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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수 와서 여행 계획 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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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수를 오기 전 세운 하나의 원칙은 최대한 여행은 많이 다니고 돌아오자는 것이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여행을 ‘일년 농사’로 생각하고 한 해 동안 언제 어디를 갈지를 계속 구상해야 했다. 물론 연수지가 어디
냐에 따라 이 계획은 크게 달라질 수밖에 없겠지만 미국 서부 연수자의 사례를 소개하고자 한다. (미국
LA 지역 연수 중)


1. 일단 지르고 본다


 = 연수 초기엔 정착하느라 정신이 없어 여행 갈 틈이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이런 바쁜 시기에도
   긴 여행을 질러버리고 나니 큰 숙제를 하나 해결했다는 느낌이 든다. 우리 가족은 작년 8월에 캐나다
   서부를 2주 동안 비행기와 렌트카로 돌아보고 왔다. 필요한 것은 DS-2019에 학교 관계자의 여행 허가
   사인을 받는 것 뿐. 집을 구해놓고 애들 학교만 정해놓으면 연수 초기 여행을 가는 데 전혀 지장이
   없다. 이제 와서 돌아보면 운전면허 등 나머지는 돌아와서 천천히 해도 된다. 처음부터 너무 많은 것
   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
 
2. 여행 플랜을 미리미리 짠다


 = 연수자가 대학에 정기적으로 가고, 아이도 초등학교를 다니는 상황에서는 가족끼리 길게 여행을 다닐
   수 있는 시간이 한정돼 있다. 대략 연수 도착 직후 7-8월, 그리고 11월 말 땡스기빙 주간(1주일 가량),
   12월 말 겨울방학(약 2주), 3-4월의 봄방학(spring break 1주), 이듬해 여름방학(6-7월) 정도가 나온다.
   나머지 기간에는 주말을 이용해 2,3일 간의 비교적 짧은 여행을 가든가, 근교 나들이를 갈 수 밖에
   없다. 물론 보통 미국 초등학교에서는 가족여행을 간다고 하면 결석 처리를 면제해주는 기간(10일
   안팎)이 있다. 그 기간을 적절히 활용해 주말을 끼고 4,5일 간의 비교적 긴 여행을 다녀올 수도 있다.
   여행 계획은 계절도 잘 고려해야 한다. 예를 들어 옐로스톤, 요세미티 등 국립공원은 대부분 5월이
   돼야 완전히 문을 연다. 그랜드캐년은 겨울에 눈폭풍이 몰아치면 출입이 통제가 되는 일이 다반사다.
   기후가 온화한 서부에 산다면 겨울은 집 근처에서 보내고 여름에 캐나다나 알래스카, 미국 동부로
   진출하는 게 좋다.


3. 미국에 왔으면 장거리 로드 트립은 한 번쯤 해봐야


 = 자동차 운전을 좋아하지 않으면 미국 땅을 충분히 여행하는데 한계가 분명하다. 우리 가족은 지난
   연말 크리스마스 연휴를 이용해 애리조나, 뉴멕시코, 콜로라도, 유타, 네바다 등 5개 주를 걸치는
   열흘짜리 로드트립을 하고 왔다. 하도 많이 달려서 중간에 차가 퍼지지 않을까, 여행하다 길바닥에
   서 지쳐 쓰러지지 않을까 걱정도 됐지만 결국엔 무사히 모든 일정을 마치고 돌아왔다. 미국 운전
   경험이 있으면 다들 알고 있겠지만 크루즈 기능 활용은 장거리 운전에 필수적이다. 하도 장거리 운전
   에 익숙해져서인지 이제 하루 5-6시간 운전은 그리 무섭지도 않다.


4. 여행도 컨셉을 잡는다


 = 여행도 그냥 무작정 갈 것이 아니라 어느정도 컨셉을 잡는 게 여러모로 기억에 남는다. 또 아이들
   교육에도 좋다. 가령 미시시피강을 따라서 마크 트웨인의 ‘허클베리핀의 모험’ 코스를 밟는다든지,
   애틀랜타, 찰스턴 등 미국 남부 농장 마을을 거쳐서 마가렛 미첼의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답사를
   가는 등의 방법이다. 미국은 어느 도시를 가든 유서깊은 미술관 박물관들이 많고, 공원에 한국보다
   훨씬 훌륭하고 창의적인 놀이터가 있으며, 식당에 들어가도 항상 ‘키즈 메뉴’가 있으니 자녀들과의
   가족여행이 생각보다 고되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