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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수생활을 정리하며 – 영어공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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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그린 버스”를 아십니까?

6-70년대 미국 유학생들 사이에는
미국에 가면 개그린 (Gagreen) 버스를 이용하라는 말이 있었다고 합니다.

한 유학생이 미국 공항에 도착해 이렇게 물었습니다.
“Where can I buy the ticket for Gagreen bus?”

하지만 아무도 알아듣지 못했습니다.
“What? what did you say? ”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계속 물어봤지만 아무도 알아듣지 못했습니다.
이러자 이 유학생은 자신의 발음에 큰 문제가 있다고 크게 낙심하며
멍하니 하늘만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바로 그 때, 한 대의 버스가 앞을 지나갑니다.

이 유학생은 그때서야 “아하! 바로 저 버스였구나!” 라며
허탈한 표정으로 버스를 향해 뛰어갑니다.

결국 `개 한마리가 달려가는 그림`이 그려진 “Grayhound” 버스를
잡아 탔다고 합니다.

이 얘기는 제가 있는 미국 미주리 대학 언론학과의 대부로 통하는
장원호 박사님의 책 “미주리 언론마피아”에 나오는 내용입니다.

연수생활 1년을 정리하면서 무엇을 쓸까 고민하다가
영어공부라는 어려운 주제를 잡았습니다.

물론 저도 잘하지 못하는 형편에 이런 글을 올리는 게
주제 넘는다는 것도 잘 알고 있습니다만 그래도 가장 많이 고민했던 분야이고
많은 분들이 계획하는 공동의 목표 가운데 하나일 것 같아서 이렇게 감히 정리해 드립니다.

1. 영어공부, 미리 준비하고 오라

“현지에서 1년동안 미국인들과 어울리다 보면 영어는 많이 늘겠죠? 뭐…”
연수 준비하시면서 만약 이런 생각이시라면 지금 당장 시작하십시요
현지인들과 어울리지 못합니다. 영어 못하면… 아니 잘 못하면…

미국인들이 좋아서 어울리자는 얘기가 아닙니다.
어울리지 못하면 영어도 항상 겉도는 얘기만 하고,
겨우 쇼핑 하거나 여행 다니는 수준에 머물게 됩니다.

수업시간도 마찬가집니다.
아시다시피 미국 대학 수업은 주입식이 아닌 토론식 학습입니다.
최소한 한가지라도 질문을 해야지 그렇지 않으면
학생들로부터 말 못하는 동양인이라며 은근히 무시 당합니다.

저도 처음엔 질문은 하지 않고 그냥 수업 내용을 듣고만 있었더니
이 친구들이 수업시간 전에 저에게는 아는 척도 잘 안하더군요
그래서 다음 시간에는 마음 단단히 고쳐먹고 준비해서 1-2분 가량
제 생각과 함께 질문을 했습니다.

일단 질문할 내용을 정리한 뒤 수업시간에 비슷한 내용이다 싶을 때
무조건 손 들고 별로 좋지 않은 발음이지만 일단은 큰 소리로 얘기 했습니다.
교수님도 고개를 끄덕이며 제법 친절하게 질문을 받아 줬습니다.

다음시간부터는 제게 인사를 건네는 친구들이 늘어나더군요

이러면서 한두명씩 개인적으로 알게 되고
수업시간 전후에 가볍게 농담을 건네며 “어울릴 수 있는” 기회가 생겨나기 시작했습니다.

2. 자기 분야는 잘들린다

영어라고 무턱대고 아무 분야나 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자기분야, 그러니까 자기 전공분야 또는 한국과 관련된 분야를 집중적으로 시작하시기 바랍니다.

박사과정 유학생들도 교수님 얘기는 잘 들리지만
패스트 푸드점 점원, 수리공들의 영어가 더 알아듣기 힘들다고 얘기합니다.

저도 북한 핵문제, 한국의 언론분야 등은 만나는 사람마다 궁금해 하고 개인적으로
발표할 기회도 있어서 영자신문 등을 스크랩해서 한두 페이지 가량 암기해 뒀더니
요긴하게 활용할 기회가 많았습니다.

3. 스포츠 경기 관전법

TV에서 알아듣기 쉬운 분야가 바로 스포츠 중계입니다.
하지만 선수를 모르고 관련된 용어를 모르면 재미도 없지만 알아듣기도 어렵습니다.

아시다시피 미국은 MLB,NFL,PGA,NBA 등 프로 스포츠의 천국이며
하루 종일 스포츠 중계를 볼 수 있습니다.
바로 이런걸 영어로 공부하십시요

우선 인터넷으로 예고 기사를 읽어두고 예습해서 중계를 보거나
중계를 본 경기 결과를 인터넷 뉴스를 통해 확인해 보십시요
영어공부하는 재미와 능률이 올라갑니다.

4. 아이와 함께 도서관에 가라

미국 도서관 시설은 부러울 만큼 잘 돼 있습니다.
책, DVD, VCR, 심지어 그림까지 빌려주는 곳도 있습니다.

제 개인적으로는 이곳에서 청소년 도서를 빌려서 사전없이 읽어 보실 것을 추천합니다.
일단 사전으로부터 해방되서 영어로 된 책 한 권을 앉은 자리에서 또는 하루 이틀 안에
읽어내는 경험과 자신감이 필요합니다.
참고로 저는 청소년 도서라고 무시했다가 꼬박 일주일이 걸린 책도 있습니다.

참, 그리고 한번 빌린 책은 반드시 두세달 뒤에 한번 더 빌려서
두번 이상 읽어 보십시요. 영어가 쉬어집니다.

5. 라디오를 들어라

특히 보수주의자들의 토크 쇼가 더욱 효과적입니다.
보수주의 토크쇼 앵커들의 얘기는 상당히 공격적입니다.
따라서 그들의 얘기를 듣다보면 영어의 인터네이션
특히 남을 설득할 때 나오는 강력한 인터네이션이 보다 명확하게 들립니다.
하지만 미국이 최고라는 특히 백인위주의 보수적이고 독단적인
그들의 얘기에는 동화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이상으로 간단히 정리해 봤습니다.

영어는 그물을 만드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한두개 줄을 치는 것으로는 결코 완성되지 않는다
그러나 한두개의 줄이 결국은 영어라는 대어를 잡는 그물이 될 수 있습니다.
절대 하루 이틀 한다고 진전을 느낄 수 없지만
그러나 투자하면 투자한만큼 돌아온다는 학습의 진리는
특히 언어 학습에는 더욱 통하는 얘기인 것 같습니다.

저요?

지금까지 얘기는 성공담이 아닌 실패담 이었습니다.

ytn 정찬배 (미국 미주리대 저널리즘 스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