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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다가도 모를 미국의 안전 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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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다가도 모를 미국의 안전 의식>

현재 거주하고 있는 집의 가장 큰 장점은 마을의 공동 수영장이 코앞에 있다는 것이다. 평일이든 주말이든 수영을 하고 햇볕을 쬐는 미국 사람들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쉴 새 없이 살아가는 한국 사람들이 애처롭게 느껴질 정도다.

수영장에 들어가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팻말이 ‘No Alcohol’과 ‘No Diving’이다. 수영장에서 여유롭게 맥주를 마시는 로망에 부풀었던 필자에겐 꽤나 아쉬운 일이었지만 연수 시작부터 ‘어글리 코리안’이 될 순 없었다. 하지만 주민들 상당수가 들고 있는 캔 음료가 맥주였다는 걸 알아차린 건 오래 걸리지 않았다. 컵홀더로 가리거나 컵에 따라 마시는지라 처음엔 알 수 없었지만 재활용 쓰레기통에 수북이 쌓인 빈 맥주 캔까지 감춰질 순 없었다.

‘No Diving’ 팻말도 무색하긴 마찬가지. 여기저기서 풍덩하는 소리가 이어졌는데, 좀 더 자세하게 써진 안전 안내문을 읽어보니 상황이 이해가 갔다. 내용인 즉 “주변에 사람들이 있는 곳에선 ‘다이빙을 금지’ 한다.”는 것이다. 적극적으로 해석하면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면 다이빙을 해도 된다는 뜻이다.

호수를 끼고 있는 한 공립 공원 팻말은 더 이질적이다. “이곳엔 안전 요원이 없다. 수영을 해도 상관없긴 한데, 무슨 일이 생기면 전적으로 네(You) 책임이다.”라는 내용이다. 우리나라였다면 <안전 책임 떠넘긴 무책임한 지자체> 쯤의 제목을 달고 뉴스에 나올지 모를 일이었다.

이렇게 ‘쿨한(?)’ 미국 사람들이 과하게 신경 쓰는 안전도 있다. 대표적인 것이 아이들의 통학이다. 아이들이 타거나 내리기 위해 멈춰있는 스쿨버스를 앞질러 갈 수 없고, 도로 곳곳엔 스쿨버스가 지나기 전후에 요란하게 번쩍이는 신호등도 설치돼 있다.

학부모들에게 나눠준 안내문엔 아이를 직접 데려다 줄 때는 차에서 학교 건물 앞까지 절대로 아이를 따로 걸어오게 하지 말라고 돼있다. 주차 공간에서 학교 건물까진 불과 몇 십 걸음 정도밖에 안되지만 주차하는 차량에 아이가 치일 수 있으니 눈을 떼지 말라는 취지다. 아이가 하교할 때 절대 인계해주지 말아야 할 사람들(예를 들어 이혼한 전 남편 등)의 리스트를 묻기도 한다.

어떨 땐 성긴 것 같기도 하고 어떨 땐 지나치게 철저한 것 같기도 한 미국 사람들을 이해해보려는 즈음, 수영장 한쪽에서 실제와 꽤 비슷하게 만들어진 장난감 총을 겨누며 장난을 치는 아이의 모습이 보인다. 연수 오기 전 잇따라 터진 미국의 총기 사고 뉴스를 보며 꽤나 걱정을 했던 터라 장난감 총에도 ‘철렁’하는 마음이 들었지만 미국 어른들은 그 모습을 웃으며 지켜보거나 심지어 장단을 맞춰주기도 한다. 내가 예민한 것인지, 저들이 둔감한 것인지, 아니면 그 반대인 것인지, 결론을 내리기까진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할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