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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단테와 도돌이표로 점철된 미국 운전면허 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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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 1년간 연수를 하면서 국제운전면허로 운전한다는 것은 사실상 어렵습니다.
연수자의 국제운전면허를 인정해주는 주가 거의 없어서 정착 초기에 차를 구할 때까지만
임시로 사용할 수 있다고 보시는 것이 좋습니다. 미국 운전면허가 없으면 차를 구입하는 것도
어렵고, 보험에 가입할 때도 요율이 높아집니다. 운전면허증는 신분증으로서의 기능도 하기
때문에 운전면허증이 나오면 여권을 들고다닐 때 발생할 위험이 줄어드는 이점도 있습니다.


일부 주의 경우 한국 운전면허증을 가져가면 미국 운전면허증으로 바꿔주는 곳도 있지만
제가 머물고 있는 뉴저지 주의 경우에는 한국운전면허증과 국제운전면허증을 함께 가져가면
필기시험 합격시 미국 운전면허증을 발급해줍니다. 바로 옆에 있는 뉴욕 주의 경우에는 한국
면허를 전혀 인정해주지 않습니다. 이 경우에는 필기는 물론 실기도 다시 봐서 합격을 해야
미국 운전면허를 발급해줍니다.


뉴욕이나 뉴저지에서는 운전면허 시험을 보기 위해 신분증명을 하는 일이 필요합니다.
뉴욕과 뉴저지는 6점짜리 신분증명제도를 택하고 있습니다. 제가 거주하고 있고, 많은
특파원과 한국인이 살고 있는 뉴저지의 경우 신분 증명 서류별로 점수를 주는데 이 점수가
6점을 넘어야만 운전면허 시험을 불 수 있는 것입니다. 이것은 미국인들에게도 적용하는 룰
이기 때문에 차별적인 것은 아닙니다.


뉴저지 교통국(DMV) 홈피에서 관련 사항(www.state.nj.us/mvc/Licenses/6PointID.htm)을 보면
J-1 연수자의 경우 여권(DS-2019와 I-94 첨부)으로 4점, SSN카드 1점, 은행 ATM카드 1점 등으로
6점을 만들 수 있습니다. 6점을 채우고 나면 거주지 증명을 해야 하는데 이는 SSN 배달시 SSN이
담겨졌던 우편봉투, 또는 은행에서 보내준 잔고증명(여기에 주소가 적혀있습니다)으로 가능합
니다. 거주지 증명 후에는 SSN카드 제출을 요구받는데 이미 SSN카드를 점수 획득 때 냈으므로
무사통과입니다.


이에 반해 배우자의 경우 운전면허 시험을 보는 일이 까다롭습니다. 인터넷 검색을 해보시면
아시겠지만 뉴저지에서 J-2 비자를 가진 배우자 운전면허 시험을 볼 수 있다와 없다, 따기
어렵다와 쉽다 등등 여러가지 의견이 분분합니다. 저와 제 아내가 겪은 바로는 운전면허 시험을
보는 것은 가능합니다.
 
J-2 배우자 신분증명 6점을 위해서는 여권(DS-2019와 J-2 첨부)과 은행 ATM카드(1점), 은행잔고
증명(1점) 또는 연수자 보험증(1점, 일부 DMV 사무소는 매뉴얼대로 은행 ATM카드와 은행잔고증명
중 하나만 1점으로 계산하기 때문에)이 필요합니다. 이를 위해서 은행 계좌를 열 때 연수자와
배우자 이름이 같이 들어간 연결 계좌를 열고 각각 ATM카드를 받는 것이 좋습니다. 그래야
배우자 이름의 ATM카드와 은행 잔고증명을 얻을 수 있습니다. 은행 잔고증명은 6점 획득 이후
필요한 거주지 증명에 다시 쓰입니다. 배우자는 SSN를 받지 못하기 때문에 SSN사무소에 갔을 때
배우자도 함께 SSN을 신청하고 SSN사무소에서 SSN Denial Letter를 받아놓아야 합니다. SSN를
받을 수 없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려주는 서류인데 이게 있어야 SSN없이 운전면허 시험을 볼 수
있습니다. 배우자의 경우 이 모든 서류가 J-1 서류(여권, DS-2019, I-94)와 함께 있어야 인정
받습니다.


그러나 신분증명 점수를 따더라도 체류 상태를 확인하는 일 등으로 인해 운전면허 시험을 보기
까지의 과정이 만만치 않습니다. 이는 미국의 업무처리 속도가 우리나라보다 무척이나 느리기
때문에 발생하는 일입니다. 모든 일이 몇 박자씩 느리게 진행된다고 보시면 됩니다.
 
6점 확인이 되면 J-1과 J-2의 체류 증명이 필요한데 이것은 DMV 사무소 직원들이 제출된 서류를
가져가 인터넷을 통해 출입국 관련 사실을 확인한 뒤 알려줍니다. 처음 운전면허를 보러 갔을때
저는 6점 증명과 체류 사실 확인이 되서 그날 필기시험을 보고 운전면허를 발급받았습니다.
반면 제 아내의 경우 처음에 주소 증명이 어렵다(당시 은행 잔고 증명서가 도착하지 않은 상태
였습니다)고 해서 집에 가서 집 렌트 계약서를 가지고 다시 왔는데 이번에는 체류 상태가 확인이
안된다는 이유로 운전면허 시험을 보지 못했습니다. SAVE(www.uscis.gov/save)라는 출입국
서비스에서 제 아내의 체류 상태 증명이 확인되지 않는다는 것이었습니다. 미국에 들어온 지 3주
일이 넘었을 때였는데 말이죠.


DMV직원이 번호를 적어주면서 SAVE에서 확인 처리 결과가 끝난 것으로 나오면 다시 오라고
했습니다. 결국 1주일 뒤 SAVE에서 번호를 입력하고 확인 처리된 것으로 확인하고 다시 시험을
보러 갔는데 역시 체류 상태가 확인되지 않는다며 다른 번호를 주고 확인 처리 결과를 확인한 뒤
오라더군요. 그 바람에 제 아내는 미국 입국 5주가 지나서야 체류 확인이 되서 운전면허 필기
시험을 보고 미국 면허를 딸 수 있었습니다. 운전면허 시험을 보러 DMV 사무소를 3번이나 가보니
인도 등 다른 국가에서 온 이들도 J-2 비자로 들어온 배우자의 경우 체류 증명이 안된다며 SAVE에
확인한 뒤 다시 오라며 돌려보내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DMV 사무소 직원 말로는 J-1비자의 경우 체류 확인이 바로 되는데 J-2비자는 확인 입력이 늦어져
이런 경우가 비일비재하다고 하더군요.


이런 과정을 거치면 필기시험을 볼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지는데 뉴저지의 경우 필기시험은 DMV
홈피에 게재된 드라이버 매뉴얼(www.state.nj.us/mvc/About/manuals.htm)에서 나옵니다.


지정된 컴퓨터에서 50문제를 보는데 이 중 40문제를 맞추면 합격입니다. 답이 헷갈릴 경우에는
skip버튼을 누르면 우선 어려운 문제를 넘어갈 수 있습니다(50문제가 다 돌 때까지 40점을 넘지
못하면 skip한 문제가 다시 나옵니다). 시험 시 한국어를 선택할 수 있는데 한국어 번역이 어설
프다는 이야기가 많으니 영어로 보시는 것이 좋습니다(제가 시험 볼 때 옆의 교포 분은 한국어로
봤다가 세번이나 떨어졌는데 영어로 봤더니 한번에 붙었다고 하시더군요). 문제는 드라이버
매뉴얼을 두어번 정도 읽고 가면 쉽게 풀 수 있는 수준입니다.


시험을 보게 되더라도 6점 확인과 줄서기 반복이라는 또다른 복병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번호표를 얻기 위해  줄을 서면 직원이 여기서 6점과 주소 증명을 검토한 뒤 다시 시험 접수줄로
보냅니다. 번호표를 얻더라고 번호를 부르는 경우가 거의 없기 때문에 다시 시험접수 줄을
서야합니다. 시험접수 줄을 서서 기다리면 또다른 직원이 다시 6점과 주소 증명을 검토합니다.
이를 통과하면 필기시험 접수장소에서 다른 직원이 6점과 주소 증명을 또다시 검토한 뒤 시험 볼
자격증을 줍니다. 이것을 가지고 다시 필기시험 보는데 가서 줄을 서면 여기서 또 6점과 주소증명
을 확인하고 시험 볼 컴퓨터를 지정해줍니다. 이 때문에 처음에 6점과 주소 증명이 됐다고 서류를
가방에 넣어놓으면 매번 꺼내서 보여줘야 하는 번거로움이 생깁니다.
 
필기시험을 합격하면 앞의 일이 도돌이표처럼 반복됩니다. 또다시 번호표(이번에는 운전면허증
발급을 위한)를 얻기 위한 줄을 서는 것입니다. 어처구니없는 점은 6점과 주소 증명이 되서 운전
면허 시험을 보고 필기시험에 합격했음에도 6점과 주소 증명을 다시 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운전면허증 발급을 기다리면 또다른 직원이 6점과 주소 증명을 하고, 운전면허 발급시 다시 직원이
6점과 주소 증명을 확인한 뒤 사진을 찍고 운전면허증을 줍니다. 저는 처음 번호표 줄을 서기
시작해서 운전면허증을 받기까지 4시간이 넘는 시간이 걸렸습니다. 그 가운데 시험을 보는데 걸린
시간 15분 정도를 제외하고는 다 줄을 서는데 소요됐습니다.


문제는 이처럼 6점과 주소 증명이 반복되다보니 앞에서는 통과돼서 실컷 줄을 서서 기다렸는데
뒤에서 6점과 주소 증명이 안 된다며 퇴짜를 맞는 일도 발생한다는 것입니다. 오랜 시간을 줄을
섰던 이들 대부분이 항의를 하지만 뒤에서 6점과 주소증명이 안된다고 내린 결정이 번복되는 경우는
보지 못했습니다. 뉴저지에서는 운전면허를 보러 가시기 전에 신분증명 6점 획득용 서류와 주소
증명, SSN카드와 SSN Denial Letter를 잊지 말고 가져가십시오. 그래도 몇시간씩 줄을 서서 기다
려야하는 지루함과 체류 증명이 안된다고 돌려보내지는 황당함도 경험할 수 있다는 점을 잊으시면
안됩니다.##