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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나게 구매하고 반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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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나게 구매하고 반품한다.

추수감사절(11월 28일)이후 성탄절을 전후로 계속되는 미국 유통가의 연말 폭탄 세일은 상상을 초월한다. 특히 최근 경향은 추수감사절을 계기로 이른바 월마트와 베스트바이, 타겟 등의 매장에 직접 달려가 물건을 고르는 것이 아니라 이른바 손가락으로 ‘클릭’하는 온라인 구매 경향이 더욱 뚜렷해졌다. 즉 이른 아침부터 매장 앞에 줄을 길게 서서 자신이 원하는 제품을 미친 듯이 주워 담는 것이 아니라 ‘광클’을 통해 싼 물건을 골라잡는 시대가 된 것이다.

이와 함께 전통적으로 추수감사절을 앞두고 너도 나도 쇼핑에 나서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성탄절 다음날인 26일부터 연말까지가 진짜 쇼핑의 기회라는 것이다.

사진 1워싱턴 DC 인근의 대표적인 대형 쇼핑몰인 타이슨스코너 몰에 성탄절 이후 쇼핑을 즐기려는 시민들로 쇼핑몰이 가득 차있다.

실제로 미국 소비자연맹의 조사결과, 성탄절을 보낸 미국인 10명 중 7명에 해당하는 68%가 애프터 크리스마스 쇼핑에 나서겠다고 대답했다. 애프터 성탄절 세일은 추수감사절 세일 직후 이뤄지는 것보다 더 큰 폭의 파격 할인이 이뤄진다. 이 때문에 전체 매출의 15%가량이 이때 이뤄진다. 연말인 만큼 시즌이 끝나 80%의 파격 할인이 이뤄지는가 하면 의류와 신발 등은 50%내지 70%의 눈이 돌아갈 만한 할인가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월마트는 성탄절 다음날인 26일 새벽 6시, 메이시 백화점은 오전 7시, 베스트 바이는 오전 9시에 개장했다. 평소 오전 10시나 11시에 개장하던 것을 감안하면 쇼핑객을 끌어들이기 위해 아침 일찍부터 준비하는 셈이다. 나와 아내 역시 연말 쇼핑대목을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그전부터 우리는 성탄절 세일에서 구매할 품목을 대략 생각해놨었다. 성탄절을 보낸 우리는 다음날 워싱턴 DC 인근의 대형 쇼핑몰인 타이슨스 코너 몰을 찾았다. 이곳에는 메이시를 비롯해 블루밍데일, 삭스 피프스 에비뉴 등 백화점 등이 몰려있다. 다양한 물건을 고르기 좋은 조건인 것이다. 이를 반영하듯 쇼핑몰에는 엄청난 인파가 몰려들었다. 아마도 미국에 온 뒤 가장 많은 쇼핑객을 한곳에서 본 것 같다. 할인율도 대단하다. 내가 점찍어놓은 재킷은 원래 가격이 425달러인데 30%할인해 297달러였다. 그것도 같은 물건이지만 백화점 마다 물건 값이 다르다. 마음에 드는 물건을 골랐는데 직원이 안내하길 백화점 회원을 가입하면 추가 20%할인을 해준단다. 단 한순간도 망설이지 않고 회원을 가입하니 400달러가 넘던 재킷은 갑자기 238달러가 돼있었다. 거기에 20달러짜리 쿠폰도 추가로 준다고 친절히 설명해줬다. 마침 89달러짜리 셔츠가 세일가로 39.99달러였는데 20달러 쿠폰을 적용하니 20달러에 불과했다. 결국 나는 원가 425달러와 89달러짜리 재킷과 셔츠를 각각 238달러, 20달러에 구매할 수 있었다. 아내 역시 원하던 옷을 한국과 비교해도 절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구입했다.

사진 2워싱턴 DC 인근 타이슨스코너몰의 한 의류매장에서 한 시민이 파격적인 할인가를 제시한 옷을 구매하기 위해 물건을 살펴보고 있다.

사실 이런 쇼핑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우리는 추수감사절을 계기로 시작된 블랙프라이데이때는 250달러짜리 태블릿 피씨를 150달러에 온라인을 통해 구매할 수 있었다.

월스트리트저널 등 미국 언론은 이번 추수감사절부터 성탄절 연휴로 이어지는 홀리데이기간 미국의 소비가 역대급이라고 보도했다. 아마존의 경우 사상 최대 판매실적을 거뒀으며 매출이 지난해와 비교해 두 자릿수 이상이라고 신문은 전했다. 미국 소비자연맹은 연말 최대 쇼핑 시즌인 11월과 12월 두 달간 총매출은 7270~7310억 달러(약 841조 5000억 원~846조1300억 원)사이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각각의 특징도 찾을 수 있었다. 블랙프라이데이가 주로 전자제품 등을 구매한다면 성탄절 이후 쇼핑은 주로 의류와 신발에 집중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아마존은 인공지능(AI) 비서를 탑재한 스마트 스피커 ‘에코닷’, 스트리밍 서비스 기기 ‘파이어 TV 스틱’ 등을 블랙프라이데이 기간 중 수천만 개 판매한 것으로 집계했다. 이 때문인지 제프 베조스 아마존 최고경영자(CEO)는 “이번 홀리데이 시즌은 전 세계 고객과 직원 덕분에 ‘역대급’이었다”고 말했다.

사진 3타이슨스코너 몰 블루밍데일 백화점 구두 가게에 큰 폭의 할인을 알리는 광고가 게시돼있다. 최대 75%까지 하는 할인행사로 백화점에는 많은 사람이 몰렸다.

미국인의 연말쇼핑은 마무리됐지만 아직 유통가의 전쟁이 끝난 것은 아니다. 바로 사상 최대 규모의 반품 전쟁을 치러야하는 것. 파이낸셜타임스는 미국 소비자들이 온라인으로 구매한 상품 중 1000억 달러(약 115조7500억 원)어치를 반품할 것으로 예상했다. 여기에는 아내가 쇼핑한 것도 포함돼있다. 아내 역시 아마존으로 구입한 상품이 생각보다 별로라면서 반품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신문 역시 온라인 구매 상품 반품률이 오프라인 매장 구매 상품 반품률의 3배에 달한다고 덧붙였다. 유통사들은 반품률을 줄이기 위해 머리를 짜내고 있지만 자칫 고객 이탈을 우려해 반품 기준 강화를 꺼리고 있다고 한다. 엄청난 소비 뒤에 엄청난 반품이 있는 명암이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