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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수지로서의 텍사스 오스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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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텍사스로 연수를 가게 됐다고 했을 때 많고 많은 곳을 놔두고 왜 하필이면 텍사스로 가느냐는 반응이 많았다. 텍사스 하면 사막이나 황야의 무법자 같은 황량한 이미지가 떠오르기 때문에 하는 말일 터이다. 나도 이곳의 환경에 대해 막연하게나마 그리 우호적이지는 않을 줄로 짐작했었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하면 연수지로서의 텍사스는 꽤나 만족스런 곳이라는 게 나의 결론이다. 물론 연수라는 게 시간적인 여유가 보장되고 여러 부담에서도 해방된 선택받은 기간이라는 점에서 그 곳이 어디건 연수지는 연수자에게 낙원으로 기억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그 동안 LG펠로 가운데 텍사스에서 연수한 사람이 드물었다는 점에서 텍사스에 대한 몇 가지를 정리해 놓고자 한다.






처음에 텍사스로 온다고 했을 때 사람들이 사투리 때문에 힘들 거라고 했다. 그러나 내가 있는 오스틴에서 사투리를 들어보기란 쉽지 않았다. 그 만큼 외부 유입 인구가 많다는 뜻이다. 최근에는 이 도시가 실버 은퇴자들로 넘쳐나고 있다는 소식도 접했다. 이는 1년 가운데 300일 정도가 맑은 화창한 날씨에, 영하로 기온이 내려가는 날이 연평균 13일 정도밖에 되지 않는 온화한 기후, 배타적이지 않고 포용적인 지역 인심이 큰 몫을 한 것 같다. 이는 텍사스의 어원과도 연관 지어 생각해 볼 수 있다. Texas라는 말은 ‘friend’라는 뜻의 아메리칸 인디언의 말인 ‘tehas’에 기원을 두고 있다고 한다. 실제로 이곳에 살다보면 사람들이 상당히 friendly 하다는 걸 실감할 때가 많다.






오스틴 사람들의 도시에 대한 자부심도 크다. 텍사스의 대표도시인 달라스와 휴스턴에 비하면 작지만 알래스카를 제외하면 미국 최대의 주인 텍사스의 중심에 형성된 capital(주도)이라는 점, University of Texas의 플래그십 대학이 이곳에 위치해 있다는 점 등 때문인 것 같다. 특히 오스틴은 200곳이 넘는 라이브 뮤직 공연장을 갖추고 있는 등 Live Music Capital of the World로 불리는데 이에 대한 자긍심도 대단하다. 이 도시가 음악도시로 불리는 건 Austin City Limits(ACL)라는 행사 때문이기도 하다. ACL은 처음에는 스윙, 텍사스 블루스, 테하노 뮤직(Tejano music), 프로그레시브 컨트리 등으로 대표되는 텍사스 뮤직을 기념하기 위해 시작됐다가 지금은 재즈, 얼터너티브, 포크 등을 아우르는 미국내 대표적인 음악축제로 자리 잡았다. 해마다 가을이면 이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지구촌 곳곳에서 음악팬들이 몰려드는데 이 행사에 공연되는 라이브 뮤직은 공영방송인 PBS를 통해 미국 전역에 중계되기도 한다. 또 해마다 봄이면 음악, 영화 등을 소재로 한 각종 공연과 페스티벌, 컨퍼런스로 채워지는 문화 행사인 SXSW(South by Southwest)도 오스틴을 세계적인 문화 도시로 각인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런가하면 오스틴은 2011년 미국 대도시들 가운데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도시 1위로 조사됐다.







출처 : City of Austin


 


 


또한 2010년 경제전문지(Kiplinger) 조사에서는 오스틴이 미국 최고의 도시로 선정되기도 했다. 인구증가, 실업률, 소득성장, 생활비, 교육자, 작가, 과학자 수 등을 바탕으로 한 조사였는데 향후 10년간 오스틴이 미국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가 될 거라는 예측조사였다. 실업률의 경우 201212월 현재 전달보다 0.1% 떨어진 5.1%로 전국 평균(7.9%)보다 한참 아래다. 오스틴에는 현재 3M, Apple, HP, Google, Facebook, Cisco, eBay, Intel, Oracle 등 세계 유수의 기업들이 입주해 많은 일자리를 제공하고 있다. 이런 첨단 기술 기업들의 유입이 많아 오스틴은 실리콘 밸리에 비견되는 실리콘 힐(Silicon Hills)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오스틴의 이 같은 활황국면은 전반적으로 텍사스의 경제 상황과도 관련이 있는 것 같다. 남한 크기의 7배에 달하는 텍사스는 2010년 조사에서 미국에서 기업하기 가장 좋은 주 1위로 선정됐다. 낮은 세금과 저렴한 물가 등 기업환경이 좋기 때문인데 포천이 선정한 500대 기업 중 64개 기업 본사가 텍사스에 있다고 한다. 이런 사정 때문인지 최근 조사에서 미국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중인 광역도시권(metropoltan) 10 가운데 텍사스에 있는 도시가 4곳이나 포함되는 기염을 토했다.




 출처 : City of Austin


텍사스의 경제규모는 전 세계 15위로 스칸디나비아반도에 있는 3개 국가의 경제규모를 모두 합친 것보다도 크다고 한다. 반면 텍사스의 물가는 다른 곳에 비해 저렴한 편이다. 2010년 조사를 보면 생활비의 경우 텍사스 주가 미 전국 평균보다 12.3%나 낮은 것으로 나와 있다. 나의 경우 오스틴에서 가장 좋은 살기 좋은 대규모 아파트촌으로 알려져 있는 곳에서 살고 있는데 2bed 2bath 아파트의 한 달 렌트비로 1,024달러를 내고 있다.






오스틴에서 한국에 대한 인지도도 높은 편이다. 한국인에 대한 인상도 좋은 것 같다. 한 가지 이유는 우리나라 모 대기업이 대규모 반도체 공장을 이곳에 운영중이기 때문이다. 이 기업은 오스틴에서 가장 많은 유틸리티 비용을 내고 있다고 한다. 이 기업의 이름을 딴 Boulevard도 있다. 오스틴은 우리나라 광명시와도 자매결연을 맺고 활발한 교류를 하고 있다. 우리아이들이 다니는 초등학교의 경우도 광명시의 초등학교와 자매결연을 추진 중이다. 지난해에도 다른 초등학교가 광명시의 한 초등학교와 자매결연을 맺었는데 이렇게 되면 미국 아이들도 한국 사람들을 더욱 친근하게 생각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한국 아이들이 늘어나다 보니 ESL 교사로 한국인 교사를 채용하는 사례도 생겨나고 있다. 한국에서 온 아이들이 영어를 더 효과적으로 배우는 데는 베트남 ESL 교사나 중국인 ESL 교사 보다는 한국인 ESL 교사가 더 낫다는 건 자명한 일이다. 교민의 경우 이 도시에 9천명 정도가 살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이 곳의 인구가 80만명이니 1%정도에 해당하는 숫자다. 이 같은 통계는 LA나 뉴욕같은 교민이 많은 다른 대도시와 비슷한 비율로 중남부 내륙도시 치고는 교민들이 많은 편이다.






쓰고 보니 내가 무슨 오스틴 홍보대사라도 된 것 같아 민망한 느낌도 든다. 어찌됐건 미국에서 1년을 visiting scholar로 지낸다는 것은 단순히 방문했다기 보다는 살았다고 해도 좋을 만큼 여러 경험을 하게 마련이다. 이글을 읽게 될 미래의 LG 펠로들도 각자가 선택한 연수지의 매력을 나름대로 발견하면서 하루하루를 멋진 시간들로 채워가길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