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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이야기(수업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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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수업내용



이번 글에선 제가 1, 2학기에 선택해 들은 6개 과목을 중심으로 수업 진행방식과 내용 등을 자세히 소개하겠습니다. 1학기에 선택한 과목으론 국제정치학 전공필수인 ‘Evolution of the International System’과 선택과목인 ‘International Security’, 유럽학 선택과목인 ‘Historical Perspectives: Europe since 1945’이었습니다. 2학기 과목은 ‘Key Issues in World Politics'(전공필수), ‘Global Governance and Global Policy Making’, ‘International Humanitarian Crises’이었습니다.



매주 2시간씩 진행되는 수업은 앞서 말씀드린 바대로 학기초 12주간의 일정에 맞춰 교수가 미리 정해놓은 주제별로 1명 이상의 발표자를 미리 선정해 발표자가 20-30분 정도의 발표를 한 뒤 나머지 학생들이 발표자에게 질문을 하고 토론을 한 뒤 교수가 마무리하는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물론 교수들은 학기 일정표에 각 주제와 관련, 참고도서와 자료 등의 목록을 미리 제시, 학생들은 이 참고도서와 자료만 읽으면 되지만 참고도서와 논문 수가 보통 10개가 넘어 발표를 준비하는 학생의 경우 최소한 보름이상 매달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제 경우, 1학기 3개 과목에서 각각 발표한 주제는 각각 ‘세계화가 국제체제의 주요 구조와 과정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나’, ‘UN안보리의 권한은 무제한인가’, ‘1950-1973년 사이 유럽의 Golden Age시대를 설명하라’ 이었습니다. 세계화와 안보리 문제는 익히 잘 아는 것이라고 생각해 선뜻 선택했지만 golden age 문제는 밀려서 떠맡은 문제였습니다. 그러나 실제 준비를 해보니 어느 것 하나 만만치 않더군요. 세계화 문제는 한국에 있을 때 읽었던 ‘렉서스와 올리브나무’에서 저자 프리드먼이 주장했던 세계화의 필연성을 반박하는 형태로 준비했더니 교수나 학생들의 호응이 좋았습니다. 특히 교수는 자신이 참고도서로 제시하지 않은 프리드먼의 책을 주요 공격소재로 삼은 사실을 칭찬하더군요. 유럽의 golden age 문제의 경우 다소 생소한 것-물론 유럽친구들은 아주 잘 알고 있더군요. 나중에 경제관련 뉴스를 들어보니 경제현상을 golden age와 비교, 분석하는 행태의 보도가 많더군요-이라 꽤 애를 먹었습니다. 그러나 각종 경제수치 표물을 중심으로 현상을 들여다보니 그림이 충분히 그려지더군요. 여기다 golden age의 종식을 가져온 1차 석유위기와 한국 등 신흥공업국(NICs) 등의 부상에 관해선 아는 내용이라 그럭저럭 고비를 넘겼습니다.



2학기 제 발표 주제는 각각 ‘분배정의(distributive justice)가 국제관계에 별다른 효과가 없다는 견해를 논하라’, ‘international civil society의 실체가 있는가’, ‘아이티 사태에서 UN지원의 개입이 어떻게 구체화됐는지 논하라’이었습니다. 이중 첫 번째 주제는 철학적 주제와 연관된 탓인지 아무도 자원하지 않는 바람에 이날 수업에 지각했던 제가 벌 아닌 벌로 떠맡아 아주 고생했습니다. 분배정의론을 펼친 학자들이 왜 그리 많은지, 헷갈리는 이들의 주장을 대충 섭렵하는 것도 힘들었으나 이들의 주장에서 공통점을 추출, 일종의 계파로 배분하는 일이 결코 쉽지 않더군요. 다행히 이 주제는 동료 학생들에게도 어려웠던 탓인지 발표 뒤 많은 질문에 시달리지 않는 이점(?)도 있더군요.



하지만 대개의 경우 발표 뒤 교수와 동료학생들의 질문들은 날카롭습니다. 아이티 사태와 관련 발표 후 받은 질문으론 ‘라이베리아 사태 때의 UN개입 사례와는 어떤 차이가 있나’, ‘미국은 왜 사태 초기엔 이중적 태도를 보였나’, ‘민주정 회복을 목표로 한 UN의 경제제재가 오히려 아이티 민중에게만 희생을 강요한 것 아니냐’ 등등. 이중 라이베리아와의 비교 설명은 미리 예상치 못한 것이어서 진땀을 쏟아야만 했습니다.



수업 때 자신이 발표를 하지 않는다고 방심해선 안됩니다. 교수나 주제발표자 이외의 토론자로 지정된 학생이 참관 학생들에게 자주 질문을 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동아시아 출신으론 제가 유일한 경우가 많아 아시아의 사례를 묻는 일이 자주 있었습니다. 예를 들면, ‘중국정부의 난민에 대한 대처 방식은 서구의 것과 어떻게 다르다고 생각하는가’, ‘아시아 외환위기 때 한국과 말레이시아의 대처방식은 왜 달랐는가’, ‘폴포트 정권은 왜 수백만명의 캄보디아인을 집단 학살했는가’ 등등. 무엇보다 약방의 감초 격으로 등장하는 북한관련 질문, 폐쇄적 정책, 열악한 인권상황, 미사일 개발 등은 꽤나 저를 곤혹스럽게 했습니다.



참고로 2학기 전공필수인 ‘Key Issues in World Politics’의 각 주 주제를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1주; outline of course by lecture, 2주; The role of moral principles in international politics(국제정치 현실에서 이상주의가 어떻게 실현될 수 있는가), 3주; International law(국제법은 진짜 법인가, 그렇다면 국제현실에서 어떻게 적용되는가), 4주; Economic Sanctions(걸프전이후 늘어나고 있는 유엔 경제제재의 효율은 어떤가), 5주; Human Rights(인권위기에 대한 국제사회의 개입과 각국의 주권에 대한 불가침의 원칙은 어떻게 조율돼야 하나), 6주; War Crime(전쟁범죄 재판은 단순히 승리자의 정의만을 위한 것인가), 7주; Refugees and migration(왜 난민과 이민의 문제가 국제정치 현실의 주요 문제로 등장했는가), 8주; International Terrorism(테러리스트는 누군가의 자유전사인가), 9주; Just War(걸프전과 코소보에서의 나토폭격은 어떻게 정당화 될 수 있는가), 10주; Distributive Justice in international society(국제사회에 있어서 분배정의는 진정 발전되고 있는가), 11주; Democratic accountability in international relations(세계화에 의해 만들어진 새로운 세계질서는 믿을만한가), 12주; Revie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