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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휴 여행 계획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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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 사는 1년동안 각종 연휴와 방학을 즐겁고 보람찬 가족의 추억으로 만드는 것은 연수중인 가장의 가장 큰 임무(?) 가운데 하나다. 귀국에 앞서 마지막으로, 그동안 연수기에 다 못 쓴 Tip 몇가지를 말씀드리고자 한다. 우리 집은 초등학생 아이 둘이 있다.

1.연휴

-장거리 여행을 갈 수 있는 주요 연휴로는, 일단 미국 입국 뒤 학교가 개학하는 9월초(2009년 뉴저지의 경우 아이들 개학이 9월4일이었음)까지의 약 한달, 11월말의 Thanksgiving, 12월23일부터 1월2일경까지의 겨울방학, 1월말-2월초쯤 찾아오는 설 연휴(Asian New Year-뉴저지는 아시아 학생들이 많아서 학교가 연휴였으나, 지역마다 사정이 다를 수 있음), 2월 하순의 겨울방학(Winter Recess-시기는 지역마다 다를 수 있음), 4월초-중순의 봄방학(부활절-Easter-을 끼고 1주일-열흘간의 Spring Break를 줌), 5월23일경 찾아오는 Memorial Day Weekend 등을 꼽을 수 있다. 6월23일경부터는 아이들이 장장 100일간의 여름방학을 맞게 된다.

-미국에 정착하고 아이들을 학교에 등록시키면 아마 지역 교육위원회 같은 곳에서1년간의 학사일정 캘린더를 줄 것이다. 이것을 놓고 가족들이 머리를 맞대고 앉아, 언제 어디를 여행하면 좋을지 회의를 해 보자.

도착 후 바로 맞게 되는 여름방학은 가장 긴 자유시간이다. 일단 9월을 맞고 나면 그 다음부터는 2주의 여행시간을 빼는 것도 쉽지 않다. 여름방학이 엄청나게 긴 데 비해 겨울방학은 짧다. 그러므로, 여름방학에는 왕복시간이 오래 걸리는 곳이나, 추울 때 가기 곤란한 여행지를 우선 다녀오는 것이 좋은 방법이다. 연수자 가운데에는 정착지역이 미국 동부인데 미국 입국은 서부로 한 뒤, 캠핑카를 빌려 대륙을 횡단하여 자신이 살 도시까지 간 분도 있다. 나름 탁월한 전략적 선택이라고 하겠다. 나이아가라 폭포 같은 곳은 수량이 많고 날이 덜 추운 여름철이 시즌이다. 이런 곳들을 선정하여 다녀오는 것도 좋겠다.

2.여행중 아이들이 갑자기 아프다면 Walk-in clinic을 찾아라

-여행을 다니다 보면 교통사고 같은 것 아니라도, 중이염, 장염 등 여행 스케줄에 지장을 줄 정도로 가족이 아픈 경우가 생긴다. 내 경우, 연말연시에 플로리다(Orlando)로 여행을 갔는데, 아이가 물놀이 후 귀가 이상하다고 하여 몹시 난감했다. 다음날 일정을 일단 취소하고 방에 들어앉아 네이버와 Google로 Orlando 소아과/ 이비인후과를 검색해 보았으나 별로 소용이 없었다. 응급실은 피가 철철 나거나 심장마비가 걸리는 등 곧 죽을 병 아닌 다음에는 사람대접도 못 받고 시간만 잡아먹는다는 말을 들은 터라, 일반 개인의원을 검색했다. 그러나 한국인 이비인후과도 찾을 수 없었고, 미국 이비인후과들에 전화를 걸어 문의해 보았으나 “예약하고 2주 후에 오라”는 등의 황당한 답변만 들었다. 이 사람들의 의료문화가 그런 걸 어떻게 하랴.

-그러다 알게 된 것이 ‘walk-in clinic’ 또는 ‘emergency care center’ ‘urgent care center’라는 업태이다. ‘walk-in’이라는 표현은 미국영어에서 ‘예약 없이 바로 찾아와서 서비스를 받는다’는 뜻이다. 이런 병원들은 그야말로 선착순, 도착한 순서대로 환자를 봐 준다. 진료과목은 보통 특정되어있지 않고, 큰 병원 갈 일이 아닌 각종 질환, 가벼운 부상 등을 대체로 다 치료해 준다. Orlando의 경우, 외부 관광객이 워낙 많이 오는 도시라 그런지 곳곳에 이런 ‘비예약’ 의원들이 산재해 있다. Google에서 위 단어들을 검색한 뒤, google map이나 mapquest, GPS 등을 이용해 찾아가면 된다. 확인해 본 것은 아니지만 다른 도시나 관광지들에도 이런 식의 클리닉들이 당연히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3.연말연시 계획은 적어도 두달 전에

-우리 가족은 12월23일부터 1월2일까지인 아이들의 겨울방학을 플로리다 올랜도와 키 웨스트(Key West)에서 보냈다. 예약을 10월20일쯤 했는데, 그때 보니 이미 가격대 성능비가 우수한 숙소와 비행기편은 상당수 동이 났고, 남은 것도 하루가 다르게 팔려나가는 것이 눈에 보였다.

-특히 비행기가 문제다. 미국의 국내선 항공기는 제 시간 잘 못 맞추고, 연결항공편 지연이나 결항으로 사람 골탕 먹이는 경우가 많은데, 인파가 몰리는 연휴 중에는 날씨, 정비 등의 이유로 이런 문제가 더 많이 발생한다. 그러므로, 웬만하면 연휴 중 장거리 이동의 항공편은 경유지가 없는 직항편으로 끊어야 한다. 문제는 직항편의 가격이 경유지가 낀 것보다 월등히(!) 비싸다는 것이다. 충분한 여유를 두고 미리 알아보지 않으면 두배 이상의 요금을 내도 직항편을 살 수 없게 된다.

-때로는, 연휴 전후로 아이들 학교를 과감히 하루 이틀 빼는 것도 방법이다. 미국 부모들도 많이들 그렇게 한다. 이러면 비행기 직항편 구하기가 조금은 수월해 진다.

-우리가 이름을 아는 Delta 등 대형항공사와 Airtran 등 소형 저가 항공사의 차이는 뭘까. 우리는 뉴욕-올랜도는 델타를 탔고, 돌아올 때는 마이애미-애틀랜타 경유-뉴욕으로 오는 에어트랜을 이용했었다. Airtran은 값이 좀 쌌다. 그런데, 이들은 각 공항에 비치해두는 정비 부품의 여유분이 부족했다. 아마 그런 이유로 좀 쌌다고 생각된다. 그러다보니 별 것 아닌 간단한 부품교체를 해야 하는데 마이애미에 부품이 없어, 애틀랜타에서 부품을 마이애미로 실어온 뒤 정비를 해야 하는 문제가 발생했다. 비행기 시간은 약 4시간이 늦어졌고 연결항공편도 바뀌었다. 그래서 그때 생각했다. 좀 비싸도 큰 회사 비행기 탈 걸…

4.디즈니 월드

-올랜도 여행은 미국 국내 여행이 아니라 해외여행이라고 생각하고 접근해야 한다. 미국 보통사람들도 올랜도 여행을 평생에 한번 이상 하기 힘들다고 생각한다. 노스 캐롤라이나 정도에서라면 자동차로 왕복이 가능하겠지만 뉴욕 일대에서는 차량으로 편도 17시간이고, 중부에서야 더 말할 것도 없을 것이다. 올랜도 지역은 콘텐츠와 관광으로 일군 디즈니 제국을 체험해 본다는 점, 디즈니와 디즈니 아닌 것(이를 테면 유니버설 스튜디오)의 차이를 비교해 본다는 점 등 기자의 눈으로 보기에도 재미있는 것이 많다.

-디즈니월드(http://disneyworld.disney.go.com/)는 Magic Kingdom, Epcot, Animal Kingdom, Disney’s Hollywood Studio 등 4개의 놀이공원(theme park)과 Blizzard Beach, Typhoon Lagoon 등 2개의 물놀이공원(water park)으로 구성되어 있다. Magic Kingdom은 우리가 익히 아는 그 디즈니 공원이고, Epcot은 지구마을 형태의 구성과 거대한 면적, 엄청난 스케일의 불꽃놀이 쇼를 자랑한다. 네 곳 모두 다 볼만 하다. 홈페이지에서 표(pass)를 살 수 있는데, pass를 구입할 때는 예를 들어 4 day pass나 5 day pass의 가격차가 별로 없다. 하지만, 4 day pass를 샀다가 나중에 아쉬워서 현지에서 하루치 패스를 더 끊으려면 이때는 돈이 꽤 많이 든다. 그러니까, 처음부터 일정보다 여유있게 패스의 유효기간을 정하는 것이 낫다. 물놀이 공원을 갈 수 있는 옵션, 같은 날 2개 이상의 놀이공원을 옮겨다닐 수 있는 옵션 등도 돈값을 충분히 한다.

-올랜도의 연말 날씨는 보통 반팔 입고 다니기는 좀 추운 편이라 한다. 하지만 2009년말의 경우 상당히 땡볕이 강했다. 게다가 디즈니 워터파크는 물을 데워서 쓰므로 (heated pool- 호텔 예약시 pool이 있다고 나오면, 그게 heated인지 아닌지 꼭 체크해 보자), 한겨울 물놀이를 즐기기에 아주 좋았다. 사실, 디즈니 놀이공원들은 워낙 규모가 크고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하는 시간도 많기 때문에 새벽부터 밤중까지 며칠을 놀이공원만 다니는 데는 상당히 무리가 따른다. 일정중 하루 정도 디즈니 워터파크를 즐기는 것을 추천한다.

-미국체류 중에 디즈니 월드를 가 보실 생각이 있다면, ‘Unofficial guide to Disney World’라는 책을 꼭 보시라. 아마존에서 쉽게 구입할 수 있고, 아마 동네 도서관에도 있을 것이다. 일정을 어떻게 짜면 되는지, 어떤 놀이기구(ride)를 먼저 타는 것이 시간 절약에 도움이 되는지 등 체험 없이는 알 수 없는 귀중한 정보들이 가득하다. 이 책에 따르면 사실 연말연시는 디즈니월드를 ‘피해야 할’ 시기로 꼽힌다. 날씨도 좋고 직장과 학교가 같이 노는 초성수기여서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디즈니월드를 가야 한다면 (달리 초 성수기이겠는가? 누구나 이때가 올랜도 가기 가장 좋기 때문이다.) 다음과 같은 점들을 고려해보자.

-디즈니가 직접 운영하는 호텔들이 있다. 이 호텔들에 묵으면 호텔-놀이공원간 무료 셔틀이 제공된다. 이거, 꽤 중요하다. 놀이공원의 주차장과 정문간 거리가 상당히 먼데다, 주차장 한 번 들어갈 때마다 10불 이상씩 주차료를 받기 때문이다. 또, 디즈니 호텔들의 투숙객은 일반 투숙객보다 1시간 더 일찍 들어갈 수 있게 해 준다. 연말처럼 사람이 몰릴 때는 상당히 큰 혜택이다. 게다가, 올랜도 공항에서 호텔까지, 호텔에서 올랜도 공항까지 짐까지 알아서 다 옮겨준다. 다만 일반 숙소보다 가격이 비싸다. 그래서 우리는 올랜도 도착 후 현지상황에 익숙해지는 데 필요한 2박까지만 디즈니 호텔에 묵고, 이후에는 보다 싼 일반 숙소로 옮겼다.

5.디즈니 크루즈

-올랜도 디즈니를 즐기는 또하나의 방법은 크루즈를 이용하는 것이다. 디즈니의 유람선은 우주선 발사기지가 있는 케이프 커내버럴(Cape Canaveral)에서 출발하여, 키 웨스트 지역이나 바하마 군도를 다녀온다. 바하마 군도에는 디즈니가 개발한 섬이 아예 따로 있고, 영화 ‘캐리비안의 해적’에서 실제로 쓰인 ‘Flying Dutchman’호도 정박시켜 놓았다. 애들 뿐 아니라 어른에게도 디즈니 크루즈는 인기가 높다. 디즈니 월드 관광과 연계한 관광상품도 있다. 디즈니 월드가 있는 올랜도와, 그보다 동쪽 바닷가인 케이프 커내버럴 지역은 차로 1시간 거리이다. 케이프 커내버럴 인근에는 케네디 스페이스 센터가 있다. 초등학교 중간 이상 학년의 자녀가 있다면 교육적 목적으로 한번 가 볼만 하다. 아폴로 로켓의 거대한 위용 등, 볼 것이 많다.

6.나이아가라

-나이아가라 폭포를 갈 때 숙소와 관련해 한가지 팁을 드리자면, 폭포 공원지역 중 미국령 지역만은 피하시라. 볼 것도 놀 것도 없이 방값만 비싸다. 차라리 차로 20분가량 아랫쪽에 있는 버팔로(Buffalo)시에 숙소를 잡거나, 아예 캐나다령으로 넘어가서 숙소를 잡는 게 낫다. Buffalo시에서는 120불이면 하얏트 호텔에서 잘 수 있는데, 이 돈으로는 폭포 공원지역 가장자리 모텔밖에 갈 수 없다. 게다가 버팔로에서는 미국을 대표하는 닭날개튀김 ‘버팔로 윙’의 원조집을 찾아가 맛볼 수 있다. 캐나다령이 폭포의 본 모습을 보기에 훨씬 좋기 때문에 큰 호텔들은 대부분 캐나다령에 자리잡고 있고, 갈만한 식당 등도 다 그쪽에 있다. 인터넷으로 찾아보면 캐나다령에는 작은 와이너리(winery)를 낀 가정식 민박(bed & breakfast)도 많다. 일정 여유가 있다면 천섬(Thousand island) 등 캐나다 관광까지 하고 올 수 있을 것이다.

7.부활절 연휴

-4월12일을 전후해 찾아오는 부활절 연휴는 유럽과 미국 동부 사람들에게는 길고 어둡고 우울한 겨울의 끝, 그리고 만물이 다시 소생하는 봄을 알리는 기쁘고도 귀중한 휴일이다. 아이들 봄방학도 이 기간에 맞춰져 있어, 이때 장거리 해외여행을 가는 사람이 많다. 우리는 이 기간에 유럽을 다녀왔는데, 그간의 출장 기억을 통틀어서도 가장 돌아다니기 좋은 날씨였던 것 같다.

-유럽, 남미 등 미국 이외 지역을 다녀올 때, 미국 여행사 패키지도 좋은 선택이다. 영어가 썩 불편하지만 않다면 한국 여행사 패키지보다는 훨씬 여유와 품위가 있는 관광이 가능하다. ‘현지식 식사’만 해도 훨씬 제대로 된 곳을 다닌다. 여행대상 지역에 관한 Frommer’s Guide 등 여행정보도서를 찾아보면 여행사 추천이 나와있는데, 내 경우 글로부스(Globus, http://www.globusjourneys.com/) 여행사를 이용했었고,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다. 글로부스보다 요금대가 조금 더 낮은 자매여행사 인사이트(http://www.insightvacations.com/us/), 영국계 트라팔가(http://trafalgartours.com/)도 유명하다.

여기에 다 적지 못한 여행정보는 차차 개인블로그에 소개할 예정이며, 이메일(hyunsiksbs@gmail.com) 문의도 환영한다. 평생 행복한 기억으로 남을 1년이 되시기를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