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목록보기

영국이야기(자동차와운전)

by

9.자동차와 운전하기



영국은 버스, 기차 등 대중교통 수단이 잘 발달된 나라입니다. 그러나 가족들과 이곳에서 함께 생활하기 위해선 자동차는 필수라고 생각합니다. 대중교통 수단의 운임이 정말 비싼데다 우리나라 만큼 버스노선이 거미줄처럼 잘 발달 돼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엑시터 시내 버스 요금은 우리 집에서 시내까지가 3파운드가 넘습니다. 왕복 25분 거리에 6천원이 넘는 셈이죠. 제 경우엔 대우 에스페로 오토 2천cc 95년식 9만km 중고차를 2천2백파운드(4백40만원)에 구입했습니다. 물론 독일이나 일본차 등에 눈길이 갔지만 에스페로 보다 1.5배 이상 비싼 탓에 침만 삼키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엑시터 시에 대우 직영 대리점이 아직도 영업중이어서 잔고장이 나도 언제든 고칠 수 있다는 중고차영업소 지배인의 말도 솔깃했습니다. 사실 이곳에서 가장 많이 눈에 띄는 차종이 대우 마티즈일 정도로 대우차의 강세는 정말 거짓말 같습니다. 에스페로 역시 자주 발견할 수 있는 차종입니다. 9개월여 동안 타본 결과 연비가 생각보다 나쁘다는 점 빼곤 대체로 만족하고 있습니다. 참고로 영국의 기름 값은 한국보다 비싼 편입니다. 한때 리터 당 69.9펜스까지 내려갔던 기름 값이 요즘 74.9펜스(1천5백원) 하고 있습니다.



제 경우 아이들이 어린 관계로 자동차를 빨리 사기 위해 중고차 판매상에게서 구입했지만 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쌀 수 있는 방법은 역시 지역신문에 나온 매물광고를 보고 팔려는 사람에게 연락, 흥정을 해서 사는 것입니다. 이때 반드시 주의해야 할 점은 차량 전문가를 대동, 구입차량의 흠집여부를 판명토록 하는 것입니다.-중고차 판매상은 3개월 동안은 고장보증을 해줍니다- 이와 관련, 하나의 방법은 미리 breakdown service를 드는 것입니다. 우리의 경우 자동차 종합보험에 가입하면 사고가 아니더라도 차가 도중에 퍼져버렸을 경우 보험회사가 서비스 차원에서 정비요원을 보내 정비와 견인서비스를 베풀지만 영국에선 이를 위해 breakdown service를 들어야 합니다. 가격은 조건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가장 대중적인 AA사의 서비스가 1년에 대충 80파운드입니다. 서비스 가입은 차량이 아니고 운전자인 탓에 차가 없어도 가입이 가능하며-따라서 회원이 타고 있는 어떤 차량이 퍼지더라도 달려와 고쳐줍니다- AA사는 회원들이 차를 구입할 때 소량의 추가요금을 받고 회원이 구입코자 하는 차량의 흠집여부를 판명해주는 서비스도 제공합니다. 또 하나 유의사항은 구입차량의 MOT 기간입니다. 영국에선 3년 이상 된 차는 1년에 한번씩 MOT test를 받게 돼 있는데 구입차량의 MOT 기간 마감이 구입직후가 된다면 대충 추가로 300파운드 정도의 돈이 더 든다고 생각해야 합니다. 왜냐하면 우리와 달리 이곳의 차량점검은 무척 꼼꼼한 편입니다. 아무리 정비가 잘 된 차량이라고 해도 검사장에 가지고 가면 200-300 파운드의 수리비가 요하는 부분의 결함을 찾아내기 때문이죠. 때문에 MOT 기간 마감이 임박한 차량은 이를 이유로 가격을 깎는 게 상례로 돼 있습니다. 차량가격과 관련해선, 대형슈퍼 한 코너를 잘 살펴보면 무가지의 중고차 시세가격표(auto trader)가 항시 비치돼 있습니다. 이를 참조해서 자신이 구입코자 하는 차량 가격을 미리 염두에 두시면 됩니다.



차량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보험입니다. 제 경우 10년 무사고 운전경력서를 준비해왔음에도 국제운전면허증 소지자라는 이유로 상당히 비싼 보험에 가입해야만 했습니다. 1년치 보험료는 third party(자차보험을 제외한 것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조건임에도 무려 300파운드. 한국에 있을 때보다 무려 2배 비싸게 줘야 했습니다. 물론 이 가격도 상당한 흥정 끝에 깎은 가격입니다. 그러나 나중에 많은 후회를 했습니다. 왜 comprehensive(자차보험포함)를 가입하지 않았을까 라고 말입니다. comprehensive의 경우 보험료는 450파운드였는데 기껏 150파운드를 아끼려다 500파운드를 손해봤기 때문이죠. 지난해말 Booker라는 대형 슈퍼에 갔다가 문이 닫혔길래 오르막길에서 후진해 내려오다 뒤에서 올라오는 차량을 보지 못해 추돌사고를 내고 말았죠. 다행히 피해는 크지 않아 상대방 차의 앞 범퍼 피해를 제 보험으로 커버했지만 문제는 제 차 뒤 범퍼피해는 보험이 커버해주지 않았다는 것이었습니다. 대우 지정공장으로 가서 물어봤더니 수리비를 자그마치 500-600 파운드를 부르더군요. 만약 comprehensive 조건으로 가입했다면 제 차 수리까지 보험이 커버해주고 수리기간 동안 보험회사에서 대용차량까지 제공해주었을 텐데 말입니다. 아직까지 범퍼는 수리하지 않고 그대로 타고 있습니다만 되 팔 때 가격이 다운될 수 밖에 없겠죠. 될 수 있으면 comprehensive 조건으로 가입하길 바랍니다.



차 수리비 얘기가 나왔길래 하는 말인데 이곳의 차 수리비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입니다. 당시 추돌사고로 뒤쪽 램프 케이스가 부서져 대우 대리점에 사러 갔더니 가격이 무려 71파운드-갈아 끼워주는 수고비 제외-라는 것이었습니다. 램프 케이스가 하나가 14만원이라는 사실에 하도 화가 나서 그냥 오다가 생각난 것이 한국에 물어보자는 것이었습니다. 한국 부품상에 물어보니 가격이 2만원이었습니다. 마침 한국에 잠시 다니러 간 이곳의 한 가족에게 부탁, 사 가지고 오게 해서 아주 저렴하게 해결했습니다.



영국에서의 운전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습니다. 운전대 위치가 달라 다소 생소하지만 제 경우 30분 정도 차를 몰아보니 감이 잡히더군요. 다만 한국에 거의 없는 roundabout-로터리를 연상하면 됩니다-이 곳곳에 있어 처음 운전할 때 상당히 헷갈립니다. 진입할 때 반드시 오른쪽에서 차가 오는지 지켜본 뒤 오른 쪽 차를 먼저 보낸 뒤 진입해야 합니다. 이것도 1-2번 해보면 금방 익숙해집니다. roundabout이 이점도 상당히 많습니다. 초행길을 갈 때 roundabout을 만나면 당황하지 말고 자신이 찾는 도로의 기호나 도시쪽으로 빠져나가는 길을 찾을 때까지 계속 빙빙 돌아도 상관없습니다. roundabout이 발달한 탓에 우회전-우리로 치면 좌회전-신호등이 거의 없습니다. 2차선에서 우회전을 할 경우 직진신호를 받아 진행하다 자신이 들어가고자 하는 입구에서 깜빡이를 넣고 반대차선에서 차가 안 올 때까지 기다려도 뒤차가 빵빵거리지 않고 다 기다려줍니다.



영국 운전에서 하나의 애로는 길이 협소하다는 점입니다. 엑시터 시의 경우 주택가 인근 2차선의 한켠에 주거자용 주차구역을 설정해놓아 이곳에 차들이 주차해 있을 경우 쌍방 교행이 힘들 정도입니다. 이 때 접촉사고가 나지 않도로 신경을 많이 기울여야 합니다. 또 시외로 나가면 마을간 도로 역시 태반이 갓길이 없는 2차선입니다. 여기다 영국 특유의 구릉지로 인해 길이 올라갔다 내려갔다 요동을 치고 곡선주행길도 적지 않아 상당한 주의를 요합니다. 그럼에도 영국 사람들은 이 길을 80km의 속도로 잘도 달립니다. 따라서 길에 익숙치 않은 외국인이 조금만 늦게 가도 뒤에 바짝 다가와 위협을 하기도 합니다. 이 때 같이 시비를 벌일 생각을 하지 말고 가급적 한켠으로 비켜서 보내주는 것이 현명한 방법입니다. 그러나 M자로 시작되는 Motorway는 상당히 잘 돼 있습니다. 영국 전역을 거미줄처럼 연결하는 고속도로는 대개 왕복 6차선인데 초행길이라도 2차선만 반듯이 따라가면 됩니다. 제한속도가 70마일인 관계로 이 속도만 유지해 2차선을 주행하면 80마일 이상 달려오던 차량들은 자기들이 알아서 1차선으로 빠져나가 추월해 가버립니다. 또 하나의 이점은 고속도로 통행료가 없고 중간 중간 휴게소가 잘 마련돼 있다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