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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이야기(GP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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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GP등록



영국은 국가의료제도(National Health Service:NHS)를 실시하는 관계로 의료비가 공짜입니다. 물론 외국학생도 같은 혜택을 봅니다. 당연히 의료전달체계는 우리와 판이합니다. 영국에 도착, 집을 정하는 즉시 해야할 일이 바로 GP(General Practitioner:주치의)등록입니다. 우리로 치면 1개 동에 하나 꼴로 health centre가 있고 이곳에는 대략 10여명의 GP가 지역주민들의 건강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자기 집 관할 지역의 health centre에 가서 GP등록을 하고 싶다면 언제 가족들과 함께 나오라고 날짜와 시간을 주면서 소변용기를 줍니다. 약속된 날짜에 소변을 받아 이를 들고 가면 GP를 정해주는데 GP는 어른의 경우 소변검사와 혈압측정, 간단한 문진을 주고 받고 아이들의 경우 병력과 신장 체중 등을 재 이를 기록한 뒤 향후 진료 때 참고자료로 삼습니다.



우리가족의 GP인 Dr. Hopkins는 정말 친절하고 자상합니다. 다른 사람들의 얘기를 들어보니 다른 GP들도 다 친절하다고 하더군요. 때문에 GP와의 만남을 두려워할 필요는 전혀 없습니다. 환자의 질문에 대해선 완전히 납득이 되도록 최선을 다해 설명해주고 어린애들이 행여 겁을 내 진료를 거부할까봐 우리 딸들이 진료를 받으러 가면 아예 문밖까지 나와 장난감을 들고 기다리고 있는 모습을 보고 적잖은 감동을 받기까지 했습니다. 또한 이곳의 GP는 결코 처방전을 남용하지 않습니다. 웬만한 병은 자연적으로 치유된다며 처방전을 잘 써주지 않습니다. 제 생각엔 굳은 표정으로 처방전을 잘 써주는 것 보다 친절하고 따뜻한 표정으로 진심으로 환자를 보살피는 태도가 환자들에겐 더 약이 되는 것 같습니다. 실제 우리 아이들은 Hopkins를 만나고 오면 거짓말처럼 감기 등이 싹 나아 신기하기까지 하더군요.



물론 영국의 의료제도는 치명적 결함도 있습니다. 환자의 증가세에 비해 GP 수와 시설의 증가가 따라주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때문에 환절기 땐 GP면담 약속잡기가 가히 ‘하늘의 별따기’입니다. 지난 가을 작은 딸이 감기증세가 심해 health centre에 전화를 했더니 예약이 다 찼다며 1주일 뒤로 예약을 잡아주겠다는 답변을 듣고 어이가 없었습니다. 특히 동네 health centre에서 치료나 진단이 부족하거나 힘들 경우 2차 의료기관인 지역병원으로 환자를 이첩하는데 이 역시 시설부족으로 거기서 한번 진료 받으려면 보통 3개월 가량을 기다려야 합니다. 이곳 언론보도에 따르면 큰 병원에서 제때 진단을 못 받아 치료시기를 놓치는 바람에 아깝게 운명하는 경우가 많아 영국 암사망율이 EU국가내 최고라고 하더군요. 이런 비난여론을 감안, 영국정부가 발표한 내년 예산항목에서 가장 큰 폭의 증가율을 기록한 것이 바로 NHS예산입니다. 아무튼 이같은 점을 고려, 애들이 어릴 경우 해열제, 종합감기약, 간단한 응급도구 등은 반드시 지참해야 합니다. 물론 이곳의 공기가 너무 맑아 감기를 달고 살다시피 했던 우리 애들이 한 두번 감기에 걸린 것을 제외하곤 무척 건강하게 자라고 있습니다.



이곳 의료서비스의 친절도는 다시 칭찬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얼마전 이곳 한국분의 애가 갑자기 시력이 나빠져 GP에 의해 지역병원의 안과로 이첩됐는데 병원측은 한국 아이가 예약했다는 얘기를 듣고 엑시터 대학에 한국통역을 찾아줄 것을 부탁했고 학교측은 모든 한국학생에게 이메일을 보내 ‘3시간 통역에 50파운드 일거리가 있다’며 광고하는 열의를 보였습니다.



치과질환이 있는 분들은 이곳에 오기 전 충분히 치료를 받아오거나 미리 대책을 마련해 오는 것이 필요합니다. 다른 질환과 달리 치과는 실비를 다 받아 아주 비쌉니다. 지난해 말 잇몸 치료 차 치과에 갔더니 고작 앞 이빨 3개의 치석을 제거해주고 25파운드를 청구하더군요. 또한 치과의사의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해 외국인 치과의사들이 대거 취업하고 있어 치료수준도 한국보다 떨어진다는 평입니다. 두 달 전 어금니가 아파 찾아갔더니 무조건 빼자고 하길래 하도 어이가 없어 일단 생각해보겠다고 와서 치과의사로 있는 한국의 후배에게 상황을 설명하니 그럴 필요가 없는 것 같다며 자세한 대처 방법을 알려줘 그 이후 별다른 통증없이 잘 버티고 있습니다. 참, 16세이하 어린이의 치과 질환 치료비는 공짜라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