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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입국 준비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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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입국 – 비자와 집 구하기, 그리고 학교 배정과 GP 등록

올해 초 런던대학교 SOAS에 방문학자로 오게 된 교수 한 분이 초기 정착 과정에서 상당한 고생을 하는 것을 보고, 영국에서의 생활을 시작하기 위한 정보를 얻기가 쉽지 않다는 사실을 실감했다. 나의 경우도 그랬지만 영국의 경우 비자 발급이며 집을 구하는 것 등 기본적인 정보를 얻기도 쉽지 않았고, 주변에서도 초기 정착을 위한 정보 없이 들어오게 되는 경우를 많이 봤다. 그래서 초기 정착을 위해 필요한 내용들을 정리할 필요가 있겠다고 생각했다.

– 영국 비자와 BRP 카드
영국 비자는 받기가 쉽지 않다. 미국의 경우처럼 학교 측의 연수프로그램 등록 허가가 수월하게 비자 발급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영국 대학에 학위 과정을 위해 학비를 내는 경우에는 학생비자가 수월하게 나오기 때문에 문제가 되지 않지만, 문제는 학위 과정이 아닌 방문학자(visiting scholar)로 오게 되는 경우이다. 이 경우에는 academic visitor 비자를 받아야 하는데, 이게 만만하지 않다. academic visitor 비자라는 게 있는 것조차 아는 유학원이 거의 없다. 아는 곳이 없으니 물어볼 곳도 없어서 나도 준비를 하면서 상당히 답답했다. 영국대사관에 전화해서 문의하면 그냥 회사에 적당하게 말해서 특파원 비자(솔렙 비자)를 받아서 가라고 쉽게 말하지만, 회사에 얘기하는 것은 차치하고라도 돈이 너무 많이 든다. 4인 가족이 이 비자를 신청하려면 800만원 정도가 든다. 그러니 좀처럼 생각하기 힘든 선택이다. 좀 어렵더라도 academic visitor 비자를 받는 것이 최선이다.

이 경우에는 방문학자로서의 방문 목적과 정당성이 충분히 입증돼야 한다. 은행잔고 등 기본적인 서류 외에도 소속 회사 대표의 추천서가 필요하다. 말하자면 영국에 방문학자로 가는 이유를 입증해야 하는데 이 가운데 소속 회사 대표의 보증도 필요하다는 뜻이다. 게다가 영문으로 이력서와 관련 학위(연구 주제에 대한 방문학자로서의 기자적 전문성이나 관련 학위, 연구 경력 등), 여기에 연구계획서까지 준비해야 한다. 연구계획서의 내용과 기자로서의 전문성이 어느 정도 일관성이 있어서 이를 통해 방문학자로서의 체류가 필요함을 주장해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연수 기간 동안의 연구 활동이 본인과 회사에 어떤 도움이 되는지에 대한 내용을 반드시 적시해야 한다. 일단 연수자 본인의 비자가 나오면 이를 근거로 나머지 가족들의 비자는 수월하게 받을 수 있는 편이다. 이렇게 비자를 받게 되면 비자 발급 비용은 4인 가족 100만원 정도로 특파원 비자에 비해 크게 줄어든다.

이 비자를 받아 영국에 입국하면 이후에는 이 비자를 BRP 카드라고 하는 일종의 임시 주민등록증과 비슷한 거주 카드로 교환해야 한다. (비자의 유효 기간이 1년이 아니라 대략 한 두 달 정도이므로 만료 이전에 체류 기간 동안 사용할 BRP(Biometric Residence Permit) 카드로 바꿔야 하는 것이다. 비자를 신청할 무렵엔 거주지 주소가 있을 리 없기 때문에 대개 학교 근처의 우체국으로 BRP 카드를 보내달라고 신청한다. 나의 경우는 SOAS에서 가까운 킹스크로스 역(해리포터가 호그와트로 가는 기차를 탔던 9와 3/4 플랫폼이 있는 역) 부근의 우체국으로 BRP 카드를 찾으러 갔다. 하지만 우체국 직원들이 무성의하게 일하면서 이미 받아둔 BRP 카드도 찾지 못해서 이민국에 이메일을 두 차례나 보내고 4번이나 찾아간 끝에 겨우 받을 수 있었다. 4번째 찾아갔을 때에도 못 찾겠다며 여기에 없으면 없는 거라는 식으로 나오길래, 버럭 소리를 질렀더니 그제서야 BRP 카드를 찾아오는 놀라운 업무 능력을 보여줬다. 그저 BRP 카드를 찾기만 하면 되는 간단한 일인데도 이 때문에 고생하지 않는 사람이 드물 정도로 우체국 직원들의 업무 태도는 악명이 높다. 비자 만료 기간 전에 BRP 카드를 받기도 해야 하지만, 신분증인 BRP 카드가 없으면 은행에서 계좌를 열 수가 없기 때문에 서둘러 BRP 카드를 받아야 한다.

– 집 구하기와 자녀들의 학교 배정
영국에는 연수로 드나드는 사람들이 미국에 비해 훨씬 적은 편이어서 살던 집을 물려받기가 쉽지 않다. 나의 경우는 운이 좋아서 연수로 나와 있던 타사 기자의 집을 물려받을 수 있었지만, 대개의 경우 영국에 입국한 뒤 집을 구하지 못해 한 두 달 이상 에어비앤비나 민박에서 머물면서 집을 찾느라 고생하는 경우가 흔하다. 1년 중 한 두 달을 집 구하는데 쓰고 마지막 한 두 달을 정리하는데 쓴다면 아까운 일이어서 집 구하는 시간을 줄이는 게 중요하다. 그래서 가능하다면 미리 한국에서 Rightmove나 Zoopla 같은 영국의 부동산 사이트를 통해 집의 위치와 내부, 월세 등을 대략 확인한 뒤 Viewing을 예약하고 온다면 집 구하는 시간을 많이 줄일 수 있다. 작년 6월부터 세입자는 부동산 비용을 내지 않고 집주인이 부담하는 것으로 법이 바뀌었다. 영국에서 느낀 것 중 하나는 돈의 값이 상당히 정확하다는 것이다. 대개의 경우 돈을 더 지불하는 경우 그만큼의 합당한 이유가 있다. 월세에는 역과의 거리 등 교통, 학군, 마트와의 거리, 채광 등 다양한 요소들이 반영되는데 이게 상당히 미세한 차이까지 돈으로 반영하는 경우가 많다. 월세 등의 가치를 산정해주는 전문적인 직업도 있다.

집을 구해야 주소가 생기는데, 이 주소가 있어야 관할 Council에 자녀들을 데려가서 보여주고 자녀들의 학교 배정을 신청할 수 있다. 이름과 주소가 명시된 계약서 등으로 주소를 증명하면 된다. 문제는 런던의 경우, 유입되는 인구가 많다 보니 자녀들이 학교에 배정되기까지 기다리는 시간이 꽤 길다는 점이다. 신학기가 9월 초에 시작되는데 이 때 곧바로 학교 배정을 받기는 쉽지 않다. 학교 배정 역시 운이 따르지 않으면 한 두 달 이상을 기다려야 한다. 그나마 신학기를 앞두고는 이동이 좀 있기 때문에 나은 편이다. 1월 중순에 런던에 도착했는데 한달 반을 이곳 저곳을 전전하면서 겨우 집을 구한 뒤, 다시 한 달 반을 기다려 겨우 학교 배정을 받았는데 코로나 바이러스로 곧바로 학교가 문을 닫아버리는 난감한 일을 겪는 경우도 있다.

– GP 등록
집을 구했으면 이제 GP 등록이란 것을 해야 한다. 영국은 동네 주치의 개념의 GP(General Practitioner)에 일단 등록을 해둔 뒤, 몸이 아프면 일단 등록된 GP로 가야 한다. 잘 알려진 대로 병원비는 내지 않는다. 하지만 GP에서는 간단한 처치 외의 제대로 된 치료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필요하면 상급병원으로 전원을 해주지만 진료과목에 따라 상당히 기다려야 한다. 급한 경우에는 치료를 받기 위해 사립 병원으로 가야 하고 사립 병원의 치료비는 무척 비싸다. 사립병원을 찾아가면 보험이 있는지부터 묻는다. 나중 그 이유를 알았는데 우리처럼 치료를 받은 뒤 곧바로 진료비를 내는 것이 아니라 시간이 좀 지난 뒤, 의사가 집으로 인보이스라고 치료비 내역을 보낸다. 그러면 그에 따라 입금을 하거나 카드로 결제하는 방식이다. 이 때문에 비상 상황을 대비해서 한국에서 반드시 의료비를 보장해주는 보험을 들고 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