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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자녀, 미국 학교 보내기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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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연수를 준비하는 대부분의 언론인이 미국을 연수지로 선택하는 이유는 두말 할 필요 없이 자녀 교육
때문이다. 연수를 떠나오던 지난해 여름을 기준으로 초등학교 3학년, 2학년 그리고 유치원(7살)에 다니
는 3남매를 키우던 필자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정작 연수준비를 시작하고 보니, 집을 구하는 일이나 자동차 구입보다 더 어려운 일이 미국의 학
교생활에 대한 정보를 얻는 것이었다. 연수 생활의 반환점을 돈 현재도 모르는 일이 아는 일보다 더 많
지만, 그래도 막막한 심정으로 연수를 준비하는 분들을 위해 도움이 될 만한 이야기를 몇 가지 적어본다.


(1)서류 준비


지역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 연수지역이 정해지면 해당지역 교육청 홈페이지에서 입학(또는 전학)에
필요한 서류를 확인해야 한다. 재학증명서는 한국의 재학 중인 학교에 요청하면 발급해 준다. 예방접종
기록은 동네 소아과나 보건소에서 뗄 수 있다.


미국의 공립 초등학교는 학비가 따로 없지만 취학연령이 안돼 프리스쿨을 보낼 경우에는 월 1000달러
이상을 내야 한다. 만일 자녀가 한국의 초등학교 1학년에 해당하는 킨더 그레이드 입학 학령에서 아슬
아슬하게 날짜가 모자라는 억울한 경우라면 ‘밑져야 본전’이니 한국 유치원에서 영문 졸업증명서-정해
진 양식이 없기 때문에 유치원에 말만 잘하면(!!) 발급받을 수 있다-를 얻어오는 것도 방법이다. 실제로
필자가 연수 중인 지역(노스캐롤라이나)에서는 유치원 졸업증명서를 제출하고 교육청에 “한국의 유치
원 교육과정을 이수했고 초등학교 진학 예정이었다”고 설명해서 예외를 인정받은 경우가 있었다.


(2)ESL과 썸머 캠프


한국에서 미국 학교를 다니는데 문제가 없을 정도로 충분히 영어교육을 받고 오는 아이들도 있다. 하지
만 필자가 연수 중인 지역의 연수생 자녀들을 보면, 교육청에서 입학 또는 전학 수속을 밟으며 치르는
어학 테스트에서 ESL 프로그램 수강이 필요 없다는 합격판정을 받은 경우는 전체의 20%가 채 안된다.
 
그렇다고 해도 크게 걱정할 건 없다. 미국 공립학교는 영어 교육이 필요한 학생들을 위해서 학교 교육과
정 내에서 ESL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지역과 학교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필자의 자녀들이 다니는 초등학
교에서는 영어가 많이 부족한 경우에는 매일 1시간씩, 그보다 조금 수준이 높은 학생들은 주 2회 30분씩
별도 교실에 모아서 ESL을 가르치고 있다. 또 미국의 학교교육은 한국에 비해 전반적으로 느슨한데다
교사와 동료 학생들은 외국인 전학생에게 친절한 편이어서 연수를 오는 언론인 자녀 또래(초, 중학생)는
대개 말이 안통해도 학교 가는 걸 싫어하는 경우는 드물다.


그래도 걱정이 된다면, 8월 말에 등교를 하기 전에 미리 미국에 도착해 방학기간에 열리는 각종 썸머캠프
에 참여해 미국 아이들 사이에 섞여 지내는 체험을 하는 것도 권할 만한 방법이다. 썸머 캠프나 학기 중
에 운영되는 애프터스쿨 프로그램은 한국의 사설 학원 같은 교육 프로그램이라기보다는 일하는 부모를
대신해 아이들을 보살펴주는 데이 케어(Day Care) 프로그램 성격이다. 하지만 그 중에도 비교적 짜임새
있는 프로그램을 갖고 있는 곳들도 있는데, 그런 곳들은 일찍 접수마감이 되는 경우가 많으니 연수학교가
결정된 직후인 연초부터 일찌감치 등록을 해두는 것이 좋다.


준비가 늦었다면 연수지 인근의 한인 교회 등 종교단체에서 운영하는 캠프를 알아보는 것도 방법이다.
한인 커뮤니티의 캠프라도 교사나 학생 대부분이 일상생활에서 영어를 주로 쓰기 때문에 학교에 입학했
을 때 받는 언어, 문화 충격을 완충하는데 도움이 된다.  


(3)원어민 튜터 구하기


연수를 떠나기 전 만난 주변의 유학 경험자들이나, 미국 정착 초기에 만난 한국 교민들은 대부분 튜터
(가정교사)를 구할 것을 권했다. 연수생 중에는 “미국에서까지 과외를 시키는 게 내키지 않는다”며
튜터를 쓰지 않는 경우도 있지만, 필자의 경험으로는 자녀에게 튜터를 붙여주는 일은 학교생활 적응기간
단축이나 정확한 영어를 가르치는데 도움이 된다.


한국 연수생이 많은 지역이라면 먼저 그 지역에 살았던 이들을 통해 평판을 들어보고 전문 튜터를 구하
면 된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라도 튜터를 구하는 건 어렵지 않다. 미국은 학교 교사도 외부에서 부
업으로 튜터를 할 수 있다.(단 자신이 학교에서 담당하는 학생을 가르치는 건 불법이다.) 따라서 자녀가
다니는 학교의 ESL 교사와 상담을 하거나 이메일을 보내면 쉽게 튜터를 구할 수 있다.


주변 한인 커뮤니티를 통해 한국에서 어릴 때 이민이나 유학을 온 대학생이나 대학원생을 소개 받는 방법
도 있다. 학생 튜터는 전문 튜터에 비해 가르치는 스킬은 조금 부족하지만 어린 자녀들 입장에서는 형,
누나처럼 친근하게 느끼고 다가설 수 있기 때문에 말문을 트는 데에는 더 유리할 수도 있다. 필자의 경우
에는 초등 3학년, 2학년인 두 아이는 박사과정 학생(한국어를 할 줄 알지만 평소 영어로 생활하는)에게,
킨더 그레이드인 막내는 미국인 전문 튜터에게 맡기고 있다.


비용은 연수지역의 물가나 튜터의 경력 등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 필자가 연수 중인 지역에서는 학생 튜
터는 평균 시간당 25~30달러, 전문 튜터는 30~40달러 정도를 준다. 한국에서 영어 유치원 보낼 비용이면,
이곳에서는 자녀에게 매일 2시간씩 원어민 가정교사를 붙일 수 있는 셈이니 분명히 매력적인 가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