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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이야기(집구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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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집구하기



영국에서 집 구하기와 관련, 아내는 “정말 별 일 다 겪는다”고 말합니다. 그도 그럴 것이 처음 집을 구할 때부터의 어려움이 지금 또다시 되풀이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엑시터의 경우 인구 20만명의 소도시지만 가족을 가진 학생들이 집을 구하기가 결코 쉽지 않습니다. 수요보다 공급이 항상 부족한 탓이죠( 때문에 이곳의 부동산 시세는 올해도 전년동기 15%이상이 치솟는 등 부동산 투자재미가 꽤 쏠쏠하다고 하더군요). 다른 곳도 이곳보다 사정은 낫지 않을 것으로 봅니다. 출발 전부터 학교의 accommodation office에다 수 차례에 메일을 보냈지만 가족용 기숙사는 너무 많은 후보가 밀려 대기자 명단에 넣어놓긴 하겠지만 크게 기대하지 말라고 하더군요. 대신 부동산 리스트를 보내줬는데 한국에 앉아서 한번도 가보지 않은 곳의 집을 구한다는 것은 애초부터 무리였습니다. 다행히 이곳에 있는 한국분들이 자신의 일인양 사방팔방으로 뛰어 집을 구했다고 알려왔는데 입주일이 우리 가족이 도착하는 날보다 2주 뒤여서 할 수 없이 임시숙소를 구해야 했습니다. 3층집의 1층에 있는 방을 우리 가족이 쓰고 주방과 거실은 함께 쓰는 조건이었는데도 2주 머무는데 집값이 250파운드(50만원)을 줘야 했습니다.



2주 뒤 입주해 현재 살고 있는 집은 2층으로 전형적인 영국집인데 1층엔 거실과 부엌, 식당, 2층엔 방3개와 화장실 있고 뒤뜰이 있는 형태입니다. 방이 3개라고 하지만 안방을 제외한 나머지 2개는 1인용 침대와 책상이 전부를 차지할 정도로 협소합니다. 1달 집세는 5백 파운드(1백만원)로 물세를 포함한 액수입니다. 사실 우리 가족의 경우 애들이 어려(2살, 4살) 방이 3개나 필요치 않습니다만 방 2개 짜리가 흔치않아 이것도 감지덕지한 형편이었습니다. 런던이나 버밍햄 등 대도시의 경우는 이곳의 집세보다 최소한 1.5배를 생각해야 한다더군요. 학교의 가족용 기숙사의 경우 방 3개 짜리는 6백 파운드가 넘지만 전기료, 난방비, TV라이센스 등 각종 공과금이 포함되고 청소까지 해주는 데다 인터넷도 랜선을 이용할 수 있는 관계로 비싼 것은 아닙니다.



우리 집의 경우 full-furnished house 인데 사실 가구의 수준은 아내의 말마따나 ‘여인숙 수준의 가구’입니다. 따라서 나갈 때 deposit을 날리지 않으려면 상당한 주의를 갖고 살아야 합니다. 우리 애들이 어려 우리 경우는 deposit 챙겨나가는 것을 벌써 포기했습니다만. 여기다 며칠 전엔 현재 9년 동안 스페인에서 살고 있는 집주인이 돌아온다며 7월중순까지 집을 비워달라고 통보하는 바람에 또다시 임시거주처로 옮기지 않으면 안되는 신세가 됐습니다. 보통 6개월 단위로 계약을 하고 그 이후는 세입자가 옮기기 전 한달 전에, 집주인은 두달 전에 통보하면 된다고 하더군요. 제 경우 6개월 만료됐을 때 미리 집주인에게 연락, 나머지 6개월을 계속 살아도 되는지 여부를 타진했으면 낭패를 안당했을텐데라고 때늦은 후회를 하고 있습니다.



가족과 함께 영국 연수나 유학을 생각하고 계신 분들은 학교 accommodation office에 최소한 3개월 이전부터 메일을 보내 가족용 기숙사를 미리 예약해두거나- 적잖은 deposit을 요구합니다- 목적지 도시 city council의 공식 홈페이지에 접속하면 이곳엔 웬만한 부동산 소개소 홈페이지가 링크돼 있거나 홈페이지 주소 또는 업자들의 이메일 주소를 알 수 있습니다.

영국의 집에 처음 입주하면 먼저 당황하게 되는 것이 자물쇠와 열쇠입니다. 우리 집 현관문과 뒤뜰 창고 자물쇠와 열쇠는 옛날 조선시대 곳간 열쇠 처럼 생긴 형태로 처음엔 잘 열리지도 않아 한참을 낑낑거렸습니다. 또 1층에 있는 창문에는 모두 자물쇠가 달려 있고 제 각각의 열쇠가 따로 있는 관계로 열쇠를 궁합에 맞춰 잘 관리해두지 않으면 창문을 열 수가 없습니다.



영국의 모든 집 1층 거실에는 벽난로가 따로 있습니다. 우리 집의 경우엔 가스로, 대다수 집은 전기로 난방을 하는 형태이며 가끔은 옛 방식대로 나무나 석탄을 연료로 사용하는 곳도 있습니다. 겨울이 습하고 추운데다 너무나 긴 영국 밤을 보내려면 벽난로가 없이는 불가능합니다. 문제는 우리처럼 애들이 어릴 경우 다소 위험해 관리에 상당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고민이 있습니다. 또한 아무리 불을 높여도 한국의 따뜻한 온돌 아래목 처럼 몸을 따뜻하게 녹일 수 없는 점도 문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