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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수지에서의 아이 학교와 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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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연수생들이 그러했겠지만, 필자가 연수 지역을 결정하는 데 고려한 사항은 크게 두 가지다.
워싱턴 DC와의 접근성(물론 매일 등교하는 건 아니므로, 흔히 특파원들이 모여 사는 아주 가까운 매클린
(Mclean) 같은 지역은 렌트비 때문에 접어두었다)과 안전을 포함한 두 아이들의 교육 여건이었다.
이 곳 페어팩스(Fairfax)에 사는 많은 한국 분들이 아마 비슷한 고민을 하셨을 것이다.


페어팩스는 카운티 예산의 절반에 가까운 액수를 교육에 투자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만큼
공립학교의 서비스가 보장되어 있다. 또한 미국에서 손꼽히는 부자 도시로 고소득층 학부모들의 통 큰
기부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다른 연수생분들도 자녀들의 교육 여건을 우선적으로 고려하고자
한다면 이 곳은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지역이라 자부한다. 다만 같은 카운티 내에 있는 학교라 할지라도,
인근 지역 교육시설의 프로그램을 연계하여 소개해주는 것이 아닌 학교 자체 내의 방과후 프로그램이
활성화되어 있는지는 확인해볼 필요가 있겠다.


북부 버지니아 한인들이 많이 모여 사는 애넌데일(Annandale)이나 센터빌(Centreville) 지역에는
타 지역 현직교사들(본인이 근무하는 지역에서 일하는 것은 불법이라 한다)을 고용하여 한인 원장이
운영하는 보습학원들이 적지 않은 모양이다. 필자도 1년이라는 짧은 연수 기간에 두 아이의 영어
실력을 효과적으로 늘리기 위해 보내볼까 생각도 했지만, 월요일을 제외하고는 오후 3시 50분에 끝나는
일과 시간과 학원까지 매일 차로 실어 나르는 부담, 미국에서만이라도 학원 생각 없이 키우고 싶다는
아내의 조언 등을 수용해 보내지 않았다.


하지만, 이미 그런 학원들이 밀집한 지역에 거주하여 접근성이 좋거나, 혹은 아이들에게 조금 학습
부담이 되더라도 영어 실력을 확실히 늘려서 돌아가겠다는 욕심이 있는 연수생이라면 인근 지역 보습
학원에 대한 정보도 살펴볼 여지가 있을 듯하다.


보습 학원에 대한 고민은 접었지만, 그래도 학교 자체에서 운영하는 활발한 방과후 수업에 대한
아쉬움은 있었다. 필자가 두 아이를 보내는 집 앞 초등학교는 인근 챈틀리(Chantilly)나 센터빌 지역
등의 다양한 교육시설에서 운영하는 프로그램을 소개해주고는 있지만, 학교 자체로 운영하는 방과 후
수업 프로그램은 별로 없는 편이다. 출국 전에 관심있는 몇 군데 학교를 골라 미리 홈페이지 등을
열람하는 것도 좋은 방법일 듯하다.


연수를 준비하는 분들께 참고가 되실 만한 전학 준비 절차를 소개하겠다. 아이들을 미국 학교에 보낼
때 제일 중요한 준비가 입학에 필요한 예방접종을 모두 마치는 일이다. 그런데, 수두 2차는 한국에서는
필수 항목이 아니고, 또한 미국에서 요구하는 양식에도 1차, 2차의 구분이 되어 있지 않아 많은 한국
분들이 이 곳에 와서 추가로 접종을 하게 된다. 또한, 결핵 반응 검사의 경우도 미국에서 요구하는
양식에 명확히 명시되어 있지 않아 이 곳에 와서 처리하는 경우가 많다. 입국 직후, 영어도 서툴고
기다리는 일에도 익숙치 않아 보건소 방문을 꺼리는 경우가 많은데 필자는 뭐 한 번 경험 삼아 기다려
보자는 생각으로 보건소를 찾아 두 아이의 수두 2차 접종을 마쳤다. 한 시간 정도 기다린 것 같다.
그리고 큰 아이 간염 2차도 이제 곧 맞을 시기라 하여, 방문한 김에 함께 접종했다.


그런데 한인들이 흔히 찾는 애넌데일의 한인 소아과에서 수두 2차는 60달러라는 얘기를 나중에 들었다.
다만, 결핵 반응검사는 20달러밖에 들지 않고, 48시간 후 다시 방문하여 팔뚝을 보여야 하기 때문에,
두 번이나 줄 서서 기다리기가 번거로워 소아과를 찾았다. 아이들 전학 절차를 한국에서 유학원을
거쳐 처리한 경우, 현지에서는 미미한 양성 반응도 X선 정밀검사까지 넘어가도록 까다롭게 판단한다며
겁을 주어, 결핵 반응 검사에 상당히 높은 가격을 부르는 것으로 들었다. 9월 2일 개학까지 일정이
촉박하지만 않다면 이 곳에 들어와서 처리하는 것이 더 현명한 방법일 듯하다.


마지막으로, 미국 학교에서는 학생의 신체 검사(Physical Test) 결과지를 요구한다.
신체 검사의 경우, 이 곳 저소득층 사람들에게만 보건소에서 무료로 진행하고, 일반인들에게는
하루를 지정하여 신체 검사를 해주는 것으로 알고 있다. 날짜를 맞추기 어려울 것이므로, 소아과를
찾아 진행하면 된다. 1인당 40달러를 받는다.


참고로, 학생들 등하교 시간은 주마다 다르겠지만, 이 지역의 경우 오전 9시에 등교하여 월요일은
오후 1시 20분, 나머지 요일들은 오후 3시 50분에 끝난다. 유치원부터 6학년까지 모두 동일하다.
월요일을 이용하여 방과후 프로그램에 참여시키거나 인근 도서관이나 공원을 찾는 등, 주말보다는
가벼운 수준에서 약간의 계획을 세우는 것도 좋겠다.


숙제는 매일 10분에서 15분 내외가 소요되는 가벼운 것들이 나가며, 우리 지역의 경우 학교에 파트
타임으로 일하는 한인 보조교사가 있어 여러 궁금한 점들을 문의할 수 있었다. 한 달 정도는 우는
아이 달래가며 학교 보낼 각오를 하고 있었는데, 사흘 만에 한국보다 재미있다는 소리가 아이 입에서
나오자, 신중하게 연수지를 고른 보람을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