거주한 지 어느덧 2개월. 지난 여름 인플레이션과 환율을 걱정하면서 뉴욕에 도착했는데 연일 역대 최고환율을 갈아치웠다. 달러당 1290원 수준에서 환전을 시작해 두 달도 안돼 현재 1440원수준까지 와버렸다.

환율뿐 아니라 뉴욕의 물가수준은 예상을 뛰어넘는다. 한국에서 인기가 많은 블루보틀 카페 라떼 한잔 가격이 뉴욕에서는 6.53달러다. 현재 환율기준(1430원)으로 보면 한화로 9000원이 넘는다. 바에서 와인 한잔을 주문하면 15~22달러를 지불해야 한다. 외식을 하면 메뉴에 적혀있는 가격을 그대로 생각하면 안된다. 주문 메뉴 금액에다 택스(8.875%)와 팁(18~22%)를 더해야 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집에서 직접 요리를 해먹는 횟수가 늘기 시작했다.

뉴욕에 거주하면서 가장 많이 방문한 곳은 마트(마켓)들이다. 집에서 가까운 마트는 트레이더조(trader’s joe), 홀푸드(whole foods)마켓, H마트, 타겟 등 4곳이 있다. 뉴욕 정착 초기 집에서 가장 가까운 홀푸드를 애용했다. 규모가 가장 크고 유기농 상품을 판다. 과일, 야채, 고기 등 신선식품들의 품질이 좋지만 다른 마트와 비교해 상품 가격대가 꽤 높은 편이다. 한번 장을 보면 100달러가 훌쩍 넘는다. 원래 맨하튼 물가가 비싸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는데 트레이더조를 가보니 마트별로 가격대가 크게 달라진다는 것을 알았다. 한국에선 집에서 가까운 대형마트에서 한꺼번에 장을 보는데 이곳에선 필요한 품목따라 다른 마트를 찾아 다닌다. 과일이나 야채를 살 때는 홀푸드를, 시리얼, 빵, 고기와 소스, 냉동식품, 과자 등 대부분 품목들은 트레이더조를 간다. 비슷한 품목을 산다고 가정할 때 홀푸드 비용 대비 3분의2 수준이 나오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쇼핑비용이 적게 들기 때문에 주말이나 퇴근시간대면 트레이더조 앞에는 긴 줄을 서서 입장해야 한다. 주말 후반에는 진열대에서 시리얼, 빵, 냉동식품 등은 동이 난다.

유기농 제품만 파는 홀푸드마켓은 가격대가 있어 트레이더조처럼 입구나 계산대에서 줄을 늘어서지는 않는다. 전반적으로 비싸기는 하지만 소비자 입장에서 과일 및 야채, 고기, 생선 등 신선식품 코너에서 강점이 있다. 블루베리, 사과, 복숭아, 아보카도, 토마토 등 다양한 과일 및 채소들이 형형색색 진열돼 있어 그냥 지나칠 수가 없다. 홀푸드 마켓에서는 가격을 유의해서 봐야 한다. 품목별로 단위당 가격이 다르기 때문에 한 개당 가격인지, 파운드당 가격인지, 바구니당 가격인지를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처음 홀푸드에 갔을 때 체리가 5.99달러라고 적혀있어 냉큼 집어왔는데 9달러였다는 것을 영수증을 보고 알았다. 또 일부 품목은 할인가격이 붙어있다. 아마존이 홀푸드를 인수하면서 프라임 회원에게 할인혜택을 준다. 아마존 프라임 멤버라면 반드시 계산 전에 밝히고 할인혜택을 받자.

높은 물가에서 그나마 혜택을 보려면 마트별로 멤버 가입을 해두는 게 좋다. 각종 쿠폰이나 쇼핑정보를 받고, 포인트도 쌓아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이나 세제, 생활용품 등 공산품을 사러 가는 타겟도 ‘서클’을 가입했다. 기간에 따라 행사 품목 할인혜택을 적용 받는다. 이 같은 할인혜택을 얻기 위해 수시로 타겟에 들러 할인행사 품목을 확인하고 필요한 것들을 구입한다.

또 맨하튼 내 같은 마트, 같은 품목이라도 지역따라 가격이 다르다. 시내 중심보다는 외곽지역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편이다. 한국 식자재 전문마켓인 H마트는 맨하튼 내 3곳이 있다. 한국 마트와 거의 흡사하게 모든 한국 제품들이 구비돼 있어 한국음식이 생각날 때마다 들러 장을 본다. 각종 김치를 사기 위해 주기적으로 방문한다. 내가 주로 이용하는 지점은 미드타운과 맨하탄밸리에 있다. 같은 김치제품인데 맨하튼 중심인 미드타운 지점보다 맨하탄밸리 매장이 1달러 가량 싸게 판다. 이를 알고 난 후에는 조금 더 저렴한 맨하탄밸리 지점을 찾는다.

마트 뿐 아니라 의류 등을 구입할 때도 오프라인 구입 전에 반드시 온라인 매장을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 오프라인 매장 대비 각종 할인쿠폰들이 적용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반대로 일부 매장에선 오프라인 고객만을 위한 30% 할인행사도 있으니 제품을 구입하기 전에 온라인과 오프라인 매장을 각각 확인해봐야 한다.

이제 뉴욕에서 쇼핑은 옛말이 됐다. 현지 브랜드들은 저렴한 가격이 매력적이었지만 이제는 환율 때문에 오히려 한국에서 사는 게 더 싸다. 30%가량 할인을 받으면 한국 가격과 비슷한 수준이 된다. 따라서 뉴욕에서 환율과 인플레이션을 극복하며 지내려면 부지런히 발품을 팔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