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목록보기

안방에서 듣는 미국 대학 강의

by

미국에서 연수를 하면서 미국 대학들이 상아탑에만 머물러 있지 않고 자신들이 축적해 놓은 고급
지식을 일반 대중들에게도 전파하려는 노력을 본격화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미국 대학과
교수들은 강의실에서 진행하는 강의를 동영상으로 제작한 뒤 온라인을 통해 무료로 공급하고 있다.
샘플이나 일부 내용만 발췌한 강의가 아니라, 실제 대학 강의실에서 이뤄지는 강의 전체를 일반인
도 공짜로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작년 가을 학기에 나의 연수기관인 컬럼비아대학교 Perry G Mehrling 경제학과 교수가 진행하는
‘Money & Banking’ 과목을 청강하면서 이런 미국 대학들의 움직임을 처음으로 경험할 수 있었다.
컬럼비아에서 ‘Money and Banking’이란 이름으로 약 15년째 강의를 해 온 Mehrling 교수는 내가
청강을 한 지난 가을 학기부터 새로운 강의 방식을 시도했다. Mehrling 교수는 학생들에게 화폐
및 금융 이론과 역사 같은 기본 내용은 Coursera(www.coursera.org)라고 불리는 한 인터넷 사이트
를 통해 수업 시작 전까지 해당 동영상을 시청하고 오도록 했다. 이 Coursera에는 지난 학기 강의
들을 토대로 동영상을 제작해 일반인들도 볼 수 있도록 공개를 한 것이다. 실제 오프라인 강의 시
간 때는 동영상 강의에서 다룬 핵심 내용만 정리한 뒤 동영상에서 다루지 않은 내용과 질의응답,
최신 자금 및 금융시장 이슈, 토론 등으로 수업을 진행하기로 했다.


이렇게 해서 나는 처음으로 Coursera라는 사이트에 들어가 보게 됐다. 잠시 사이트를 훑어보던
나는 깜짝 놀랐다. Mehrling 교수의 강의는 Coursera에 소장된 콘텐츠의 극히 일부에 불과했다.
이 사이트에는 컬럼비아 외에도 프린스턴, 예일, 시카고, 듀크 등 미국 주요 대학교 등 100여 곳
의 교육기관이 참여해 만든 총 1000개 안팎의 대학 강의들이 가득 올려 져 있었다.


누구든 간단한 가입 절차만 마치면 이들 1000개 안팎 강의를 공짜로 들을 수 있다.(몇 만 원을 내
면 온라인 강의 수강을 인정해 주는 Certificate을 주지만, 그냥 공짜로 들어도 전혀 차이가 없다)
강의는 샘플이나 일부 내용만 발췌해 올려놓은 것이 아니라, 한 한기 강의를 통째로, 그것도 강의
노트와 각종 학습 자료들을 함께 볼 수 있도록 해 놨다. 강의 분야도 인문학, 사회과학, 법학, 자
연과학, 공학, 의학 등 그야말로 종합대학교의 모든 전공을 다 커버하고 있다.


Coursera 사이트를 알게 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컬럼비아대학교 홈페이지를 훑어보다가 이와 거의
흡사한 edX(www.edx.org)라는 또 다른 온라인 교육 사이트가 운용되는 것도 알게 됐다. 컬럼비아대
는 작년 초부터 하버드대와 MIT가 2012년 주축이 돼 설립한 edX와 제휴를 시작했다. 그러면서 컬럼
비아대는 Eric Foner 역사학과 교수가 진행하는 ‘Civil War and Reconstruction’라는 강의를 edX
에 제공키로 했다고 여러 차례 홈페이지를 통해 홍보를 했다. Eric Foner 교수는 미국 남북 전쟁
(Civil War)과 전쟁 이후 미국의 시스템 재건(Reconstruction) 분야에 관해서는 대가(大家) 중 한명
으로 꼽히는 역사학자로 퓰리처상을 받기도 했다. 미국 노예제도의 기원과 진행 과정, 남북전쟁의
발발 배경과 전개 과정, 전쟁 종결과 노예해방 이후 미국의 국가 시스템 재건 작업 등 3부로 나눠진
동영상 강의를 보면 19세기 중후반 미국 역사 전개 과정에 대한 이해도를 높일 수 있다. edX 역시
이 Foner 교수 강의 외에도 공학 생명과학 컴퓨터 인문 경영 경제 등 다양한 분야의 동영상 강의
300개 정도를 무료 시청할 수 있을 정도로 풍부한 동영상 대학 강의 컨텐츠를 확보해 놓고 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인데, Coursera, edX 같은 온라인 교육 사이트들은 2008년부터 미국에서 처음
출현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제는 ‘Massive Open Online Course(MOOC, 대중 개방형 온라인 코스
정도로 번역해 볼 수 있지 않을까)’라는 이름으로 불리고 있다.


MOOC는 2012년부터 본격적으로 인기를 끌기 시작하면서 미국은 물론 전 세계의 일반인들이 가입해
대학 강의를 시청하고 있다. 미국 대학은 물론 영국 프랑스 중국 일본 등 다양한 나라의 주요 대학
들도 속속 교육기관으로 참여해 강의 콘텐츠의 외연과 질이 확충(한국에서는 KAIST가 Coursera의
제휴 기관으로 등록돼 있다)되고 있는 트렌드라고 한다.


전 세계적으로 Coursera에는 현재 약 1100만명, edX에 약 300만명, 또 다른 MOOC 사이트인 Udacity
(www.udacity.com)에는 약 160만명이 각각 회원으로 가입하고 동영상을 시청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
된다고 한다. 한국인들도 안방에서 미국 등 세계 대학들의 수준 높은 영어 강의를 맘껏 들을 수 있
는 시대가 활짝 열린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