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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수생활 꼼꼼히 준비하기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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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십니까.

동아일보 윤희상입니다.

생각해보니 학원등록하는 날이 10월2일이어서 황급히 펜을 들었습니다. 이 학원은 매달 20일씩 꼭 강의를 채웁니다. 물론 21일간 강의를 하지도 않습니다.제가 추천해드리는 분은 시사어학학원 AFKN청취 담당 고윤식선생님입니다.

이 분은 미국에서 어려서 좀 살았고 나중에 자라서 미국유학을 갔는데 그만 아버님이 갑자기 돌아가시는 통에 대학원 석사과정까지만 하고 한국으로 돌아와 10년째 AFKN 청취만을 강의하시는 분입니다. 나이는 저보다 두세살 어린데 실력은 열배입니다.

저는 1993년 10월부터 시사어학학원에 가서 출입처에 나가기 전 한시간씩을 공부했습니다. 당시에는 이병구선생님이라고 나이 지긋하신 분이었는데 이 분은 아마 미국으로 다시 가셨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저는 고윤식선생님(미국명 Steve)과는 1년3개월 정도 공부했습니다. 우선 학원 위치는 탑골공원 네거리 아시죠? 탑골공원 정문에서 종로 건너편에 파고다학원이 있습니다. 파고다학원으로 들어가시지 말고 탑골공원쪽에서 보면 파고다학원 오른편으로 아주 조그만 골목이 있습니다(종로와의 각도 45도). 골목 안쪽으로 들어서면 걸어가는 방향 바로 앞 쪽에 하얀 타일 건물이 시사어학학원입니다. 수강료는 한달에 7만5천원입니다. 교재는 다달이 4천원씩이니까 결국 7만9천원씩이네요.

이 선생님은 강의시간에 한국어 말펀치가 아주 세고, 중간 중간에 영어로도 강의합니다. 더욱 좋은 점은 학생들에게 일일이 시킨다는 겁니다.

매시간 강의에 수강생이 40명을 웃도는데 정말 희한한 일입니다. 이 선생님은 진도 나갈 거 다 나가고도 학생들을 거의 아비규환으로 몰아넣습니다. 일일이 다 시키거든요.

제가 혹시나 해서 드리는 말씀인데,고선생님은 실력이 출중한 만큼 약간 젠체하는 분위기가 있습니다. 그렇지만 저는 그런 느낌은 무조건 날려버리시라고 부탁합니다.

정말 괜찮은 선생님입니다. 저는 회사에서 선배나 동료에게 한달에 70만원짜리 강의를 듣는다고 이야기하곤 했습니다. 제 동기 한사람은 아마 석달째 부인이 ride off 해줘서 열심히 아침마다 다니고 있습니다.

이 분 강의는 예습을 한 30-40분씩만 해가면 정말 더할 나위 없는데, 저의 경우 반반이었습니다. 다른 영어회화니, 문법이니,토플이니, 영작문이니, 그런 과목에 시간 투자하지 말고 이 선생님에게 모두 투자하십시오.

특히 아침 6시부터 매시간 오전 11시까지, 그리고 오후 5시부터 저녁 8시까지 매시간 시작하는 강의가 모두 진도가 똑같고 어느 시간에나 들어가도 괜찮습니다. 따라서 전날 과음이 있었으면 다음 날 오후에 일과가 끝난 뒤에 가시면 됩니다. 이 강의는 얄팍한(20-25페이지)교재가 매달 나오는데 모두 고윤식선생님이 미국방송을 녹화했다가 모두 스스로 만들어내는 교재입니다.

한번 상상해보십시오. 심지어는 노래 가사도 자기가 직접 받아 씁니다. 우리의 경우 조용필 노래도 경우에 따라서 가사가 헷갈리는데 저는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수강 학생들 가운데는 ‘영어에 푹 빠진, 거의 미친 것같은’ 학생들이 있는데 이 친구들은 인터넷으로 뒤져서 가사를 프린트아웃해가지고 와서 어디어디가 틀렸다고 지적을 하기도 합니다.

그러면 이 선생님은 몇번이고 학생들과 함께 다시 듣습니다.

그러면서 학생들 의견도 묻고, 또 가사를 프린트아웃 해온 학생에게도 의견을 묻습니다.

이렇게 하니까 실력이 늘지 않을래야 그럴 수가 없습니다. 선생님은 자기가 확실하게 잘 못 들었다고 생각하면 그 자리에서 고치고, 어떨 때는 두가지를 모두 교재에다 써 놓자고 합니다.

저는 이 선생님이야말로 대학에서 강의했다면 “Teaching Award(수강 대학생들의 반응을 토대로 매년 교수들 가운데 수여하는 명예로운 상)를 몇 번이고 받을 만한 인물이라고 생각합니다.

정말 열성파입니다. 꼭 제가 요즘 좋아하는 Dr.Ray Hiebert교수(비교-국제저널리즘 권위자)의 강의를 듣는 것같습니다. 그러나 Dr. Hiebert는 일주일에 세시간만 그렇게 하면 되지만 고선생님은 하루에도 8시간씩을 꼭같이, 한결같이 열성을 다해 가르칩니다.

이 교재 한권만 제대로 들리면 귀가 뚫릴 것이라고 저는 믿습니다. 그렇지만 너무 지루하잖아요. 따라서 매달 새로운 내용을 공부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제가 이렇게 미주알 고주알 말씀드리니까 저는 이미 귀가 뻥 뚫려버린 것같습니까?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저는 지금 고윤식선생님을 만나서 지지부진하던 청취력이 훨씬 향상됐다는 것을 입증하기 위해 애를 쓰고 있을 뿐입니다. 제가 시간은 없고, 토플 시험과 GRE 시험은 봐야겠고 했을 때 고민을 말한 적이 있습니다. 이 선생님은 토플시험은 실전문제 대여섯번 풀어보면 크게 문제가 안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다만 GRE(일명 지랄이, 또는 쥐나리)는 또다른 문제라고 말입니다. 결국 그렇게 됐습니다. 제가 어드미션을 받으려고 동분서주 했을 때 토플은 만족할 만했고 GRE는 정말 커트라인(미국 대학들은 과별로 또는 단과대학별로 지원할 수 있는 최저점수를 제시함)에 탁 턱걸이 했습니다.

이 분 강의를 들으려면 자기가 좋아하는 색깔의 형광펜을 하나 둘 갖고 다녀야 합니다. 안 그러면 수업중에 면박받습니다.

오늘의 tip으로 두가지만 더 말씀드리죠.

첫째, 사전을 찾아볼 때 해당 단어 옆 공란에 바를 정자로 횟수를 표기해버릇 하십시오. 나중에 바를 정자가 한 번 다 써질 만큼 자주 찾았는데도 또 찾았을 때는 반드시 이 단어의 주요한 뜻은 외워집니다. 억울해서라도 외워집니다.

둘째, 저번 첫번째 글에서 말씀드린 비디오와 영어소설 관련인데요. 소설로 한번 다 읽고 난 다음에는 다시 비디오를 빌려다 한번 보십시오. 대신 자막 나오는 곳에는 불투명 테이프 같은 걸로 가리십시오. 영화 한 번 다 끝날 때까지 10마디,20마디,30마디를 알아듣는다고 봅시다. 재미있습니다. 줄리아 로버츠의 진짜 목소리, 덴젤 워싱턴의 진짜 목소리로 하는 영어가 일부지만 들리기 시작했을 때,

참 기분 괜찮습니다.

혹시 제 글을 보시고 학원에 가게 되거든 제 안부도 좀 전해주십시오. 맨날 술에 절어 다니느라 인사도 못하고 어느 날 갑자기 없어졌으니까요.

다음에는 회사 안에서 추천서 받기 작전, LG상남재단을 비롯한 언론재단에서 펠로우쉽 따내기에 대해서 말씀드릴까 합니다.

평안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