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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이야기(학교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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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학교소개



안녕하십니까. 국제신문 서울 정치부 차재원 입니다. 저는 현재 영국 엑시터(Exeter) 대학에서 국제정치학 석사과정을 이수중입니다. 이곳에 온지도 어느덧 9개월여가 흘렀군요.

기자들의 연수가 영어권의 경우, 거의 미국으로 몰리는 통에 영국의 얘기는 생소하지만 그래서 오히려 더 빨리, 더 자세히 이곳 얘기를 전해야 했는데 이제서야 소식을 전하게 됐습니다. 사실 제 연수가 학위과정을 이수하는 것이어서 시간적으로 크게 여유가 없었던 데다 개인 사정까지 겹쳐 차일피일 미뤄지고 말았습니다. 그러나 지난주 마지막 12번째 에세이를 제출함으로써 일단 한숨을 돌릴 수 있게 됐습니다.



제가 공부하고 있는 대학은 영국의 엑시터대학(University of Exeter)으로 영국 데본(Devon County)의 주도인 엑시터(Exeter City)에 소재하고 있습니다. 지도상에서 찾아 봤을 때 우리나라의 지리와 비교하면 이해가 쉽습니다. 영국의 중남부 지형이 한반도의 중남부 지형과 닮아 있기 때문이죠. 따라서 런던을 우리나라의 부산쯤에 위치하고 있는 것으로 가정할 때 엑시터는 우리나라 남서부의 여수쯤에 있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실제 런던에서 엑시터까진 자동차로 3시간 반정도 소요됩니다.



엑시터대학은 역사가 그리 오래되지 않으나 영국 남서부(South West Country) 지역을 대표하는 명문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는 평을 듣고 있습니다. 이 대학 출신으로 가장 유명한 이는 역시 ‘해리포터와 마법사’ 시리즈로 세계적 명성을 얻고 있는 ‘조안 K 롤링’를 꼽을 수 있습니다. 이곳 사람들은 엑시터의 뛰어난 풍광과 고풍스런 분위기 등이 롤링의 정신세계에 큰 영향을 줬을 것이라고 하더군요.



실제 엑시터를 중심으로 한 이곳 남서부 지역은 자연풍경이 아주 뛰어나고 국보급 문화재도 즐비합니다. ‘다트무어’와 ‘엑스무어’를 비롯한 국립공원, 영화 ‘남아 있는 나날들’의 장소 배경이 된 파우더햄 캐슬, 아서왕의 전설이 서려있는 ‘틴타젤 캐슬’ 등 명소들이 반나절 거리에 위치해 있습니다. 또 청교도를 태우고 신대륙의 개척지를 향해 떠났던 ‘메이플라호’가 출항한 역사적 항구, 플리머스와 추리소설의 대가 ‘아가사 크리스티’의 고향인 토키 등도 바로 이웃해 있습니다. 특히 엑시터는 2천년 전 영국이 로마의 지배하에 들어갔을 때 만들어진 도시의 하나로 아직도 시내 곳곳엔 로마인이 축조한 성벽, 지하수로 등 로마의 흔적이 남아 있고 웅장한 자태를 뽐내는 엑시터 대성당(Cathedral) 등도 이 도시의 자랑입니다.



제가 공부하고 있는 엑시터 대학의 대학원 정치학부는 역사, 사회학과 함께 대학원(SHiPSS)을 구성하고 있으며 그중 정치학부는 중동정치, 행정학, 공공정책학, 국제정치, 범 유럽정치, 유럽학 등으로 세분됩니다. 2001-2002년 학년도의 경우 석사(MA) 과정 등록학생은 50명이며 저는 국제정치학(International Studies) 석사과정을 밟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 등록학생은 11명으로 영국 토박이 7명, 인도계 1명, 터키 1명, 독일 1명, 한국 1명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또 범 유럽정치와 유럽학 등록학생의 경우 두 학기(semester)중 한 학기는 원할 경우 자신이 선택한 다른 유럽국가의 대학에서 공부하는 것이 허용됩니다. 이번 학년에도 13명의 등록학생 중 10명이 폴란드, 스페인, 핀란드 등으로 가 공부하고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다른 유럽국가의 대학에서 공부중인 학생들 역시 엑시터 대학으로 교환학생 자격으로 와 함께 공부중입니다.



각 과정의 학생들은 필수과목 1과목은 반드시 듣되 나머지는 인접 과정의 수업을 들어도 되는 탓에 수업은 정치학부 학생들이 모두 어우러져 진행됩니다. 때문에 수업시간엔 각국에서 온 학생들이 자기나라의 입장이나 다양한 사례를 들어 발표와 토론을 진행, 색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습니다.



이 대학원에 특기할 사항은 우리나라 행정자치부가 행정학 석 박사 코스와 훈련계약을 맺어 해마다 2명 이상의 중견 공무원들을 학위과정에 파견한다는 사실입니다. 현재도 1명의 서기관과 1명의 사무관이 국비유학 중이며 이제까지 상당수 각 부처 중견 공무원들이 이곳에서 공부를 마친 뒤 복귀하여 현직에서 맹활약중이라고 합니다. 터키 정부도 해마다 행정학 석사코스에 군수임용 후보요원을 대거 엑시터 대학에 위탁교육 시키고 있는데 이번 학년도의 경우 12명이 공부중입니다.



또 하나 특기사항은 앞서 얘기한 것처럼 중동정치 과정입니다. 아랍의 부호들의 상당한 기부로 만들어졌다는 아랍연구소가 대학원 정치학과 부설로 있는 만큼 이곳의 중동문제 연구는 상당한 수준입니다. 올 봄 학위수여식땐 사우디아라비아의 왕자-지난번 9.11 테러후 뉴욕 테러현장을 방문, 거액을 기부한 뒤 미국의 중동정책을 비판했다가 줄리아니 뉴욕시장으로부터 기부를 거부당했던 인물-에게 명예박사학위를 주는 등 미국 등 서방의 입장보다는 중동의 입장에서 중동문제를 접근하는 통에 상당수의 아랍학생들이 이곳에서 공부중입니다.



영국에서 학교순위는 거의 모든 대학이 국 공립인 탓에 미국과는 달리 Oxford, Cambridge 등 초일류를 제외하곤 별다른 의미가 없다고 하더군요. 영국에서 학교선택의 잣대는 먼저 교수진이나 그 학교의 강세과목 등을 살핀 후 기후, 물가 등 공부외적 요소 등도 함께 고려해서 선택하면 후회하지 않을 듯 싶습니다. 제가 엑시터 대학교를 택한 이유는 국제정치학 분야에서 강세를 나타내고 있는 데다 온화한 기후, 영국 내 최고의 거주지로 부상하고 있는 이곳 주거환경을 고려했기 때문입니다. 참고로 엑시터 대학원 정치학부의 경우 전체에서 10위권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참고로 엑시터 대학의 2001-2002년 학비를 보면 비과학분야 과정의 학비는 7,425파운드, 과학과정은 9천240파운드, MBA과정은 1만1천5백 파운드 였습니다.(파운드의 한화 계산은 1파운드 당 2천원으로 생각하면 됩니다) 학부와 대학원의 학비는 똑같았습니다.



이번 연수기가 앞으로 영국에 연수나 유학을 올 분들에게 실용적 도움을 드리기위한 것인 만큼 가급적 제 개인적 인상이나 주관을 배제하고 영국 생활에 필요한 실용적 안내를 중심으로 객관적으로 서술토록 하겠습니다.

혹시 제 글을 읽고 궁금하거나 의문나는 사항이 있는 분은 이메일로 연락을 주시면 사정이 허락하는 대로 답변토록 노력하겠습니다. 제 연락처는 jwhn@kookje.co.kr, 또는 j.w.cha@exeter.ac.uk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